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 카니발 율리아 뒤랑 시리즈
안드레아스 프란츠 & 다니엘 홀베 지음, 이지혜 옮김 / 예문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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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카니발>

-안드레아스 프란츠는 1996년 첫 작품인 <영 ,블론드,데드>가 성공을 거두며 전 독일에 프란츠 신드롬을 일으켰다. 그의 작품 22권은 독일 내에서만 700만 부 이상 판매되었으며, 프란츠가 탄생시킨 대표적 히로인 '율리아 뒤랑'시리즈는 무려 550만 부가 판매되며 독일에서 가장 사랑받는 스릴러 시리즈로 자리매김 했다. 현실적이고도 입체적인 캐릭터와 상황 묘사로 수많은 스릴러 독자를 사로잡았으며 실감나는 묘사와 설정의 비결은 그가 경찰을 비롯한 여러 수사기관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기 때문으로 알려져있다. 그의 12번 째 작품인 <신데렐라 카니발>을 집필하던 중 2011년 3월 심장마비로 갑작스럽게 사망했으며 그의 후임으로 다이엘 홀베를 선정하여 나머지 부분을 완성시켰다. - 표지에서 발췌-

 

 매력적인 이탈리아인 여대생 아드리아나 리바는 개강파티를 열기 위해 그녀의 하우스 메이트 제니퍼를 설득한다. 공부만 하는 제니퍼는 친구의 설득에 소수만 초대하는 것으로 합의를 봤고 파티가 열렸다. 그리고 누구의 소행인지 밝혀지지 않은 채 파티는 난잡하게 변질되어 광란의 밤을 연상케 하는 가운데 제니퍼는 누군가가 술에 섞어놓은 약에 취해 여러 사람에게 강간 당했고 그녀의 마지막은 목이 잘린 채 살해되어 발견되고 파티 참가자는 용의자가 되어 조사를 받는다. 일반적인 강간 살해자의 시신과 너무 다른 상태였던 제니퍼의 시신은 텅 빈 눈동자와 더불어 고통에서 구원받은 듯 편안한 상태였고 율리아 뒤랑은 시신 상태의 기묘함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했고 ,파티 참가자 중 유력한 용의자를 검거해 제니퍼 메이슨 사건은 끝이났다.

 

그런데  2년이 지난 어느날, 제니퍼 메이슨 사건과 유사한 범죄가 발생하고 율리아 뒤랑과 그녀의 파트너였던 프랑크 ,자비네,페터는 공통분모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 한다. 그리고 사건 현장에서 흐르던 음악이 공통 분모였음을 간파하고 범인의 뒤를 쫒는 내용인데 <신데렐라 카니발>에서의 범인은 사실 처음 부터 독자들에게 읽혔다. 그러나 제니퍼 사건과 유사한 강간 살해사건의 시간차를 두고 범인을 쫒는 형사들의 발걸음을 따르다 보면 살해되었던 제니퍼 메이슨이 다시 나타나면서 형사들을 비롯해 독자들을 혼란으로 이끌며 이 소설은 거침 없이 진행된다.

 

안드레아스 프란츠의 작품은 내게 처음이다. 처음인만큼 기대를 많이 했고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있는데는 다 이유가 있을거라는 생각을 하며 읽기를 마쳤는데, 집필 도중에 사망을 했기 때문에 그의 온전한 손길을 느낄 수 없었기 때문일까 ,뒤랑 시리즈를 처음 읽었기 때문일까?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율리아 뒤랑의 존재감이 너무 미약해 아쉬웠다. <신데렐라 카니발>이 뒤랑 시리즈 중 12번째 작품이기 때문에 그녀를 몰라도 너무 몰랐을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해보고, 집필 도중 사망한 안드레아스 프란츠의 뒤를 이어 작품을 완성시킨 다니엘 홀베 작가가 그녀의 존재감을 배경으로 빼고 사건과 범인을 너무 부각시켰기 때문에 그리 느껴졌을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해봤다. 그렇다고 책이 재미없었다는 것은 아니고,  그저 사전 조사를 너무 열심히 했기 때문에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초반부를 읽어갈 때, 저절로 '저런 x, 미친녀석'이라고 혼잦말을 했을 만큼 사건의 묘사가 생생해 책을 덮어버렸다. 생생함을 넘어서 눈뜨고 볼 수 없었을 만큼, 글자들이 책에서 뛰어나와 눈 앞에 춤을 추듯 영상을 만들어내는 것 같은 생동감 넘치는 묘사는 안드레아스 프란츠의 손에서 탄생했을거라는 생각을 해봤다. 모름지기 스릴러는 생생한 묘사와 잘 짜여진 구성이 흥행과 작품성을 검증하는 것이라 생각했고 그에 걸맞는 책이라 느껴져 재미있게 읽었으며 속도감 또한 남다르기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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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얼룩진 교과서 2
모모세 시노부 지음, 한성례 옮김, 사카모토 유지 극본 / 느낌이있는책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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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얼룩진 교과서 2>

