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속에서
미우라 아야코 지음 / 가톨릭출판사 / 2004년 9월
평점 :
절판


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384020387


  먹고, 입고, 잠자는 것 외에 사람으로 살아가면서 생각해 보게 되는 것이 있다.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일까? 내가 이 세상에 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제아무리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사람이라도 한 번쯤은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 오랜 기간 병상에 누워 있었던 미우라 아야코는 이후 평생 그 생각으로 살아온 사람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읽히는 그녀의 ‘빙점’이라는 작품은 오랜 병마와 싸운 후에 쓴 소설이다. 교사 생활을 하던 그녀는 병으로 학교를 그만두고 건강을 회복한 후 가게를 여는데 그 가게가 너무 잘 되어 주변의 가게들이 장사가 안 되는 걸 보고 일부러 찾는 물건 없다고 저쪽 가게에서 사라고 보냈다고 한다. 그리고 남는 시간에 쓴 소설이 바로 ‘빙점’이다.

 

  이 책은 인문학 모임 중 한 분의 권유로 읽게 되었다. 이 책을 읽고 너무 좋아서 복음을 전할 목적으로 사서 사람들에게 준다고 했다. 인터넷 서점에서 이 책을 찾다 보니 대부분 절판되고, 가톨릭 출판사에서 나온 것 한 종류만 시판되고 있었다. 주문을 하고 책을 받았더니 '내용이 너무 좋아 개신교인 그녀의 책을 김수환 추기경의 허락을 받고 출판했다'고 씌어 있었다. 

 

  이 책에는 왜 기독교인이 되는 것이 좋은지 알기 쉽게 설명되어 있다.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원죄를 포함해서 말이다. 교회에 다닌 지 오래 되어 잊고 지냈던 것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나도 좋아하는 분께 이 책을 선물하고 싶다.

 

  이 책을 읽으며 감동받은 것이 하나 더 있는데 바로 남편의 헌신적인 사랑이다. 나이도 더 많고, 병을 앓는 데다 순수하지 않았던(그녀 스스로를 이름) 그녀를 아내로 삼아 평생을 지극정성으로 돌본다. 자신의 가게에 손님이 모이는 것을 우려해 다른 곳으로 보낸 것도, 세심하게 주변 사람들을 배려한 것도 모두 남편의 영향 때문이다. 위대한 인물 뒤의 훌륭한 배우자를 보며 나도 그런 배우자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서로 지식도, 마음도, 영적으로도 성장하도록 도와주면서 말이다.

 

- 우리가 무심코 하는 뒷말이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정신박약아를 낳게 하기도 한다. 악의 힘이다. 단순히 도둑질하는 죄보다 더 악한 것이다. 이것은 모두 적의, 질투, 미움, 우월감, 경박, 이 밖의 여러 가지 생각이 욕설이나 뒷말이 되어 나타나는 것이다. (42쪽)

- 파스칼은 말한다. "기분 전환은 확실히 우리의 비참한 상태를 위로해준다. 그러나 그것이 또한 우리를 더 비참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것은 우리의 진실한 반성을 방해하고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를 멸망시키기 때문이다." (99쪽)

- 나는 성서를 읽으면 읽을수록 얼마나 정직하게 쓰여 있는 책인가 하고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결코 번드르르하게 좋은 점만 쓰고 있지 않다. 오히려 인간의 약점, 치사한 점, 인간적으로 불리한 점까지도 낱낱이 쓰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나는 이것만 봐도 성서가 진실한 책이라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의 상식을 초월한 진실을 나는 성서 가운데서 보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제자들이 예수님의 부활을 기록한 것도, 멋대로 생각하고 쓴 것이라고는 아무래도 생각할 수 없다. (1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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