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몽
황석영 지음 / 창비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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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비롯한 서강세력이 19세기까지 식민지를 통해 땅을 넓혀 세력을 확보하는 영토전쟁을 하는 동안 그들은 제국주의신념과 산업사회를 거쳐 자본주의의 선두로 앞장서 가고 있었다. 그런가하면 그 시대에는 세력이 컸던 소련은 사회주의 진영으로 서구 열강끼리도 두파로 나뉘게 되었다. 19세기의 대표적 서양의 이념은 아마 제국주의와 자본주의나 사회주의가 아닐까 생각한다.
 

 

 일본 또한 서강세력이 어떻게 세계를 지배하는지를 놓고 연구를 한 끝에 자기네들이 아시아를 식민지화하는 대표나라가 되겠다고 다짐했던 것 같다. 그렇게 일본의 식민지나라에 포함되게 된 한국은 일본이 미국의 권력에 밀리면서 다시 미국의 손으로 넘어가게 된다.

 

 

 중국에서 그 시절 대표적인 사상으로 모택동이라 불리우는 사람에 의해 '문화혁명'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면 대한민국에선 남한은 미국의 손에, 북한은 소련의 손안에서 딱히 사상 때문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서 사상이라는 명분을 세워 서로를 믿지 못했다.

 

 

 1950년대는 6.25가 터지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김구' 선생에 의해 통일의 희망이 있었지만 결국 남과 북은 다른 나라의 이간질과 비슷한 개입으로 인해 형제끼리 오해하게 되고 같은 민족끼리 증오하게 되었다.

 

 

 요네하라 마리의 '마녀의 한다스'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김씨의 말 중 - "독일은 점령받을 원인을 제 스스로 만들었고, 따라서 분단된 원인에 일정 부분 책임을 지고 있지요. 하지만 우리 조국은 아닙니다."
 
 - 3천만 명 이상의 사망자에 4천만 명에 가까운 부상자를 낸 인류 사상 최악의 역사가 된 제 2차 세계대전을 계획한 것은 독일, 일본, 이탈리아였다. 연합군의 추격을 받고, 침략한 곳에서 철수하여 본국까지 쫓겨 들어가 항복한 독일이 전후 처리로 인해 점령당한 것은 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한반도는 1910년에 한일합방된 이래 세계대전때마저도 일본의 확장주의 침략전쟁에 희생되었다. 게다가 연합군은 일본을 점령했을 뿐 아니라 한반도까지도 점령 아래 두었다. 일본군 잔당이 아직 남아 있다는 이유로, 그 때문에 민족이 분단되어 버렸다. 한반도는 미,소군에게 점령당할 원인을 자초하지 않았다.(원인을 만든 것은 일본이다) 따라서 분단 원인에 대해 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 - 101,102p


 

 

 어쨌든 그렇게 갈라진 남과 북은 21세기 들어서는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이다.

 

 '강남몽'은 한국의 변천사가 가장 많았던 '8090'시대 대한민국 시절을 시작으로 1950년대 이전 조선의 상황에서의 인물들을 살펴본다. 작가가 인물을 표현할때의 시선은 지극히 중립적이다. 친일파, 친미파등 기회주의자들은 상황에 맞게 유리한 고지를 따내어 시대의 권력파에서 편안하게 살아간다. 그런가하면 운동가는 언제 어느때고 죽을 수 있는 위태한 상황이며 남한에서는 빨갱이라 하여 서로를 손가락질하며 죽는 일도 허사하다. 그런 그들에게 사상적 갈림이라 하기보다는 반대파를 골라내야만 내가 살 수 있다는 뉘앙스가 더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남한에서 민주주의를 내세워 공산주의를 배척하지만 그 시절 남한의 어느 곳에도 민주주의의 진정한 의미는 실현된 적이 없었고, 북한 또한 마찬가지다.

 

 

 민주주의와 공산주의의 이데올로기를 훑어낸 부분 어느 것도 '강남몽'에서 발견할 수 없다는 자체가 작가가 시대의 모순을 찝어낸 일부러 준비해놓은 도구가 아닐까.

 

 그럼으로 우리는 책속의 인물 자체를 보며 100% 비판하기가 힘들지도 모른다.

