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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명 마니아 - 유쾌한 지식여행자, 궁극의 상상력! ㅣ 지식여행자 9
요네하라 마리 지음, 심정명 옮김 / 마음산책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기업내 집단 따돌림을 없애는 방법, 유괴 방지 기계, 태풍에 대비한 자구책, 노는 만큼 에너지가 절약된다면, 범인이 진실을 자백하게 하는 방법..,등 수 많은 프로젝트로 가득찬, 그럴듯한 발명주제에 내용을 살펴보면 그럴듯한 구성과 위트가 충만하다. 여기서 어디까지나 그녀의 발명 설계도가 무척 과학적이라던가 학문적이라던가와는 조금 거리가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무시할 수 없는 재미있는 발명들이 거의 500페이지나 알차게 독자의 즐거움을 쉴틈 없이 해준다.
뭐든지 하이브리드를 좋아하는 현대인의 세상에서 똑똑하지만 맛 없다는 까마귀와 고기맛이 좋은 메추라기를 교배해 좋은 점만 물려받은 '까마귀 메추라기'를 탄생시킨다던가, 전언 비둘기와 말하는 앵무새를 교배해 전언 앵무새를 통해 소식을 음성으로 들을 수 있게 한다던가 하는 이야기들은 어째보면 능력주의를 우선시하는 현대의 모습을 꼬집으면서 해학적으로 풀어냈다고 볼 수도 있는 듯하다.
요네하라 마리라는 작가가 훑어보는 주제의 범위가 가벼운 것에만 집중하고 있지도 않다. 범죄, 환경오염, 국제정치, 국내정치, 전쟁으로 인한 가해자와 피해자에 대한 언급, 핵, 에너지, 지구, 우주 등으로 뻗어가며 거진 다루지 않은 것이 무엇이 있나 싶을 정도로 넓고 때론 깊게 핵심을 짚을 때도 있었다. 그러나 다소 불편한 사건과 일들을 언급하는 와중에도 그 속에서 유머를 살려내는 그녀의 발상에 감탄어린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중간중간 부시정권과 전쟁, 일본 정치를 비판하면서도 또한 너무 집중적으로만 치중하지 않아서 전체적인 책의 발랄한 느낌에서 벗어나지 않았고 또 자칫 그저 가벼운 우스개 소리들로만 평가할 수 없는 적당히 무게감 있는 근본적인 문제들을 꼽아서 문제적 현실위에 풀어 헤쳐놓고는 하나씩 분석하고 가장 기초적인 방법들부터 모색해가며 때론 해답을 재미있게 풀어내고, 때론 해답보다 문제 자체가 의미심장하게 느껴지고, 때론 이런저런 방법을 모색해봤지만 딱히 추천할만한 방법이 없을 때도 있다.
이 책의 매력이 바로 발상과 상상력의 확대에 달려 있으니 어찌보면 발상과 상상력을 기초에 두고 발견을 이룬 과학자들의 생각 패턴과 비슷하니, 과학과 전혀 동떨어져 있다고 볼 수는 없다. 과학이 증명되기 전에는 그 어떤 일들도 우스개 소리나 터무니 없는 이야기들이 될 수 있으니.
책에 언급된 에디슨 일화도 재미있지 않았던가. 어느 지방 은행에 금고가 털리자 은행장이 두번 다시 이런 상황에 처하지 않게 해준다면 새로운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에디슨이 달려가 은행장에게 '제가 발명한 장치를 달면 귀사의 금고에 손을 대는 사람을 즉각 붙잡을 수가 있습니다.'라고 큰소리 쳤고 이에 은행장이 원하는 보수를 묻자, 에디슨이 말했다. '은행장님의 따님을 주십시오!' 하지만 이미 딸에게 약혼자가 있었기 때문에 대신 1만 달러를 주고 에디슨의 발명품을 사겠다고 했다.
은행장의 제안에 동의한 에디슨은 금고에 장치를 달고 다음 날 은행을 다시 찾아갔더니 은행장이 소파에 뻗어있었다고 한다. 즉, 문 손잡이에 전류를 흐르게 하여 감전되게 하는 방법이다. 그리고 에디슨이 이 방법을 은행장에게 설명했다. 에디슨은 이 발명이 자신의 최초의 발명을 둘러싼 이야기의 전말이라고 말했다. 이 일화에서 '발명마니아' 저자 마리씨는 전류 흐름 장치를 지금의 많은 가정집의 금고에 적용해보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말도 안돼' 할 것 같지만 좀더 생각해보면, 시도해볼만한 끈기와 자금과 재료들만 있다면 해볼만한 것 같기도 하지 않는가.
에디슨의 전구만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발명품은 어떻게 기억될지.
극지방의 얼음이 녹아 도시를 물에 잠기는 불상사가 없기 하기 위해서 얼음들을 이동시킨다던가, 사막에 인공호수를 만들어 많은 대지가 불모지가 되는 것을 막는다던가, 지구상에 넘치는 과도한 물을 달에 튜브를 통해 보내버린다던가, 홍수가 나거나 했을 때 떠내려가지 않는 수상가옥을 만든다거나 하는 많은 자금이 필요하고 일반인이라면 건드릴만한 엄두가 안 나는 일들과 키작은 사람들을 위한 키높이 양말, 범인이 진실을 자백하기 위해서 가짜 피해자 인형을 준비하는 것과 아이 유괴를 막기 위한 손목시계 GPS(폰의 경우는 범인에게 들키면 끝이므로.)같은 경우는 정말로 해볼만한 발명품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가하면 '테러와의 전쟁 게임'은 의미심장한 진실을 전해주기도 한다. 전쟁은 시작하는 것은 쉽지만 끝내는 것은 어렵다. 누군가가 죽으면 그로 인해 누군가는 슬픔과 절망, 증오심을 키우게 된다. 그로 인해 또다른 제3의, 제4의 희생자가 나타나고 테러리즘은 누군가 시작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만들어지게 한 것이 되고 만다. 결국 게임 진행자가 테러리스트를 조준하여 죽이면 결코 테러리즘은 끝나지 못하고 전쟁도 끝내지 못한다. 게임의 마스터 방법은 그냥 나두는 것이다.
미국의 이익에 의한 파렴치한 전쟁은 많은 사람들이 이제 그 사실을 깨닫고 있다. 대량살상무기가 숨겨져 있다는 주장을 내세우며 이라크를 침공해 결과 없는 전쟁을 벌인 그들의 행동을 두고 무어라 말할 수 있을까만은 과연 부시가 그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런 뻔뻔한 그에 비해 자국민과 이라크를 비롯한 중동지역의 민간인들에게 고스란히 간 피해는 누가 보상해야 할는지..
'요네하라 마리'의 발명에 대한 상상은 부분적으로 이건 발명이라기보다 무언가를 비판하기 위한 도구로써 사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심각하지만 않고 통렬하게. 그녀의 발명이야기는 그저 무언가를 발견하는 것이 아닌 느끼게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의 중간에 새책인데도 불구하고 글자를 가로막고 벌레가 누질러 박혀 있는 '장'을 발견했다. 이 벌레 또한 마리씨의 글에 빠져버린 걸까.. 위티한 그녀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솜씨와 더불어 기발한 상상력으로 묶은 마리씨의 '발명마니아'를 읽는 이 순간 더운 여름, 통쾌마니아즘에 빠지는 나를 발견한다.
<그녀의 발명 그림 일지 몇 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