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의 해부
고이즈미 유 지음, 김영배 옮김 / 허클베리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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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유(小泉悠)는 일본 지바현 출신으로 현재 군사 평론가이자 저명한 러시아 전문가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와세다 대학에서 사회과학을 전공하고 같은 대학에서 정치학 석사 과정을 수료합니다. 오래전부터 그는 러시아의 군사 동향과 군에 대한 연구를 하고 싶었지만 군사력 전반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국제 관계, 국제 질서론에 대해서는 별반 관심을두지 않았는데요. 그래서 대학에 남아 연구자의 길을 걷는 것은 중도에 포기하고 군사 잡지에 글을 기고하거나 일본 국립 국회 도서관에서 아르바이트 등을 전전하게 됩니다. 그러다 2009년 영국과 유사한 일본 외무성의 정보 조직인 국제정보통괄관조직(国際情報統括官組織)의 전문분석원이 됩니다. 그리고 같은 해 12월부터 2011년에 걸쳐 러시아에 체제 방문, 러시아 측의 연구자와 정부 관료들과 인맥을 구축합니다. 그러다 러시아 대학에서 일본어를 배우고 있던 지금의 러시아인 배우자를 만나 결혼하게 되고, 현재는 도쿄대의 첨단과학기술연구센터의 준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그의 이 책은 원제, "ウクライナ戦争"로 2022년 12월 출간되었고, 국내에는 2023년 9월에 번역 출판되었습니다.

국제 정치학자나 순수한 정치학자가 아닌 군사 전문가가 바라 보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무엇인가에 대해 궁금해하다 발견한 글이 바로 고이즈미 유의 이 논저였습니다. 저자인 그가 보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사실상 개전 시기는 글 서두에 언급되듯이, '2021년 봄'이었습니다. 2014년 돈바스 전쟁의 정전 협정이기도 한 '민스크 협정'의 불안한 정치적 산물은 결국 양국 간의 전쟁으로 치달았다 볼 수 있겠는데요. 앞서 지목한 2021년 봄, 러시아 군은 훈련을 핑계로 우크라이나 주변에 병력을 산개시키고, 이는 결국 서방 첩보 당국의 주목을 받게 됩니다. 저자는 푸틴의 러시아-우크라이나 관계에 대한 장황한 논문을 인용하면서, 그의 전쟁 의도가 결국은 우크라이나 속국화 내지는 우크라이나 내의 친러시아 핸들러들을 투입, 정치적으로 러시아에 유리한 국가가 되는 것을 목표로 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는 러시아 내에서의 푸틴의 입김으로 불리게 되는 소위 "특별군사작전"에서의 중요 목표가 우크라이나 대통령인 젤렌스키의 조기 제거에 있었다는 것을 고려해 본다면, 앞의 주장과 대략 일맥상통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푸틴과 러시아 정보 당국은 개전 초기나 그 이전의 상황에서 젤렌스키를 국제 정치에 무지하고 멍청하며, 아둔한 인물로 이해했으나 결국 이러한 분석은 오판임이 드러납니다. 이보다 저 개인적으로는 '우크라이나어를 할 줄 모르는'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운명을 이끌고 나가게 되었다는 사실이 뭔가 역사의 아이러니로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사석이든 공적인 자리이든 푸틴을 '대머리 악마'로 지칭한 젤렌스키는 그의 힐난한 어조에도 불구하고 전쟁 개전에 이르는 순간까지 그 주도권은 푸틴이 갖고 있었습니다. 제2차 민스크 합의를 위해 당시 독일 외무장관인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의 이름을 따 작성한 '슈타인마이어' 방식의 협상안이 최종 결렬, 그것을 타결시키기 위한 의지와 노력이 다소 불명확하게 보였던 젤렌스키의 우크라이나는 결국 러시아와의 전쟁을 맞이하게 됩니다. 과거 전쟁으로 잃은 돈바스와 크림 반도를(정치적이든 개인적인 바람이든 간에) 회복하고 싶어했던 젤렌스키는 우선 우크라이나 내의 대표적 친러 정치인이자 자신의 정적인 메드베드추크를 정치적으로 제거하기에 이르는데요. 특히 메드베드추크는 푸틴과 아주 긴밀한 관계라는 추측이 있었습니다. 저자인 고이즈미 유는 바로 이 메드베트추크의 제거를 포함한 우크라이나 내의 친러파들을 배제하기 시작했을 시기와 2021년, 양국 간의 군사적 위기가 묘하게 겹친다고 평가하고 있었습니다.