 기회주의자를 비판하기 전에 먼저 시대상황에서 그들 나름의 고충과 살아남기 위한 수단을 보게 되기 때문이다.

 

 

 특정 인물들을 통해 시대가 변하는 모습들을 드러내면서 그 시대 때문에 변변찮이 가난의 바닥에서 생활하는 사람들과 그 시대 때문에 권력과 돈을 잡은 자들을 보여주면서 삶의 바탕과 내부의 욕망들을 표현해낸 '강남몽'은 이 모든 것이 자리잡게 된 배경을 시사한다.

 


 마지막에 백화점이 무너져서 살아남은 단 한 사람은 '정아'였다. 그녀는 백화점 직원이었다. 가난하지만 성실한 부모와 장애가 있는 동생을 두었지만, 가난한 것 빼고는 걱정이 없어 행복했던 가족. 정아는 동생에게 '휠체어'를 사주고 싶지만 그것이 너무 비쌌기 때문에 좀더 돈을 벌어 모아서 사주어야 겠다고 생각한다. 건물이 무너져 그 밑에 깔려 있을 때 그녀는 얼굴은 보지 못하지만 '박선녀'의 목소리와 만나게 된다. 그녀와 죽음이 가장 임박한 상황에서 주고 받는 이야기는 역시나 가족 이야기다. 재력이 있는 선녀는 '정아'의 이야기를 듣고 구출되면 자신이 그 모든 것을 다 해주겠다고 하지만, 막상 건물 밑에 깔린 그녀는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을 뿐더러 자신부터 누군가의 도움이 간절히 필요할 판이다.

 

 

 그런 박선녀에게 정아는 말한다. '사모님이 다 해주실 수 있단 말씀 다신 하시지 마세요.' - 338p

 


 '강남몽'의 마지막 장면은 그 모든 권력과 돈을 가졌단들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건물들의 잔해 속에서 살아난 생명에서 일깨워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작가는 '정아'라는 인물에게서 희망과 해피엔딩의 틀을 발견하게 되었다고 볼 수도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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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의 신곡 - 영원의 구원을 노래한 불멸의 고전
단테 알리기에리 지음, 다니구치 에리야 엮음, 양억관 옮김, 구스타브 도레 그림 / 황금부엉이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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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괴하고 섬찟한 그로테스크한 느낌의 지옥을 그린 그림들. 표지사진부터가 심상치 않았다. 신곡에서의 주요부분과 그 부분을 현대적 언어로 풀어써서 다시 엮은 이번의 <단테의 신곡>은 이미지화가 함께 포함되어 있어 더더욱 실감스런 지옥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문학적으로 승화시킨 단테의 작품이 이번에는 예술로써 승화된 셈이다.
 

 이 책보다 많은 지옥의 모습을 그림으로 나타낸 책은 없으리라 생각된다. 내용을 살펴보면 지옥편이 가장 길다. 단테는 살아있는 사람으로써 베르길리우스의 인도로 망자들이 있는 지옥과 연옥을 살펴보고 천국에서 베아트리체와 재회하여 빛의 모든것을 보게 된다.

 

 지옥에서 제구영역을 거쳐 지옥의 가장 밑바닥 코키토스까지 내려간 단테와 베르길리우스는 미모의 타락천사 ’루시퍼’를 보게 되고 그의 여섯개의 날개가 펄럭이는 바람을 타고 연옥으로 건너가게 된다. 단테는 지옥과 연옥을 건너면서 종종 의식을 잃었다 꿈에서 깨어나는 것 같은 순간의 부분이 등장하는데 이것은 그가 죄를 정화하는 순환로의 입구에 와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옥에는 수많은 죄인들이 있다. 오만한 자들, 사기꾼들, 탐욕자들, 살인자들, 도둑들, 위선자들, 거짓말쟁이들.. 그들은 그들이 지은 죄에 따라 영역마다 다른 곳에서 고통 받고 있다. 거만한 자는 무거운 돌을 쥐고 언덕을 오르느라 상체와 고개를 들지 못하는 벌을 받고 있다. 또 미치광이에게 몸이 뜯기는 벌을 받는 죄인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몸이 갈가리 찢어지는 벌을 받고 있는 죄인도 있다. 관리하는 악마에게서 채찍질을 감내하는 죄인들도 있다. 그런 자들을 묘사한 그림은 다소 잔인한 면이 강하기도 하다. 아쉬운 점은 이 책의 그림들이 너무 어둡거나 판화라 그런지 분명 섬세한 그림이지만 찍어내서 그런지 희미한 부분이 많다는 점이었다. 색이 어두우니 더 섬찟한 느낌이 드는 것 같다. 


