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소여의 모험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56
마크 트웨인 지음, 강미경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도 많이 들어 읽은 듯한 착각이 드는 책이 있다아마도 고전이 그럴 것이다이 책도 그런 책 중 하나이다어린 시절 만화나 영화로 접한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하지만 기억나는 거라고는 페인트칠 하는 톰과 어린 마음에 무시무시했던 인디언 조의 얼굴뿐이다책으로 다시 읽으면서 장난꾸러기이지만 사랑스러운 톰을 만날 수 있어 좋았다.

 

  부모님 없이 이모에게 자라는 톰은 심한 장난꾸러기이지만 일요일에는 옷을 빼입고 교회에 가 설교를 듣는다요즘 우리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아이들과 닮았다물론 톰처럼 자연을 누비며 온갖 말썽을 부리지는 않지만 장난스러움과 의젓함을 동시에 지녔다는 의미에서 그렇다는 말이다.학교 선생님이나 이모 입장에서는 톰이 참 못마땅할 것 같기도 하다걸핏하면 아프다는 핑계로 학교를 빼먹고집을 나가 며칠씩 들어오지 않는 그를 보며 얼마나 걱정하겠는가하지만 이런 그에게도 순정을 바칠 상대가 나타난다마을에 이사 온 판사 딸 베키이다좋은 집안에서 곱게 자랐을 법한 그녀가 톰을 따라다니면 장난에 장단을 맞추는 걸 보면서 많이 웃었다그녀도 아이는 아이였던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사건들은 소년이 경험하기에는 좀 험하다살인사건을 목격하기도 하고살인자에 대해 증언을 하고, 그 두려움에 시달리기도 한다도둑들 돈을 훔칠 계획을 세우기도 하는 용의주도함도 보인다.게다가 실제로 돈을 발견했을 때 공공기관에 그 돈을 갖다주지 않고동네 사람들까지 그들의 돈으로 인정해 주며 심지어 이자를 붙여 돈을 굴려 주기까지 하는 걸 보면서 웃었다.

  그렇게 돈이 많고키워주기까지 한다는 것도 마다하고 다시 자연을 돌아가는 허크의 모습은 어쩌면 문명사회의 잡다한 구속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던 작가의 마음이 아닐까? 누명을 벗고 마을의 영웅이 되기까지 톰이 겪은 모험담을 읽으며 나의 어린 시절도 떠올려 보았다크게 사고치고 다니진 않았지만 언제나 즐거운 일들을 찾았던 그 때를 떠올리면 아이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텐데... 어린 시절의 나를 잊고 순수함마저 잃어버린 채 어느새 사회의 때가 묻은 어른이 되었음을 새삼 깨닫고 몸서리쳤다. 

- 막 잠의 문턱에 이르러 헤매고 있는데 이제 여간해서는 ‘물러날’ 의사가 없는 듯한 침입자가 나타났다. 바로 양심이었다. 둘은 가출한 것은 나쁜 짓이라는 막연한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143쪽)

- 흐름이 바뀐 물살 때문인지 밤사이 불어난 강물 때문인지 뗏목이 떠내려가고 없었지만 아이들은 이 사실을 오히려 기쁘게 받아들였다. 말하자면 문명 세계와 이어주던 다리가 불타버린 셈이었기 때문이다. (147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