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일 혁명과 미국 없는 세계 - 세계 질서의 붕괴와 다가올 3개의 전쟁
피터 자이한 지음, 홍지수 옮김 / 김앤김북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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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켄터키 대학의 패터슨 스쿨 출신으로 근래 전세계에서 각광받고 있는 지경학을 소개하고 그 관련 정보로 사기업 및 공적 기관 등에 소위 컨설턴트를 하고 있는 유명한 안보 전문가인 피터 자이한의 ‘셰일 혁명과 미국 없는 세계를 읽었습니다’ 이 책은 원제 The Absent Superpower 이며, 지난 2017년에 출간되었고, 국내에는 김앤김북스에서 번역 출판을 맡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21세기 미국 패권과 지정학’에 이어 자이한의 두번째 서평인데요.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춘근 교수의 추천사와 특별히 이번 번역판에는 저자의 한국어 서문이 실려 있기도 합니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와 브레튼우즈 체제를 바탕으로 1945년부터 중국의 공산화와 소련의 핵실험으로 미국의 국제 정치 전략이 다소 수정되는 1949년 이후를 넘어 구소련의 붕괴 이후 냉전 종식 이후까지 자유 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서방 진영과 최근에는 중국의 경제적 번영을 이끌었습니다. 이것은 저자가 보고 말하는 중요한 관점인 세계에 대한 미국의 개입이 결과론적으로는 세계 평화와 번영을 가져왔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습니다. 대전 이후, 영국이 갖고 있던 대략적인 세계 패권을 미국이 그동안의 고립주의적 외교에서 탈피해 안보 동맹과 자국의 시장을 개방함으로써 서유럽과 일본을 재건시키고, 타이완과 한국과 같은 동맹국들의 경제의 외적 성장 뿐만 아니라 정치적 안정까지 보장해 온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미국의 개입은 우선적으로 중동을 비롯한 에너지 수출국에 의한 석유와 천연가스 수송의 지속적인 안전망을 미국 해군이 제공해 왔고 이 점은 분명 1972년의 석유 파동의 시기를 거쳐왔어도 경제 뿐만 아니라 여러 지역 안보에 충분히 이익이 되었던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자이한은 여기에서 이러한 미국의 개입이 앞으로는 어려울 것이며, 심지어는 “미국이 분명히 세계에서 손을 떼게 된다”고 단언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돌아가는 상황의 가장 큰 요인이 미국 내에서 소위 셰일 혁명이 일어나고 있어 앞으로 미국이 해외의 에너지 수입의 의존도가 가면 갈 수록 축소될 것이고 그에 따라 전세계의 석유 운송로를 지키기 위한 미 해군의 역할이 도전을 받게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미국 셰일 생산 산업 단체의 홍보이사로 보일 정도로 이 분야의 애착이 있는 자이한의 이 책 1부는 앞으로 미국이 세계에 발을 빼게 되는 이유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2부는 이러한 세계에 대한 미국 탈개입의 시기에서 필연적으로 초래될 3개의 전장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유럽 대 러시아, 이란-사우디아라비아, 중국-일본 등 각 국가 및 세력의 대규모 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을 꽤 상세한 국제 정치와 지리경제적 수단을 동원해 독자들에게 알리고 있습니다. 자이한의 글을 읽으면서도 약간 이해가 안 되는 점은 냉전 시기 이후 나날이 축소되는 미국의 국방비 지출에서 2001년 9. 11 이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개입하게 됨으로써 당시 여건이 좋지 않았던 미국 경제에 적지않은 타격이 됨과 동시에 한동안 이 국방비를 미국 전체가 지탱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조지 W. 부시가 전격적으로 중동에 개입함으로써 집권 시기에 대규모 국방비 지출이 있긴 했지만 전체적인 시기로 보면 국제 외교와 정치 무대에서 미국의 ‘거대한 악의 대항마’를 만들어 다시 군사 강국을 유지하는 것에는 아무래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입니다. 물론 지금도 미국의 군사력은 미국 밑의 순위에 있는 국가들을 합치더라도 비할바가 없습니다만 저는 ‘셰일 혁명’에 의한 에너지 수급 문제의 패러다임 전환보다는 이미 미국은 군사력 투입에 점차 발을 빼고 있던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뒤이어 오바마 정부는 잠깐 ‘아시아로의 회귀 (pivot to Asia)’를 잠깐 대외에 천명하긴 했지만 사실상 직접적으로 어떤 정책이 추진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근래 중국의 지난 시절의 대국의 권리를 노골적으로 획득하려고 하는 것도 바로 지금 미국의 정치경제적 상황도 적지 않은 요인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지역내에 자신들의 이익을 해치는 지역 패권국이 나타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으므로 아주 수수방관은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러 국내적 요인으로 발생한 미국의 군사비 감소가 영향력 축소에 기여했고, 국내적 에너지 수요 문제가 이유가 될 수도 있지만, 중대한 요인은 되지 못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 책에서 제가 가장 동의하기 힘든 부분은 앞으로 발생할 중국-일본의 지역 대결에서 방향타를 잡고 있는 타이완과 한국을 분석하며, “한국으로서는 일본과 손잡는 게 뻔한 선택인 듯 보인다”고 애매하게 언급하며, 중국과 일본 사이에 줄타기를 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은 일이며, 우리를 친중과 친일 양자 사이의 가능성을 살펴보며 분석을 시도하고 있지만 자료는 매우 부족합니다. 