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가 편한 게 아니라 상처받기 싫은 거였다 - 관계에 지친 나를 보듬어주는 치유의 심리학
하정희 지음 / 한밤의책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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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메일로 연락이 와 읽어보고 싶다고 보내주시라고 하고 잊고 있다가 우편함에 책이 들어있는 걸 발견하고 가져왔다. 메일을 받은 지가 꽤 되어 언제 책을 보내셨을지 모르겠다. 신문을 가져가면서 안까지 확인하지 않아 오랫동안 들어있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지금이라도 읽고 리뷰를 쓸 수 있어 다행이다.


책은 아주 읽기 수월했다. 한양대학교 상담심리대학원 교수님이자 다문화교육학과 주임교수를 맡고 있으며 상담센터의 센터장이기도 하고 청소년 상담과 부교수를 하기도 했다고 한다. 상담심리사 1급의 상담 전문가인 이분은 그동안 얼마나 많은 내담자들을 만나셨을까? 아마도 가명일 이 책에 나오는 수많은 분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자신의 고민이 자신만의 것은 아니라는 것을 독자들이 깨닫게 될 것 같다.


읽다 보니 생각나는 사람이 있어 본문을 찍어 보내기도 했다. 이 책에는 가족 관계나 동료 관계에 대한 상담 내용도 있지만 사랑하는 연인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들도 많은 부분 차지하고 있다. 가족이든 친구든 연인이든 너무 가까워지다 보면 실수하는 일이 생길 수 있고, 너무 멀어졌다가는 관계가 끊어질 수도 있으니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라는 당부를 위해 달과 지구의 관계를 예로 들며 책을 시작한다.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은 아주 어려울 수 있겠지만 정말 중요한 일이다.


틱낫한의 말이 인상 깊다. 무슨 일을 하든 자신이 무얼 하고 있는지 생각하고 순간순간에 의미를 두라는 것이다. 다음에 있을 일만 생각하며 현재의 일을 소홀히 하는 것은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남을 사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는 것이 모든 관계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문을 닫고 들어가 소통하지 않는 아들 방 문을 떼어버린 부모님의 이야기가 충격적이었다. 오죽했으면 그랬을까 싶기도 했다. 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교사나 부모가 알아두어야 할 내용도 있다.


책 뒷면의 인간관계가 편해지는 마음 다섯 가지가 의미심장하다. 모든 사람과 친할 필요 없고, 가족이라도 가끔은 미워질 수 있으며, 사랑하는 사이지만 사생활은 필요하고, 변화를 강요하기보다는 조언만 하며,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니 사람에게 큰 기대 하지 말라는 조언은 살아가면서 꼭 기억해야 할 만한 명언이라고 생각한다. 가족에게 읽어보라고 권할 것이다. 큰 기대는 하지 않고.


* 위 글은 출판사에서 무상으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솔직한 마음을 적은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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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쳤지만 무너지지 않는 삶에 대하여 - 탈진의 시대, 인류사 내내 존재했던 피로의 인문학 A to Z
안나 카타리나 샤프너 지음, 김지연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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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받고 다른 책 읽느라 두었다가 여행 전 다 읽을 생각으로 책을 들었다. 요즘 인기 많은 힐링 도서라는 생각으로 펼쳤다가 논문에 버금갈 정도로 많은 연구와 조사를 해서 쓴 책임을 알고 연필을 들고 밑줄을 긋기 시작했다. 결국 여행지에서 들고 다니며 다 읽었다. 저자는 영국 켄트 대학교 문화사 교수이기도 하고, 과학적 연구 결과와 석학들의 지혜를 바탕한 번아웃 전문 코치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은 그녀는 수많은 내담자들과 대화를 하며 번아웃 상태, 혹은 그 상태로 가고 있는 현대인들을 돕고자 이 책을 썼다. 남을 도우려는 책은 그 진심이 통한다고 믿는다. 책의 내용 중 많은 부분에 공감하며 읽었다.

