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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미래
조지프 나이 지음, 윤영호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하버드 대학의 케네디 행정대학원의 석좌교수이자 전임 학장인 조지프 나이는 리버럴한 국제정치 학자들 가운데 특별한 위상을 갖고 있습니다. 헨리 키신저와 함께 학자이면서 공직에 참여했고, 양자의 위상을 더한다면 키신저보다 더 명성을 갖고 있는 사람이 바로 조지프 나이일겁니다. 개인적으로 조지프 나이의 글은 이번이 두 번째인데요. 얼마전에 서평을 썼던 존 G. 아이켄베리에 이어 큰 기대감을 갖고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원제는 The Future of Power로 지난 2011년 처음 출간되었습니다. 국내에는 2012년 세종서적에서 번역 출판을 했는데요. 아쉽게도 이 책은 현재 절판된 상태입니다. 아마도 이런 종류의 책들은 일반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어렵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새 판이 끝나 시중에서 구하기 힘들다는 점은 정말 아쉬운 부분입니다.
조지프 나이는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권력에 대한 범위는 국제정치학, 국가간의 관계, 세계체제, 제도적인 측면에서의 의미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사실 권력의 대표적인 사전적인 해석은 “다른이에게 어떠한 것을 하게 만드는 동인, 힘, 강제력” 정도가 될 것입니다. 여기에선 나이 그가 국제정치학계에 내밀었던 ‘소프트 파워’와 기존의 ‘하드 파워’를 묶어 ‘스마트 파워’라는 개념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거의 자유주의적 현실주의에 수반하는 용어라고 인식되었는데요. 조지프 나이가 흔히 국제정치에서의 신자유주의자라고 평가받는 것으로 봤을 때, 스마트 파워에 닿는 그의 사고는 키신저나 럼스펠드와는 다른 입장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유의할 부분은 그가 ‘국제정치에서의 신자유주의자’라고 해서 네오콘으로 알려진 신보수주의자들과는 구별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다만 권력의 다른 형태인 군사력 투입과 관련되어 그것이 필요할 때는 사용해야 하지만, 그 전까지는 소프트파워 같은 온건한 방법도 사용해야 한다고 언급하고 그렇지만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서는 소프트 파워 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으로 어느 정도 극단에 이르지 않고 절충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의 주장들이 충분히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앞선 서문에서 1970년대 중반 프랑스는 파키스탄에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는 핵 재처리 시설을 이전하기로 합의했는데, 여기에 포드 및 카터 행정부가 프랑스를 설득했고 결국 프랑스는 이 계약을 철회했고, 이처럼 프랑스의 태도는 설득과 신뢰를 통해 바뀌었다며 여기에서 조지프 나이가 이해하고 있는 권력이란 바로 비물리적인 타협과 설득에 기반한 것으로 알 수 있습니다. 이 권력이 반드시 영향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미국 스스로의 이익과 안보를 위해 물리적 및 비물리적 방법을 사용하는데 있어서 온건하다거나 우유부단하다는 등의 외부 인식에 개의치 않아야 한다는 일종의 현실주의적 입장도 발견할 수 있는데요. “강력한 행위자들은 약자들을 아예 테이블에 앉지도 못하게 할 수 있으며, 설혹 약자들이 테이블에 앉더라도 이미 게임의 규칙은 자리를 선점한 강자들에 의해 결정되어 있다”고 덧붙이고, 직면한 세계 정치경제적 이슈들을 논하고 해결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결성되었던 G7이 오늘날 G20로 바뀌었어도 세계의 수많은 국가들이 여기에 초대되지 못할 정도로 국제 정치의 현실 인식이 어떠한지 살펴볼 수 있는데요. 이 글은 이와 비슷한 현실에서 ‘그 권력’이 현재 중국의 대두와 함께 어떻게 변화되었는지에 대해 마찬가지로 찾아보고 있습니다. 1부는 그러한 권력의 종류인 군사력, 경제력, 소프트 파워를 분석하고, 2부는 오늘날 대표적인 권력 이동인 분산과 전이인 개방된 인터넷 시대의 사이버 파워와 미국의 쇠퇴로 해석되는 권력의 전이를 집중적으로 따져봅니다. 이에 반해 미국의 떠오르는 지경학 이론가 피터 자이한은 미국의 쇠퇴는 어림도 없는 주장이며, 잠시 숨고르기를 할 뿐이라고 언급했는데요. 마찬가지로 존 아이켄베리도 미국의 패권을 위협하는 중국의 대두라는 시기에서 “중국을 흡수할 만한 개방성, 경제 통합, 역량을 국제 사회는 갖추고 있다”고 그 역시 중국의 급진적 대두와 미국의 쇠퇴에 조심스러운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물론 조지프 나이도 세계의 절반 정도의 영향력을 갖고 있는 유럽과 일본과는 미국이 견고한 동맹 체제로 이 양대 세력이 설사 미국의 영향력을 다소 뒷걸음치는 것으로 만드는 요인이라 할지라도 궁극적으로는 자유세계 및 자유진영의 통합 영향력은 서로 발전된 것이라 봐도 과도한 해석은 아닐겁니다. 