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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퇴근 후에 가본 곳은 경춘선 별내역 인근에 위치한 '지구별 헌책방'입니다.

저는 대중 교통을 이용해 방문을 했는데요. 이 별내역 근방은 저로서도 처음인 방문길이었습니다.





별내역에서 지도 어플의 정보대로 길을 따라 책방이 있는 모 오피스텔 건물에 도착을 했는데요. 책방은 오피스텔 상가 건물 2층에 위치해 있었고, 따로 이정표는 있지 않았습니다. 건물이 총 2개이니, 안쪽에 길을 따라 잘 찾아 들어오셔야 할 것 같습니다.




서가는 크게 4개 정도로 길게 놓여져 있었고요. 상당히 빽빽하게 책이 들어차 있었습니다. 사진에서 보이는 맨 왼쪽 서가에는 제법 오래된(1980년대) 책들이 있었고, 전체적으로 책 분류가 되어 있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매장 자체가 매우 깔끔한 공간이라 예전 헌책방 느낌은 들지 않았습니다.




이 사진은 입구 반대편에서 찍은 사진이고요. 대충 보시면 알겠지만 책들 대부분은 상태가 좋아보였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놀라운 점은 따로 가격 책정이 되어 있는 책을 제외하고는 권당 1천원으로 판매하고 계셨는데요. 이곳은 무인 헌책방이라 책을 고르고 나서 사장님의 계좌번호로 입금을 하시면 됩니다.




다른 블로거들의 책방 소개글로 보건대, 여기의 책들은 대부분 기증을 받은 것 같습니다. 다만, 이 책방이 있는 오피스텔이 신축 건물이고 상가 건물도 꽤나 규모가 있어 보여서 과연 월세 운영이 되실지 조금 걱정이 들었습니다. 더욱이 책도 권당 1천원에 판매하고 계셨으니까요.




이렇게 도합 8천원에 구매를 했는데요. 책방에는 이외에도 양질의 책들이 많으니 한번 들러보시길 바랍니다. 저에게는 열화당에서 나온 보들레르의 저 책이 득템이라고 할 수 있었는데요. 제인 오스틴의 노생거 사원도 꽤나 반가웠습니다. 저도 옛날 사람이라서 그런지 새로운 판형에 새로운 번역보다 이런 옛날 번역이 가끔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저 중에 우선 아니 에르노의 얇은 소설부터 읽어볼까 합니다. 그럼 헌책방 방문기는 이만 마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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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4-04-27 02: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별내역에도 헌책방이 있었네요.요즘 서울에도 헌책방이 많이 사라지는 추세인데 좋은 정보 감사드립니다^^

베터라이프 2024-04-27 14:55   좋아요 1 | URL
싸고 양질의 헌책을 다루는 책방이 많이 사라진건 사실이죠. 서울도 이제 헌책방 구경하기 어려운 도시가 된 것 같습니다.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호시우행 2024-04-28 06: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말만 들었던 그 헌책방이네요. 너무 멀어서 갈 엄두가 나지 않네요.

베터라이프 2024-04-28 14:40   좋아요 0 | URL
저도 집에서 좀 거리가 있는 곳이었는데 더 더워지기전에 가보자 했지요 ^^; 책값이 매우 저렴해서 그래도 가볼만한 곳이었습니다 ^^

호시우행 2024-04-28 15: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럼요. 가격은 가히.ㅎㅎ
 



영화 파묘가 일부 계층에게 있어 큰 반감을 일으키는 모양입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과거 일본 메이지 시대의 정한론(征韓論)은 그 시대의 일본 지식인들과 소위 천황주의자들을 대변했던 사상입니다. 저 천황이라는 단어는 입에 담기에도 역겨운 것이지만 글을 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미국 페리 제독의 흑선(黑船)에 의해 강제 개항을 당했던 일본은 꽤나 짧은 기간에 근대화를 이루게 됩니다. 아마도 그 자신감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당시 일본은 이웃 나라인 조선을 그토록이나 경멸하고 멸시하게 됩니다. 이는 중국 중심으로 돌아가던 동아시아 권력 지형을 거두고 자신들이 이제 아시아로 나아가야 한다고 저들은 조금씩 믿게 되었습니다.


