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의 힘
원재훈 지음 / 홍익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표지만 봐도 기분 좋아지는 책이 있다빨간 바탕의 초록 선인장고독자기만의 방인문학보기만 해도 행복해졌다이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다 놓고 출판사에서 보내주신 책들을 읽느라 계속 미루다가 주말 동안 만나 보았다언젠가부터 스스로 화두로 삼은 것이 나만의 공간과 시간’ 그리고 고독이다그동안 이런 말이 들어간 책들을 많이 읽었다.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 <혼자 있는 시간의 힘>, <백년 동안의 고독>, <고독의 즐거움>, <고독한 글쓰기>,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 <고독>, <고독한 당신을 위하여>, <너무 시끄러운 고독>. 오래전 읽은 책은 제목이 생소하기도 하지만 그간 이런 책들을 찾아 읽은 이유는 알 것 같다.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많은 주부에게는 짬을 내어 나만을 위한 시간을 내는 것이 참으로 달콤한 법이다친구와 어울리기 좋아하던 나는 언제부터인가 혼자 있는 걸 좋아하게 되었다그렇다고 어울리는 걸 싫어하진 않는데 그런 후에 꼭 나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전에 읽은 책 내용 중 어떤 이는 다른 사람과 있는 동안 에너지를 충전하고다른 이는 혼자 있을 때 충전이 된다고 하였다이게 변하기도 하는 건지 모르겠다예전의 내 모습이 전자였다면 지금은 후자가 되었기 때문이다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바뀌는지도 모르겠다하지만 왠지 너무 고독한 노년은 싫을 것 같다나이가 들수록 친구가 있어야 치매도 예방할 수 있을 테니까.

 

  이 책에는 고독했지만 위대한 업적을 남긴 위인들의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여자들을 많이 만나던 카사노바가 70이 넘어 도서관에서 사서로 있으면서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고 책으로 남겼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그는 자신을 모르면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60년의 생애를 병약한 몸으로 고독과 벗했던 지극히 개인적인 아미엘의 일기도 기회가 된다면 만나보고 싶지만 스스로를 고립시킨 채 그런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일기를 쓰는 행위는 생각만으로도 안쓰럽고저자의 말처럼 그건 진정 자신을 진실로 존중하는 태도는 아닐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고독했던 작가나 예술가의 마지막은 객관적으로 볼 때 슬플 수도외로워 보일 수도 있다하지만 카사노바도아리엘도 실제로는 고독 속에서 무한한 행복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누가 알겠는가?)

 

  책 속에 사상가도 등장하는데 그중 독학으로 사회철학자가 된 에릭 호퍼의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길 위의 철학자라는 별명도 있었던 그는 노동자 출신의 철학자이고세상을 흔드는 감동적인 글을 썼다고 하니 그의 글을 꼭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그는 남들과 같은 아카데믹한 길을 걸은 것이 아니라 돈이 생기면 책을 사서 읽고떨어지면 나가서 돈을 벌며 지식을 차곡차곡 쌓아 엄청난 통찰력을 지닌 책을 썼다는 것이 존경스러운 부분이다삶의 노곤함이 그대로 녹아있는 글이 아니었을까?

 

  고독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싶은 생각도 든다내가 좋아하는 시간이기 때문일까? (노년의 삶에 지나친 고독은 독이 될 것 같기도 하다.) 억울함을 삼키며 혼자 일기를 쓰던 이순신 장군에게 그런 고독한 시간이 그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을 것이다책 속 내용 중 베토벤이 음악은 고독의 침묵 속에서 우리를 신에게로 인도한다라고 적었다 한다고독은 어쩌면 신을 독대하는 일인지도 모른다스마트폰과 온라인의 유혹 속에서 진정한 고독을 잃어버린 요즘 시대에 고독이 회자되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코로나로 고독을 강요당하는 우리들두려워하거나 온라인으로 회피하기보다는 삶의 당도를 높이는 일에 열중하면 어떨까


* 목소리 리뷰

https://youtu.be/ShhbggS4mQk

https://www.podty.me/episode/1686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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