책의 진행이 독특하다. 보통은 장과 꼭지로 이루어져 있지만 이 책은 A부터 Z까지 알파벳으로 시작하는 단어 혹은 문구가 주제이다. 알파벳 중에서 책과 관련 있는 말을 찾고 그에 맞는 여러 연구 결과나 위인들의 말을 가져와 설득력 있는 글 하나하나를 완성해 갔던 그녀의 작업 방식을 상상해 본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을 것이다. 어느 주제에 관해서는 많이 쓰고 싶기도 했을 것이고, 어떤 알파벳은 떠올리기 힘들었을 수도 있었을 거라는 짐작을 해 보았다. 어쨌든 저자는 이렇게 훌륭한 책을 완성했고, 그 덕분에 나는 번아웃과 관련한 여러 지식과 말들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미국 심리학자 크리스티나 매슬라크가 1980년에 최초로 번아웃을 측정할 수 있는 도구와 정의를 제시했다고 한다. 그녀는 번아웃 증후군의 대표 증상으로 탈진, 괴리감, 능률 저하를 들었다. 주로 사람을 상대하는 일에 종사하는 이들에게 나타난다고 보았다. 탈진에 이른 사람들은 자신이 상대해야 할 사람들을 점점 냉소적이고 무관심한 태도로 대한다고 한다. 서비스 직이 많아진 현대 사회에 번아웃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은 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저자는 번아웃을 ‘에너지가 고갈되고 열정이 적고 능률이 저하되어 의욕이 떨어진 상태’로 정리하였다.(41-42쪽)

앤 헬렌 피터슨은 밀레니얼 세대에게 번아웃이 많은 이유를 ‘복잡한 사회 구조’라고 보았다.(43쪽) 교통과 통신의 발달은 멀리 있는 우리들을 연결시켜 주고, 먼 곳까지 순식간에 갈 수 있게 해 주었지만 그 덕분에 언제든 연락 가능한 상태가 된 우리는 온전한 쉼을 누리기 어렵게 되었고, 먼 곳으로 출퇴근하면서 복잡다단한 삶을 살게 되었다. 전에는 몰라도 되었던 수많은 스마트한 일들을 배워서 사용해야 하며 배운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계속 배워야 할 새로운 것들이 등장한다는 중압감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번아웃의 원인은 외부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내면의 비평가로부터도 끊임없이 공격받는다. 특히 완벽주의자들은 자신의 삶에 만족하는 일이란 없을 것이다.

탈진감은 비단 오늘날만의 개념은 아니다. 과거에는 멜랑콜리아, 아세디아, 신경쇠약증으로 불렸다고 한다. 핵심 증상이 번아웃과 비슷하다. 무기력, 사고와 행동의 둔화, 신경 쇠약, 신경과민, 절망감, 비관주의를 가져온다. 멜랑콜리아는 가장 오래된 진단명으로 히포크라테스와 갈렌이 처음 기술했다고 한다. 두려움과 원인 없는 슬픔이 합쳐져 허탈감, 무기력감, 혐오감을 동반한다. 당시에는 원인을 체액의 불균형으로 보았다. 기독교 시대에 와 아세디아로 불리는 이 말은 무관심, 무기력, 무감각을 뜻하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마음의 피로를 의미하는 아세디아는 영적 도덕적 실패의 결과라고 생각했다. 19세기 후반 급속한 산업화 중에 미국 생리학자이자 전기치료사인 조지 비어드는 ‘신경쇠약’이라는 말을 처음 사용했고, 이후 대중화되었다고 한다. 당시에는 심리 질환이 아닌 신체 질환으로 보았다는 것이 특이하다. 섬세한 조직을 가진 사람이 이 병에 취약하다고 보았다. 심적 고갈 상태는 시대에 따라 예상 원인도, 치료법도 달랐던 것이다.