2007년 일본 후지 텔레비전에서 방송된 드라마 <우리들의 교과서>를 소설화한 책이며 각본을 맡았던 사카모토 유지는 이 작품으로 제26회 무코다 구니코상을 수상했다. 학교폭력이라는 글자만 봐도 가슴이 두근두근 뛰어다니는데 그 당사자들은 어떤 마음일까.. 학교폭력은 특별한 아이가 그 대상이 되지 않으며 언제 어디서, 누구라도 학교폭력의 피해자와 가해자가 될 수 있단다. 어제의 친구가 오늘은 가해자가 되고, 어제의 가해자는 내일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단다. 아이를 둔 부모로서 학교폭력은 민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신문에서, 방송에서 잊을만하면 발생하는 학교폭력을 볼 때면 온통 가슴이 까맣게 타들어가고 유심히 내 아이들을 살펴보기에 마음이 바빠지고 발걸음이 빨라진다. 내 아이가 아니라고, 내 아이가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안도해야 할까. 학교폭력을 주도했던 몇 몇 아이들만 가해자일까. 희생양이 되어버린 친구를 외면하는 일도, 방관하는 일도 모두 학교폭력임을 아이들은 알고 있을까.. 언젠가 읽었던 학교폭력에 관한 책 중에 이런 글귀가 있었다. 함께 하지 않으면 내가 그 피해자가 되기 때문에 방관하거나 동조할 수 밖에 없었다던 다수의 아이들과 내 아이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어야 했을까...

 

 

아이자와가 학교폭력 때문에 사망에 이르렀다고 믿으며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하는 쓰미키의 시선을 가만히 따라가다 보면 숨겨진 이야기들이 하나씩 하나씩 드러나 독자들을 더욱더 안타깝게 만든다. 학교의 명예를 위해 교사들의 약점을 잡아 애써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학교에는 폭력이 없었다고 덮어두려는 아메키 교감의 진실도 드러나고, 아이자와를 위해 진실을 밝히려 했지만 자신이 처한 현실 때문에 아메키 교감의 편에 설 수 밖에 없었던 가지 선생님과 오시로 선생님 이하 모든 교사들의 내막도 서서히 밝혀지고, 아이자와를 왕따로 만었던 가네요시의 내면을 알아갈때는 새삼 어른들의 비뚤어진 마음이 아이들을 아프게 하고 있었다는 자괴감이 스멀거려 힘들기도 했다.

 

무엇이 옳고 그른가를 떠나 <우리들의 얼룩진 교과서>를 읽는 내내 뱃속이 뒤틀리는 경험을 했으며, 보도 내용이나 곁에서 보고 들었던 내용들이 얼마만큼의 진실을 담고 있었는지 다른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었다. 어째서 이런 세상에 와 있는 것인가..? 누가 만들어 놓은 세상인가? 학벌 위주, 경쟁 사회, 외모지상주의, 개인주의, 물질만능, 도덕성 결여...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원인들이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서 틈이 벌어지기를 기다리며 웅크리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학교폭력,왕따,집단 따돌림은 비단 학교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님을 가리오카 중학교를 통해 다시한번 느껴본다. 그리고 아이들은 어떤 형태로든 부모나 주변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고 있었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야겠다. 자세히 살펴보기만 해도, 아이와 충분한 대화를 나누어보기만 해도 , 아이의 말을 들어주기만 해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다.

