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공간 - 나를 이루는 작은 세계
유주얼 지음 / 허밍버드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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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만의 공간이라는 제목만 보고 비움에 대한 이야기인가 보다, 하며 빌려왔다. 앞쪽은 비움에 대한 것이 맞았다. 혼자 지내는 원룸이지만 sns를 통해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해 작은 소품들이 꽤나 소유했던 저자는 비움에 관한 책을 읽고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기로 한다. 보통 이런 경우 한번 왕창 버려도 어느 순간 다시 보면 다시 잡동사니로 가득 차 있거나 새로운 물건들로 채워지는데 저자는 그러지 않고 있다고 한다. 자기 집이 아니고 세를 들었을 때는 붙박이 물건들을 바꾸거나 색을 입히는 것이 쉽지 않다. 그녀는 그것을 다른 걸 이용해 포장하기 보다 드러난 그대로를 자신의 일부로 생각하며 살아간다. 인생이란 남에게 보여주는 것보다 나에게 충실할 때가 행복한 법이니까. 

  갓 서른을 넘긴 싱글 여성의 삶을 이 책을 통해 엿볼 수 있었다. 내가 에세이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내가 살아보지 않은 삶을 간접적으로나마 살아볼 수 있는 기회이다. 대학과 대학원에 다녔던 20대 시절. 30대에 계약직으로 자신의 전공을 발휘하지 못하고 살게 될 것은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전공을 살릴 수 있는 공무원이 되기 위해 더 노력하는 것 대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택했다. 바로 글쓰기다. 소설 습작 모임에 정기적으로 참여했던 그녀는 칼럼을 쓰기도 하고, 이렇게 책도 출판했다. 일하며 글 쓰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너무나 재미있는 글쓰기는 그녀의 여유를 앗아가는 대신 큰 보람을 안겨준 것이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작품을 쓰게 될까 기대가 된다. 

  이 책 속에는 창원을 떠나 서울에서 십수 년을 살아오며 느낀 아픔이 고스란히 스며 있다. 오랜 시간 함께 했던 반려견의 죽음, 느닷없이 찾아왔던 병, 혼자 있는 집에서 있었던 사고 등 혼자 사는 이들에게는 같은 일도 더 아프고 서럽게 다가오는 것 같다. 나중에 남자 친구도 만났다고 하니 괜히 다행스럽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나이 들어 사귄 이성 친구와 결혼을 바로 연관시키지는 않는 모습을 보면서 요즘 젊은이들의 생각을 알 수 있었다. 정규직 구하기 어렵고, 집값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아이 키우기는커녕 결혼도 엄두를 못 내는 힘겨운 하루하루에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베란다에서 감자를 키우며, 우쿨렐레를 천천히 연습하고, 글을 쓰며 미래를 꿈꾸는 그녀의 삶을 응원하고 싶다.


원문: https://blog.naver.com/kelly110/22263157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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