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 시집 문예 세계 시 선집
헤르만 헤세 지음, 송영택 옮김 / 문예출판사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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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세와 윤동주..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데 공교롭게 두 시집을 비슷한 시기에 읽으면서 서로 비교해 보게 되었습니다. 두 시인은 사실 비슷한 시기에 살았습니다. 물론 헤세가 훨씬 오래 살긴 했지요.

 

  헤세는 전쟁을 겪으면서, 윤동주 시인은 망국을 당하면서 이들은 밖으로 표출하기보다 자기 자신을 성찰했던 시인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죽음에 대해 두려우면서도 계속 노래합니다. 헤세는 노년이 되어 젊음을 잃고 죽을 때가 가까워진 것에 대한 아쉬움 그리고 그것에 대한 초월, 윤동주 또한 잃어버린 조국으로 인해 숨죽이며 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언제 닥칠지 모르는 고난에 불안해하면서도 의연한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닮아 있습니다.

 

  시집들을 통해 우리나라가 당한 고난을 노래하다 광복을 얼마 안 남기고 젊은 나이에 일본의 감옥에서 옥사한 윤동주 시인으로 인해 숙연해지기도 했고, 당시 자신의 글이나 그림의 진가를 알아주지 않는 세상에 대한 헤세의 안타까움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대가들에게도 암울한 시기가 있다는 것, 그런 시기를 묵묵히 참고 이겨낸 인내가 남다르다 여겨집니다. 40이 넘어 시작해 노년에 이르기까지 3000점이나 되는 수채화를 남긴 헤세의 맑은 그림들을 보며 시인이자 예술가의 외로운 열정을 느꼈습니다.

 

  작은 수첩을 마련해 좋아하는 시들을 적기로 했습니다. 윤동주와 헤세의 시들로 첫 부분을 장식했습니다. 시대적 아픔을 노래하는 윤동주와 시인의 외로움과 노년의 아쉬움을 쓴 헤세로 인해 마음이 아파지긴 했지만 시를 옮겨 쓰면서 이들의 시가 왜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특히 윤동주 시인의 시집은 이번이 처음은 아닌데 예전에 읽었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오래 전 판본이라 예전 맞춤법으로 씌어 있어 더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앞으로도 작은 수첩에 주옥같은 시들을 옮겨 적어 나만의 시 모음집을 엮어 나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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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의 주거문화 산책
김종인 지음 / 밀알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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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물이나 실내 구조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져본 적이 있지만 도시에 대해 알아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도시와 주거 문화를 살펴볼 수 있어서 좋았다. 내가 살고 있는 집과 도시, 그리고 외국의 도시와 건물 등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도시로 몰리는 사람들을 위해 아파트가 수없이 많이 보급되었지만 오히려 그로 인해 인구 밀집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 것을 느낀다. 자연과 더불어 살던 중소도시 사람들까지도 도시로 몰려들면서 거대 도시들이 탄생하게 되었다.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도 있겠지만 이런 인구 집중으로 인해 많은 문제들이 발생한다. 과거 프랑스도 밀집해서 살던 지역에 큰 불이 나 엄청난 피해를 입기도 하고, 미흡한 상하수도 시설 때문에 전염병이 크게 돌기도 했었다. 우리나라도 서울이나 부산 등 대도시들이 급속히 발달해 많은 문제들이 발생하기도 했다. 첫째 원인이 무분별한 건물과 아파트 건축일 것이다. 사실 외국인들이 거대도시를 탐방하고자 여행을 오지만 우리 도시만의 매력이 크게 작용하지 못해 끊임없는 발걸음을 이끌어내지 못한다. 이 책의 저자도 조금만 생각해서 도시를 키워 나갔다면 지금처럼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한다.

 

  위성도시나 베드타운도 문제가 있다. 사람들이 잠만 자고 도시로 출근하게 될 경우 이동에 따른 환경오염과 시간 낭비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것은 주거지만 분산할 것이 아니라 상업시설이나 일터, 그리고 녹지를 함께 분산 조성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굳이 서울까지 오지 않더라도 근처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자족도시를 만드는 것이다. 여기에 문화시설이나 관공서까지 더한다면 더 완벽해질 것 같다. 한 예로 든 곳이 일산처럼 넓은 호수공원 주변의 녹지 조성, 아람누리 같은 문화시설, 여러 상업시설, 관공서 등 멀리 가지 않고도 누릴  수 있는 것들이 많은 도시들을 만드는 것이다.