당시는 서구 유럽의 제국주의가 전세계 바다와 땅을 유린하던 시기였습니다. 그런 제국주의를 견인했던 복합적인 측면의 근대화는 반대로 아시아인들에게는 크나큰 역사적 재앙이 되었습니다. 그것도 이웃인 일본 제국주의에 의해서 말이죠. 당시 일본에게는 대만의 점유와 더불어, 조선 반도를 침탈하는 것이 저들 말로는 자신들의 이익에 무조건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조선에 정치적으로 견고한 독립국이 유지되는 것은 전혀 바라지 않는 일이었죠. 더욱이 자신들의 왕을 소위 천황으로 받들면서 주변국의 전제 왕정은 사실상 일본의 지배에 걸림돌로 취급했습니다. 여기서 이토 히로부미를 비롯한 조슈 번의 대두까지 언급할 필요는 없겠지만 요시다 쇼인을 포함해, 그토록 정한론을 꺼내든 저들의 요구는 결국 우리에겐 비극적 현실이 되었습니다.


제가 굳이 정한론을 꺼내 들게 된 것은 우리 나라 저변에 깔려 있는 식민지 근대화론 같은 것들이 실상은 허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입니다. 일본이 자신들의 국익을 위해 조선을 먹어야겠다고 한 것인데, 그저 쌀 수탈을 비롯한 자원 수탈과 인력 송출을 위해 알량한 사회 기반 시설을 깔아 놓은 것이 과연 순수하게 조선을 위한 것이었을까요. 이 부분과 관련해 역사학자 알렉시스 더든은 과거 일본의 조선 지배를 "계몽적 통치"라는 말로 비꼬기까지 했습니다. 더욱이 이점은 일전에 영국이 인도에 사회 기반 시설을 어느 정도 구축한 사례와 더불어 이해해 볼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지난 조선이 1860년 이후의 그 귀중한 시간을 헛되이 써버린 것은 당시 정치 권력의 무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전제 왕권이 근본적으로 유지하고자 했던 점은 소수의 지배 계층이 향유하고 있던 권력의 독점이기도 했지요. 고종 시대를 뭔가 재조명하고 싶어했던 이태진 선생의 취지는 어느 정도 존중합니다만 지난날 우리의 양반님들은 자신들의 운명을 위해, 조선의 국왕과 체제 전반을 개혁하기 위한 진정한 시도를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지요. 주변의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는 체 말입니다.


양날의 보도처럼 현재 우리 나라에서 쓰이고 있는 것이 '반일주의'입니다. 우선 이 부분에 대해 언급하기 이전에, 현재 일본 대형 서점들 곳곳에는 '혐한(嫌韓)'을 주제로 한 책들이 아주 미친 듯이 팔리고 있습니다. 일본 출판계에서는 이미 혐한이 돈이 된다는 것을 아주 명확히 알고 있는데요. 그래서 소위 우리나라의 대형 언론사 몇 곳도 일본에서 현지어 서비스를 하며, 혐한의 유사한 형태로 아주 기깔나게 팔고 있는 실정입니다. 여기서 자세한 내용은 따로 담지 않겠습니다. 이 반일과 관련해 우리가 인지해야 되는 점은 과거 역사가 결코 청산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나라와 일본 양국에서 말입니다. 1945년 이후, 맥아더가 당시 USS 미주리호에서 일본의 항복을 받으면서 천황에 대한 일종의 양해 혹은 양보를 일본 측에 하게 됩니다. 요약하자면 노골적인 전쟁 책임을 천황에게 하지 않겠다, 뭐 이런 내용입니다. 여기에는 일본 천황제의 존속까지 포함해서 말입니다. 이것은 미국 측의 당면한 국익에 따라 당시 군부와 행정 권력이 서로 공감하고 동의했던 부분인데요. 냉엄하고 절차적인 국제적 전범 재판이 이뤄진 것이 아니라 이 비참한 전쟁이 여타 잡음과 갈등 없이 신속하게 끝나야만 하는 정치적 요구가 있었던 것이죠. 미국과 일본에서 말입니다. 