 

<우리들의 얼룩진 교과서>1권에서는 열의에 불타는 초보 담임 가지 선생님과 사망한 아이자와에게 학교폭력이 있었는지 진실을 가늠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면 2권에서는 아이자와에게 3개월간 엄마였던 쓰미키가 학교를 고발하고 학교측은 쓰미키가 있던 법률회사에 사건을 의뢰하면서 법정 공방이 치열해지고  학교폭력을 은폐하려는 교감 아메키와 진실을 밝히고 싶었던 쓰미키 변호사의 노력이 펼쳐진다. 단순히 학교폭력의 진실과 은폐라는 측면에서 소설이 마무리되었다면 그저 그런 학교폭력에 관한 소설이겠거니 하겠지만 이 책에서는 다양한 사람들의 내면이 함께 펼쳐지며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떠나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으며 작가는 학교폭력이라는 무거운 주제와 가슴 아픈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추리소설 과 같은 장치를 마련해두어 독서하는 내내 긴장감을 내려놓기 어려웠다. 가슴 아픈 내용이었고 , 있어서는 안 될 일이지만 지금도 여전히 세상 어느 곳에서 벌어지고 있을것만 같은 일... 차마 입에 담기조차 힘겨운 학교폭력과 주변 인물들의 내면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였다.  

 

            

 

<우리들의 얼룩진 교과서 >는 학생과 학부모,교사와 일반인 등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읽어보면 좋겠다. 더불어 십대 자녀들과 부모가 함께 읽어보면 좋을 책을 몇 권 담아본다. 대교출판에서 출간된  이경화 작가의 <지독한 장난>은 학교,친구,우정,왕따,지독한 장난이라는 제목이 잘 어울리는 작품으로 학급 도서로 지정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책이었으며, 비룡소/ 박선희 작가의 <파랑 치타가 달려간다>는 방황하는 아이들의 내면과 부모의 기대치에 부응하기 위해 자신과의 힘겨운 싸움, 과열된 경쟁사회에서 부모된 나를  뒤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던 책으로 아이들과 함께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또한 을파소 / 조앤 바우어 /<열두 살,192센티> 는 부모의 이혼과 재혼으로 혼란스러운 아이와 왕따가 되어버린 아이가 삶의 지혜를 배워가며 희망을 꿈꾸는 내용이며, 주니어김영사/ 엘리자베스 죌러/ <도와줘 제발> 과 푸른숲주니어/브리기테 블로벨 작가의 <못된 장난> 학교폭력에 대한 내용이다. 마지막으로< 폭력 없는 평화로운 학교 만들기> 학지사에서 출간되었으며 저자 조정실씨는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회장으로 학교폭력 현장에서 피해가족과 함께 하며 얻은 학교폭력 피해현장,접근방법,해결방법 등 다양한 사례가 들어있다.

 

- 세상은 바뀔 수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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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얼룩진 교과서 1
모모세 시노부 지음, 한성례 옮김, 사카모토 유지 극본 / 느낌이있는책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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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얼룩진 교과서 1>

책 제목에 내용이 잘 나타나있다. 얼룩진 교과서라... 하루의 대부분을 학교에서 보내는 아이들에게 교과서란 어떤 의미일까. 지식의 전달을 위한, 앎의 즐거움을 위한 용도일까 생각해보니 그저 지겨움을 대변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가끔 우리 아이의 교과서를 살펴본다. 가끔씩 살펴보는 일이기도 하지만 학기말쯤 다시 보는 아이의 교과서는 낙서가 드문드문 있었고 교과목을 교묘히 바꾸어 놓은 책도 더러 있었다. 예를들면 사회는 자회로 , 수학은 주학으로... 비단 우리 아이 뿐만 아니라 저희들 나름대로 학업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이러저러한 방식으로 표현했을거란 생각도 했더랬다. 많은 아이들의 교과서에 수학이 주학으로 뒤바뀐 정도면 다행이련만 <우리들의 얼룩진 교과서> 속에는 생각하기도 싫은 낙서가 한무더기씩 표현되어있어 읽기가 조금 힘들었다. 그리고 학교에서 뛰어내린 여학생의 외로움이, 힘듬이, 고통이 글자로 되살아나 마음이 많이 아프다.