 

  이 책에는 한옥의 장단점도 소개되어 있는데 읽으면서 과거에 태어나지 않은 것을 감사했다. 여성들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했던 과거 한옥이 아파트로 변하면서 여성들의 활동도 더 활발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러 가지 불편한 점이 있음에도 온돌이나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나지막한 창문 등 지금까지 우리의 거주지에 남아 있는 조상들의 지혜는 무시하면 안 될 것이다.

 

  여러 아이디어도 나오는데 삭막한 아파트 생활의 보완으로 각 라인별 엘리베이터 옆에 조그만 쉼터를 마련해 같은 동이나 라인 사람들끼리라도 얼굴을 보고 인사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건 좋은 생각인 것 같다. 요즘 생기는 아파트에는 커뮤니티 센터를 따로 만들어 주민들간에 소통할 자리를 마련하는 것도 그런 생각의 일환일 것이다. 멀리에 있는 대단위 녹지보다 가까이 있는 아파트 화단의 소중함을 알고, 도시 곳곳에 크고 작은 녹지띠가 형성되어 언제 어디서든 초록을 만날 수 있다면 주말마다 자연을 찾아 멀리 떠나는 수고로움도 덜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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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를 쓰는 방법
미국추리작가협회 지음, 로렌스 트리트 엮음, 정찬형.오연희 옮김 / 모비딕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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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관에서 글쓰기 코너를 지나가다가 재미있게 생긴 이 책을 발견했다. 소설 중에서도 추리소설은 초등학교 때 셜록 홈즈를 비롯해 중학교 때 아가사 크리스티 시리즈를 읽은 경험이 있어 낯설진 않았지만 어른이 되고는 잘 안 읽게 된 것 같다. 이 책은 비단 추리소설을 쓰고 싶은 사람만이 아니라 소설을 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책이어서 좋았다.

 

  예전에 짧은 소설을 쓰고, 지금도 몇 개를 끄적이는 중이지만 장편을 쓴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내 문제점이 무엇인지 발견했다. 아무 생각 없이 인물을 창조하고 내키는 대로 쓰는 건 아마도 전문가의 경지에 이르러야 한다는 것을. 수많은 작가들이 '플롯'을 얼마나 치밀하게 짜는지 알게 되었다. 건물로 말하자면 골격이 될 터인데 이미 결론까지 다 결정해 두어야 하며 중간에 수많은 갈등 요소들이 있어야 하고, 반전도 미리 생각해 두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니 소설을 쓰기 위한 장애물 하나를 넘긴 기분이다.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써야 한다는 것, 초보자의 작업실은 깔끔하고 효율적이어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많은 작가들이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신문 기사를 보거나, 길을 걸으며 관찰을 하거나, 늘 메모지와 펜을 휴대한다거나 하는 자신들만의 노하우를 소개하고 있어 도움이 되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해지도록 만드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독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봐도 마지막이 궁금해서 책을 내려놓을 수 없는 책을 가장 재미있게 읽게 되니까 말이다.

 

- "나는 추리소설 읽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추리소설을 쓴다. 모든 작가들은 자신이 읽고 싶어하는 종류의 이야기를 써야 한다. 작가들이 스스로의 직업을 아무리 고상하다고 생각하더라도 결국 작가란 자신이 원하건 원하지 않건, 궁극적으로는 엔터테이너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헴릿>>은 감동적이고 깊은 사색에 잠기게 하며 비극의 극치를 보여주지만, 동시에 최고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작품이다." -존 고어즈 (22쪽)

- "내가 쓰는 이야기는 대부분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반전에 대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한다. 이러한 아이디어는 일상생활에서 나올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로스 맥도널드 (42-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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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너라서 고마워 - 장애아 가족들의 슬픔과 기쁨 그리고 사랑
김혜원 지음 / 오마이북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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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에겐 특별한 제자들이 있다. 몇 년 전 통합학급(장애를 가진 아이와 일반 아이들이 함께 구성된 학급)을 맡은 적이 있었다. 서른 명 남짓 되는 아이들 중 세 명이 특수반 아이들이었다. 자세히 쓸 수는 없지만 그 아이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아픈 손가락 같은 느낌이 든다. 그 중 한 아이가 입원해 병문안을 간 적이 있었는데 어머니가 그 아이를 돌보느라 형에게 잘해주지 못해 너무 미안하다고 우시는 바람에 함께 운 기억이 난다. 이 책은 장애를 가진 아이를 키우는 아픔을 가진 부모님들을 인터뷰하고 쓴 것이다.