결국 일본 천황은 전쟁 범죄에 대해 면죄를 미국에 의해 확약받았고, 일본은 이러한 맥락의 왜곡된 전후 과정을 경험하고 나서, 추후에 이것이 자신들의 국가적 가치관과 역사를 보는 관점에 심각한 문제를 불러 일으키게 됩니다. 뭐 그것은 아주 '자의'에 가까운 의도로 말입니다. 특히 역사 문제에 대한 일본의 책임 있는 반성과 사과를 요구하는 주변국들에 대해선 오로지 국익을 방패 삼기도 합니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폭을 맞은 자신들도 알고 보면 전쟁의 피해자라면서 말입니다. 그런 연유 때문인지 당시 일본 지도층들은 아마 이런 말을 했다죠. "우리가 미국에게 진 것이지, 타이완과 조선, 중국에 진 것은 아니다." 제가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이 자들은 정말 치를 떨 정도로 역겹고 감히 인두겁을 쓴 사람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흡사 반일은 우리 나라에서 마법과 같은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요술봉과 같습니다. 일본에 대한 겸허한 역사적 반성과 사과를 요구하는 일반 시민들의 요구를 '좌파'로 매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까도 언급했다시피 일본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도 친일 청산 문제에 있어선 진정한 반성이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반민 특위는 차치하더라도 일본의 뿌리 깊은 잔재가 여전히 사회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지금도 곰곰히 생각해 보면, 불행한 우리 민족의 운명과 졸속으로 처리된 일본의 전쟁 책임,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일본 비판에 대한 목소리를 좌파로 몰고 가는 사람들이 여전히 사회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은 저의 마음을 너무나 저리게 만듭니다. 그런 연유에서 황현필 선생도 이와 같은 심정을 느끼셨을 것 같은데요. 과거 일본 제국이 이 땅에 저지른 수많은 만행과 그런 절망의 시대에서 자신의 알량한 이익을 살뜰히 챙기면서, 피땀 흘려 목숨을 바쳐 가며 조국 독립을 위해 싸운 선열들을 욕보이는 것은 물론 "나도 일본이 이렇게 일찍 패망할 지 몰랐단 말이다!"라는 지독한 변명으로 일관했던 자들의 민낯은 참으로 3월의 어느 날을, 처참한 기분에 빠지게 만듭니다. 최소한의 금도라는 것도 없는 자들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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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4-03-06 19: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베터님 책 외에 이런 글도 무척 잘 쓰시는 것 같아요. 밀린 글을 다 확인 못해서 이제서야 찾아 읽었습니다. 신문 사설 읽은 기분입니다^^ 어제 친구랑 파묘를 보고 왔어요. 너튜브에서 황현필 쌤 구독하고 있는데 등장인물들이 거의 다 독립운동가들 이름을 가지고 있다해서 궁금했거든요.

친일청산을 못한것이 두고두고 나라에 큰 걸림돌이네요.
그것 때문에 불필요한 이념 전쟁이 끝도없이 이어져 뉴스만 보면 답답합니다. 건국전쟁같은 영화도 분노를 일으키고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베터라이프 2024-03-06 23:26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미미님 ^^

너무 과찬을 해주셔서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ㅠㅠ 사실 이 글을 쓴 계기가 된 것이 미미님도 말씀해주셨지만 황현필 선생과 관련된 터무니 없는 비난 때문이었습니다. 영화 파묘도 일부 사람들에게 가당치 않은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하고요.

일전에 슬라보예 지젝이 그랬던가요. 하나의 사실을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비틀어서 아예 다른 측면의 주장으로 둔갑시키는 것이 도널드 트럼프가 등장하고 나서 새롭게 발견된 요즘의 신기한 현상이라고 말이죠.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
 



우연히 검색을 통해 발견한 헌책방이었습니다. 알고 보니까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서울책보고'에도 참여하고 있는 책방이었습니다.





대중 교통 이용시, 지하철 7호선 공릉역에서 찾아가시면 됩니다.





책방 입구입니다. 지하로 내려가시면 됩니다.




바로 입구에서 찍은 모습니다. 이 책방은 주로 만화 도서와 판타지 및 무협 소설을 대량으로 소장하고 있었습니다. 




헌책방 치고는 책 분류가 잘 되어 있었습니다.




보자마자 반가웠던 이디스 워튼입니다. 구매할까 잠시 고민해 봤네요.




이렇게 도합 5권을 구입했습니다. 총 16500원이었습니다. 잠깐 다녀온 소감을 말씀드리자면 이 책방은 주로 만화와 책대여점에서 주로 보이던 무협과 판타지 소설을 취급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일반 도서들의 장서 보유는 상대적으로 적었습니다. 다만 책들은 대부분 상태가 괜찮아 보였습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단편집입니다. 1998년 초판입니다. 저렇게 띠지까지 온전해서 신기했습니다.



