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전직 언론인이자 전 정권의 고위 관료였던 인물이 자택에서 체포를 당했습니다. 이 사람은 기사에서, 그동안 6차례의 경찰 출석 요구에 불응한 것으로 나왔고, 그로인해 법원에서 체포영장이 발부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의 다른 혐의도 수사중이거나 곧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아는데요. 그런 것들은 차치하고 최근 대통령 선거에서, 그의 정치적 발언으로 인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위반했다는 취지로 더불어민주당 소속 과방위 위원들이 고발했던 점이 이번에 수사가 되면서 이어진 일로 위 사건을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예전에 독서 모임에서 만난 어느 국회의원 비서관 분과의 몇가지 대화가 떠오릅니다. 그는 국민의힘이 새누리당이던 당시, 모 의원의 비서관을 하고 있던 분이었는데요. 자신이 생각하기에 국회의원을 비롯, 소위 고위 공무원들, 법조인들에 대한 가장 큰 문제를 거론하면서, "다른 사람들에 비해, 사회에 의미있는 일을 하고 있고 직무가 크다고 볼 수 있는데 사사건건 법에 휘둘려서는 안된다. 아무리 법이라고 할지라도 사람의 사회적 지위와 신분에 따른 고려가 필요하다."는 식의 '들은 얘기'를 이야기해 주더군요. 저는 앞선 제목처럼 이 '법의 지배'가 민주주의를 뒷받침하는 아주 중요한 토대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소위 잘나가는 양반들이 (물론 일부겠지만) 저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에 무척이나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제가 고위 공무원이나 요직의 법조인들, 혹은 정치인들의 생리를 전부 아는 것은 아니지만, 인간의 사고 과정과 인식의 범위 자체 뿐만 아니라, 소위 '특권'으로 읽혀질 수 있는 문제 의식에 있어 아무런 죄의식이 없다는 것은 엘리트들의 도덕적 기준 및 법의 평등이라는 관념에 대해, 심각할 정도로 문제가 많다는 점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과거 존 듀이는 시민 각자가 '정치적 분별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크리스토퍼 래쉬 또한 시민들이 분별에 대한 확고한 이해를 갖고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얼마전에 읽은 지그문트 바우만이 인용하던 크리스토퍼 래쉬의 사례가 문득 떠오릅니다. 사실 저는 도널드 트럼프의 등장 시점부터, 포퓰리즘이 어떤 정치인의 이익을 대변하는 사조로 자리매김하면서, 극단의 정치가 암세포처럼 자양분을 얻기 시작했다고 생각합니다. 마누엘 카스텔이 예견했던 '온라인의 혁명'이 정치적 발전에 기여했던 것이 아니라, 결국엔 사익 추구로 귀결되었다는 점에서 우리 정치의 음울한 추락을 느끼게 만듭니다. 이런 과정에서 자신들의 발언을 쏟아낼 수 있는 매체들이 기술적으로도 발전했고 심지어 이를 기반으로 경제적 이익 추구가 가능하게 됩니다. 마크 트웨인이 자신의 짧은 단편을 통해, 껍데기에 불과한 목소리로 사람들을 자신의 의도대로 움직이는 정치 혹은 사회 전반을 냉소했던 장면도 떠오르는데요. 어떠한 왜곡된 '스피커'를 사회의 정화작용으로 마땅히 도태시키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발언과 심지어 그 사람의 경제적 이익까지 챙겨주며, 그의 뒤를 봐주는 '분별력을 잃은'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점은 그만큼 이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정치적 위기'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앞선 그 사람은 자신의 '예의 발언'이 표현의 자유라고 여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 개인의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에 있어 매우 중요하죠. 표현의 자유가 없는 사회는 그야말로 죽은 사회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다만, 그의 표현이 법이 인정한 '제한과 의무'에 저촉되지 않는지, 한 개인의 위치로서가 아니라, 그가 맡고 있는 직위에 따른 '제한과 의무' 범위에 문제가 있었는지 아니었는지, 이를 법적으로 판단해 보는 것은 체제의 안위와 정치의 온전을 위한 그 대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반 법정에서 판사가 자리에 들어설 때, 법정의 모든 사람들이 몸을 일으켜 판사의 위치를 확인하는 것이나, 그의 말에 경청하고 그가 조직하는 법정에 기꺼이 수복하려고 하는 것은 그가 단순한 인간이 아니라, 민주주의와 법의 공정한 대리를 맡고 있는 '대리인'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판사가 심리하는 법정의 판단을 그 고위직도 아무런 사심없이 응할 의무가 있으며, 이것은 시민의 의무이자, 그야말로 법의 평등을 존중하는 자신의 마음을 증명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저는 정치의 범위 안에서 벌어진 일들은 왠만하면 정치의 수단으로 해결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하지만 때론 정치의 과정 속에서 일어난 일들은 무엇보다 시민들이 아닌 당사자들의 의견에 따라, 법의 판단을 받게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그 정치적 당사자들이 시민들을 대변한다는 점에서 아주 무관하다고 볼 수는 없을 겁니다. 또한, 정치에 속한 인사들이 정치적 이익과 경제적 이익 두 양자를 엄격히 분리하고, 도덕적으로 관리하거나, 스스로 그 양자가 협력하게 되는 일은 지양해야 했으나, 실상은 이 모든것이 권력의 행태로 변질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면에서 법의 판단은 더 가혹해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심각한 정치적 대결구도에서 프로야구 선수들의 '동업자 의식'처럼 그러한 동조 의식이 결여된, 작금의 정치 무대는 그야말로 정치적 독립이 흔들리는 양상으로 자초하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보다 이 당사자들에 의해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