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함께 글을 작성할 수 있는 카테고리입니다. 이 카테고리에 글쓰기

직지심체요절 : 금속 활자로 찍은 가장 오래된 책 신나는 교과연계 체험학습 8
김홍영.라경준 지음, 최준규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직지심체요절)이 본래 이름인 '직지(直指)'는 사람의 마음을 곧바로 가리킨다는 의미의 직지인심(直指人心)의 줄임말이다. 백운화상(白雲和尙;1299 -1373)'직지'를 쓴 승려이고 초록(抄錄)이란 중요 부분만을 기록했다는 의미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백운화상의 가르침을 달잠과 석찬이라는 두 제가 승려가 금속활자로 찍은 것이다. '직지'1377년 흥덕사라는 사찰에서 찍어낸 금속활자본이다. 이는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이다.

 

200194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다. 학자들은 언어, , 금속활자, 컴퓨터의 사용 등을 4대 정보혁명으로 꼽는다.

 

이를 감안하면 '직지'의 가치는 가벼운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런데 현재 '직지'는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있다.(상하 두권으로 되었는데 상권은 전해지지 않고 하권은 표지와 첫째 장이 소실된 채 프랑스 국립도서관 동양문헌실에 보관되어 있다.)

 

'직지'를 프랑스로 가져간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은 1800년대 말에서 1900년대 초에 우리나라에 머물렀던 프랑스 외교관 플랑시이다. 고종황제나 대신들로부터 선물로 받았을 수도 있고 길거리에서 우연히 손에 넣었을 수도 있다.

 

'직지'의 마지막 부분에 이런 내용이 있다."승고선사는 항상 여러 사람들에게 권하기를 <불법을 배우려 하지 말라. 다만 스스로 깨우치려고 노력해라. 슬기로운 사람은 한나절만에 해탈할 것이며 어리석은 사람도 3년이나 5년만에 해탈할 것이나 아무리 길어도 10년을 넘기지 않을 것>이라 했다."

 

직지 편찬의 동기는 분명하지 않지만 왕실과 결탁해 돈과 명예만을 좇는 불교계를 개혁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볼 수 있다. '직지'의 닥나무로 만든 전통 한지에 인쇄되었다. 황백, 치자 즙 등으로 염색해 썩지 않게 한 것도 특징 중 하나이다.

 

구멍을 다섯 개 뚫어 붉은 실로 묶은 '직지'의 제본 방식을 오침안정법이라 한다.(중국과 일본은 사침안정법이다.)

 

'직지'가 공식적으로 세상에 소개된 것은 1972년이다. 박병선 박사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 박 박사는 '직지'가 목판본이 아닌 활자본임을 밝혀냈다. 활자본은 삐뚤어진 글자들이 있고 글자가 시커멓거나 흐리고 아래, 위가 뒤집힌 글자가 있다. 또한 다른 면에 똑같은 모양의 글자가 있다.

 

금속 활자는 나뭇결이나 칼자국이 없고 글자의 획에 기포 흔적과 티가 있다. 1968년 프랑스 국립 박물관에서 일하면서 '직지'를 발견한 박 박사는 1972년 세계 도서의 해 전시회에 '직지'를 출품해 전 세계에 알렸다.

 

'직지'는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본보다 70년이나 앞선 책이다. '직지'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이 된 것은 200194일이고 94일이 '직지의 날'로 선정된 것은 2003년이다. 금속 활자 시대 이전에 필사 시대가 있었다. 필사 시대 이후 목판 인쇄술 시대가 열렸고 그 이후 금속 활자본 시대가 열렸다.

 

목판 인쇄술은 나무판에 글자를 새겨 먹물을 발라 종이에 찍는 방식의 인쇄술이다.(팔만대장경은 대표적인 목판인쇄본이다.) 나무판에 전체 내용을 새기는 목판 인쇄술은 책이 달라지면 판을 새로 짜야 했기에 힘이 많이 들고 보관에도 어려움이 큰 단점이 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글자를 한 자씩 따로 만드는 활자 인쇄술이다. 활자 만들기는 까다로운 반면 만들기에 성공하면 필요한 책을 마음대로 찍어낼 수 있는 장점을 가졌다. 목판 인쇄술은 700년경 중국에서 처음 발명되었지만 가장 오래된 목판 인쇄본은 신라시대인 751년경에 인쇄된 우리나라의 '무구정광 대다라니경'이다.

 

가장 오래된 목판인쇄본인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이 불교의 경전을 담았듯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인 '직지'는 선사의 가르침을 담았다. 조선 시대는 금속활자 인쇄술의 전성기였다. 금속활자로 글자를 인쇄하려면 필요한 것들이 있다. 종이의 대량 생산, 활자 인쇄에 필요한 기름기 먹물, 금속을 다루는 기술 등이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금속을 다루는 기술이다.

 

금속 활자 제조에는 놀라운 비밀이 있다. 바로 밀랍이다. 밀랍은 꿀벌이 벌집을 만들기 위해 내는 물질인데 이것을 솥에 넣어 끓인 후 찌꺼기를 걸러내면 밀랍을 얻을 수 있다. 밀랍은 굳어 있어도 딱딱하지 않아 세밀한 글자를 새기는데 유용하다. 밀랍으로 만든 글자를 고운 황토로 싸서 불에 구우면 밀랍은 녹아서 나오고 밀랍이 있던 자리는 텅 빈 상태가 된다.

 

그 빈 곳에 쇳물을 부으면 안에서 금속활자가 만들어진다. 쇳물이 식으면 흙을 부수고 금속활자들을 떼어내 다듬으면 된다. 우리나라와 독일의 금속활자 인쇄술에는 큰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는 활자 위에 종이를 덮고 문질러서 찍었고 독일은 인쇄기로 종이를 강하게 찍었다.

 

우리나라의 종이(한지)는 얇아 인쇄기로 강하게 누를 필요가 없었던 반면 독일은 양가죽을 두드려 만든 양피지나 두꺼운 종이였기에 강하게 눌러 찍어야 했다. 우리나라는 책을 지식전달의 수단으로 보았는데 비해 독일은 상품으로 보았다는 차이도 있다.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보고서는 성경을 비롯햐 종교 서적, 로마시대의 고전문학 등과 함께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로 인쇄된 주요 성과들이다.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은 16세기 초에 일어난 종교개혁에 큰 영향을 미쳤다.

 

우리나라에 목판인쇄술을 전한 중국은 인구가 많아 같은 내용이라도 많이 인쇄해야 했다. 그래서 한 번 새긴 목판으로 계속 찍어내는 목판인쇄술을 선호했다. 일본은 1592년 전쟁(임진왜란)을 일으켜 우리의 금속활자를 빼앗아 가 많은 책을 찍었다.

