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상처를 허락하는 것이다 - 공지영 앤솔로지
공지영 지음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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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사랑은 상처를 허락하는 것이다>

좋아하는 작가 중 한 사람인 공지영. 그녀가 지난 25년 동안 작가의 길을 걸어오면서 써내려갔던 많은 작품들 속에서 스스로 뽑은 치유와 위무의 언어들로 구성된 앤솔로지...  깨알 같은 글이 담겨져 있지 않았는데도  한 페이지.. 또 한페이지를 넘길때마다 짧게는 몇 초, 길게는 한시간 이상을 머뭇거리며 진행했다.. 어디선가 읽었던 글도 보이고 새로운 글도 많았기에 ' 아~ 이 책은 읽어보지 못했는데 괜찮네~. 조만간 읽어봐야지~' 하는 생각과 메모를 끄적여봤다.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과 <상처 없는 영혼>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머뭇거리며 생각을 했고 전체를 모두 읽어봤으면 좋았을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 가을이 넘어가기 전에 두 권의 책을 담아본다.

 

몇 일동안 느리게 느리게 읽어가며 유난히 내 눈에 많이 띄는 단어가 상처다. 사람들은 모두 마음 속에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때론 있는듯 없는듯 그렇게 가라앉아 애써 꺼내어 놓거나 특별한 일이 있어야만 솟구치는 생채기들... 너무 아파 생각조차 하기 싫었던 그 생채기들을 직시하면서도 보듬어 안을 수 있는 책이기도 했다. 

 

-살아 있는 모든 곳은 상처를 받고, 생명이 가득 찰수록 상처는 깊고 선명하다. 새싹과 낙엽에 손톱자국을 내본다면 누가 더 상처를 받을까. 아기의 볼을 꼬집어보고 노인의 볼을 꼬집어보면 누구의 볼에 상처가 더 깊이 남을까? 생명이라는 것은 언제나 더 나은 것을 위해 몸을 바꾸어야 하는 본질을 가졌기에 자신을 굳혀버리지 않고 불완전하게 놓아둔다. 이 틈으로 상처는 파고든다. 상처받고 있다는 사실이 긔만큼 살아 있다는 징표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하면, 상처는 내가 무엇에 집착하고 있는지를 정면으로 보여준다. 상처를 버리기 위해 집착도 버리고 나면 상처가 줄어드는 만큼 그 자리에 들어서는 자유를 맛보기 시작하게 된다. 그것은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내리는 신의 특별한 축복이 아닐까도 싶다. -18p-

 

이전에는 그런 생각을 해본적이 없는듯하다. 그저 아팠으니까. 그저 내 잘못이 아니었기에 화가 났으니까. 그러나 상처는 내가 무엇에 집착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는데 오래도록 내 마음을 들여다보았다. 그랬구나.. 기분 좋은 일도 아니었는데 왜 그것에 집착하고 놓아주지 못하면서 나 혼자 괴롭고 힘들어했을까... 그런 생각으로 오래도록 이 글을 곱씹었다...

 

 

상처라는 것. 그것은 사랑 때문에 생겨난 상처일수도 있고, 인간관계에서 생겨난 상처일수도 있고, 친밀한 가족 관계 속에서 생겨난 상처일수도 있으며 자기가 자기에게 낸 생채기일수도 있다. 어떤 모양새를 하고 생겨난 상처이든 사람은 누구나 상처를 받고 아파하지만 어떤 경로를 통하든 치유를 경험하기도 한다. 상처라는 검은 덩어리 속에 갇혀 자기에게 내었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 그것은 누구도 아닌 혼자 힘으로 이겨내야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것이 삶일테니까..

 

 

<사랑은 상처를 허락하는 것이다> 공지영 앤솔로지를 읽어가며 가끔 이전에 읽었던 책 속의 글귀들이 보일때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그때의 느낌과 지난 일들이 마법처럼 되살아나기도 했다.  마음에 담아둔 글귀가 선집에도 보였기에 반가웠고 어떤 마음으로 그 글귀들을 노트에 옮겨적었는지도 생각났는데 이것은 묘한 경험이기도 했다. 공지영 작가를 좋아하지만 그녀의 작품을 모두 읽어본것은 아니기에  꼭 읽어보고 싶은 책들을 꼽아본다. 이 책을 자신에게 주고 싶었다는 공지영 작가..그리고 세상의 모든 자신을 자신이게 해주고 자기의 책을 자기 책으로 오래 지속되게 해준 독자들에게 주고 싶다는 그녀... 25년 동안 써내려갔던 작품들 속에서 치유와 위무의 언어들을 뽑아서 만들어낸 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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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도쾌차 - 마음까지 치유하는 한의원 이야기
김중규 지음 / 와이겔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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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일도쾌차>