이미 이 글의 4부에서 드러나지만 전쟁 이전에도 러시아 FSB가 주도하는 '우크라이나 간첩 작전'이 실행되고 있었을 것이라 추측해 볼 수 있겠는데요.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불법적으로 침공하기 이전부터 러시아가 군사적 진공 뿐만 아니라 온라인 공격 및 우크라이나 내의 러시아 첩자들을 이용해 일종의 사보타지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던 바가 있겠는데요. 이점은 개전 전에 이미 서방의 첩보 당국들이 우크라이나-러시아 국경의 군사 이동 첩보는 물론, 다양한 인적, 물적 정보를 취합해 어느 정도 결론에 이르렀던 것으로 여겨집니다. 결국 전쟁의 초기 양상은 바이든 대통령의 예상대로 흘러갔고, 동시에 푸틴 역시 젤렌스키를 빠르게 제거하려고 했던 것으로 그 전개를 십분 이해해 볼 수 있습니다.

다만, 러시아의 푸틴이 가장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은 우크라이나 군의 끈질긴 저항이었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러시아 군의 무능도 한몫 하기도 했는데요. 영국 외교 당국이 개전 초기, 우크라이나의 운명이 48시간 내에 결정될 것으로 추측했지만 그 추측은 완전히 빗나가게 됩니다. 개전 초기 재블린 미사일을 비롯한 보병 전술 수준에서 사용할 수 있는 휴대용 무기들을 지원했던 미국과 서방은 의외로 러시아의 기갑 전력을 이들 무기로 우크라이나 군이 효과적으로 견제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또한 우크라이나 군의 전투력이 예상 외로 뛰어났다고 분석이 되는데요. 반대로 러시아 군은 잦은 사령관 교체와 그런 군부를 미덥지 않게 여긴 건지, 아니면 과거 KGB 시절에 자신이 모든 걸 해냈던 경험으로 인해, 지지부진한 전쟁 상황을 타개하고자 직접 개입하기 시작한 푸틴의 소위, " 마이크로 매니지먼트"는 사실상 그의 잘못된 선택으로 판가름이 납니다.

이미 여러 언론을 통해 잘 알려진 미국이 지원한 하이마스의 성과는 이 글을 통해서도 잘 드러나고 있는데요. 정밀 타격에 능한 하이마스가 우크라이나 군의 유능한 사용으로 인해, 러시아 군의 보급이 지지부진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았다고 저자는 평가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에는 서방 측의 군사 위성이 수집한 적진 정보를 효과적으로 이용하여, 러시아 군의 100여개 넘는 거점을 정밀 타격했다고 확인되는데요. 하지만 이러한 우크라이나 군의 빛나는 성과에도 불구하고 부차에서 발생한 러시아 군의 참혹한 전쟁 범죄는 반대로 전쟁의 지독한 참상으로 대두되었습니다. 이는 다른 한편으로, 러시아 군의 기강이 아주 형편없었다는 점을 증명한다고 볼 수 있겠는데요. "손이 뒤로 묶인 고문 흔적 투성이의 시신"."성폭력을 당한 것으로 보이는 여성의 벌거벗은 시신","하수구에 던져진 시신"등 거리는 비참한 시신으로 가득했고, 중심부와 교회 및 마을 변두리는 집단 묘지가 조성되어 있었다고 저자는 거듭 밝히고 있었습니다. 이는 2015년 시리아의 개입을 통해 러시아 항공군의 잔혹한 폭격으로 이미 드러난 바가 있는데요. 이 초토화 작전은 군인과 민간인을 가리지 않고 우크라이나에서도 역시나 자행 되었으며, 이 민간인 학살이라는 전쟁 범죄는 이것에 관련된 모든 자들이 그 죄에 맞는 법의 처벌을 받아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저자는 최근에 나토에 가입한 핀란드와 스웨덴에 대한 러시아의 전쟁 확대 가능성을 살펴보면서 왜 하필이면 우크라이나에 이러한 비극이 초래되었는지를 다시금 살펴보고 있습니다. 이는 1994년 12월에 교환된 '부다페스트 메모랜덤'이 얼마나 외교적 허상에 지나지 않았는지를 돌아보고 있는데요. 우크라이나에 이 안보 보장은 당시 주우크라이나 미국 대사인 스티븐 바이퍼가 미국이 보증한 것은 안전 '보증 assurance'이며 실제로 군대를 파견하는 것을 의미하는 '보장 guarrantee'은 아니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저는 이 사건의 본질을 고찰해 보면서, 과거 한국 전쟁의 직접적 원인 중 하나라고 여겨졌던 '애치슨 라인'의 결과물 또한, 본인과 그의 부인이 수차례 입장을 전하긴 했지만 어쩌면 고도로 집약된 교묘한 외교적 수사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그래서 한 국가의 안전 보장이라는 것은 스스로가 자위권을 발동할 수 있을 정도로 물리적이고 직접적인 자원을 가진 이후에, 국제 외교든 담판 외교든 추후에 가능한 것이 아닌가 판단해 보는데요. 물론 나토 가입이라는 조건에서 우크라이나 정부의 세련되지 않은 일처리와 서방을 너무 과신한 우크리아나 내의 정치 세력들의 순진함이 러시아의 직접적인 침략 원인이 되긴 했지만 이로써 국제 정치는 쉽게 판단하거나 재단하지 않는 것이 외교에 있어 가장 필요하지 않나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됩니다. 그리고 이 논저의 가장 중요한 분석은 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이후, 우크라이나가 복수의 국가로부터 안전 보장을 받을 수 있으리라는 가능성은 아주 희박하다는 사실입니다. 