 

1925년 토마스 카터가 쓴 책에 의하면 종이 만드는 법과 목판 인쇄술이 중국에서 유럽으로 전해졌다. 구텐베르크는 동서양의 물건들이 모이는 프랑스의 도시인 스트라스부르에서 10년 동안 금은 세공술을 익힌 뒤 고향인 독일 마인츠로 돌아가 곧바로 금속활자를 발명했다.

 

'직지'는 청주 흥덕사에서 인쇄되었다. 현재 이를 기념하기 위해 흥덕사 옆에 청주 고인쇄 박물관이 세워졌다. 1985년 흥덕사 터가 발견된 덕이다. 청주 고인쇄 박물관은 인쇄문화 전문 박물관이다. 서양의 인쇄문화 구역에는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와 인쇄기, '42행 성경'이 전시되어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전의 힘, 그 역사를 읽다 - 동양과 서양을 만들어온
김월회.안재원 지음 / 현암사 / 201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전(古典)은 익히 알고 있지만 제대로 읽은 바는 별로 없는 책이다. 읽어야 한다는 또는 알아야 한다는 당위적 차원에서 접근하지만 읽어내기도 쉽지 않고 현재적 의미를 찾기도 어려워 지지부진하게 되기 쉽다.

 

김월회, 안재원 교수의 고전의 힘, 그 역사를 읽다는 고전 해설서가 아닌 동서양 고전들이 걸어온 길과 역사적 배경을 밝힌 책이다. 한 권의 책이 어떤 과정을 거쳐 고전이 되었고 어떻게 생성, 변화했는지, 그 책들로 인해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등을 조명한 책이다.

 

이 세상에 당연한 것, 원래 그런 것은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고전도 생성, 변화를 겪을 수 밖에 없다는 말이 가능하다. 즉 고전에도 역사가 있는 것이다. 책은 두 파트로 나뉜다. 1부 동양편, 2부 서양편이다.

 

당연히 개별 고전을 해설한 책이 아니기에 세부 제목들이 구체적이다. 가령 삶터의 벗으로서의 고전, 모난 책의 굴곡진 운명 박해 받은 책들의 운명, 인문적 시민사회와 고전(이상 동양편), 고전의 탄생, 나는 누구인가, 책들이 동쪽으로 간 까닭은?, 고전, 어떻게 읽을 것인가, 왜 고전인가?(이상 서양편) 등이다.

 

경전(經典)의 경()이란 단어는 원래 날줄을 의미했다. 베를 짤 때 기준이 되는 세로로 설치된 줄을 의미했던 것이다. 경은 이 밖에 경로를 의미하기도 한다. 지침이 되는 길이라는 의미로 읽을 수 있다.

 

1부 필자인 김월회 교수는 경이란 글자가 처음 생길 때부터 섬김의 대상이었던 것은 아니라는 말을 한다.(15 페이지) 이 사실만 보더라도 모든 것에는 역사(기원)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전국 시대 사람들은 훗날 유교 경전이 되는 서적들만 경이라고 본 것이 아니라 다른 학파의 책들도 경이라고 불렀다. 김월회 교수는 경이란 글자가 새겨진 죽간이나 목간을 끈으로 엮은 물건 즉 서적 일반을 가리켰을 수 있다는 말을 한다.(16 페이지)

 

경전이 섬김의 대상이 되었을 때 내 삶이 육경(六經)의 주석(註釋)이라는 극단의 생각까지 등장했다. 이를 종경(宗經)이라 한다. 흥미롭게도 공자는 경전을 종주(宗主)로 받들어 섬겨야 할 대상으로 설정한 적이 없었고 유어예(遊於禮)라는 말을 통해 알 수 있듯 경전을 노닒의 대상으로 삼았다.(23 페이지)는 사실도 흥미롭다. 이 유희 정신은 이문회우(以文會友) 즉 고전에서 한가로이 노닐면서 삶의 벗이 되는 고전의 의미로 수렴되는 말이다.(25 페이지)

 

양명학자들은 경전에 대한 권위를 인정하지 않았다.(39 페이지) 그들에게 마음은 그저 갖은 감정과 욕망으로 가득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천리(天理)가 깃들어 있는 것 즉 문자로 된 경전보다 더 순전한 경전이었다.(38 페이지)

 

고전 해석은 곧 권력이었다. ()을 건국한 고조 유방(劉邦)은 유맹(流氓) 즉 깡패 출신이었다. 그런 그는 입만 열면 시경’, ‘서경등을 운운하던 육가(陸賈)에게 말 위에서 천하를 얻은 자신에게 어찌 시경’, ‘서경을 받들라고 하냐며 힐난했다. 이에 육가는 말 위에서 천하를 얻을 수는 있어도 말 위에서 천하를 다스릴 수 있겠습니까?란 말을 했다.(54 페이지)

 

주자학(朱子學) 역시 사학(邪學) 또는 위학(僞學)으로 규정되기도 했다. 주희가 새로운 경전 체계를 들고나왔기 때문이다. 물론 성리학은 원나라 시기에 이르러 제국 최고의 통치 이념이 되었다.(65 페이지)

 

조선과 중국의 차이도 눈여겨 볼 만하다. 조선의 지배 계층은 양명학이란 유가의 새로운 해석을 사농공상의 신분체계에 균열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삿된 학문으로 몰고 갔지만 중국은 이념 차원에서는 열려 있는 태도를 취했다. 이는 그 넓은 지역을 오랜 세월 아우르며 제국의 역사를 만드는 데 중요한 발판이 되었다.(76 페이지)

 

고전은 이런 중국의 역사를 창출해낸 배후였다. 상극을 융합하고 모순을 품으며 이단을 껴안는 일은 매번 고전의 재해석을 통해 수행되었다.(77 페이지)

 

김월회 교수는 묵자맹자의 굴곡진 운명을 예로 들며 한 번 고전은 영원한 고전이란 등식은 없고 탄생시부터 고전인 텍스트가 존재하는 것도 아니며 작정하고 훌륭한 책을 써도 그것이 반드시 고전이 된다는 보장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말을 한다.(89 페이지)

 

고전은 철저하게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제반 권력 관계와 이해관계 등에 의해 선택, 결정된다. ‘맹자처럼 군주로부터 미운털이 박혀 배척되다가도 중화(中華) 수호에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떠받들여지는 것은 예외적 현상이 아니라 종종 마주 할 수 있는 익숙한 풍경이었다.(89 페이지)

 

사서(四書)가 오경(五經)을 제치고 유가 경전의 지존이 된 것은 원대에 들어 성리학이 최고 통치 이념으로 채택된 이후의 일이었다.(90 페이지) 김월회 교수는 역사를 오래된 미래라 부르는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역사서와 만나는 방식에 미래가 포섭되어 있기 때문이라고.(100 페이지) 역사를 접하는 이유는 과거를 미래에 고스란히 재현하기 위함이 아니라 더 나은 미래를 기획하기 위함이다.

