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에서의 도피 - 프란시스 쉐퍼 2
프란시스 쉐퍼 지음, 김영재 옮김 / 생명의말씀사 / 2006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래 전에 한동대학교 대학원에 다닌 적이 있다. 사회교육과가 신설되어 입학했다 여건이 안 되어 한 학기만 다녔는데 그곳에서 지낸 2주 동안 새로운 경험을 많이 했다. 사회교육 이외에도 기독교 세계관과 창조론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배운 기억이 난다. 기독교 세계관 수업 때 자주 언급되던 분이 프란시스 쉐퍼이다. 선교사이자 철학자인 그는 복음을 받아들인 후 성경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주장하여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책은 인간 사회의 역사적 변화 속에서 사람들이 생각하는 형이상학과 현실과의 관계가 시대에 따라 얼마나 바뀌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물질과 영적인 것이 완전히 분리되던 때도 있었고, 물질이 형이상학까지 장악해버린 오늘날과 같은 시대도 있다. 하나님의 형상으로 만들어진 우리는 본능적으로 신을 찾는 경향이 있다.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에는 어떤 신앙이라도 가지려고 하는 것이 그 증거이다. 그 부분이 충족되지 않을 경우 우리는 다른 어떤 것을 그 자리에 놓으려 한다. 물질이 될 수도, 예술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쉐퍼는 많은 변화들 속에서 변하지 않는 본질로 돌아가기를 촉구한다. 시대에 따라 기독교도 많은 변화를 거쳐 왔다. 하지만 기독교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그 중심이 말씀이다. 어떤 형식과 제도나 전통이 말씀에 맞지 않는다면 과감히 버릴 필요도 있을 것이다. 점점 형식화되어가는 한국의 교회에 말씀으로 돌아가는 변화가 필요하다. 겉으로 보이는 것에 치중하거나 대형 교회로 키우는 데 힘쓰느라 성경을 배우고, 가르치는것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되겠다. 또한 쉐퍼가 말한대로 본질은 변하지 않되 그것을 전파하는 데 있어 시대적 변화를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한다. 궁극적으로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는 상대의 입장을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과거 철학은 학문의 중심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했는데 지금은 철학이 그 위력을 많이 잃은 것 같다. 쉐퍼의 말처럼 철학자보다 예술가나 대중음악가, 또는 영화 제작자가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대중을 일깨우기도 한다. 물론 미디어로 인해 왜곡된 사회인식을 심어주기도 하지만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일부 퇴폐적이고, 자기 파괴적으로 변해가는 문화들이 건전하게 쇄신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은 목사님을 비롯한 신학생들에게 유익한 책인 것 같다. 나를 포함한 일반인이 읽기에 생소한 단어들이나 철학적 용어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신학을 조금 맛 본 것 같아 뿌듯하다. 저자가 쓴 다른 책 <<거기 계시는 하나님>>도 읽어보고 싶다.

 

- 우리는 성경 해석은 성경 해석으로, 신학은 신학으로, 철학은 철학으로만 배웠고, 미술에 관한 것이면 미술로, 음악이면 그저 음악으로 공부할 뿐, 이러한 것들이 인간에게 속한 것이며 인간에게 속한 것들은 서로 아무런 관계없는 평행선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16쪽)

- 자연을 자율적인 것으로 인정하면, 그것은 곧 하나님, 은총, 자유 그리고 결국은 인간까지 삼켜버린다. 우리는 루소나 그의 추종자처럼 자유라는 말을 기를 쓰고 사용하여 한 동안은 자유를 향유할 수 있으나 얼마가지 못해 자유는 결국 비자유가 되고 만다. (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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