-본문 113페이지에 오타 한 곳이 있었습니다.




바이든의 생각은 트럼프와 완전히 달랐다. 제1차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미국 부통령이었던 바이든은 크림 강제 합병과 돈바스에 대한 군사 개입을 인정할 리 없었다.

푸틴은 러시아를 방문한 존 케리 국무장관에게 주러시아 미국 대사가 자신을 쫓아내려는 세력을 지원하고 있다고 공공연하게 말한 적도 있다고 한다.

여기서 젤렌스키가 제안한 것은 2015년과 2016년에 각각 한 번씩 열렸던독일, 프랑스, 러시아, 우크라이나 4자 협의체, 이른바 ‘노르망디 4N4‘에 미국과 영국을 추가한 확대 회담을 열자는 것이었다.

메드베트추크는 푸틴과도 깊은 관계인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메드베드추크의 딸에게 세례명을 지어 준 사람이 푸틴이라는 것만 보아도 두 사람의 관계를 알 수 있다.

결정적이었던 것은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가 2월 16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것이라는 판단을 동맹국들에게 통지하고 미국인들에게 24시간에서 48시간 이내에 우크라이나를 떠나도록 한 사실이었다.

마지막으로 2월 15일에는 또 다른 중요한 움직임이 있었다. 러시아 하원이 우크라이나의 친러파 무장세력(도네츠크 인민공화국과 루간스크 인민공화국이라고 지칭하고 있다)의 독립을 승인하도록 푸틴에게 요청하는 결의안을 가결한 것이다.

개전 직전에 바이든이 ‘제트 전투기, 전차, 탄도미사일, 사이버 공격 등으로 폭넓게 편성한‘공격 형태라고 예언한 내용이 완벽하게 들어맞았으며 이는 미국 정부가 상당히 깊숙한 정보원을 러시아 정부 내에 갖고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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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4-03-14 18: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베터라이프님 덕분에 어떤 내용이 담겨있는지 알 수 있어 유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별이 왜 세 개인지 궁금하네요.

베터라이프 2024-03-14 18:30   좋아요 2 | URL
안녕하세요 건수하님 ^^
너무나 후하게 평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ㅡㅜ 제가 왠만하게 읽어볼 만한 글에 3개의 별을 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평가한지 벌써 8년이 되었네요. 그외 4개와 5개는 저의 아주 개인적인 평가가 담겨 있습니다 ^^; 사실 제가 혹평이나 하려고 3개를 주는 건 아닙니다. 그만큼 서평을 진지하게 쓰려고 항상 노력중입니다 ㅠㅠ 하여튼 댓글 남겨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

건수하 2024-03-14 19:07   좋아요 1 | URL
바로 이전 리뷰에는 별이 4개길래 여쭤봤습니다. 친절한 답변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