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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봄 - 장영희의 열두 달 영미시 선물
장영희 지음, 김점선 그림 / 샘터사 / 2014년 4월
평점 :
품절
작은 것이 힘이 세다는 말이 있습니다. 장영희님의 책들을 읽고 있으면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거창하게 세계 최고가 되라고 하지 않습니다.작은 삶의 기쁨들을 소중히 여기라는 말을 속삭입니다. 하지만 그 어떤 자기계발서보다도 마음을 더 움직이게 합니다.
영국이나 미국의 시를 한국어로 읽으면 조금은 원어와는 다른 느낌을 줍니다. 영시에 있는 운율이나 라임을 한국어로 번역하기 어렵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책에는 원문이 소개되어 있어 좋았습니다. 고어가 섞여 있긴 하지만 그렇게 어렵지 않은 시들입니다. 매월 두 개의 시를 소개하고 있으니 모두 스물 두 편이 들어 있는 셈입니다.
그 중에서 가장 마음에 와 닿는 시가 프로스트의 ‘가지 못한 길’입니다. 살다 보면 선택의 기로에 설 때가 많습니다. 결단이 빠른 사람들은 결정하는 일이 어렵지 않겠지만 소심하거나 우유부단한 사람들은 언제나 망설이고, 선택에 대해 후회하기도 합니다. 심지어 아는 사람 중 하나가 마트에서 물건 살 때도 하도 망설여 쇼핑 시간이 너무 길다고 해서 웃은 적이 있습니다. 인생의 중대한 선택의 시기에 ‘이걸 해 보고 안 되면 저걸 해야겠다.’라는 생각으로 하나를 택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미 걸어가기 시작한 길에서는 또 다른 길을 만나기 때문에 다른 길로 돌아서서 가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이 시를 읽으며 그런 일을 겪는 것은 다른 나라 사람들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인생에도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습니다. 우리는 인생의 봄이나 여름만을 최고로 생각하고 그 시기가 지나면 과거의 좋았던 때를 회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렇게 말하지 않습니다. 가을과 겨울도 소중한 때라는 것을 잊지 말라고 합니다. 인생의 마지막이 가까울수록 남아 있는 시간에 감사해야겠습니다.
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332103209
- 가지 못한 길 : 로버스 프로스트 (137쪽)
노랗게 물든 숲 속의 두 갈래 길, 몸 하나로 두 길 갈 수 없어 아쉬운 마음으로 그곳에 서서 덤불 속으로 굽어든 한쪽 길을 끝까지 한참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다른 쪽 길을 택하였다. 똑같이 아름답고 그 길이 더 나을 법하기에. 아, 먼저 길은 나중에 가리라 생각했는데! 하지만 길은 또 다른 길로 이어지는 법. 다시 돌아오지 못할 것을 알고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먼 먼 훗날 어디에선가 나는 한숨 쉬며 이렇게 말할 것이다. 어느 숲 속에서 두 갈래 길 만나 나는- 나는 사람이 적게 다닌 길을 택했노라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게 달라졌다고.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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