왕양명은 그의 문인들이 대체 극 언제 시간을 내어 공부하는지 궁금해 하자 일을 하면서 공부했다<사상마련: 事上磨練>고 답했다.

 

물론 왕양명이 경전 등의 독서를 마냥 도외시한 것은 아니다. 그에게 경전 공부는 마음공부의 일환이었다. 그는 경전은 내 마음의 주석(註釋)”이란 말을 했다. 주희(朱熹)는 경전과 치열하게 만나 경전의 주석을 썼고 왕양명은 그를 통해 자신의 삶을 썼다.(125 페이지)

 

김월회 교수는 결론으로 인문은 옵션이 아닌 삶의 기본값이라는 말을 한다. 안재원 교수는 2부 서양편에서 고전 즉 classic이란 말이 처음엔 군사 용어였다는 말을 한다. 해군의 선단(船團)을 조직할 때 배의 규모와 역할에 따라 배들을 배치하는 데 사용하던 개념이었다.(141 페이지) 책의 등급을 매길 때 클래식이라는 말이 처음 등장한 것은 키케로의 아카데미카란 책에서이다.

 

물론 이 말은 책의 등급이 아닌 학자들의 등급을 매기던 개념이었다. 책의 등급을 매기던 개념은 Ordo즉 위계란 말이다. 물론 이 말도 원래는 사회적 신분을 구분하던 말이었다.(143 페이지)

 

안재원 교수는 인문학은 원래 슬픈 학문이라는 말을 한다. 태생적으로 그런 것이다.(150 페이지) 안재원 교수에 의하면 인문학은 신학의 시종(侍從) 노릇을 하며 연명했다.

 

르네상스 시기에 잠깐 빛을 발했지만 곧바로 과학 지상주의, 실용 전제주의가 엄습했고 근세 이후 대학 주도권과 지배권을 행사한 학문 영역은 돈이 많이 흘러들어 오는 실용 학문들이었다는 점에서 인문학의 위상은 드러난다.(150 페이지)

 

책에도 운명이 있다.”는 말은 로마의 문법학자 테렌티아누스의 말이다. 독자의 이해 능력에 따라 책 자신의 운명이 결정된다는 의미의 말이다. 하지만 이 말은 언제부터인지 독자의 이해 능력에 따라라는 말이 생략된 채 책 자신의 운명이 결정된다는 말이 되었다.(186 페이지)

 

서양 역사에서 기구함만을 본다면 아리스토텔레스의 책만큼 파란만장한 책은 없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책들 가운데 논리학과 변증술이 큰 사랑을 받았다. 아리우스파를 이단으로 몰았던 니케아공의회 전투가 벌어진 곳에서였다. 칼이나 방패가 아닌 말(logos)이라는 병장기(兵仗器)가 필요해서였다.(189 페이지)

 

이단 전쟁 종료 후 아리스토텔레스의 책들은 인기를 잃었다. 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가 학문의 기초 방법으로 말의 도구적 특성을 정리, 편찬한 오르가논은 정신의 새로운 대륙을 여는 도구로 활용되었다. 물론 분석론이 아닌 도구론이 그랬다. 추상 세계를 실제 세계로 세우고 입증하는 작업도 결국 말로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190 페이지)

 

안재원 교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책이 조선에도 들어왔다고 말한다.(195 페이지) 원자(atom)란 말은 무에서 유가 나오는 아포리아를 피하기 위해 도출된 개념이다. 원자란 더 이상 쪼갤 수 없다는 말인데 만일 계속 쪼갤 수 있다면 무()가 도출될 것이고 그러면 무에서 유가 나오는 문제를 해명할 수 없게 된다.

 

더 이상 쪼갤 수 없다는 말은 한 사회 속에서 더 이상 쪼개지지 않는 것 즉 개인이란 개념을 낳는 데 한 몫 했다. 이는 가장 비정치적인 것(과학)이 가장 정치적인 것(사회학적 상상력)이 된 대표적 예이다.(209, 210 페이지)

 

구텐베르크가 인쇄기를 발명한 해는 1439년이다. 덕분에 책들이 대량생산되었고 지식의 대중화가 가능해졌다.(211 페이지) 이는 서양의 새로운 정신과 삶의 방식 즉 민주주의, 산업화와 시장경제, 개인의 발견, 시민 사회 등장의 배경이 되었다.

 

구텐베르크가 인쇄 사업에서 실패한 것은 출판본에 있는 오류들 때문이었다. 필사본의 경우 한 번 실수에서 하나의 오류만 생기지만 책의 경우 한 번 실수는 찍는 부수 만큼의 실수가 생기기 때문이다.(219 페이지)

 

원래 일리아스’, ‘오디세이아등은 아이들 교육용이 아니었다. 성인용이었다. 플라톤은 듣지 말아야 할 이야기의 대표 사례로 일리아스의 제우스 묘사를 들었다. “헤라를 보자마자 정신줄을 놓아버리고 침실로 갈 생각도 하지 않고 바로 그 자리에서 헤라와 땅바닥에서 뒹굴며 성교를 나누고 싶은 욕정에 사로 잡혔다는 표현은.. 적합한 묘사는 아닐 것이네.”(‘국가3권 중에서)

 

플루타르코스는 책 읽기에도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말을 했다. 저자는 이제 플루타르코스의 걱정은 기우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책을 읽지 않는 시대, 책보다 더 매력적인 것들이 판을 치기 때문이다.(232 페이지)

 

안재원 교수는 짧은 인생을 실속 있게 살도록 돕는 것이 고전이라는 말을 한다.(243 페이지) 안재원 교수는 고전은 삶에 중요한 질문들을 제공한다고 덧붙인다. 안재원 교수는 한국 사회가 성숙 사회로 가려면 교육 제도가 새롭게 모색되어야 한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그것이 당장 이뤄지기 어렵다면 실현 가능한 방편으로 고전 읽기를 제안한다.(249 페이지)

 

여기서 말하는 고전이란 인문학은 물론 사회과학, 자연과학, 공학 등도 포함하는 개념이다. 생각할 거리가 많고 기억해야 할 점들도 많은 책이 고전의 힘, 그 역사를 읽다이다. 철학보다 철학사, 과학보다 과학사(科學史)이듯 고전(古典)보다 고전사(古典史)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영혼의 말 - 불통의 시대, 나의 말과 몸짓이 너에게 건너가기 위해 이종건의 생활+세계 짓기 시리즈 4
이종건 지음 / 궁리 / 201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종건은 특이한 위상을 점하는 저술가이다. 이는 건축평단이란 건축 비평지를 창간, 주간 및 편집인 역할을 하고 있고 건축 비평서와 건축 관련 소설을 쓴 이력에 기인하는 진술이다.