심적 고갈 상태를 극복할 수 있을까? 저자는 취미생활을 좋은 방편으로 예를 들고 있다. 내 책 ‘태권도와 바이올린’과 맞물리는 부분이다. 취미활동에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은 실패나 완벽이라는 강박관념에서 자유롭고(128쪽), 오늘날 사회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창출이나 현대 문화적 조건에 반대되는 활동으로 혁명적인 행동이라고 말한다.(129쪽) 단순하고 혁명적인 취미활동의 가장 큰 장점은 ‘기쁨을 준다’는 것이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순수한 기쁨을 누리며 번아웃을 극복하여 인생을 풍요롭게 가꾸어간다는 생각은 나의 생각과 완전히 일치한다. 저자는 조깅, 피아노 연주, 그리고 무에타이를 하고 있다. 나는 태권도와 바이올린을 통해 스트레스를 날린다. 완벽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너는 안 된다는 내면의 목소리를 무시하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을 가지고 인내심으로 노력한다면 번아웃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저자는 또 한 가지를 강조한다. 혼자만이 아닌 사람, 자연, 예술, 신 등 타자와의 연결에 의존하라는 것이다. 이 연결성 속에서 인생의 의미가 탄생한다고 한다. 나의 존재가 왜 의미가 있는지, 우리 인류가 왜 이어져야 하는지를 생각한다면 함께 겪는 고난과 현재의 어려움들을 극복해야 할 이유가 생기는 것이다.


* 목소리 리뷰

https://youtu.be/-FV3M7A7A8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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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학력 - AI 시대 우리에게 필요한 단 하나의 힘
고요엘 지음 / 에이엠스토리(amStory)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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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책을 보내주셨다. 독학이라, 아는 선생님 중 모든 공부를 독학으로 한다던 분이 생각난다. 영어를 굉장히 잘하셨는데 집에서 혼자 공부한다고 했다. 그 말을 들으며 모든 건 학교에서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던 나의 고정관념이 깨졌다. 이 책의 취지도 그것이다. 자신의 전공이 아닌 분야의 강의 제의를 받고 관련 논문을 100 개를 읽어 강의를 할 정도의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물론 그것 말고도 많은 노력을 했을 것이다.

대학 4년의 기간에 배울 것을 1년에 배울 수 있다는 것을 안다면 대학을 가지 않게 될까? 학위를 위해 갈 수밖에 없을까? 혼자 공부하는 방법을 제대로 터득한다면 원하는 사람이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앞으로는 학위를 딸 수 있는 방법이 대학 4년 과정 외에도 생겨날지 모르겠다. 예전에 토익 준비를 학원에 다니며 했다면 지금은 수많은 영상강의로 혼자 공부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스스로 공부의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요즘 시대야말로 독학력이 요구된다.

저자는 단번에 찾아볼 수 있는 AI 시대일수록 외우는 능력의 중요성이 커진다고 보고 있다. 검색하면 나오는 건 누구나 검색으로 가질 수 있지만 수많은 지식이 어우러진 창의력은 머릿속에 정보가 쌓인 사람만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기 세계의 확장. 저자는 공부의 가장 큰 유익을 그것으로 보고 있다. 외국어를 공부하며 외국어로 된 콘텐츠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면 물리적 반경이 확대됨은 물로, 세계관도 넓어질 것이다. 클릭만으로 얻어진 지식은 단편적이고 휘발성이 강하다.

