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충격 - 지중해, 내 푸른 영혼
김화영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889288568


  여행이 다가와서 그런지 여행 책을 자꾸 읽게 된다이 책은 학기 말 업무로 가장 바쁜 12월을 맞아 인문학 모임 선생님들이 정한 이달의 책이다여러 매체에서 소개가 자주 되었다는 이 책의 제목을 나는 이번에 처음 들었다나온 지 오래 된 책인데 아직도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하니 이 책에는 무언가 있을 것만 같았고앞부분을 읽다가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반납하고 헌책으로 구입을 했다.

 

  사실 뒤로 갈수록 개인적인 경험이 많이 들어 있어 공감이 적었긴 하지만 앞부분이 이 책의 제목처럼 약간은 충격적이었다오래 전지금으로 말하자면 이병률님의 여행 에세이에 버금가는 초창기 버전 정도로 볼 수도 있겠다유럽에서 공부를 하던 작가는 그곳에 머무르는 몇 년 동안의 생활을 통해 느낀 문화적 차이와 우리나라에서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아름다운 경험을 책으로 남겼다아마도 책이 나올 당시에는 지금처럼 외국을 안방 드나들 듯 하지 않았기 때문에 유럽에서 오랜 시간 보내는 사람도그 경험을 책으로 쓴 사람도 별로 없었을 것이다세월이 흐른 후에도 이 책이 사랑 받는 이유는 단지 여행 경험만을 적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리라.

 

  깃발 들고 단체로 다니는 관광으로는 느낄 수 없는 삶 자체로서의 생활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낯선 충격일 수 있다저자는 회사가 차려놓은 밥상에 앉아 편식만 하고 가는 관광객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가지고 있다물론 짧은 일정 속에서 많은 것들을 보기 위한 일반인들에게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점에서 나는 그래도 가지 않은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짧은 여행으로 거기에 가 봤어볼 거 없어.’하는 자만은 정말 조심해야겠지.

 

  외국에서 완전한 이방인으로 살았던 저자에게도 깊은 향수는 있었을 것이다그것이 없었다면 다시 돌아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돌아올 곳이 있기에 더 멋진 여행조만간 익숙한 것들을 떠나 잠시 다른 사람이 되었다 올 기회가 있다는 것이 기쁘다가족들 챙기느라 즐길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말이다이번에는 그냥 먹고 마시고 사진 찍고눈으로만 감동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하며 다녀야겠다.



- 달팽이에게는 집이 따로 없다. 그의 몸의 일부가 그의 영원한 집이다. 그러나 우리들 몸이 기억하는 풍경은 저기 어느 곳에 따로 있고 그 풍경이 떠나 있는 우리들을 그곳으로 끌어당긴다. 회향병이니, 고향이니, 조국이니, ‘나의 집’이니 하는 것들은 떠나 있는 자들을 끊임없이 떠나지 않게 하는 구심점이다. (22쪽)

- 레보드프로방스에서 지방도로를 따라 서남쪽으로 아를을 향하여 불과 몇 킬로미터를 달리면 점차로 알피유 고원을 벗어나면서 풍경이 부드러워지기 시작하낟. 드넓은 초원에 띄엄띄엄 시프레나무나 마른 갈대로 된 방풍벽들이 나타나고 먼 지평선 위에는 다른 곳에서 보기 드문 크고 뻘건 저녁 해가 수줍은 듯이 슬슴슬금 따라온다. (92쪽)

- 인생의 기쁨을 다 담고 춤추어라 봄의 여자들아. 부활절의 꽃의 처녀들아. 터너를 발견한 것으로도 내게 런던 방문은 충분히 감동적이었다. 그러나 피렌체의 보티첼리는 그 정도의 감동을 뛰어넘는다. 오후 세 시에 떠나는 기차는, 그렇다, 나를 보티첼리의 처녀들에게 데려다주었다. 그 기차여행이 내 청춘의 꿈속에서 왜 20년이나 걸렸는지를 나는 이제야 이해한다. (180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