중국은 현재 우리의 제1 교역국이고, 일본은 미국이라는 수레바퀴 동맹의 한 축인데 한미 동맹관계를 고려하면 일본과 협력할 수 밖에 없다고 여기겠지만 이 미국인들이 이해하기 힘든 역사 문제를 빗대어 오로지 아시아인들 특유의 민족주의 근성이라고 말해왔던 것을 고려해 보면 한일관계에 대한 서양인들의 특유의 인종주의적 시각을 볼 수 있는데요. 우리의 내부에서 미래 있을 수 있는 중국과 일본의 경쟁에 과연 어느 한쪽의 손을 드는 것이 과연 이익일 것인가에 대해서는 면밀한 관찰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가 그만큼 중요해졌다는 평가는 그럴만하다고 여기나 과연 중국이 미국의 포위망을 뚫고 자기들 인근 바다의 제해권을 획득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저는 매우 비관적입니다. 이것과는 반대로 중국 자체를 완전히 취약하고 닫힌 국가로 자이한은 보고 있지만 동남아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과 파키스탄과 지부티, 스리랑카에 해군 기지를 조차하고 있는 상황을 볼 때 완전히 중국이 손을 놓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더 살려고 하는 중국이 남중국해와 말라카 해협 등지에서 군사적 방법을 모색하려고 할 때가 대규모 전쟁이 날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사우디-이란의 중동 지역 맹주를 놓고 벌이는 대결에 대해서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게 될 경우나 중동 최대의 재래식 전력을 보유하고 있는 이란에 대한 위협이 심각해질 경우 사우디가 동맹국인 파키스탄으로부터 핵무기를 도입하게 될 수도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점은 우려할 만한 부분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중동 자체가 핵전쟁의 도화선이 될 지역이 높다고 볼 수 있겠는데요. 유럽-러시아의 경우도 러시아가 과거의 동유럽 지배권을 획득하는 것을 시도하고 발트해의 3국과 폴란드 일부 지역 내지는 핀란드 지배에 까지 나서게 된다면 독일의 재무장을 초래하고 이런 상황임에도 미국이 참전하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었는데요. 과연 나토 동맹국에 의한 공격이 유럽 동맹군의 참전으로 이뤄질지는 자이한이 이미 말한대로 러시아가 폴란드를 차지하려고 든다면 폴란드 스스로는 적지 않은 기간동안 게릴라전을 펼쳐야 한다는 점을 들어 유럽이 대 러시아 단일대오에 설지는 반 정도의 의문을 갖게 됩니다.

대충 짐작하시겠지만, 글의 얼마간 내용을 보더라도 자이한의 여기 이 책은 꽤 도발적입니다. 미국의 영향력 축소가 3지역의 큰 전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단언하는 것은 단순히 현실주의적 시각을 넘어 음울하기까지 합니다. 여기에다 전세계적으로 이미 노동층의 심각한 인구 감소와 이런 이유로 시장 붕괴의 시나리오까지 얻게 될 수 있는 산업국가들이 존재할 수도 있다고 그는 보고 있습니다. 사실상 그의 이런 이해와 분석은 미국이 계속 앞으로 패권국으로 남을 이유로도 분명해 보이는데요. 만약 그렇다면 우리와 같은 중견 국가들은 자국책을 찾아야만 하는지 그게 불가능하다면 국제 무대에서 어떠한 방법을 모색해야 하는지 일단 많은 이론적이고 외교적 노력들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뭔가 잡음이 있더라도 한미 동맹이 유지되는 것은 국익에 이로운 일이나 마찬가지로 일본이 과하게 중국을 도발하여 미국이 개입하거나 이로인해 대 중국 봉쇄 동맹이 연결되어야만 하는지는 또 다른 문제이기도 합니다. 확실히 트럼프의 미국은 그 불안정성이 지대하다고 봐야하는데 이 점과 관련해서도 자이한은 미국의 포퓰리즘 시대에 들어섰다고 보는 등의 기존의 엘리트들이 민주주의에 대해 회의를 보이는 것과 비슷한 관점이 보여 이 점도 매우 불편했습니다. 국제 정치와 외교 문제에 관한 전문가가 이나라 일반적인 독자들이 이 책을 어떻게 보고 받아들일지는 예상하기 어려운 부분이나 분명히 해석 수단으로서도 자이한의 논리는 과한 부분이 있습니다. 과거 냉전 시기의 미국 역할론에 대한 향수를 갖고 있는 사람들도 분명 많고, 베트남과 쿠바를 논하지 않더라도 니카라과와 파나마, 그레나다에 있었던 미국의 행적을 눈감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런면에서 자이한은 미국 없는 세계의 묵시록으로 그려내고 있는데 전부 일독을 마친 저로서는 모든 것을 동의하기는 어려웠습니다. 한편으론 캐나다 앨버타에 대한 그의 집착은 꽤 귀엽기까지 했는데요. 국제 정치에 대한 여러 시각들 가운데 이런 부분도 있을 수 있다는 관점으로 타협하시고 보면 흥미로운 것들도 확실히 있어 보입니다. 그래서 이쯤에 글은 적당히 써야하는 압박이 있어서 이 정도로 마치겠습니다.

‘본문 번역 중에 ‘빡세게’라는 표현이 있던데, 제가 국어 사용의 엄숙주의자는 아니지만 문어체에 다른 표현도 많은데 굳이 일상 대화에서나 쓰일법한 빡세게라는 식으로 했어야 했는지 의문입니다. 이춘근 교수가 서문에 역자가 이 책을 상쾌, 통쾌해 했다고 언급하는데 서평을 쓰고 나서 원서를 주문해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이 점은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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