오랫동안 여러 공부를 조금씩 해 온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많은 공감을 했다. 특히 눈에 띄지 않는 작은 변화들의 연속이 제자리걸음 같지만 사실은 돌고 돌아 점점 앞으로 나아간다는 성장에 관한 리즈 포슬린의 그림이 힘이 되었다. 고전 읽기와 학술논문 읽기로 고급 정보를 얻으며 보다 나은 내가 되어 인공지능의 시대에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책에 굉장히 방대한 자료와 지식이 담겨있다. 저자가 독학으로 얻은 결과물일 것이다. 독학으로 이 두꺼운 책을 어떻게 채워 나갔을까, 하는 생각으로 책을 열었다가 놀라움으로 덮었다. 책을 쓰면 전문가가 된다는 말을 작년에 책을 쓰며 조금은 경험했다. 그간의 내 삶을 돌아보며 무엇을 위해 그렇게 열심히 노력했는지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책을 쓰면서 엄청난 업그레이드를 했을 것 같다. 책쓰기는 독학력의 높은 수준의 발현이다.

공부하다 집중이 안 될 때 숏츠나 영상을 보기보다 운동을 권한 것이 인상적이다. 육체가 정신에 끼치는 영향도 크기 때문이다. 저마다의 목표를 가지고 공부하고 체력도 키워가시길 응원합니다!




* 위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솔직한 마음을 적은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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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도도에 오면 마음의 비가 그칩니다 카페 도도
시메노 나기 지음, 장민주 옮김 / 더퀘스트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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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서로 다른 주인공이 등장하는 옴니버스식 구성을 지닌 소설이다. 각 소설에 빠지지 않는 주인공은 스스로 애칭을 소로리(헨리 데이비드 소로에서 가져온 이름)라고 부른 카페 도도의 주인이자 요리사이다. 가끔은 그의 모습을 벽에 붙은 그림 속 도도새가 보고 알려주기도 하는 독특한 형식이다. 주인공이 다른 이야기에서 잠깐씩 나오기도 하고, 마지막 장에서는 여럿이 등장한다.

책을 읽으며 나는 어떤 상처를 가졌을까 생각해 보았다. 1장에서는 속도는 빠르지만 어설프게 실수를 하는 가호와 느리지만 반짝반짝한 하즈키가 등장하여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속도가 있음을 말한다. 2장에서는 아버지를 잃고 괴로워하는 가즈키, 3장에서는 불임인 유나와 어렵게 아이를 가진 아즈사의 이야기, 4장은 자신 없는 외모로 자신감을 잃은 아카리가 나온다. 이들에게 봄이 올까? 밤에만 열리는 신기한 카페 도도에서 정성이 담긴 요리를 먹으며 자신이 가진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얻는다.

각 장에는 소로리가 주인공에게 건네는 상징적인 물건이 나온다. 풀, 대야, 옷걸이, 거즈천(망토)는 고민 중인 주인공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한다는 발상이 재미있다. 고민이 있을 때 거짓말처럼 해결해 주는 곳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소설 속 카페 도도는 누군가에게 배우자일 수도, 때로 부모일 수도, 아니면 책이나 여행일 수도 있을 것이다. 자신이 받은 상처를 잊어버리기보다 그대로 받아들이고, 극복해 나가려고 노력하는 것이 오히려 건강하다고 저자는 소로리를 통해 말하고 있다. 대야의 물은 물건이 떨어졌을 때 넘쳐나지만 넓은 강에는 물건 하나 떨어졌다고 해서 크게 요동하지 않는다. 내 마음이 넓고 평온하면 외부의 자극에 크게 상처받지 않는다. 가끔은 어떤 일에도 냉정한 상태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책의 말들 중 ‘최고의 사치’는 ‘평온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이라는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조용히 기다림으로 보내는 시간이 허락되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풍요라고 말한다. 나에게 주어진 작은 평온들에 감사해야겠다. 책을 읽다가 갑자기 그림을 그리고 싶어 져서 전부터 관심을 갖고 있던 집 근처 미술학원에 문의했다. 조만간 일주일에 한 번씩 그림을 그리러 갈 것 같다. 책 속 카페 도도 단골인 텍스타일 디자이너 무스코 이소가 때문인 것 같다. 멸종한 도도새를 그림으로 되살린 70의 디자이너처럼 나도 그림으로 무언가를 살리고 싶다는 생각. 책은 다양한 방법으로 나에게 영감을 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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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치지 않는 교실 - 창의성을 가꾸는 봉암 아이들 19년의 이야기
권정언 지음 / 읽고쓰기연구소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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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책을 출간해 주신 읽고쓰기연구소 편집자님이자 대표님이 신간 소식을 알려주셨다. 정년퇴직을 하고 19년 동안 수업을 하신 분의 이야기이다. 얼핏 계산해도 80세 정도로 나의 부모님보다 연세가 많으시다. 40년의 세월을 학교에서 보내신 분이 어떤 미련이 남아 교육을 계속할 생각을 하신 것일까? 저경력 교사도 퇴직을 생각하는 요즘 시대에 정말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책을 구입해 두고 여러 일정으로 미루다 날 잡아 이틀 동안 다 읽었다. 가르치지 않는 교실이라는 제목의 의미를 알 것 같았다. 책 전체를 꿰뚫는 생각은 틀이 없다는 것, 스스로, 창의성, 호기심, 생각하는 힘, 독서 등이다. 아이들은 생각하는 힘이 있어 스스로 배울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독서와 토론으로 이런 능력이 최대한 발휘된다. 틀에 짜이지 않은 기발하고 다양한 수업 내용은 아이들의 생각하는 힘을 자극하고 키운다. 2학년부터 6학년까지 저학년은 주 4회 1시간, 고학년은 주 1, 2회 한두 시간씩 봉암교육연구실에서 시간을 보낸다. 13평 미니 아파트를 거점으로 전국 각지에 다니며 배움을 쌓아 나간다.