 

우리나라에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자주 있었고 온 국민의 가슴을 아프게 했던 청소년의 마지막 뒷모습이 담긴 영상이 생각났다. 학교 친구들의 괴롭힘 때문에 죽음을 생각했던 아이, 엘리베이터 앞에 쭈그리고 앉아 손등으로 눈물을 닥아내던 마지막 모습에 그 또래의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이기에 무척 아팠었다. 도움을 청하지 그랬니.. 부모에게 털어놓지 그랬니.. 죽음을 생각하기 전에,네 삶을 포기하기 전에  학교를 포기하지 그랬니... 이렇게 혼잣말을 하면서 울었지만 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일까,, 세상 모두가 그러하듯 내게도 점차 잊혀진 순간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비슷한 일이 발생될때마다 또 마음 아파하고, 내자식을 챙겨보고.. 평생 자식을 가슴에 묻어야하는 그 아이들 부모의 심정은 아마 알 수 없을것같다..

 

 

중학교 2학년 3반에 임시 담임으로 온 가지 고헤이는 아이들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선생님이 되자고 다짐했고 첫 수업을 마쳤다. 그리고 다른 아이들과 조금 다른 아이자와 아스카를 만난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느냐는 아이자와의 질문에 대답을 하지 못한 가지 선생님. 공부를 열심히 해서 세상을 바꿀 수 있을만한 위치에 서게 되면 그럴 수 있다고, 바꿀 수 있다고 결연히 말해주지 못하고 수업 종이 울려 두 사람은 교실로 향했다. 재잘재잘 떠들거나 조용히 있거나 하는 친구들과는 약간 동떨어진 아이자와를 보며 학교 생활에 문제는 없는지, 친구는 있는지, 어려운 일이 있으면 찾아오라고 돌려보낸 몇일 후  아이자와가 학교에서 떨어져 사망에 이르렀다. 왜 죽었을까? 학교 폭력이 있었던건 아닐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중 아이자와가 해맑게 웃으며 '선생님을 만나서 다행이라며 건네주었던 사물함 열쇠를 생각해내고 찾아간다. 거기에는 아이자와의 물건으로 보이는 얼룩진 교과서와 물품들이 들어있었는데...

 

- 두 동강 난 연필 몇 자루. 유성펜으로 온통 까많게 덧칠해져 글씨를 알아보기 힘든 찢어진 교과서. 죽어. 죽어버려,쓰레기,구려,눈엣가시, 언제 죽을 거야? 나한테 가까이 오지 마. 이런 말들이 한가득 쓰여 있는 공책. 손에 닿는 것초차 꺼려지는 쓰레기. 목을 매단 부모님 아래서 울고 있는 여자아이 그림. 왕따.-59p-

 

-" 지금 수많은 어른들은 아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그건 아이들도 마찬가지예요. 어른들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모릅니다. 어른들은 쉽게 말하죠. 노력하면 행복해진다. 희망찬 미래를 그려라. 꿈을 가져라. 그런데 과연 행복은 무엇일까요? 쓰미키 씨, 당신은 자신이 행복하다고 생각하십니까? " -110p

 

 여기, 이 책은 일본판 <도가니>라는 부제를 달고 출간되었다. 일본 열도를 들끓게 만들었으며 학교 폭력에 관한 이야기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자살을 해야만 했던 중학생 아이의 마음이 되어도 보고, 다른 학생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애써야하는 학교측 입장도 되어봤다. 죽은 아이를 위해 진실을 찾으려 했던 담임 교사의 입장에서 생각해 봤고, 다수의 아이들 입장에서 생각해보기도 했고, 부모의 입장에서서 생각도 했더랬다. 그래도 잘 모르겠다.. 무엇이 아이들을 이렇게 만들었는지.. 무엇이 아이들을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고 있는지 정말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할 문제인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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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요리
하시모토 쓰무구 지음, 권남희 외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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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요리>

 하시모토 쓰무구 작가의 생활이 반영된 아기자기하면서도 알콩달콩한 스물 세 편의 요리 이야기를 읽다보니 오늘의 요리는  내일의 추억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 속에 담겨진 요리가 아님에도 어머니가 해주시던 음식이 떠올랐고, 남편이 말해주던 추억의 음식이 생각났으며 우리가 함께 했던 시간 만큼 쌓여있는 다양한 음식과 지난 추억들이 새록새록 내 마음에 쌓여가는 기분이 들었다.