 

생활 + 세계 짓기 시리즈로 시적 공간살아 있는 시간등을 상재(上梓)한 바 있는 저자가 이번에 내놓은 책은 영혼의 말이다.(2018712일 출간) 저자는 비판적 이성에 정초(定礎)해야 마땅한 학인(學人)들마저 합리적 대화를 하지 못하는 현실을 우려한다.

 

부제(部題)불통의 시대, 나의 말과 몸짓이 너에게 건너가기 위해인 이 책은 저자의 다방면의 읽기가 추동한 결과물이다. 특히 영화, 소설 등이 눈에 띈다. ‘사울의 아들’, ‘언노운 걸’, 데이비드 린치의 멀홀랜드 드라이브등의 영화와 로베르트 발저의 벤야멘타 하인 학교’, 로베르트 무질의 특성 없는 남자등의 소설이 그것이다.

 

이 책은 예술을 통해 세상의 조화, 바람직한 변천(變遷)을 모색, 궁구(窮究)하는 책이다. 저자에게 예술은 마음을 일렁거리게 해 의미를 붙잡게 하는 것이다.(15 페이지) 저자는 예술을 포함한 소위 문화라 불리는 것(개인의) 어두운 내면을 밝은 사회적 공간에 끄집어 내어 표현하는 것이라 설명한다.(50, 51 페이지)

 

저자는 이 행위(어두운 내면을 밝은 사회적 공간에 끄집어 내어 표현하는 것)를 승화라 표현한다.(51 페이지) 거기에는 친구와 말이나 글로써 주고 받는 행위도 포함된다. 이 부분에서 생각할 사람이 카프카이다.

 

카프카는 펠리스 바우어란 여성과 오랜 세월 편지를 주고 받았다. 카프카는 편지를 통해 문학은 자신에게 삶의 전부라는 점을 거듭 부각시켰다. 하지만 바우어는 평범한 여성이었다. 카프카는 바우어에게 오전에 편지를 쓰고 오후에 또 편지를 쓰기까지 했다.

 

두 사람은 약혼과 파혼을 반복하다가 결국 파혼을 하고 만다. 물론 글쓰기에 방해가 되는 것들을 철저히 배제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던 카프카도 파혼으로 끝난 관계에 충격을 받았다. 카프카는 가정보다 문학 및 글쓰기를 우선시한 데다가 신체적 나약과 우울 및 불안 등으로 결혼 생활을 원만히 이끌어갈 자신을 갖지 못했다.

 

저자는 오직 진리만 추구해야 할 과학과 인문학마저 경제적 유용성을 추구하는 데 혈안이 된 현실을 우려한다.(20 페이지) 인상적인 문제의식은 상처를 대하는 두 가지 방식이란 글을 통해 드러난다.

 

벤야멘타 하인학교의 주인공 크라우스는 아주 미미한 존재, 하찮은 존재, 아무 것도 아닌 영()의 존재,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않고 그리움의 대상이 되지 않는 존재, 세상과 사람에 대해 어떤 욕심도 품지 않는 존재다.

 

귀족 태생의 소년이 가장 작은 존재, 가장 미미한 존재가 되기 위해 하인 양성학교에 스스로 찾아간다는 반() 영웅적 이야기인 벤야멘타 하인학교는 성장과 발전으로 대변되는 서양 근대 담론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문제작으로 평가를 받는다.

 

반면 사울의 아들이란 영화의 사울은 크라우스와 대극(對極)을 이루는 존재이다. “그는 모든 위험을 기꺼이 끌어안은 채 자신이 살고자 하는 삶을 위해 사력을 다한다. 아우슈비츠에 감금된 유대인 사울은 지옥의 상황에서도 오직 죽은 아들의 존엄한 장례를 치르는 데 혼신을 바친다.”(29 페이지)

 

사울의 원형은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의 주인공 안티고네이다. ‘언노운 걸의 의사 제나도 어떤 불확실성과 위험도 무릅쓰고 자신이 마땅하다 여기는 윤리적 책임을 끝까지 떠맡는다.(31 페이지)

 

사울도 제나도 책임(responsibility)에 대해 숙고하게 한다. 책임의 영어 responsibility는 응답할 수 있음(ability to respond)을 의미한다. 저자는 죽은 자는 말할 것도 없고 살아 있는 자마저 응답하고 약속할 대상이 아닌 생산과 이익을 위한 도구로 여기는 불편한 진실을 우려한다.(32 페이지)

 

크라우스와 사울/ 제나가 대비되듯 영어 단어가 이런 대비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하나는 이성적 믿음을 의미하는 belief이고 다른 하나는 동물적 믿음 또는 가() 믿음인 alief이다. 소크라테스의 향연(饗宴)’에 의하면 욕망과 사랑이 대상으로 삼는 것은 인간이 현재 소유하고 있지 않으면서 결핍하고 있는 사물들이나 특질들이다.(46 페이지)

 

향연의 진술은 우리는 무의식 속에 간직한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환상을 사랑하며 행복과 불행 모두를 주는 그 사람을 사랑하고 애도한다는 정신분석가 장 다비드 나지오의 말을 연상하게 한다.(‘사랑은 왜 아플까참고)

 

인간은 비현실적인 것에 이끌린다. 상상이든 환상이든 거기서 얻는 느낌이 즐거울 뿐 아니라 느낌 자체가 생생하고 현실적이기 때문이다.(48 페이지) 저자는 쾌락원칙이 현실원칙에 의해 철저히 거부되기에 사람들이 비현실적인 것에 끌린다고 본다.

 

저자는 남자는 헤밍웨이의 질문인 소유할 것인가 말 것인가에 마주치고 여자는 셰익스피어의 질문인 존재할 것인가 말 것인가에 마주친다고 말한다.(69 페이지) 저자에 의하면 남자는 파트너를 충분히 만족시킬 수 없는 것을 불안해 하고 여자는 욕망의 대상이 되지 못하는 것을 불안해 한다.