책은 봉암(저자의 아호) 교육의 탄생기, 자연 속에서 보낸 이야기, 역사 기행, 글쓰기, 창의력, 회상의 내용을 담은 여섯 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때로는 아이들과 함께 어떤 때는 아이들끼리 역사와 자연을 탐방하며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경험을 한다. 자연물이나 역사에 대한 지식이 충만한 선생님과 다니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꼬마 아이들의 모습을 그려보기만 해도 미소가 절로 나온다. 아이들은 서로 가르치고 배우며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쑥쑥 자라났을 것이다.


존경심이 절로 우러나는 선배 선생님의 책을 읽으며 「배움의 발견」, 「나, 건축가 안도다다오」, 「학교혁명」, 「거꾸로 교실」 등 여러 권의 책을 구입했다. 읽고 싶고 읽어야 할 책이 많았다. 책을 다 읽은 후 봉암에 아이들을 보낸 학부모님과 봉암 출신자들, 지금은 교사, 대학생, 회계사, 한의사 등이 되어 있는 이들의 글을 읽었다. 선생님의 그간의 노고와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인생 대부분의 시간을 아이들과 보낸 선배 선생님의 글을 읽으며 나의 수고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남은 교직 생활 동안 이분을 떠올리며 핑계 대지 말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임하겠다는 각오를 새롭게 했다. 책에는 내가 갖고 싶은 컵, 별난 입사시험 문항에 답하기, 시집 함께 읽기 등 수업에 대한 팁도 많이 담겨 있다. 내년에 학교로 돌아가면 아이들과 해보고 싶다. 책에 소개된 권정생 생가나 기념관, 창녕 우포늪에도 가보고 싶어 진다. 교사에게 영감을 주는 책이다.


얼마 전 저자인 권정언 선생님이 봉암 출신자와 학부모님을 불러 모아 호텔에서 출판기념회를 여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19년 간의 봉암에서의 시간을 책 선물로 멋지게 마무리하신 선생님의 이야기가 감동을 주었다. 퇴직과 함께 자신만을 위한 제2의 인생을 꿈꾸는 보통의 교사들에게 ‘이런 삶도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신 천상의 교사다. 전국의 초등학교 도서관에 내 책과 함께 이 책이 꽂히기를 꿈꿔 본다. 선생님이 오래오래 건강하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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