 


 
 ’나그네여 그대의 죄를 씻어라

  죄가 무거울수록,
  정화의 고행도 힘드나니
  나그네여,
  그대의 죄를 씻어라’


 

 맑은 노래소리가 있는 연옥편에는 그나마 죄를 뉘우치고 있는 사람들이 머문 곳이다. 그렇되, 그곳에서 또한 죄에 대한 스스로 벌을 감내하는 이들도 있으니, 다름 아닌 쾌락을 일삼은 자들이다. 쾌락을 없애버릴 수 있는 방법은 단 한가지, 불에 태우는 것이었으니 그들은 스스로 자신의 몸에 불꽃을 던져 몸을 태운다.

 

 연옥에서 단테는 천사에 의해 이마에 일곱개의 ’P’를 새겨 넣게 된다. 천사는 금과 은 두개의 열쇠로 무거운 문을 살짝 열어준다. 그러면서 천사가 말한다. ’절대로 뒤를 돌아보지 말라’ 이 말은 일단 그렇게 마음을 정하고 안으로 들어간 이상 다른 마음을 먹는 즉시 바깥으로 쫓겨남을 뜻한다. 이마의 ’P’는 그가 연옥에서 죄를 씻고 있는 이들을 볼때마다 하나씩 지워진다. 다섯번째 길을 지난 곳에서 자신이 낭비했던 욕망을 탓하며 죄를 뉘우치고 있는 시인 ’스타티우스’를 만나 여섯번째 길로 들어선다.

 

 쾌락한 자들의 뉘우침을 마지막으로 단테일행은 요한묵시록을 거쳐 지상낙원으로 이르고 그곳에서 시인과 헤어진 뒤 천국으로 들어서며 단테는 스승 ’베르길리우스’의 마지막 목소리를 끝으로 헤어지게 된다.






 그렇게 단테는 베아트리체와 만나 천국을 여행하게 된다. 단테의 실제 삶은 불행했던 것 같다. 젊어서 사랑하는 베아트리체와 사별하고 그녀의 추억을 담은 [신생]이라는 작품을 썼다. 또 단테는 정치적 대립과 음모로 그가 그렇게도 사랑하던 도시 피렌체에서 추방되어 방랑의 길을 떠났고 추방당한 후, [단테]를 써서 완성시켰지만 고향에도 가지 못하고 객사하고 만다. 그런 그의 마음에 들어있던 슬픔, 부조리, 현실세계에 대한 분노, 올바른 인간답게 살아가려는 행위를 위한 탐구의 의지가 작품 [신곡]에 고스란히 녹아 있는 듯하다.

 

 다소 오늘날의 세계에서 이런 이야기가 얼마나 문학적이고 감성적인 기능을 할지는 알 수 없지만, 칠백년전의 ’단테’ 문학작품과 2세기전의 일러스트레이터 ’구스타브 도레’가 함께 만들어낸 이번의 <단테의 신곡>은 자체만으로도 가치있는 고전이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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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의 한 다스 -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문화인류학, 개정판 지식여행자 7
요네하라 마리 지음, 이현진 옮김, 이현우 감수 / 마음산책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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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의 사람들은 자기와 자기민족, 자기나라를 중심으로 세계가 돌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동설과 천동설의 만남보다는 천동설끼리의 충돌이 태반이다."

 불운의 기운을 담은 서양의 '13'에 비해 중국과 일본에서 '13'은 신성한 숫자로 쓰인다. 한 다스라면 12개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마녀에게 한 다스는 13개라고 한다. 이렇듯 같은 숫자는 각 나라에 따라 다른 의미를 담고 있다. 이 간단한 이야기는 이 책 전체의 주제를 요약하기도 한다.