 

사랑과 섹스는 서로 얽혀 있어 구분하기 어렵다. 저자는 진정한 친구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떤 관계가 진정한 친구 관계인가, 란 물음에 대한 답이다. 저자에 의하면 친구야말로 행복한 삶을 사는 데 있어서 가장 필용한 존재이다. 홀로 사는 일은 외로운데 우정은 사랑처럼 불안정(volatile)하지 않고 연인 관계보다 훨씬 자유롭다.(83 페이지)

 

관건은 친구에게 우정 이상의 것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사랑이다. 사랑은 치명적이다.(87 페이지)

 

저자는 영혼을 어떻게 정의하는가. 저자에 의하면 우리가 영혼을 가지고 있음은 사상이 아니라 사상들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하고 긴장 속에서 그것들을 균형적으로 유지하고 있음을 의미하고 교양 곧 문명에 대한 감각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94 페이지)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이런 감동적인 말을 했다. “우리가 알아온 가장 아름다운 사람들은 패배를 알고 고통을 알고 애씀을 알고 그럼으로써 그 깊이들에서 빠져나오는 길을 발견한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은 자신들의 연민, 온화함, 깊은 사랑의 염려로 채우는, 삶에 대한 감사, 감수성, 이해를 품고 있다. 아름다운 사람들은 그냥 생기지 않는다.”(102 페이지)

 

로베르트 무질은 영혼이란 구멍은 균형 잡힌 사상과 교양으로 잘 메울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자는 그렇기에 우리의 영혼을 잘 지으려면 자유와 평등, 사랑과 정의, 아름다움과 추함, 쾌락과 고통, 다원주의와 일원론, 진보와 보수 등 대립을 이루는 양극을 함께 품어야 한다고 설명한다.(105 페이지)

 

죽은 시인의 사회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시가 아름다워 읽고 쓰는 것이 아니라 인류의 일원이기에 읽고 쓰는 것이다. 의학, 법률, 경제, 기술 따위는 삶을 유지하는 데 필요하지만 시와 아름다움, 낭만과 사랑은 삶의 목적이다.‘

 

이 말을 전하며 저자는 홀로 있음의 고통(외로움)을 없애기 위해 다른 이와 함께 있는 것은 인간적인 너무 인간적인 상태를 위한 치료약이지만 그것은 결코 건강하지 않은바 홀로 있든 함께 있든 자신의 영혼과 일치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을 전한다.(107 페이지)

 

저자는 현실을 지배하는 힘에 감히 맞서는 말이, 깊은 성찰로부터 우러나오는 말이 우리의 영혼을 건드린다고 말한다. 저자는 어떤 삶도 언어를 넘치고 언어는 대개 적시(適時)를 놓친다고 말한다.(120 페이지)

 

친구와 말이나 글로써 주고 받는 행위도 승화로 본(51 페이지) 저자는 자신과 소리 없이 말을 주고받는 글쓰기의 놀라운 치유 능력을 언급한다.(120 페이지) 승화와 치유이지만 승화 자체가 바람직한 방어기제이다.

 

저자는 인생은 이야기인 바 이야기가 없는 삶은 삶이 아닌 동물적 생존이라 말하는 저자는 이야기할 입이 없고 들을 귀가 없고 남길 이야기가 없고 이야기를 남길 세상이 없는 것은 인간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덧붙인다.(121 페이지)

 

여기서 허수경의 바다가란 시를 보자. “깊은 바다가 걸어왔네/ 나는 바다를 맞아 가득 잡으려 하네/ 손이 없네 손을 어디엔가 두고 왔네// 그 어디인가, 아는 사람 집에 두고 왔네/ 손이 없어 잡지 못하고 울려고 하네/ 눈이 없네/ 눈을 어디인가 두고 왔네// 어디인가, 아는 사람 집에 두고 왔네/ 바다가 안기지 못하고 서성인다 돌아선다// 가지마라 가지 마라, 하고 싶다/ 혀가 없다 그 어디인가/ 아는 사람 집 그 집에 두고 왔다// 글썽이고 싶네 검게 반짝이고 싶었네/ 그러나 아는 사람 집에 다, ,/ 두고 왔네

 

손과 눈이 없는 것 다음에 마지막으로 혀가 없다는 구절이 나온다. 이 시가 실린 내 영혼은 오래 되었으나에는 몽골리안 텐트라는 시도 있다.

 

앞 부분에 이런 구절이 있다. “숨죽여 기다린다// 숨죽여, 이제 너에게마저/ 내가 너를 기다리고 있다는 기척을 내지 않을 것이다..” 기척조차 내지 않을 것이란 구절이 아프게 읽힌다. 시집이 나온 시기에 시인이 처했던 상황이 짐작된다.

 

저자는 너의 가슴을 건드리고 너의 마음을 움직이고자 하는 나의 말은, 그렇게 하고자 하는 나의 모든 몸짓은 나의 가슴에서 나오지 않고서는 나와 너 사이의 측량 불가능한 간극을 건너가지 못한다고 말한다.(131 페이지)

 

저자는 교양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한다.(133 페이지) 이것이 잘 이루어져야 영혼에 핵심적이 될 수 있다. 철학, 도덕, 예술의 중요성을 실감한다.

 

김춘수 시인의 을 음미한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나는 그에게 그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주를 너에게 줄게 - 주역과 명리학을 즐기면 운명이 보인다
남덕 지음 / 스타북스 / 2018년 7월
평점 :
품절


남덕(南德) 선생의 우주를 너에게 줄게는 명리학과 주역으로 삶과 운명을 조명한 책이다. 운명이라 했지만 이는 몰랐을 때 한한 말이고 알고 대처하면 운명이 아닌 것이 된다. ‘우주를 너에게 줄게1부 사주(四柱), 2부 주역(周易)으로 구성된 책이다.

 

저자는 명리학(命理學)을 태양과 공기의 학문이라 생각한다.(19 페이지) 이는 태양과 공기의 영향을 받는 존재가 인간이라는 의미가 깃든 생각이다. 4주란 생년월일시(年月日時)를 말한다.

 

각기 다른 환경 즉 시간적 조건을 타고 태어나는 것이니 각기 다른 영향권 아래에 놓일 수 밖에 없다. 계절 조건이 각자 장기(臟器) 등에 영향을 주게 되는 것이다. 저자에 의하면 공기는 기()로 가득차 있고 그것은 목화토금수의 형태로 존재한다.