환자의 마음까지 치유하는 한의원 이야기. 환자가 행복할 때 자신도 행복하다는 김중규 한의사의 진료 일기를 훔쳐봤다. 때론  너무 재미있어서 혼자 웃어도 봤고, 때론 너무나 인간적이어서, 감동적이어서 살며시 눈시울도 붉혀봤다. 우리가 사는 삶 깊은 곳에 자리한 한의원. 그러나 한의학에 대해 잘 못 알려진 상식들도 분명 존재한다. 예를들면 보약을 먹으면 살이 찐다던가, 우황청심원에 얽힌 내용, 녹용을 많이 섭취하면 아이가 바보가 된다던가 하는.. 어릴적에 한번쯤 들어보았던 그런 잘못된 상식을 바로잡아 주었다. 

 

-몸의 병을 대할 때 마음의 치유를 추구하고, 우리 몸이 본래 지닌 자연치유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이 땅의 한의사중 한 명. 한의학의 뛰어난 가치를 일반에 널리 알리고 , 잘못 알려진 한의학 상식을 바로잡기 위한 지난 20년의 고군분투를 <매일신문>에 에피소드가 있는 한의원으로 연재해 잔잔한 반향을 일으켰으며 보다 많은 독자들에게 한의학의 현주소를 알리고자 책을 냈다. 경북 영덕에서 태어나 대구한의대를 졸업한 뒤 대구에서 한의사회 학술위원,포항대학교 물리치료과 외래교수를 역임. 현재 포항시 의료급여심의위원과 포항시 한의사회 이사로 활동. 포항 한국한의원 원쟁으로 재직중. - (표지에서 발췌)

 

본문을 읽기 전에도 가볍게 보았던  내용이지만 책을 다 읽은 후  저자의 약력을 다시 살펴보았다. 매일신문은 구독하지 않지만 조선일보에도 그와 비슷한 동네의사 진료일기가 연재된다. 진료 중에 있었던 간단한 에피소드로 이루어졌는데 나는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짧막한 그 글들이 너무 좋아 꼭 챙겨보는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 <일도쾌차>도 동네의사 진료일기와 같았다.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것도 그렇고, 가끔씩 포복절도할만한 내용의 진료일기를 훔쳐보는 맛이 기가막힌다. 거기에 더불어 한의학에 대한 내용까지 얻을 수 있으니 읽는 재미와 새로이 알아가는 한의학 상식까지 덤으로 얻었다.

 

한의원을 생각하면 침과 한약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리고 중풍은 양의학 보다 한의학으로 치료하는게 효과가 있다는 말도 어디선가 들어봤다. 실제로 어머니 병환으로 서울 경희의료원에 입원했을 때,  한방의학과에 가면 중풍 환자들이 많았고 병원 생활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여러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보았기에 어느정도 수긍을 했던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중풍 이외에 가벼운 감기는 어떨까? 한의원에서 감기도 치료한다는 사실을 <일도쾌차>를 통해 처음 알았다. 물리치료를 받거나, 침을 맞거나, 한약을 지으러 가는 한의원이 아닌 우리동네 가정의학과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것. 참 신선한 내용이었고 다음에 감기가 찾아오면 일반 병원 말고 한의원에 가서 처방받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저자 김중규 한의사는 최고의 명의까지는 아니더라도 환자에게 소홀한 의사는 되지 말자며 오늘도 책을 본단다. 처방전을 발행할 때도 책을 참고하여 심사숙고를 한다는 그. 20년을 한 길에 매진하다보니 환자가 증세를 말하기도 전에 먼저 보이는 것들이 있는데 그럴수록 그는 자랑하기 보다 익숙함에서 비롯될 수 있는 그릇된 시각을 두려워한다는 사람... 병인을 찾는 탐정의 마음으로 진료에 임하는 사람...한번쯤은 보고 싶고, 진료를 받고 싶은데 이 사람은 가까운 동네 한의원에 가보란다. 한의사와 인간적인 친분을 맺고 , 신뢰하는게 좋은 한의사를 찾는 길이란다. 정말일까 싶은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왜냐, 비싼 보약 짓기를 은근히 종용한다거나 잘못된 오진으로 치료 시기를 놓칠 뻔했기에  어떨 때 병원을 찾고,어떨 때 한의원을 찾아야 할지 아직도 갈피를 잡지 못하겠다...그래서 병이 생긴 부위를 직접 치료하는 병원을 자주 찾았는데 마음은 언제나 그렇지 못했다. 아픈 부위만을 치료할게 아니라 병의 원인을 찾고 근본적인 치료를 해야하며 우리 몸의 자연치유력을 높이는데 더 큰 의미를 두어야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이가 들면 나타나는 증상 중 관절염, 오십견에 대한 내용을 자세히 보았고, 불면증과 두통에 대해서도 자세히 봐두었다. 신경 쓰는 일이 있을때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나의 고질적인 편두통을 없앨 수 있었으면 좋겠고, 불면증으로 고통 받는 친인척에게도 알려주어야겠다. 그리고 약국에 가면 흔히 구입할 수 있는 쌍화탕의 진실과 올바른 복용 방법을 알았으며 , 비상 상비약으로 구비해둔 우황청심환에 대해서도 잘 알게되었고 아토피를 비롯해 노인 질환,임신과 식적 등 일상생활에서 알아두면 좋을 내용이 <일도쾌차> 안에  가득하다. 저자인 김중규 한의사가 20년간 써왔던 재미있고 감동적인 진료일기와 간단한 한의학 상식이 골고루 배치되어있으니 곁에 두고 찾아읽어보면 건강한 삶을 위해 좋을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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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 사기 전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이일구 지음 / 참돌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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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중고차를 사기 전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차에 대해서 잘은 모르지만 읽어보니 중고차에 대한 모든 정보가 담겨진듯하다. 우리나라 중고차 시장은 2012년에만 약 326만 대의 중고차가 거래되었다고 한다. 그만큼 중고차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인데 솔직히 중고차는 운이 좋으면 좋은 차를 구입할 수 있고 ,운이 나쁘면 침수차 라던가,사고 차량을 구매할수도 있다는게 내 생각이었다. 침수차와 사고차를 구별하기가 매우 어려우므로. 차가 멀쩡하다 못해 반짝반짝 빛나는 차라 할지라도 소비자는 속을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보니 구매자들이 중고차에 대해 알아야 할것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중고차를 구매하기 전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에는 별별 정보가 다 들어있었다. 딜러들의 수수료 문제라던가, 보험 처럼 꼭 들어야하는 공채라던가, 보험료, 침수차, 사고차 구분 방법,중고차를 시장에 내놓기 전에 거쳐가는 수리에 대한 내용, 수입차, 신차 영업사원들에 대한 정보까지 왠만한 정보는 다 들어있지만 책만 읽어서는 안 될것도 같다. 이리저리 발품을 팔아 책에서 읽은 내용을 충분히 눈으로 보고, 숙지한 다음에야 이 책의 가치가 더욱 더 빛날테니까.

