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이 오면 시인생각 한국대표 명시선 100
심훈 지음 / 시인생각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441209539

 

  말로만 듣던 파주 출판단지 안 ‘지혜의 숲’에 왔다가 어릴 적 나에게 큰 영향을 미쳤던 <<상록수>>를 쓴 심훈님의 시집을 발견했다. 수많은 책들 중에서 유독 이 책이 띈 것은 요즘 토지를 읽으며 당시의 상황이 얼마나 힘겨웠을지 아픈 마음이 들어서인가보다.

  일제 강점기, 문인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드러내고 싶었던 그는 이 시들을 썼다. 하지만 일제의 검열에 걸려 당시에 출판하지 못하고, 해방 이후에 책을 내게 된다. 해방 직전 죽음을 맞은 윤동주 시인과 달리 시 속에서 피를 토하며 외쳐 댄 자유에의 의지가 그의 생전에 열매를 맺어서 다행이다. 얼마나 많은 문필가들이 숨죽이며 하고 싶은 말을 뱉어내지 못하고 마음으로 삼켜댔을까? 짧지 않은 그 세월을 가슴에 한을 품고 살았을 조상들의 마음이 싯구 구절구절마다 전해오는 듯했다.

   그들의 그렇게 바라던 자유를 우리는 공기 마시듯 늘 향유하고 있다. 고마움을 모른 채. 역사를 잊지 말고, 현재에 감사하며, 불평하기 보다는 보다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각자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책을 읽으러 찾아온 수많은 사람들의 진지한 얼굴을 보며 밝은 미래를 느낄 수 있었다. 휴가 철이라 그런지 꽤 넓은 공간에 자리가 없을 정도로 빽빽이 들어앉은 이들과 함께 숨 쉬는 이 시간과 공간이 멋지다. 심훈님이 고민하던 당시 이후 몇 십 년 사이에 이렇게 달라질 줄 알고 있었을까? 그의 울분의 외침이 결실을 맺을 것을 꿈꾸었을까?

- 그날이 오면 (13쪽)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은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 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날이

이 목숨이 끊기기 전에 와 주기만 할 양이면

나는 밤하늘에 나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의 인경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

두개골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이 남으오리까.



그날이 와서 오오 그날이 와서

육조 앞 넓은 길을 울며 뛰며 뒹굴어도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 듯하거든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커다란 북을 만들어 들쳐 메고는

여러분의 행렬에 앞장을 서오리다.

우렁찬 그 소리를 한 번이라도 듣기만 하면

그 자리에 거꾸러져도 눈을 감겠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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