 

결혼을 하고 종종 친정에 가면 시래기 된장찌개를 맛있게 먹곤 했는데 엄마가 돌아가신 후로는 그 맛을 볼래야 볼 수 없는 요리 중의 하나가 되어버렸다.  엄마가 보고 싶을 때, 냉동실에 얼려둔 시래기를 꺼내어 엄마의 어깨 너머로 보았던 순서 그대로, 내용물 그대로 만들어봤지만 내가 만든 시래기 된장 찌개에서는 엄마의 손맛을 느낄 수 없기에 이런게 엄마의 손맛이자 추억이었구나 싶은 순간들이 자주 있었는데 <오늘의 요리>를 읽다보니 요리와 추억은 하나이기에 새록새록 엄마의 손맛이 그리워졌다.

 

음식과 추억 이야기를 꺼내어보면 내 삶이 그대로 나타날지도 모르겠다. 또 하나의 요리와 추억을 꺼내 놓으면 육개장과 미역국이 있다. 이 요리로 말할것 같으면 미역국은 어린시절로, 육개장은 아버지가 돌아가셨던 십 오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기를 못먹었던 내 어린시절에 엄마는 항상 미역국을 냄비 두 개에 나누어서 끓여주셨다. 먹거리가  흔치 않던 시절이었지만 누군가의 생일에는 항상 미역국에 고기를 넣어 끓이셨고, 작은 냄비에는 나만을 위해 고기를 넣지 않은 국을 끓이셨다. 지금이야 고기를 잘 먹지만 어린시절에는 고기가 들어있는 미역국이 왜그리 싫었는지...새벽에 일나가시는 엄마를 왜그리 귀찮게 했는지..

 

그리고 육개장은 내게 아프고 또 아픈 음식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영정 앞에서 꼼짝 않고 이틀을 울었나보다. 편안히 누워서 잠도 자면 안 될것 같았고, 밥도 먹으면 안 될것 같았기에 이틀을 아버지 앞에 앉아 아버지와의 추억과 슬픔을 삭여냈는데 어느 순간 쓰러졌나보다. 아니 사실대로 말하면 배고픔과 잠을 이기지 못해 그자리에서 쓰러졌었다. 그리고 깨어보니 몹시도 배가 고팠다. 누군가 차려준 밥상에서 육개장을 처음 먹었던 그 순간... 그 육개장이 왜그리 맛이 있었는지...그렇게 싫어하던 욱개장의 빨간 국물 과 잘게 찢어놓은 고기가 허기진 뱃속에 닿았을 때 왜그렇게 슬펐는지 꺽꺽대며 혼자 울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도 배가 고프다는 사실이,  밥이 넘어간다는 사실이, 육개장이 맛있었다는 사실이 슬퍼서 울었던 기억..  

 

요리란 그런것인가보다. 오늘의 요리는 먼 훗날의 추억으로 우리들 마음 속에 켜켜히 쌓이고 있는 것. 매일 먹는 밥이지만, 반찬이지만 누구와 함께 먹고,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으며, 어떤 마음으로 그 음식을 하게 되었는지가 모두 모여 훗날의 추억으로 남는 것. 그것이 요리인가보다.  하시모토 쓰무구 작가의<오늘의 요리>는 생활 속의 소소한 이야기가 맛있게 담겨져 있다. 헤어진 연인과의 추억도 있고, 아픈 아이를 위해 만들었던 요리도 있었으며 친구와의 추억도,사랑도,가족도 있었다. 간단한 요리 방법과 재료가 요리책 처럼 소개되어있으니 소설처럼 맛있게 읽다가 문득 생각나는 요리를 만들어 볼 수 도 있겠고, 나처럼 완독 후 추억에 젖어들어 한없이 방황하는 사람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오늘의 요리는 내일의 추억이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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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밴던 어밴던 시리즈
멕 캐봇 지음, 이주혜 옮김 / 에르디아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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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세기 판타지로 부활한 하데스와 페르세포네: 어밴던>