 

공기가 일정하고 똑같은 것이 아니라 각기 다른 해에 따라 공기의 내용이 바뀌고 그로 인해 각자 유불리에 따라 운명이 달라지는 것이다.(23 페이지)

 

대운(大運)이란 개념을 알 필요가 있다. 이는 누구든 10년마다 운이 바뀌는 것을 말한다. 이 대운이 운명의 60퍼센트를 차지한다. 저자는 어떤 연월일시에 태어나는가는 전생의 업에 의해 결정된다고 추측할 뿐이라고 말하며 이것이 자신의 한계라 덧붙인다.(25 페이지)

 

저자는 운에 따라 건강도 결정된다고 말한다.(25 페이지) 운이 좋으면 돌팔이한테 침을 맞아도 금방 낫고 나쁘면 명의에게 치료를 받아도 잘 낫지 않는다. 운은 마음, 아량(雅量) 등도 결정한다. 운은 노력의 결과도 결정한다.

 

사주 팔자(八字)를 우주가 인간에게 보내는 신호라고 생각하는 저자는 그 안에는 건강에 관한 제반 문제가 기술되어 있고 대운에 대한 정보, 부귀와 권력과 명예 등에 관한 정보가 자세히 나와 있다고 설명한다.(31 페이지)

 

저자는 흥미로운 말을 한다. 2000년도까지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택일(擇日)을 하지 않았는데 한 역술인의 잘못된 택일을 보며 하늘의 뜻을 거역해서 죄를 받더라도 한 사람이라도 좋은 운명을 만드는 것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이다.(32 페이지)

 

저자는 사주를 염두에 두고 인간 생활의 살아가는 이치는 오묘(37 페이지)하고 우주는 무서운 조화의 실체라 말한다.(41 페이지) 책의 구성을 통해 알 수 있듯 저자는 사주와 주역은 전혀 다른 것이라 말한다.

 

물론 사주 즉 명리학과 주역은 자령(自靈)으로 맞추는 것이기에 하나이고 무속(巫俗)은 타령(他靈)에 힘입어 맞춘다는 점에서 다르다. 저자는 한번도 접신(接神) 경험이 없기에 무속을 다만 다양하기에 한마디로 결론내리기 어렵다고 설명한다.(44 페이지) 용신(用神)이란 개념이 있다. 명리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다.(45 페이지)

 

용신은 사주의 조화, 그리고 조후 또는 균형을 이루는 데 필요한 요소이다.(47 페이지) 균형을 이루지 못한 사주를 바로잡는 데 필요한 오행(五行)을 용신이라 한다. 용신은 각자를 보호하는 신()이라고도 할 수 있다.

 

용신은 각자가 가야 할 방향을 가리키는 방향계이기도 하다.(48 페이지) 저자는 사주에서 용신의 비중은 너무나 크기에 그것을 완전히 구별할 수 있다면 사주 공부의 90퍼센트는 끝난 것이나 다름 없다고 말한다.(51 페이지)

 

용신을 마음대로 구별할 수 있는 사람은 귀신을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것이기에 일체 잡신의 접근으로부터 자유롭다. 용신은 조화와 균형, 우주 질서 그 자체다.(52 페이지) 저자는 자기가 타고난 그릇은 사주를 통해 아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말한다. 누구나 자기의 그릇대로 산다면 행복할 수 있다.(57 페이지)

 

사주란 우주가 붙여보낸 암호이기에 이를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하며 우주와 더불어 동화하면서 사는 것이 가장 행복한 길이다.(65 페이지) 저자는 이름에 대해서도 한 마디 한다. 누구에게나 좋은 이름은 없다는 것이다. 누구나 개인의 일생을 지배하는 사주상의 용신이 있기 때문이다.(74 페이지)

 

저자는 사주에 대한 완벽한 지식이 없는 사람이 이름을 짓는 것을 경계한다.(75 페이지) 저자에 의하면 사주 공부는 작명을 위한 필수 과정이다.(79 페이지) 저자는 우리의 사주 팔자는 우주가 인간에게 보내는 엄숙한 선언이기에 인간의 하찮은 감만으로 보는 것은 우주를 모독하는 일이라 말한다.(81 페이지)

 

저자는 사주 보러 가서 자신의 용신이 무엇인지, 태어날 때 어디가 부실했고 지금은 어디가 좋지 않으며 올해 어디를 주의해야 하며 등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물어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육친(肉親)과 대운, 올해의 운 등도 물어야 한다.(83 페이지)

 

2부 주역 설명 부분은 특별히 다른 부분이 없다. 다만 인간이 우주와 교감해 삶을 예측하는 최고의 고전인 주역은 고대 중국의 군주들이 항상 곁에 두고 익혀 온 제왕학으로 일반 국민들에게는 금서였다는 말(4 페이지)이 눈길을 끈다.

 

당연하지만 저자는 원형이정(元亨利貞)부터 언급한다. 상태(常態)와 변태(變態)란 개념도 눈여겨 볼 만하다. 상태는 끝없이 반복되는 변화의 원리에 부응하는 것, 변태는 원리, 원칙에서 벗어난 것을 말한다.(89 페이지) 원은 사물의 개시, 형은 통하는 것이고 만물이 생장(生長)해 가는 것이다.

 

()는 수확, 열매 등을 의미한다. ()는 화()처럼 벼 화변의 글자이다. 벼를 칼로 베어 수확하는 것이 이라면 그것이 사람 입<()>에 고르게 들어가는 것이 평화(平和)이다. 정은 바른 것이고 열매가 올바른 과실이라면 그것을 굳게 지켜나가는 것이다.

 

저자는 조화의 요체는 예()라 말한다. 그런데 이것은 예의범절을 넘어 넓은 의미에서 사회를 통합하는 정리, 도리, 구체적으로는 법률, 질서, 제도 등을 의미한다.(91 페이지) 저자에 의하면 말하고 싶은 것을 그대로 다 글로 옮겨 적을 수 없고 말은 마음이 움직여 느끼는 모든 것을 그대로 다 표현할 수 없다.