 '요네하라 마리'씨는 러시아 통역가로 그녀의 직업에서 느꼈던 일들과 재미있는 일화, 통역가로써 성장하는 순간들, 세계인으로써, 한 나라의 국민으로써 느낄 수 있는 상대적 이해관계, 언어를 통해 그것을 알지 못하면 알 수 없는 이해와 감정들을 흥미진진하고 그녀의 언어로 전혀 지루하지 않게 이야기해준다.


  그녀의 많은 이야기들에는 일본의 역사가 종종 등장하는데, 제국주의 열강에 휩쓸려 한참 침략전쟁에 눈이 멀었던 일본군도 한때는 소련군에게 포로로 잡혀 많은 수의 일본인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노동자로 일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마리는 일본인이므로 자신의 나라 사람들의 전체적인 특성을 한국인과는 다른 시선으로 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일본인'하면 울컥 악감정부터 솟아나는 일부 한국인들에 비해 비교적 객관적으로 일본인을 바라보는 마리씨는 일본 또한 다른 아시아들을 침략했던 사실들을 꼬집어 비난하기도 한다.

 어쨌든 소련군은 자국의 필요하에 일본 포로들을 노동력으로 썼고 일본의 거듭되는 포로 반환 요구도 무시했다. 그런 와중에 이지메라는 것이 일본인의 특성이었는지 포로인 가운데에서도 약하고 비실비실한 한 남성이 동료들에게 심한 이지메를 당했다. 일본인에게는 흔한 장면이었을지 모르나 소련의 한 소장에게는 전혀 익숙하지 못한 장면이었고 그는 이지메를 당하던 남자를 불쌍히 보고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하인으로 쓰게 된다.

 이리 하여 하루하루가 고난의 연속이었던 남자는 편안하게 지낼 수 있게 되고 소장의 은혜를 마음 속 깊이 간직한다. 왜, 옛말에 선비는 자신을 알아주는 이를 위해 목숨을 바친다고 했다고도 하는데 하물며, 이 일본인은 이 소련 소장이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은인으로 보였기에 얼마나 하해와 같은 고마움을 느끼지 않았겠는가. 

 뒤에 포로 반환으로 인해 본국으로 돌아가게 된 남자를 마중까지 나올 정도로 정이 깊이 든 소련의 소장은 이 날이 둘의 마지막 만남이라는 것은 몰랐다. 그렇게 본국으로 돌아온 남자는 이런일 저런일 끝에 사장이 되고 빌딩 몇채를 가진 성공한 사업가로 변신한다. 그는 성공한 후 소련의 소장을 갖가지 방법을 동원해 찾았지만, 그가 죽고 그의 부인과 자식들만 남았음을 알게 된다. 그는 그들을 일본으로 초대해 최고의 관광과 환상적인 자신의 호텔에서 맘껏 즐길 수 있게 해준다. 그 호텔 이름이 '러브 호텔'이었으나 그 날은 다른 손님도 받지 않고 최고급 시설과 인테리어로 장식된 호텔이었으니 이 러시아 가족들은 그것이 언어자체가 뜻하는 '러브호텔'의 이미지를 생각해내지 못했을 것이다. 단지 최고급의 호텔이라 생각했을 뿐.