죽음을 관장하는 하데스는  아름다운 여인 페르세포네에게 반해 그녀를 데려와 아내로 삼았다는 그리스 로마 신화는 너무 많이 알려져 새로울 것 없는데 <프린세스 다이어리>로 잘 알려진 맥 캐봇은 그리스 로마 신화를 21세기로 데려와 3부작 소설로 완성시켰다. 그 중 첫 번째인 <어밴던>은 신화와 많이 닮아있다. 죽음의 신 하데스 대신 존이라는 매력적인 남성을 탄생시켰으며 아름다운 페르세포네 대신 열 일곱 살의 소녀 피어스를 데려다 놓았다. 그 두사람이 만들어가는 현대판 판타지 로맨스 <어밴던>.

 

주인공 피어스는 일곱 살에 할아버지의 장례식 묘지에서 죽은 새를 발견한다. 어떤 생명이건 살리고 싶었던 여린 소녀에게 까만 옷을 입은 커다란 남자가 다가오고 남자는 소녀에게 새를 살리고 싶은지를 묻는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죽어가는 새를 살려달라는 소녀의 부탁을 받은 남자는 손짓 하나로 새를 살려내고 사라졌다. 그리고 작은 소녀는 어느덧 열다섯 살로 성장해 추운 겨울의 어느날 수영장에서 또다시 죽은 새를 발견하고 살려주고자 했지만 할머니가 만들어준 빨간 목도리에 발이 걸려 넘어지면서 수영장 아래로 추락하고 만다.

 

그녀는 음침하고 음산한 동굴 같은 지하 세계에서 눈을 떳고 ,많은 사람들이 두 줄로 서 있는 가운데 아귀다툼을 벌이는 긴 줄에 서 있던 사람을 돕고자 한다. 그 순간 커다란 검은 말을 탄 남자를 발견했고 그녀는 그가 어릴적 묘지에서 마주쳤던 남자임을 알게되어 그에게 다가간다. 춥고 어두운 지하에서 벗어나 따뜻한 곳으로 가기를 원했던 피어스의 부탁을 받은 남자는 그녀를 자신의 공간으로 데려가고 그녀가 죽었음을 알려준다. 여기서 함께 살자며 그녀에게 아름다운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선물한 존은  그것이 그녀를 악에서 구해줄 것이라 말하지만  피어스는 자신이 살던 세상으로 가고 싶어하고 여러 갈래로 갈라진 길 가운데 하나를 택해 빠져나왔다. 그리고 되살아난 피어스는 사회부적응자가 되어있고 지하 세계에서 죽음을 관장하는 존에게 받은 목걸이는 여전해 그녀의 목에 걸려있었다.

 

새출발을 위해 엄마는 그녀를 데리고 자신의 고향인 우에소스 섬으로 이사를 왔고 그곳 묘지에서 존을 다시 만나게 된다. 지하 세계를 관장하는 존과 다시는 마주치고 싶지 않지만 자신의 신부로 피어스를 택한 존은 그녀가 위험에 처할 때마다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나고 그가 나타나면 누군가 죽거나 다치는 일이 반복되면서 그녀는 자신만의 관 속으로 숨어버린다. 그리고 묘지 관리인에게서 목걸이에 얽힌 이야기와 존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그와 떨어질 수 없음을 예감한 피어스는 그곳 고등학교 전통인 관의 밤 행사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전통으로 굳어진 우에소스 섬의 관의 밤 행사와 존은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이며 피어스는 존의 신부가 되어 지하 세계에 머물게 되는 걸까? 궁금하지만 그건 3부까지 읽어야만 알 수 있을듯하다. 그리스 로마 신화와 판타지 로맨스가 적절히 어우러져 <어밴던>이라는 재미있는 소설이 완성 되었지만 단편으로 끝나는 내용이 아니기에 최근에 완성되었다는 2편<언더월드>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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