현재에도 국제 체제에 깊숙이 발을 들여놓은 중국을 적대국으로 인식해야 하는 것인가와 이 글 6장의 미국의 쇠퇴와 권력 전이에 조지프 나이가 중국을 많은 분량을 할애해 평가하는 것은 바로 “중국의 정치적 변화와 불확실성에 영향을 받을 것이다”라고 확신하며 금세기 중반까지 중국은 전반적인 권력에서 미국을 능가하지 못하리라는 결론을 내고 있습니다. 인터넷과 네트워크로 크게 변화된 세계에서 기존의 군사력이나 경제력의 파급력으로 다른 국가들을 국제 사회에 추동하고, 중국과 러시아와 같은 세계 체제에 반하는 의도를 갖고 있는 국가들을 관리하는 것은 분명 수단의 한계는 존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무자비한 현실주의자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필요할 때 힘의 투사와 군사력의 투입이 있어야하며, 소프트 파워 같은 것은 별개의 보조 수단으로 파악해야 한다는 주장은 너무나 제한적인 해석입니다. 사실 그동안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자신의 시장을 열어 유럽을 재건시키고, 많은 동맹국들의 번영에 이바지 한 것은 분명합니다. 피터 자이한 같은 이는 이러한 체제(일종의 미국의 희생으로 받아들이는)가 이제는 변화되어야만 한다고 주장하는데요. 결국에는 특히 미국의 광범위한 해군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동시에 아이켄베리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중국이나 러시아를 계속 국제 사회에 끌어들여야 하는 점이 앞으로 얼마간의 시간 동안 중요한 부분으로 여겨집니다.
조지프 나이가 주창했던 소프트 파워는 그것을 이용하여 어떤식으로 권력을 획득하는지에 따라 해악이 될 수도 있고, 공익이 될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바와 같이 권력은 매번 영향력을 수반하는 것은 아니어서 중국과 여타 다른 국가들이 다른 국가들을 강제로 이끌어 내기 위해 소프트 파워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것은 지양해야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더불어 글에서 논의되고 있는 사이버 세계에서의 국가들 혹은 비국가단체에 의한 광범위한 상대를 향한 노골적인 사이버 해킹에 대해 과연 어느 정도의 제재 가능성을 제도로 만들어 낼 수 있는지 그것이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중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수많은 다국적 기업과 미국의 공공기관을 해킹한 것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미국도 이에 못지 않을 것입니다. 만약 원자력 발전과 핵무기 보유고에 대한 치명적인 사이버 공격이 비도덕적 수단에 자행된다면 이것은 세계에 큰 절망으로 다가올 수 있는데요. UN은 이와 관련하여 사이버 관습법을 마련하려고 고민중이라는 기사를 보긴 했습니다만 이 사이버 해킹을 단순히 변화된 권력 이동으로만 한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도덕의 결여로만 그치지 않지 않을까 고민입니다.
끝으로 미국의 많은 학자들은 세계 안보에 기여하고 있는 미국의 군사력을 공공재로 여기는 많은 국가들과 미국 내부의 목소리에 다소 혼란스러운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과거에 미국은 고립주의적 전통이 있었고, 최근 두 차례의 전쟁에 개입하면서 막대한 군수 산업의 초과 이익을 감안하더라도 군사비 지출에 거의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보입니다. 많은 서방 국가들과 미국 동맹국들은 이러한 역할을 중국과 러시아와 같은 권위주의 국가들이 바통 터치를 하는 것을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지만, 이 양 국가들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군사력 증강을 통해 미국에 반대급부를 요구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어보입니다. 로버트 코헨은 “패권 이후 시대에 상호 협조와 무임승차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 기구를 조직할 수 있다”고 주장했는데요. 억압적인 수단의 권력을 상대에 사용하려고 하는 일부 국가에 대하여 온건한 다수 국가들의 ‘스스로 동의하는 소프트 파워’가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면 충분히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보는데요. 미국이 캐나다와 전쟁을 할 의도는 전혀 없기에 서로간에 주고 받는 관계가 지속되는 것처럼 상대적인 약소국들이 소프트 파워 자체를 굴욕적인 수단으로만 여기는 것은 현명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저는 조지프 나이의 이 연구물 자체가 미국 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의 시민들에게도 어떤 영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