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국 정치와 동아시아 외교정책
서정건.유성진.이재묵 지음 / 경희대학교출판문화원(경희대학교출판부) / 2017년 3월
평점 :
미국 정치 과정의 연구 및 동시에 미국 외교 행위 과정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국에 의한 한국, 중국, 일본과의 외교 관계를 짚어보고자 하는 목적으로 한국정당학회에서 주관하고 경희대학교 출판 문화원에서 2017년 출판한 일종의 연구 논문집인데요. 집필진으로는 서정건, 유성진, 이재묵이고 모두 정치외교학을 전공한 연구자이기도 합니다. 아마도 이 책의 주된 출판 목적은 2016년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과 함께 앞으로 동아시아지역내의 미국 외교정책이 이전과는 다른 어떤 변화된 점이 있을지 진단하려는 시도로 보입니다. 당시까지만 해도 북한 핵문제가 차기 미국 행정부의 지대한 관심사이자 해결이 시급한 사안이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결말의 6장을 비롯한 총 6개의 논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근래의 미국 정치외교 과정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씽크탱크와 미국 의회지도자들 및 각 행정부의 외교관련 관료들을 독자들이 알기 쉽게 이념과 당적, 정치관 등을 잘 분류해 일반 독자들이 보기에도 관련 부분에 있어서 비교적 상세한 이해를 돕고 있는 점은 다른 여타 국제정치학 및 외교 논점을 담고 있는 글들과는 다른 차별화 된 유익한 점이라 생각됩니다. 그런 점에서 1장과 2장은 국제정치학의 이론과 전통적인 미국 외교 정책을 잘 비교해 우리가 미국 외교정책에 대한 이론적 근거를 살펴볼 수 있게 해주고 있습니다. 사실 그동안 한미 관계가 1950년 한국 전쟁에 대한 군사 원조 및 경제적 원조를 미국이 지원함으로써 전통적으로 후견-피후견 관계로 알게모르게 고착화 되었는데, 이 점의 반증 논리로 5장에서는 “미국의 주요 정치 엘리트들이 한반도를 미국의 국익을 수호하는데 있어 주요하게 받아들인다는 사실은 최근 시카고국제문제협회가 조사한 엘리트 의견 조사에 경험적으로 뒷받침된다.”고 밝혀내고 있습니다. 이것은 “공화당과 민주당 행정부의 지도자들이 미국의 안보를 가장 먼저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에서 과거 냉전 시기의 일본이 갖는 미국의 안보적 특수성과 오늘날 G2 시대에 중국 부상과 관련해서도 미국에게 일본은 이러한 안보 지렛대를 제공하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더욱이 동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이 일본의 위치는 미국의 아시아 동맹의 핵심축 (linchpin) 이라고 여기며, 미국의 관료와 지도자들이 앞으로 한미일 삼각 동맹을 원하는 것은 바로 미국의 안보와 경제 및 지역 균형 정책에 바로 자신들의 이익이 달려 있기 때문일 겁니다.
미국은 닉슨 행정부 이후로 헨리 키신저의 주도아래 특히 현실주의적 입장을 근 20여년 동안 유지시켜 왔습니다. 그 이전에는 자유주의적 국제주의가 미국 외교 정책의 기조였으나, 때로는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세계 확대를 기조로 삼는 민주평화론자들과 신보수주의자들 (네오콘)이 있었고, 고립과 개입을 넘나드는 잭슨주의자들과 과격한 윌슨주의자 등 굳이 이념과 이론으로 분류를 하자면 위와 같지만. 근래 출현한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가 완전하게 새삼스러운 이론적 틀이 아니라 원래부터 미국이라는 국가가 세계 패권과는 상관없이 자국이해적인 측면이 원래 강했고, 많은 국제정치학자들이 현실의 국제 무대에서 자국의 이익을 위해 추동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인데, 아직도 국제정치가 얼마간의 온정주의가 바탕이 된 낭만적이고 이상의 사고로 해석하는 것은 그 자체로 불행한 일이 아닌가 판단해 봅니다.
사실 이 책의 가장 큰 핵심은 “미국 외교 정책 결정 과정에서 대통령과 정당, 이익 집단 등 중 국내적 정치적 행위자들의 선호가 어떻게 구성되는지가 매우 중요하다”는 점인데요. 국제 정치 무대에서 안보를 비롯한 세계 질서 유지라는 조정자로서의 미국의 존재는 특히 군사동맹에 의거 일정 부분 안보를 의지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매우 중요한 문제일 것입니다. 저는 그래서 이러한 미국의 외교 정책 추동의 요인들에 대해 정말로 막대한 연구 자금을 들여서라도 투입해야만하며, 국제정치학자인 존 미어샤이머가 강하게 비판한 ‘미국 의회에 대한 이스라엘 로비’ 수준이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대미 지렛대가 될만한 수단들을 갖춰 놓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위와 같은 측면에서 오늘날에도 일본이 대미 종속이 심화되고 있고, (실체가 있는지 없는 모를) 대일본 중국 위협 상쇄를 위해 일본이 러시아와 가까워지려고 한다면 미국이 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이 글에서의 판단은 국가의 외교에서 얼마만큼 다른 대안을 만들어내고 비편향적인 수단들을 갖춰내는 것이 왜 중요한지 알게 해줍니다.
그리고 더 엄밀히 분석한다면 과거의 미국이 자유주의적이고 민주주의적인 이상을 위해 마냥 국제 사회에 노력한 국가는 아니었습니다. 이란-콘트라 사건도 그렇고 파나마와 그레나다에 군대를 투입한 것이나 쿠바 피그만 침공 등 베트남과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의 군사작전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이익 여부에 따라 할일은 해왔던 국가입니다. 이것이 패권을 가진 국가의 자율성이라고 받아들여서는 안되며 오직 자국의 안마당과 지역내의 안보를 위해 수단을 동원한 것이죠.
끝으로 앞으로 작게는 동아시아 지역과 크게는 세계 안보에 있어서 크게 문제가 될 만한 사항은 북한 핵문제가 만약 이대로 해결이 가능하다면 순위에서 빠지게 되고, 이어 과거 지위를 회복하고 싶어하는 중국과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가 테러 단체에 탈취당할 위협이 높은 파키스탄의 정국 불안 가능성 정도 일겁니다. 저는 특히 파키스탄의 핵무기가 가장 위험하다고 생각하는데요. 테러 집단에 손쉬운 먹잇감이 될 수 있는 것이 이 파키스탄의 대량 살상 무기입니다. 이게 과연 막연한 기대감 말고 실제적인 관리가 될 것인지믄 앞으로 20여년 과정에서 면밀히 지켜봐야 되는 문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처럼 다른 일면으로 보면 소장 학자들이라고 봐도 무방한 이 연구가 진전된 논의를 독자들에게 제공한다는 점은 칭찬받을만한 부분이겠죠. 다만, 한가지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은 2016년 미국 대선을 트럼프와 샌더스 양 극단주의의 대결로 여기서는 이해하고 있었는데요. 크게 아쉬운 부분입니다. 포퓰리즘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만한 분들이 이런식으로 판단한 것은 다소 이해하기 힘든 부분입니다. 그리고 중간에 한미일 삼각 동맹과 관련해서도 너무 미국 쪽의 이해만을 받아들여 한일 양국간의 영토 및 역사문제를 가볍게 보는 것으로 여겨지는 점도 마찬가지로 뭔가 고민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