프랑수아즈 사강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입니다. 여백에서 나온 2007년판입니다. 이미 민음사에서 개정판이 나와 인기를 끌고 있지요.




소위 문제적 작가로 불리는 미셸 우엘벡입니다. 플랫폼이라는 장편이고 2002년 초판입니다. 마찬가지로 이 작품도 동 출판사에서 개정판이 출간되었습니다. 조금 훑어 보았는데 묘하게 흡인력이 있더군요.



의외로 좋은 평가를 받았던 페터 슈미트의 장편입니다. 2005년 6쇄였습니다.




선물용으로 구입한 이해인 시집입니다. 2009년 20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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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4-01-25 10: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책 많은데>표지판을 보면 그냥 지나치기 힘들겠어요 귀여운 표현ㅎㅎㅎ 무협말씀하시니 상태좋은 묵향이 있나 궁금하군요ㅎㅎ 저는 중고책방에서 찾을 목록들을 늘려가는 중입니다. ^^

베터라이프 2024-01-25 10:58   좋아요 1 | URL
워낙 무협과 판타지를 많이 보유하고 있던 책방이었습니다. 그래서 아마도 찾으시는
묵향이 분명 있을 것 같습니다 ^^ 왜냐하면 여기 소개되어 있는 유튜브에 만화 희귀판 구하는 분들이 여기서 애타게 구하던 책을 발견하는 모양입니다. 한번 나중에 내방해보세요~ 책방 이름도 정겹고 좋은데 사장님들도 매우 친절하셨어요 ^^

추풍오장원 2024-01-29 20: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중고책방에서 하루종일 시간 보내며 살고 싶습니다 ㅎㅎ

베터라이프 2024-01-30 07:07   좋아요 0 | URL
이런 책방의 묘미는 곳곳에 숨어있는 좋은 책이죠 ^^ 주말에 시간 계산 안하고 박혀 있기 딱입니다 ^^
 



회사에서 퇴근해 바로 지하철에 몸을 실었습니다. 서울의 극서라고 볼 수 있는 신월동이 목적지였는데요. 지하철 5호선 신정역 인근에 위치한 헌책방이었습니다.






헌책방 입구 근처에 도착해서 찍은 사진입니다. 책 구매와 판매를 무게로 한다는 문구가 인상적 입니다.





모두 합쳐 9600원에 구매를 했는데요. 일반적인 중고 서점에 비하면 너무나 저렴한 가격에 구입을 할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1kg당 3000원으로 책정되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움직이는 책의 1999년 초판 맨스필드 파크였습니다. 눈에 보이자 마자 바로 챙겼습니다.





이미 열린책들에서 꽤 많이 판매한 E, M, 포스터의 전망 좋은 방입니다. 이번에 발견한 판본은 동문사 판인데, 알라딘 서점에서 정확한 서지 정보가 나오지 않더군요. 1992년 판입니다.




저명한 스릴러 문학의 대가 마이클 크라이튼, 시드니 셀던과 비견된다는 딘 R. 쿤츠의 섀도파이어도 발견했는데요. 밤에 시간 때우기 목적으로 한번 읽어볼까 싶어 구입했습니다. 1994년 호암출판사 판입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오늘 저녁에 약속이 있어서 책방에 오래 머무를 수가 없었습니다. 꼼꼼한 사장님의 손길 때문인지 각 서가에는 꽤 분류가 되어 책들이 꽂혀 있었는데요. 나중에 한 번 더 시간을 내어 방문을 해보려고 합니다. 책값이 너무나 저렴해 개인적으로 정말 마음에 들었던 헌책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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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4-01-12 05: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유익한 정보네요.

베터라이프 2024-01-12 15:11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

청아 2024-01-12 17: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무게로 책을 판매한다니 고급정보군요! 베터님 즐거우셨겠어요^^ 절판되어 구하지 못했던 책이 있는지 전화해봐야겠습니다.

<전망좋은 방>좋아하는 소설입니다. 영화까지 찾아봤었어요. 저도 새책보다는 중고책을, 중고책보단 도서관을 이용하는 한해를 보내고싶어요.