 

  지금까지는 장애의 종류가 이렇게 다양한지 몰랐다. 자폐 증세도 여러 갈래로 나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태어나면서부터 가진 장애도 있고, 사고로 얻게 된 장애도 있다. 선택에 의해 태어난 것이 아니므로 장애를 가진 것으로 인해 차별 받아서는 안 된다. 사실 장애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것이 쉽지가 않다. 정도의 차이도 천차만별인 데다 저소득층을 위주로 지원하다 보니 서민층이 오히려 혜택을 받지 못해 가세가 기울어 저소득층이 되는 경우가 있다. 부모님들은 아이가 장애를 가진 것만으로도 마음이 아픈데 생업을 포기하는 건 물론이고, 병원비나 언어치료비 등 높은 의료비로 더 큰 고통을 당하기도 한다.

 

  장애로 인해 부모님께 차별을 받고,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고, 의료비가 없어 치료할 시기를 놓치는 아이들이 많이 있다면 사회적인 상처로 곪아갈 것이다. 우리는 언제까지나 건강할 수 있는 건 아니며, 살다 보면 사고로 장애를 갖게 될 수도 있다. 남에게만 있는 일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따뜻하게 감싸 안는 마음을 가져야겠다. 양육을 부모에게만 맡길 것이 아니라 사회적 차원에서 함께 키우는 도움이 필요할 것이다.

 

  동정하기보다는 차라리 모르는 척하는 게 더 낫다는 한 부모님의 말이 가슴에 박힌다. 아이를 키우며 주변 사람들에게 받은 상처가 얼마나 큰지 우리는 헤아리기 어려울 것이다. 보통 사람과는 다른 행동을 한다고 해서 손가락질 하기보다는 이해하고 아파할 줄 아는 자세가 필요하다. 함께 사는 이 땅에 신음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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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삶
이종산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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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스무 살 시절의 일기장을 다시 읽어보게 되었다. 존재조차 까맣게 잊고 있었던 두 권의 일기장을 다시 읽으며 오글거렸던 그 시절의 순수한 짝사랑들을 떠올렸다. 이 책을 읽으며 그때로 다시 되돌아가는 느낌이었다. 물론 당시의 나와는 정말 다르다. 게으르기보단 치열했고, 주인공보다는 조금 더 건전했다.

 

  요즘 시대를 사는 젊은 친구들은(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똑똑하고 열심히 공부했음에도 돈을 많이 벌지 않는다. 원룸의 월세 내는 날짜 다가오는 것이 무섭게 느껴질 정도로 빠듯한 생활을 하지만 더 나아지기 위한 시도가 무모하리만큼 소용없어지는 사회의 투명 유리벽이 점점 높아진다. “꿈이 뭐냐고?” “오늘을 무사히 보내는 거요.”(30쪽) 어쩌면 젊은 친구들의 소원이 점점 작아져 하루의 안위로 만족하게 되지나 않을까 걱정되기도 했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단조로운 일상에서 심심하리만치 정지되어 있는 순간들의 행복. 저자는 그것들을 말하고 싶어 했다. 빠듯한 일상에서도 늘 함께 하는 본능, 먹고, 자고, 사랑하는 소소한 기쁨과 슬픔의 조각들이 엮여진 이 책을 읽으며 조금은 답답함도 느꼈다. 내가 이미 그 시절을 지나온 기성세대라는 뜻이리라. 순수한 여유를 즐기는 주인공이 부럽지 않은 건 아니다. 하지만 젊음의 열정과 벅찬 희망을 잃어 가는 이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더 크다.

- "넌 뭐가 되고 싶어?" … "꿈이 뭐냐고?" 내일 일어났을 때 여길 나오지 않아도 되는 거요. 나는 가까스로 그 말을 참았다. 오늘을 무사히 보내는 거요. 대신 그렇게 말했다. 수의사가 안경 너머로 나를 응시했다. 큰 눈에 빛이 돌았다. 나이든 여자의 호기심 아니면 오지랖. 무엇이라도 성가시다. (29-30쪽)

- 브라운의 여자 친구는 목소리가 크고 말이 많았다. 이 사람 저 사람 혀에 올려놓고 방아를 찧었다. 방아깨비 같았다. 방아깨비는 뒷다리를 잡고 있으면 쉬지 않고 방아를 찧는다. 브라운과 나는 마주 서서 방아깨비의 다리 한 짝씩을 잡고 있었다. 방아깨비에 대한 기억은 대부분 좋지 않다. (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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