 

그래서 말하고 싶은 모든 것을 남기지 않고 망라하기 위해 사상(事象)과 만물을 상징하는 상(), 때와 장소와 위치를 나타내는 64, 그것을 해설하는 말인 사()로써 모든 변화와 그 깊은 뜻을 나타내 보이려는 것이 주역이다.(97 페이지)

 

저자는 주역을 읽으면 자신과 무관한 일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인바 자기 자신이나 세상사에 비추어 주역을 읽음으로써 변화의 원리에 대한 통찰력을 기를 수 있다고 말한다.(99 페이지)

 

()은 변역(變易), 불역(不易), 역간(易簡) 등의 세 가지 의미를 갖는다. 변화하는 것, 불변하는 법칙성, 풀이 등이다.(121 페이지) 저자에 의하면 걸핏하면 인간은 머리를 굴려 매사를 진행시키려 하는데 그렇게 하지 말고 자연의 때에 맡겨 추진하는 것이 더 크고 순조롭게 나아갈 수 있는 법이다.(125 페이지)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아 거듭 치는 것은 그 답에 때가 묻고 혼란해진다. 배우는 것도 이와 같아서 마음에 드는 것만 받아들이면 무엇 하나 제대로 배울 수 없고 진보도 없다.(127 페이지)

 

사물의 변화, 동향을 바로 깨달으려면 좋고 나쁘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예측불가능한 변화를 그대로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다.(131 페이지) 자연에 순응해 사는 것은 자신의 바람만을 좇는 것이 아니다. 인간은 무엇인가를 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어떤 바람이나 욕망을 없앰으로써 가장 소중한 것을 얻을 수 있다.(137 페이지)

 

()의 문왕(文王)은 큰 덕을 가지고 있었기에 커다란 화를 입었다. 주지육림에 빠져 있던 은나라 주왕(紂王)에 의해 유폐를 당한 것이다. 그러나 문왕은 밝은 덕을 안으로 감추고 다투려 하지 않고 어렵고 고생스러운 때를 거스르려 하지 않은 채 유순함을 관찰했다. 그런 까닭에 이후에 간난(艱難)을 벗어나 은나라를 무너뜨릴 수 있었다.(147 페이지)

 

문왕은 뇌옥(牢獄)에서 주역의 많은 부분을 가필했다. 영고성쇠의 정리를 경험하고 쓰라림을 맛본 문왕은 훈계와 무서움을 알리는 경고의 말을 많이 써두었다. 가령 상황을 걱정하는 자는 평안해지도록 하고 경시한자는 기울어지게 된다는 말 등이 그것이다.(164 페이지)

 

경륜(經綸)은 국가의 질서를 바로잡고 다스리는 것이다. ()은 베틀로 옷감을 짤 때 상하로 짜는 날실 즉 종사(縱絲)를 말하며 륜()은 씨실 즉 횡사(橫絲) 즉 위()를 말한다. 종사가 되는 대강의 틀을 정해 놓아야 하고 미세한 부분 즉 조직, 제도 등까지 짜나가야 한다.(163 페이지)

 

주역은 조짐을 감지했다면 바로 행동하라고 가르친다. “군자는 기미를 보고 일어나 행동하고 종일을 기다리지 않는다.“(172 페이지) 절제와 절약을 하지 못하고 절도를 잃어버린 탓에 실패한 것은 자업자득이다. 의지박약은 스스로의 죄이다.(177 페이지)

 

()은 감응하는 것이고 감()은 다른 마음이 없는 데서 이루어진다.(183 페이지) 주역은 변화를 중시한다. ()의 힘이 지나치면 음()의 힘으로 제어한다.(187 페이지) 양은 시작을 관장하고 음은 양을 받아들여 만물을 낳아 기르는 역할을 한다.(191 페이지)

 

시기에 맞는 적절한 행동은 정말 위대하다. 하늘의 뜻에 따라 적당한 시기에 행하면 크게 형통한다.(192, 193 페이지) 변화하여 통하는 것은 때를 따르는 것이다.(195 페이지) 군주의 임무는 재성(財成)과 보상(補相)이다. 재성은 남아도는 것을 줄이는 것, 보상은 모자란 것을 보충하는 것이다.(204 페이지)

 

경거망동은 실패의 원인이다.(226 페이지) 공자는 논어에서 군자의 덕은 바람이라는 말을 했다. 풀은 바람을 받으면 반드시 엎드린다는 말은 백성은 군자의 명을 받으면 반드시 수긍하고 복종한다는 의미이다.(234 페이지)

 

하늘의 이치를 즐기고 자신의 운명과 살아 있는 기쁨을 안다면 근심이 있을 리 없다. 낙천(樂天)과 지명(知命)은 같은 정신이다. 어떤 운명이라도 받아들이고 즐기고 감사하며 살아가는 것이다.(256 페이지) 낙천이란 말은 주역에서 비롯된 말이다.

 

군자는 배워서 지식을 모으고 물어서 분별하며 관대함으로 살고 인()으로서 행한다.(279 페이지) 학문(學文)이라는 말의 출전이다. 군자는 반복되는 괴로움 속에서도 도망치지 않고 멈추지 않고 항시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며 아랫사람을 가르쳐 이끌어주는 사람이다.(280 페이지)

 

번민하고 괴로워 하며 헤매는 때는 반드시 배워 두어야 할 뜻이 있다. 그때의 환경이나 상황에 지지 않고 배우고 결단을 내려 행동하는 뜻을 생각한다면 길은 열릴 것이다.(287 페이지) 이 부분이 우주를 너에게 줄게의 대미이다. 지혜서인 주역의 메시지가 강하게 다가온다. 의지로써, 절제로써 배우고 익히고 때를 기다리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부터 딱 90일만 영어 베이비 - 미국 아기처럼 영어를 습득하는 <따라 말하기>의 기적 영어 베이비 시리즈
양선호 지음 / 북포스 / 2018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양선호의 오늘부터 딱 90일만 영어 베이비는 놀라운 영어 콤플렉스 극복기이다. 저자는 따라 말하기라는 희대(稀代?)의 방법으로 2개월만에 영어 자존감을 찾았다. 그간 저자가 치른 시행착오는 대단하다.

 

이는 저자만의 일은 아니리라. 영어 문장 통째 외우기란 방법도 저자가 치른 방법 가운데 있었다. 따라 말하기를 통해 저자는 저절로 영어를 말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듣기, 이해까지 함께 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

 

저자는 자신을 영어 유학 한 번 다녀온 적 없는 순수 국내 토종으로 소개한다. 그런 그에게 영어는 자존심을 마구 짓밟는 콤플렉스였다. 저자가 말하는 영어 따라하기는 음성 파일의 영어 문장을 듣고 따라 말하는 것이 전부이다. “인류가 언어를 배우는 유일한 방법이 따라 말하기이고 심지어 아기들은 말 배우느라 스트레스도 받지 않는다.”(12 페이지)

 

따라 말하기는 쉽고 효율적이고 돈도 거의 들지 않는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도 없다. 실력에 상관 없이 왕초보부터 고급까지 모든 난이도에 적용 가능하다. “본인의 실력에 맞는 교재만 활용하면 된다.”(13 페이지) 따라 말하기는 영어 뇌를 만들어준다.(26 페이지)

 

저자는 딱 석 달만 영어 베이비가 되어 영어를 따라 말해보자. 90일 뒤 당신도 영어 어른이 되어 있을 것이라 말한다. 저자가 말했듯 우리 나라 영어는 듣기 말하기보다 문법, 읽기 쓰기 등을 먼저 하는 기형적인 방식에 붙잡혀 있다.

