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왕국 서로마 제국이 ‘시시껄렁하게’사라지는 순간 - 프로와 아마의 차이 100페이지 톡톡 인문학
최봉수 지음 / 가디언 / 202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 전 출판사로부터 이 책을 보내주신다는 메일을 받았다. 바쁜 중에도 그동안 생각해 본 적 없던 내용이라 궁금한 마음에 책을 받아 보았다. 처음에 받고 너무 얇은 책 두 개라 놀랐다. 100페이지 톡톡 인문학이라는 말에 걸맞게 표지까지 합하면 100쪽 정도 될 만큼 얇았다. 분량을 100쪽에 맞추기도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는지. 들고 다니며 읽기에 좋은 두께이다. 

두 권의 책으로 왔는데 하나는 서로마 제국의 멸망, 그리고 다른 하나는 한나라의 몰락에 대한 내용이었다. 서양과 동양의 고대 역사가 현대에 시사하는 점들이 있는지 고찰하는 내용이었고, 문장은 굉장히 캐주얼했다. 입말이나 요즘 회자되는 말들을 넣어 인문학이라는 딱딱함을 한 꺼풀 벗겨낸 느낌이었다.

고백하자면 고등학교 시절 외우는 공부를 무지하게 싫어하던 나는 외우기 싫어서 이과를 선택했고 물리와 화학 중 외울 일이 적은 물리를 택했다. 그래서 한국지리나 역사, 그리고 세계사에 있어서는 문외한에 가깝다. 한국사가 나오는 5학년을 오랜 교사 생활 동안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 나이기에 캐주얼한 이 책도 한 번 읽어서는 이해가 안 되어 연달아 두 번을 읽었는데도 아직도 긴가민가하는 부분들이 많다. 특히 들어본 적은 있는 한나라의 인물들에 비해 서로마 제국 편의 등장인물들은 너무나 생소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갔을 때 가이드로부터 훈족을 피해 그곳까지 이동해와 만들어진 도시라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난다. 훈족의 영웅이었던 아틸라의 이야기로부터 책이 시작된다. 유라시아 대초원에서 유목생활을 하던 흉노족이 바로 훈족이라고 나온다. 무제의 정벌을 피해 서쪽으로 이동하던 이들이 4세기 헝가리를 통해 유럽 대륙으로 들어오며 유럽은 혼란에 빠진다. 점령지를 잔인하게 약탈하던 아틸라는 동로마를 쉽게 함락하고 서로마로 향한다. 설마 천년 제국이 무너질까, 하는 마음으로 로마의 마지막 영웅 아에티우스는 훈족을 맞아 카탈라우눔 전투를 치른다. 아에티우스는 승리하였지만 아틸라에 대한 안이한 판단으로 훈족을 섬멸하지 않은 탓에 1년 뒤 다시 아틸라의 침공을 받는다. 이번에는 바로 밀라노로 치고 들어가 밀라노를 포위하자 교황이 직접 협상하여 아틸라는 물러나고, 얼마 후 세기의 영웅이었던 아틸라도, 아에티우스도 허망한 죽음을 맞게 된다. 이후 리키메르, 오레스테스, 오도아케르에게 권력이 잠시 있었지만 시시하게 끝나고 중세 시대를 맞는다.

초한지로부터 삼국지에 이르기까지 약 500년 간 한이 중국의 고대사 후반부를 채운다. 400년 이상 분열의 시대를 누비던 왕망, 동탁, 조조, 사마의, 이름 자를 따 ‘망탁조의’라 묶어 불리는 이들의 이야기가 다음 권에 나온다.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사마에 두 번(39세, 45세) 오른 왕망은 처음과 다음 너무나 대조적인 면모를 보인다. 원칙적인 삶을 살며 재야 유자로부터 존경받던 유자였던 첫 시기에 비해 다음 대사마에서는 황제를 시해하고 스스로 황제에 올라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혹정을 펼쳤다. 이에 비해 위를 세운 조조와 위를 장악한 사마의는 자기 검열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황제에 오를 대의명분을 찾다 결국 황제가 되지 못했다. 최고의 독설가인 예형, 입바른 소리 잘하던 공자의 20대손 공륭, 조조의 양자였지만 조조를 무시했던 하안, 그리고 부패하고 타락한 정권에 등을 돌린 죽림칠현(산도, 완적, 유영, 혜강, 향수, 완함, 왕융)의 이야기도 등장한다. 

수박 겉핥기였지만 이렇게라도 동서양의 고대사를 조금이나마 접한 것이 보람되다. 이들의 이름이 다른 어디에선가 나온다면 반가울 것 같다. 참고서 읽듯 밑줄 그으며 반복해서 읽으면 외울 수 있게 될까? 다시 학창 시절로 되돌아가 그때 게을러 하지 못한 공부를 하는 느낌이다. 이렇게 요약된 내용이 아닌 구체적인 이야기들을 접할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 목소리 리뷰

https://youtu.be/-OLlaTEia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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