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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의 신곡 - 영원의 구원을 노래한 불멸의 고전
단테 알리기에리 지음, 다니구치 에리야 엮음, 양억관 옮김, 구스타브 도레 그림 / 황금부엉이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기괴하고 섬찟한 그로테스크한 느낌의 지옥을 그린 그림들. 표지사진부터가 심상치 않았다. 신곡에서의 주요부분과 그 부분을 현대적 언어로 풀어써서 다시 엮은 이번의 <단테의 신곡>은 이미지화가 함께 포함되어 있어 더더욱 실감스런 지옥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문학적으로 승화시킨 단테의 작품이 이번에는 예술로써 승화된 셈이다.
이 책보다 많은 지옥의 모습을 그림으로 나타낸 책은 없으리라 생각된다. 내용을 살펴보면 지옥편이 가장 길다. 단테는 살아있는 사람으로써 베르길리우스의 인도로 망자들이 있는 지옥과 연옥을 살펴보고 천국에서 베아트리체와 재회하여 빛의 모든것을 보게 된다.
지옥에서 제구영역을 거쳐 지옥의 가장 밑바닥 코키토스까지 내려간 단테와 베르길리우스는 미모의 타락천사 ’루시퍼’를 보게 되고 그의 여섯개의 날개가 펄럭이는 바람을 타고 연옥으로 건너가게 된다. 단테는 지옥과 연옥을 건너면서 종종 의식을 잃었다 꿈에서 깨어나는 것 같은 순간의 부분이 등장하는데 이것은 그가 죄를 정화하는 순환로의 입구에 와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옥에는 수많은 죄인들이 있다. 오만한 자들, 사기꾼들, 탐욕자들, 살인자들, 도둑들, 위선자들, 거짓말쟁이들.. 그들은 그들이 지은 죄에 따라 영역마다 다른 곳에서 고통 받고 있다. 거만한 자는 무거운 돌을 쥐고 언덕을 오르느라 상체와 고개를 들지 못하는 벌을 받고 있다. 또 미치광이에게 몸이 뜯기는 벌을 받는 죄인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몸이 갈가리 찢어지는 벌을 받고 있는 죄인도 있다. 관리하는 악마에게서 채찍질을 감내하는 죄인들도 있다. 그런 자들을 묘사한 그림은 다소 잔인한 면이 강하기도 하다. 아쉬운 점은 이 책의 그림들이 너무 어둡거나 판화라 그런지 분명 섬세한 그림이지만 찍어내서 그런지 희미한 부분이 많다는 점이었다. 색이 어두우니 더 섬찟한 느낌이 드는 것 같다.
’나그네여 그대의 죄를 씻어라
죄가 무거울수록,
정화의 고행도 힘드나니
나그네여,
그대의 죄를 씻어라’
맑은 노래소리가 있는 연옥편에는 그나마 죄를 뉘우치고 있는 사람들이 머문 곳이다. 그렇되, 그곳에서 또한 죄에 대한 스스로 벌을 감내하는 이들도 있으니, 다름 아닌 쾌락을 일삼은 자들이다. 쾌락을 없애버릴 수 있는 방법은 단 한가지, 불에 태우는 것이었으니 그들은 스스로 자신의 몸에 불꽃을 던져 몸을 태운다.

연옥에서 단테는 천사에 의해 이마에 일곱개의 ’P’를 새겨 넣게 된다. 천사는 금과 은 두개의 열쇠로 무거운 문을 살짝 열어준다. 그러면서 천사가 말한다. ’절대로 뒤를 돌아보지 말라’ 이 말은 일단 그렇게 마음을 정하고 안으로 들어간 이상 다른 마음을 먹는 즉시 바깥으로 쫓겨남을 뜻한다. 이마의 ’P’는 그가 연옥에서 죄를 씻고 있는 이들을 볼때마다 하나씩 지워진다. 다섯번째 길을 지난 곳에서 자신이 낭비했던 욕망을 탓하며 죄를 뉘우치고 있는 시인 ’스타티우스’를 만나 여섯번째 길로 들어선다.
쾌락한 자들의 뉘우침을 마지막으로 단테일행은 요한묵시록을 거쳐 지상낙원으로 이르고 그곳에서 시인과 헤어진 뒤 천국으로 들어서며 단테는 스승 ’베르길리우스’의 마지막 목소리를 끝으로 헤어지게 된다.


그렇게 단테는 베아트리체와 만나 천국을 여행하게 된다. 단테의 실제 삶은 불행했던 것 같다. 젊어서 사랑하는 베아트리체와 사별하고 그녀의 추억을 담은 [신생]이라는 작품을 썼다. 또 단테는 정치적 대립과 음모로 그가 그렇게도 사랑하던 도시 피렌체에서 추방되어 방랑의 길을 떠났고 추방당한 후, [단테]를 써서 완성시켰지만 고향에도 가지 못하고 객사하고 만다. 그런 그의 마음에 들어있던 슬픔, 부조리, 현실세계에 대한 분노, 올바른 인간답게 살아가려는 행위를 위한 탐구의 의지가 작품 [신곡]에 고스란히 녹아 있는 듯하다.
다소 오늘날의 세계에서 이런 이야기가 얼마나 문학적이고 감성적인 기능을 할지는 알 수 없지만, 칠백년전의 ’단테’ 문학작품과 2세기전의 일러스트레이터 ’구스타브 도레’가 함께 만들어낸 이번의 <단테의 신곡>은 자체만으로도 가치있는 고전이 아닐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