 그녀가 통역일을 하면서 겪는 재미난 일상적인 에피소드로는 다른 나라 언어가 자국의 언어로 해석하면 하체를 향한 말들과 비슷한 발음이 난다는 것에서 오는 난처함도 있다. 그럴땐 통역을 해야 할지, 완곡히 표현해야 할지 망설이는데, 망설일 수 있는 시간은 단 몇 초 밖에 없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실시간 이루어지는 대화들을 실시간 바로바로 통역을 해야 하는 것이 그녀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이런 단락단락의 에피소드와 이야기들은 이 책을 맛깔난 유머를 높이는 데 한 몫 단단히 한다. 그저 언어로써만이 갈리는 나라들의 특성 뿐 아니라 각 나라의 음식문화, 같은 걸 보고도 다른 생각을 하는 데 오는 가치관 문화들이 만들어내는 웃지 못할 이야기가 아닌 웃긴 이야기에서 저자 '마리씨'는 그 사이 사이의 틈을 발견해내 틈을 통해 상대적 시각을 가지고 문화를 바라보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문화 이야기라면 이 책이 아무리 두껍던들, 2권, 3권... 식으로 연재된다고 하더라도 질리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생리현상은 신분, 나이, 직업, 성을 가리지 않고 나타난다. 그런 보편적인 걸 통해서 웃음을 발할 수 있는 책이 바로 '마녀의 한다스'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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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명 마니아 - 유쾌한 지식여행자, 궁극의 상상력! 지식여행자 9
요네하라 마리 지음, 심정명 옮김 / 마음산책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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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내 집단 따돌림을 없애는 방법, 유괴 방지 기계, 태풍에 대비한 자구책, 노는 만큼 에너지가 절약된다면, 범인이 진실을 자백하게 하는 방법..,등 수 많은 프로젝트로 가득찬, 그럴듯한 발명주제에 내용을 살펴보면 그럴듯한 구성과 위트가 충만하다. 여기서 어디까지나 그녀의 발명 설계도가 무척 과학적이라던가 학문적이라던가와는 조금 거리가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무시할 수 없는 재미있는 발명들이 거의 500페이지나 알차게 독자의 즐거움을 쉴틈 없이 해준다.

 뭐든지 하이브리드를 좋아하는 현대인의 세상에서 똑똑하지만 맛 없다는 까마귀와 고기맛이 좋은 메추라기를 교배해 좋은 점만 물려받은 '까마귀 메추라기'를 탄생시킨다던가, 전언 비둘기와 말하는 앵무새를 교배해 전언 앵무새를 통해 소식을 음성으로 들을 수 있게 한다던가 하는 이야기들은 어째보면 능력주의를 우선시하는 현대의 모습을 꼬집으면서 해학적으로 풀어냈다고 볼 수도 있는 듯하다.

 요네하라 마리라는 작가가 훑어보는 주제의 범위가 가벼운 것에만 집중하고 있지도 않다. 범죄, 환경오염, 국제정치, 국내정치, 전쟁으로 인한 가해자와 피해자에 대한 언급, 핵, 에너지, 지구, 우주 등으로 뻗어가며 거진 다루지 않은 것이 무엇이 있나 싶을 정도로 넓고 때론 깊게 핵심을 짚을 때도 있었다. 그러나 다소 불편한 사건과 일들을 언급하는 와중에도 그 속에서 유머를 살려내는 그녀의 발상에 감탄어린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중간중간 부시정권과 전쟁, 일본 정치를 비판하면서도 또한 너무 집중적으로만 치중하지 않아서 전체적인 책의 발랄한 느낌에서 벗어나지 않았고 또 자칫 그저 가벼운 우스개 소리들로만 평가할 수 없는 적당히 무게감 있는 근본적인 문제들을 꼽아서 문제적 현실위에 풀어 헤쳐놓고는 하나씩 분석하고 가장 기초적인 방법들부터 모색해가며 때론 해답을 재미있게 풀어내고, 때론 해답보다 문제 자체가 의미심장하게 느껴지고, 때론 이런저런 방법을 모색해봤지만 딱히 추천할만한 방법이 없을 때도 있다.

 이 책의 매력이 바로 발상과 상상력의 확대에 달려 있으니 어찌보면 발상과 상상력을 기초에 두고 발견을 이룬 과학자들의 생각 패턴과 비슷하니, 과학과 전혀 동떨어져 있다고 볼 수는 없다. 과학이 증명되기 전에는 그 어떤 일들도 우스개 소리나 터무니 없는 이야기들이 될 수 있으니.

 책에 언급된 에디슨 일화도 재미있지 않았던가. 어느 지방 은행에 금고가 털리자 은행장이 두번 다시 이런 상황에 처하지 않게 해준다면 새로운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에디슨이 달려가 은행장에게 '제가 발명한 장치를 달면 귀사의 금고에 손을 대는 사람을 즉각 붙잡을 수가 있습니다.'라고 큰소리 쳤고 이에 은행장이 원하는 보수를 묻자, 에디슨이 말했다. '은행장님의 따님을 주십시오!' 하지만 이미 딸에게 약혼자가 있었기 때문에 대신 1만 달러를 주고 에디슨의 발명품을 사겠다고 했다.