베터라이프 2024-01-12 19:02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미미님 ^^ 책방에 찾아가기 좀 난해했지만 가보니까 꽤 좋은 책들이 많았습니다 ^^ 이만하면 책값도 저렴하고 집이 가까웠으면 매일 갔을지도 모르겠습니다 ^^;

요즘 케인스 평전을 읽다보니 블룸스버리 그룹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네요. E. M 포스터도 버지니아 울프 만큼은 아니지만 그 그룹에 관여되어 있더라구요. 우연히 그의 책을 구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 미미님도 부디 천운으로 득템하시길 바랍니다 ㅋㅋ
 




김성수 감독의 이 영화가 곧 개봉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저는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그래서 퇴근 길에 집 인근, 조용한 상영관을 골라 이 영화를 관람했습니다.


"각하의 혁명이 꼭 성공할 줄 알았고 그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는 극중 전두광의 발언은 마치, 국가를 보위하는 군인으로서의 모습이 아니라, 마땅히 이 땅의 소위 군부 엘리트들이 다른 누구보다 권력을 쥘 자격이 있다는 식으로 저에게는 들렸습니다. 흡사 국가의 위기는 선택 받은 군인들인 오직 자신들이 해결할 수 있다는 식의 해석 말입니다.


지금의 시진핑이 자신의 권력 유지를 위해, 중국 인민 해방군을 실제로 통제하고 있듯, 과거 박정희 대통령에게는 종신 집권의 욕망과 더불어, 권력 유지를 위해 무엇보다 군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확신했을 겁니다. 이런 맥락에서, 과거 육군의 사조직인 '하나회'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나라가 남과 북으로 분단 되어 있는 상황에서, 박정희 대통령이 집권하고 있는 시기에 적지 않은 국민들이 안보와 평화를 위해 군 엘리트들이 어느 정도 정치 권력을 통제하는 것이 아직 필요하다고 여겼을 수도 있을 텐데요. 어차피 이 시기는 우리 나라가 엄연히 민주주의 국가로 볼 수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먹고 사는 문제, 즉 더 이상 배를 곯지 않고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국가를 위해, 아직은 이 땅에 민주주의는 필요하지 않다는 주장들이 당시에도 여전했고, 박정희 정권의 실체가 알려진 지금에야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미 많은 국민들이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지만 권력은 사실, 국민과는 별 관련이 없는 어떤 무언가이기도 했습니다.


극에서 그려지고 있는 전두광의 카리스마와 함께 그의 권력욕은 정말 어떻게 보면 역겨울 정도였는데요. 마찬가지로 시사회에서 이 작품을 본 많은 분들이 "너무 극에 몰입이 되어, 여기서 나타나는 군의 요직에 있는 자들에 대해 분노가 치민다"는 후기가 여럿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모두 국가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국가 권력을 '탈취'하기에 이릅니다. 다만 여기에서 입체적으로 묘사되고 있는 전두광은 단순히 권력에 미친 인간은 아닌 것이, 자신을 저지하기 위해 이태신 장군이 직접 행동에 나서는 걸 보고, "저 자는 명분을 갖고 행동하고 있다" 판단하기도 합니다. 그런 면에서 고도화 된 훈련과 교육을 받고 군내 사조직까지 결성한 이 정치 군인들이 단순히 권력에 미친 집단이라고 호도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또한 하나회 조직 내의 숱한 대령들에게 전두광이 일갈하면서, "너희들도 별을 달아야지"라고 그 욕망을 부추기는 화법은 당시 군 조직에 '이태신'과 같은 정상적인 군인들이 희박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반증이라고 해석되는데요. 국가의 안보와 국민의 안정적인 생업을 지키기 위해 그 자리에 있는 자들이 결국 사욕을 채우기 위해 불법적으로 군대를 움직였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도 권력은 면밀히 관리되고 통제되어야만 한다는 금언을 다시금 떠올리게 됩니다.


영화가 끝나고, 군대를 다녀오신 분들이라면 익숙할 수밖에 없는 어느 군가가 새롭게 어레인지 되어 흘러나올 때, 서서히 긴 크레딧이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이때 같은 공간에서 영화를 봤던 많은 분들이 좀체 그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여느 영화의 마지막과는 확연히 다른 오랜 침묵과 무거운 분위기가 극장 전체를 잠식하는 듯 보였습니다. 저 역시 가슴 한구석이 너무나 답답했고 영화에서 읊어지던 전두광의 진정 역겨운 나레이션들이 쉽사리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었는데요. 김성수 감독의 연출은 이만큼 나무랄 데가 없었고,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도 아주 명확히 이해되었습니다. 그럼 여기서 다시 한 번 되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과연 우리는 이렇게 힘겹게 쟁취한 민주주의를 지켜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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