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요리
하시모토 쓰무구 지음, 권남희 외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오늘의 요리>

 하시모토 쓰무구 작가의 생활이 반영된 아기자기하면서도 알콩달콩한 스물 세 편의 요리 이야기를 읽다보니 오늘의 요리는  내일의 추억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 속에 담겨진 요리가 아님에도 어머니가 해주시던 음식이 떠올랐고, 남편이 말해주던 추억의 음식이 생각났으며 우리가 함께 했던 시간 만큼 쌓여있는 다양한 음식과 지난 추억들이 새록새록 내 마음에 쌓여가는 기분이 들었다.

 

결혼을 하고 종종 친정에 가면 시래기 된장찌개를 맛있게 먹곤 했는데 엄마가 돌아가신 후로는 그 맛을 볼래야 볼 수 없는 요리 중의 하나가 되어버렸다.  엄마가 보고 싶을 때, 냉동실에 얼려둔 시래기를 꺼내어 엄마의 어깨 너머로 보았던 순서 그대로, 내용물 그대로 만들어봤지만 내가 만든 시래기 된장 찌개에서는 엄마의 손맛을 느낄 수 없기에 이런게 엄마의 손맛이자 추억이었구나 싶은 순간들이 자주 있었는데 <오늘의 요리>를 읽다보니 요리와 추억은 하나이기에 새록새록 엄마의 손맛이 그리워졌다.

 

음식과 추억 이야기를 꺼내어보면 내 삶이 그대로 나타날지도 모르겠다. 또 하나의 요리와 추억을 꺼내 놓으면 육개장과 미역국이 있다. 이 요리로 말할것 같으면 미역국은 어린시절로, 육개장은 아버지가 돌아가셨던 십 오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기를 못먹었던 내 어린시절에 엄마는 항상 미역국을 냄비 두 개에 나누어서 끓여주셨다. 먹거리가  흔치 않던 시절이었지만 누군가의 생일에는 항상 미역국에 고기를 넣어 끓이셨고, 작은 냄비에는 나만을 위해 고기를 넣지 않은 국을 끓이셨다. 지금이야 고기를 잘 먹지만 어린시절에는 고기가 들어있는 미역국이 왜그리 싫었는지...새벽에 일나가시는 엄마를 왜그리 귀찮게 했는지..

 

그리고 육개장은 내게 아프고 또 아픈 음식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영정 앞에서 꼼짝 않고 이틀을 울었나보다. 편안히 누워서 잠도 자면 안 될것 같았고, 밥도 먹으면 안 될것 같았기에 이틀을 아버지 앞에 앉아 아버지와의 추억과 슬픔을 삭여냈는데 어느 순간 쓰러졌나보다. 아니 사실대로 말하면 배고픔과 잠을 이기지 못해 그자리에서 쓰러졌었다. 그리고 깨어보니 몹시도 배가 고팠다. 누군가 차려준 밥상에서 육개장을 처음 먹었던 그 순간... 그 육개장이 왜그리 맛이 있었는지...그렇게 싫어하던 욱개장의 빨간 국물 과 잘게 찢어놓은 고기가 허기진 뱃속에 닿았을 때 왜그렇게 슬펐는지 꺽꺽대며 혼자 울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도 배가 고프다는 사실이,  밥이 넘어간다는 사실이, 육개장이 맛있었다는 사실이 슬퍼서 울었던 기억..  

 

요리란 그런것인가보다. 오늘의 요리는 먼 훗날의 추억으로 우리들 마음 속에 켜켜히 쌓이고 있는 것. 매일 먹는 밥이지만, 반찬이지만 누구와 함께 먹고,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으며, 어떤 마음으로 그 음식을 하게 되었는지가 모두 모여 훗날의 추억으로 남는 것. 그것이 요리인가보다.  하시모토 쓰무구 작가의<오늘의 요리>는 생활 속의 소소한 이야기가 맛있게 담겨져 있다. 헤어진 연인과의 추억도 있고, 아픈 아이를 위해 만들었던 요리도 있었으며 친구와의 추억도,사랑도,가족도 있었다. 간단한 요리 방법과 재료가 요리책 처럼 소개되어있으니 소설처럼 맛있게 읽다가 문득 생각나는 요리를 만들어 볼 수 도 있겠고, 나처럼 완독 후 추억에 젖어들어 한없이 방황하는 사람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오늘의 요리는 내일의 추억이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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