 

저자는 우리가 미국 아이들과 근본적으로 다른 환경에 처해 있음을 지적한 뒤 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방편 여섯 가지를 제시한다. 음성 파일을 활용하는 방법은 1) 우리나라 성우가 하는 말을 듣고, 2) 외국인 성우가 하는 말을 듣고, 3) 입으로 소리 내어 똑같이 따라 말하기가 전부이다.

 

따라 말하기는 미국 아기의 영어 습득 방법과 동일하다. 몸으로 익힐 수 있는 것이다. 필요한 것은 반복학습, 그리고 다양한 교재를 통한 표현 능력 향상시키기이다. 관건은 통합적 접근이다. 듣기, 단어, 문장구조, 발음의 통합이다. 영어 뇌를 만든다는 것은 의식하지 않고 영어로 말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을 말한다.

 

영어 뇌를 만들기 위해서는 영어를 서술 기억이 아닌 절차 기억으로 학습해야 한다. 따라 말하기는 영어를 절차기억으로 만드는 방법이다.(서술기억은 억지로 떠올려야 찾을 수 있는 기억이고, 절차 기억은 억지로 떠올리지 않아도 저절로 떠오르는 기억으로 몸을 사용할 때나 운동할 때에 해당한다.)

 

학습한 내용을 절차기억으로 만들려면 영어를 학습이 아닌 운동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처음에는 의식적으로 동작을 취하지만 반복되면 무의식적으로 몸이 움직인다. 6원칙 중 패턴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일상에서 자주 쓰는 패턴은 200 300개가 전부라고.(53 페이지)

 

영어 문장을 따라 할 때 반드시 상황을 가정하고 몰입해야 효율적이다. 중요한 또 하나의 원칙은 큰 소리로 말하는 것이다. 큰 소리로 따라 하면 소리에만 집중하느라 문법적 분해와 한국식 해석을 할 수 없다. 뇌가 문장을 하나의 이미지로 받아들이게 된다.(62 페이지)

 

저자는 처음에 알아들을 수 없던 문장들이 거듭 반복해 듣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또렷하게 들린다고 말한다.(66 페이지)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 아무리 길고 복잡해도 반복 앞에 장사 없다. 반복하면 결국 내 것이 된다.“(67 페이지)

 

6원칙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반복이다. 물론 다른 상황을 지켜가면서 해야 한다.(69 페이지) 6원칙을 한 문장으로 말하면 한국어 설명을 듣고 상황에 몰입한 상태에서 뒤이어 나오는 통문장 패턴의 영어를 듣고 이를 큰 소리로 따라 말하는 것을 반복한다.“가 된다.(72 페이지)

 

따라 말하기의 최우선 순위는 소리를 정복하는 것이다. 반복을 통해 소리가 익숙해진 뒤 따라 말하기에 문제가 없으면 감정이입을 할 수 있다.(74 페이지) 반복은 1) 듣자마자, 2) 다음 학습 시간에 다시, 3) 주간 단위와 월간 단위로 한다. 영어 문장을 들을 때는 문법은 일단 무시한다.

 

문법은 통문장과 패턴 등으로 익히면 된다.(83 페이지) 의미 파악도 무시한다. 첫째도 소리, 둘째도 소리, 셋째도 소리다. 중요한 것은. 핵심은 영어 소리를 듣고 그것을 복사기처럼 똑같이 따라 하는 것이다. 음성파일을 듣는 동안 절대 다른 생각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 오직 소리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외우는 것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집중이 필요하다.(84 페이지) 소리는 물론 속도, 리듬, 강세, 발음, 뉘앙스까지 그대로 똑같이 따라한다.(85 페이지) 저자는 영어를 잘 듣기 위해서 뚫어야 할 것은 귀가 아니라 머리라 말한다. 이미 알고 있는 영어가 많아야 잘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91 페이지)

 

영어는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저자는 영어를 잘하는 한국 사람들의 공통점은 머리가 좋은 것이 아니라 집중해서 끝까지 공부한 것이 말한다. 집중과 꾸준함이 최선을 낳는다.(107 페이지) 저자는 직독직해가 가능한 문장 비중이 70퍼센트인 교재가 최적(最適)이라 말한다.

 

6원칙 따라하기가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 1회 학습 시간은 30 60분이 좋다. 반복은 영어의 소리에 친숙하게 해준다.(123 페이지) 10번 반복해 들어도 도저히 들을 수 없거나 이해가 되지 않을 때는 과감히 포기하고 다음 진도로 가는 게 상책이다. 반복이 해결해 줄 것이다.

 

소리에만 집중하고 반복적으로 듣고 따라 말하면 어느새 내 것이 된다. 대신 오후에 교재를 보면서 반드시 확인하고 넘어가야 한다. 망각 곡선 이론에서 파생된 학습법에 따르면 장기 기억으로 저장하려면 최초 학습 후 1주일과 1개월이 될 때 반복해주어야 한다.(134 페이지)

 

음성파일만 듣고 수동적으로 따라하는 것과 본인이 직접 영어로 말하는 것은 천지 차이이다.(141 페이지) 영어 휘는 여러 언어들 중 가장 풍부하다.(60만개) 그러나 미국인들은 1, 000개의 단어로 대화의 90퍼센트를 진행한다. 그리고 1,200개의 단어가 전체 사용빈도의 99퍼센트를 차지한다.(178 페이지)

 

의사소통을 위한 영어 단어는 우리나라 중학교 수준이면 충분하다.(179 페이지) 저자는 사람의 심리 중 익숙한 방법으로 돌아가려는 경향이 있음을 지적한다. 그것이 실패한 경험이더라도 그렇다는 것이다. 극복해야 할 일이다.(188 페이지) 또한 완벽한 영어는 없다고 말한다.(191 페이지)

 

저자는 60세인 사람과 25세인 사람의 학습 능력은 5 10퍼센트 정도 차이가 나지만 몰입력은 어른이 아이보다 3배가 높아 어른이 훨씬 빨리 언어를 배울 수 있지만 환경 차이가 아이들을 빠른 언어 학습자로 만든다고 말한다. 아이들은 매일 학교에서 다양한 분야에 대한 공부를 계속하는 것이다.(206 페이지) 틀려도 위축될 것 없이 자신 있게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