 은행장의 제안에 동의한 에디슨은 금고에 장치를 달고 다음 날 은행을 다시 찾아갔더니 은행장이 소파에 뻗어있었다고 한다.  즉, 문 손잡이에 전류를 흐르게 하여 감전되게 하는 방법이다. 그리고 에디슨이 이 방법을 은행장에게 설명했다. 에디슨은 이 발명이 자신의 최초의 발명을 둘러싼 이야기의 전말이라고 말했다. 이 일화에서 '발명마니아' 저자 마리씨는 전류 흐름 장치를 지금의 많은 가정집의 금고에 적용해보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말도 안돼' 할 것 같지만 좀더 생각해보면, 시도해볼만한 끈기와 자금과 재료들만 있다면 해볼만한 것 같기도 하지 않는가.

 에디슨의 전구만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발명품은 어떻게 기억될지.
 
 극지방의 얼음이 녹아 도시를 물에 잠기는 불상사가 없기 하기 위해서 얼음들을 이동시킨다던가, 사막에 인공호수를 만들어 많은 대지가 불모지가 되는 것을 막는다던가, 지구상에 넘치는 과도한 물을 달에 튜브를 통해 보내버린다던가, 홍수가 나거나 했을 때 떠내려가지 않는 수상가옥을 만든다거나 하는 많은 자금이 필요하고 일반인이라면 건드릴만한 엄두가 안 나는 일들과 키작은 사람들을 위한 키높이 양말, 범인이 진실을 자백하기 위해서 가짜 피해자 인형을 준비하는 것과 아이 유괴를 막기 위한 손목시계 GPS(폰의 경우는 범인에게 들키면 끝이므로.)같은 경우는 정말로 해볼만한 발명품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가하면 '테러와의 전쟁 게임'은 의미심장한 진실을 전해주기도 한다. 전쟁은 시작하는 것은 쉽지만 끝내는 것은 어렵다. 누군가가 죽으면 그로 인해 누군가는 슬픔과 절망, 증오심을 키우게 된다. 그로 인해 또다른 제3의, 제4의 희생자가 나타나고 테러리즘은 누군가 시작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만들어지게 한 것이 되고 만다. 결국 게임 진행자가 테러리스트를 조준하여 죽이면 결코 테러리즘은 끝나지 못하고 전쟁도 끝내지 못한다. 게임의 마스터 방법은 그냥 나두는 것이다.

 미국의 이익에 의한 파렴치한 전쟁은 많은 사람들이 이제 그 사실을 깨닫고 있다. 대량살상무기가 숨겨져 있다는 주장을 내세우며 이라크를 침공해 결과 없는 전쟁을 벌인 그들의 행동을 두고 무어라 말할 수 있을까만은 과연 부시가 그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런 뻔뻔한 그에 비해 자국민과 이라크를 비롯한 중동지역의 민간인들에게 고스란히 간 피해는 누가 보상해야 할는지..


 '요네하라 마리'의 발명에 대한 상상은 부분적으로 이건 발명이라기보다 무언가를 비판하기 위한 도구로써 사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심각하지만 않고 통렬하게. 그녀의 발명이야기는 그저 무언가를 발견하는 것이 아닌 느끼게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의 중간에 새책인데도 불구하고 글자를 가로막고 벌레가 누질러 박혀 있는 '장'을 발견했다. 이 벌레 또한 마리씨의 글에 빠져버린 걸까.. 위티한 그녀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솜씨와 더불어 기발한 상상력으로 묶은 마리씨의 '발명마니아'를 읽는 이 순간 더운 여름,  통쾌마니아즘에 빠지는 나를 발견한다. 



<그녀의 발명 그림 일지 몇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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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명쾌한 철학>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간단 명쾌한 철학 간단 명쾌한 시리즈
고우다 레츠 지음, 이수경 옮김 / 시그마북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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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학을 영어로 쓰면 Philosophy다. 그리스어 Philosophia(필로소피아)를 번역한 말. 필로소피아란 "소피아=지혜"를 '필로=사랑하다', 다시 말해 '지혜를 사랑한다'는 의미다.

