1Q84 3 - 10月-12月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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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선 이 광경을 고스란히, 이치는 따지지 말고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야기는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 560p

 선구의 리더이자 '듣는 자'는 죽었다. 그러나 마더와 도터는 새롭게 태어날 준비를 하고 리틀 피플은 자기들의 일을 멈추지 않는다. 아오마메. 리더는 그녀가 자신을 죽이러 올 것을 예감했으며 끝나기를 원했다. 리더의 육체적 죽음은 아오마메의 손에서 끝이 난다. 그러나 그 날, 천둥번개가 치고 폭풍이 몰아치던 밤. 아오마메의 몸에는 또다른 생명이 잉태되었다.

 그리고 같은 날밤, 덴고는 잠을 자던 도중 이상한 느낌에 눈을 떠보니 '후카에리'가 자신의 몸위에 앉아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온몸이 마비된 상태에서 그는 후카에리의 몸속에 들어가게 되고 후카에리의 정신은 이미 다른 곳을 향해 있다. 그것이 그녀의 역할이다. 20년동안 헤어져서 각자의 상처와 외로움에 빠져 살던 덴고와 아오마메를 연결시켜주는 것. 두 개의 달이 뜬 이야기속에서 그들의 맺음은 리얼리즘이 아닌 무의식적 허구로의 통로라고 볼 수 있다.

 어릴적 증인회 신자였던 가족들 때문에 상처를 안고 성장한 아오마메. NHK 수금원의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어린아이로써는 상처가 될 수 있는 광경을 보고 자란 덴고. 이 둘은 어릴적 가족으로부터 상처를 받았다는 점이 닮아있다. 그때부터 둘은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가 자석같이 끌어당기는 인연이 될 것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느낀다. 10살 이후로 만나지 못했지만 20년동안 서로의 가슴에는 상대방이 자리잡고 있다. 언젠가는 만나게 될 수밖에 없으리란 것을 알기에 조급해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이야기는 계속되어야 한다. 그러기에 사건은 발생할 수밖에 없는 법. 덴고는 후카에리를 통해, 아오마메는 선구의 리더를 통해 그 둘을 연결한 끈을 잡게 된다. 이 끈들은 자신들의 역할이 다한 후 사라진다. 결국 존재하는 건 아오마메와 덴고.

 두 개의 달. 쪼개져 버린 두개의 달이 있는 세상에서 계속 엇갈리는 모습은, 결국 이 둘이 만나져야지만 하나의 달이 있는 세상에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아오마메를 찾기 위해 덴고를 감시하던 '우시카와'는 프로인 다마루의 손에 죽게 되지만 곧, 리틀피플들이 그의 입에서 나와 공기번데기를 만들기 시작한다. 이는 리틀피플들은 계속해서 존재하게 되리란 것을 알 수 있다. 또 공기번데기는 또다른 역할을 위한 준비라는 생각이 든다.

 덴고는 후카에리와 합작으로 쓴 '공기번데기'라는 소설의 내용을 자신이 개작했으면서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어쩌면 이것은 하루키가 '1Q84'의 이야기를 쓰기 시작하면서 이야기의 전체적으로 지배하는 미스테리적인 아이템들이 처음부터 자신이 의도했던 바가 아니라 쓰면서 자기네들끼리 힘을 가지며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움직임에 대한 당혹스런 궁금증에 대한 고백이 아닐까 생각되기도 했다.

 순식간에 700p를 넘어선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몰입력과 가독성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섹스, 살인등 다소 자극적인 내용들이 등장하지만 말초적인 신경을 건드는 것은 그저 외곽의 한부분일 뿐, 가운데의 중심내용은 역시나 사랑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지고지순한 두 남녀의 사랑이라기 보다는 현대의, 일본인의 30대에게 어울릴만한 리얼리틱한 환상의 사랑의 형태를 그리고 있다.

 물론 이들의 사랑을 중심으로 공기번데기와 리틀피플은 좀 더 많은 의미를 지니고 있을테다. 이들의 확실한 정체는 아직 확인된 바 없다.

 아오마메와 덴고가 맺어짐으로써 '1Q84'의 막이 내릴 것인가. 아니면 '1984'는 또다른 통로의 한 지점인가. 독자들은 3권에서조차 모든 걸 확인하지 못하고 다음 권이 나올지 안 나올지 기다리거나 영원히 미스테리적인 이야기속에서 홀로 생각해볼 것이다. 과연 그들은 목적이 무엇이며, 아오마메의 뱃속의 생명체는 어떤 영향을 미칠 예정인가. 
   

 왜 일본인들은 하루키에 열광하는가? 왜 한국인 또한 하루키에 열광하는가. 그는 캐릭터를 만들어놓고선 캐릭터 스스로가 움직일 수 있도록 힘을 부여했다. 자신도 정확한 실체를 설명하기 힘들것 같은 미스테리적인 환상 속에서 리얼들이 만들어지는 것을 확인하며 모든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시킨다. 아예 모르는 것과는 다른 알듯 말듯한 어떤 것에 대한 궁금증. 곧 그 실체를 확인할 수 있을 꺼란 기대감에 사람들은 그의 책을 놓지 못한다. 
 
 여기는 구경거리의 세계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다 꾸며낸 것
 하지만 네가 나를 믿어준다면
 모두 다 진짜가 될거야


 이로써, 이야기는 또다시 에너지를 지닌 채로 3권의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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