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의 즐거움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지음, 양억관 옮김 / 에이지21 / 201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혼자 있는 것을 천성적으로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그런 사람들은 혼자 숲에서 살았던 헨리 데이비드 소로를 이해하지 못할지 모른다. 하지만 누구나 한번쯤은 자연과 벗 하며 살고 싶은 욕망을 느낄 것이라 여긴다. 섣불리 시도하지 못하기도 하지만 말이다.

 

  헨리는 하버드를 나와 형과 학교를 설립해 교사 생활을 하다가 랠프 월도 에머슨과 만나면서 월든 호숫가에 오두막을 짓고 그곳에서 2년여를 생활하면서 유명한 <<월든>>이라는 책을 쓰기도 했다. (참고: 책 앞 표지 날개) 이후 노예제 폐지를 주장하는 등 사회의 부조리에 대해 드러내는 운동을 했다고 한다.

 

  이 책에서 헨리는 다른 사람과 같이 살지 말고, 자신만의 삶을 자연과 더불어 살아갈 것을 이야기한다. 우리는 남과 똑같은 삶의 양식대로 살아가기 위해 평생 동안 많은 시간을 자신이 하기 싫은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지 모른다. 헨리는 그런 시간들을 차라리 사색하는 데 보내라고 한다. 최소한의 필수품과 적은 음식만 있으면 만족했던 그는 보통 사람과는 다른 생각을 하고 실천하는 인생을 살았다. 섣불리 따라 하기 힘든 것도 많다. 집이 없으면 나무틈에서 자도 된다든지, 육식을 멀리 하고 소식하는 것이라든지, 조금만 일하고 나머지는 자연과 더불어 사색하며 시간을 보내라는 것 등은 늘 바쁘게 종종걸음으로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쩌면 먼 나라의 이야기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가 하려고 하는 중심 취지는 기억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과다한 욕심 때문에 인간이기를 포기하지 않기를, 너무 많은 것을 소유하려고 하지 않기를, 그리고 책을 읽고 사색하는 삶을 살기를 권고하는 그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간소한 삶을 살며, 여유 있는 시간 동안 숲을 거닐고, 책을 읽고, 글을 쓴 그의 생활이 나는 마냥 부럽다. 숲 속에 혼자 있으면 외롭고 무서울 것 같기도 한데 2년 동안을 그렇게 지냈다니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욕심을 버린 그는 사회를 정확히 바라보는 눈을 갖게 되었다. 더 이상 기득권 세력이 아닌 그의 눈에 비친 노예제도는 그야말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무시하는 제도였을 것이다. 갑을 간에 노예와 다를 바 없는 관계를 갖고 있는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있다. 힘이 없고 연약하다고 해서 무시해서는 안 된다. 우리 모두는 인간으로서 존중받아야 할 권리를 지닌 사람들이다. 지금은 어렵겠지만 멀지 않은 미래에 헨리처럼 살아 보고 싶다. 그대로 따라하진 못하겠지만 그의 취지만은 닮고 싶다.

- ‘남들처럼’이라는 말에 마음을 빼앗기지 말자. ‘다들’은 어디에도 없다. ‘이 세상이 하는 듯이’해서는 무엇 하나 이룰 수 없다. (18쪽)

- 독서는 심심풀이 땅콩이 아니고, 수면제도 아니다. 그대의 혼을 모두 불태워 집중하는 명상의 시간이다. (26쪽)

- 먹고 사는 데 얼마나 돈이 드는지 잘 생각해 보라. 그대 수입에서 일부분만 들이면 사는 데 별 지장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주택 할부금,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보험료, 체면 유지비 따위가 그 나머지를 모두 갉아먹고 또 빚을 만들어낸다. 걱정과 허위의식을 지우면 된다. 그대는 지금도 부자다. (79쪽)

- 나도 아주 섬세한 바구니를 짠 적이 있다. 그러나 사람들이 돈을 주고 살 만한 가치를 지닌 것은 아니었다. 다만 바구니를 짜는 일이 소중하다는 것을 알았기에 사람들이 사고 싶어 할 만한 방법을 연구하는 대신 바구니를 팔지 않아도 생활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했다. (9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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