 '지혜를 사랑하다' 뜻이 참 마음에 든다. 나는 철학을 삶과 동떨어진 것이라거나 너무 어려워 일부 사람에게만 속하는 것이라던가 생각하지 않는다. 철학이 쉬울 수는 없다. 지혜가 쉽지는 않는 것처럼. 그래도 철학이 심오한만큼 배우기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철학은 개인의 사유를 허락한다. 개인의 사유가 막힘없이 자유로울 때 철학은 발전한다고 생각한다. 자신만의 생각이 있고 그 생각을 발전시켜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 쪽으로 가는 것인지를 판단하고 깊이 생각하는 것. 이건 누구나 다 할 수 있다. 다만 21세기 사회는 생각할 시간이 없기 때문에 전시대의 철학자들의 심오한 생각들을 훑어보아야 하기 때문에 철학이 어려운 것으로 낙인 찍힌 듯하다.

 사람들은 빠른 시간내에 터득할 수 있는 것과 실용성 있는 지혜로 방향을 틀었다. 그러다보니 판단하기 힘든 윤리와 도덕 문제가 발생해도 자세하고 깊이 토론하고 생각해볼 겨를도 없이 다른 문제들이 발생하고 그 문제 역시 생각해볼 겨를 없이 다른 문제들로 대체된다. 그러니 이런 저런 문제는 계속 생기나 올바른 도덕적인 잣대를 댈 겨를이 없게 된 것이 현대사회의 모습인 것 같다.

 그럼에 철학이 필요하지만, 철학관이라고 있는 것이 어째 사이비틱한 종교와 합체된 듯한 철학관이 많이 보여 이런 철학을 원하지 않았던 사람들은 두꺼운 철학책에서 찾는 어려움과 원하지 않는 스타일의 철학관에서의 실망감에서 점점 철학은 삶에서 소외시키고 있다.

 학자들만 철학을 논하게 된 이 시점에서 21세기의 정보를 자유롭게 얼마든지 터득할 수 있다는 이점을 피할 이유가 없다. 학자들의 학문이 일반인도 접할 수 있고, 일반인이 흥미를 가진다면 얼마든지 충분히 지식을 접하고 사상을 접한 뒤 자신의 도덕적 잣대와 융합시킬 수 있다. 그렇게 해서 자신의 지혜가 발전하고 그 지혜로 인해 판단의 깊이를 가지게 되고 결과적으로 자신의 사상을 발전시킬 수 있게 된다.

 '간단명쾌한 철학'은 철학이라는 학문을 정말 짧고 명확한 핵심을 짚어 자신의 사상을 완성한 인물들을 열거해가며 그림을 곁들여 설명해놓았다. 이전에 나는 '미학산책'을 보았었는데, 함께 보면 더 편하게 읽고 보충해가며 읽을 수 있는 세트같이 느껴졌다.

 내 설명이 충분할 지 모르겠지만, 책 자체는 충분히 쉽게 읽을 수 있게 만들었다. 그러나 안의 사상을 쉽게 이해하려면, 넓고 깊은 생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지금까지 이어온 철학자들의 대표적인 사상과 비슷한 사상을 논했던 사람들, 또는 반대적인 사상을 가졌던 사람들을 통해 철학의 연대를 알 수 있다. 나는 이런 데 관심이 있어서 좀더 그들의 저서들을 통해 사상을 더 접하고 싶은 욕구가 들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 책 정도로도 충분히 생각할 논제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현대인이 반드시 생각하고 판단해야 할 도덕적, 윤리적 문제들을 철학적 사색으로부터 이끌어와 지혜롭게 해결할 수 있다면 철학 또한 실용성 있는 학문이 되지 않을까. 아리스토텔레스가 철인정치를 주장했었는데, 요즘 정치가에게 이것을 요구한다면, 또 그들이 이걸 마땅히 받아들이며 정치한다면 세계는 어떤 방향으로 흐를까 궁금하다. 적어도 그때보다 지금이 진화된 사회라면 그때보단 지혜롭고 고등인간의 참다운 길을 가야하는 게 당연할텐데..., 과연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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