 

책을 읽어가며 내가 가장 놀랐던 첫 번째는 중고차 매매시장에 가면 만날 수 있는 딜러들의 세계였다. 모두 같은 딜러인줄 알았는데 그들의 세계는 여러 분야로 나뉜단다. 시장에서 맨 처음 만나는 호객딜러 중에는 정식 종사원증을 가진 딜러도 있지만 무자격 딜러도 있기에 주의 해야한다. 무자격 딜러가 알선할 경우 고객에게 대금을 받은 뒤 중간에서 가로채면 해결할 방법이 없으며 알선딜러는 매집딜러의 차를 고객에게 소개하고 수수료를 받는다. 때론 매집딜러가 알선딜러가 될 수도 있고 서로의 역할이 바뀌기도 한다. 당연하겠지만 내가 매입딜러라고 생각했을 때, 고객이 원하는 차종을 모두 가지고 있지 않으므로 동료의 차를 고객에게 소개하게되면 나는 알선딜러가 되고, 알선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마지막으로 매입딜러는 영업소,보험사원,카센터,공업사 등 차를 주로 다루는 사람들을 통해 중고차를 사서 상품화시키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인터넷 사이트나 지역정보신문에 마음에 드는 차가 있어 전화를 해보거나 찾아가보면 이미 팔렸다는 대답을 들은적이 있는데 그 매물이 뻥카이고 그렇게 하는 사람들이 뻥카딜러란다. 절대로 속아서는 안 되겠지만 뻥카딜러들은 최소 5개 단위로 움직이고 조직적인 대응을 하기 때문에 소비자는 속을 수 밖에 없단다...

 

중고차 매매시장에 가보면 외관이 깨끗한 차들이 즐비하다. 그러한 상태는 딜러들이 차를 매입하고 카센터에서 수리를 했기 때문인데 차량의 모든 것을 점검하고 수리하는 것이 아니란다. 수리가 다 되었다는 딜러들의 말은 거짓이고 비용을 낮추기 위해 꼭 필요한 부분만을 손본다. 중고차 시장에서는 도색이 필수였고 도색하지 않은 차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라니 매매시장에 나온 차들의 상태가 어떤지 궁금해진다. 중고차를 좋은 가격에 구매하고 싶다면 알선수수료를 조심해야 한단다. 호객딜러들은 대부분 자신들의 상품이 없으므로 여기서 첫 번째 알선수수료가 발생한다. 이런저런 비용을 아끼려면 매입딜러에게 직접 연락해 차를 사는 방법이 있다. 매입딜러인지,알선딜러인지,호객딜러인지 구분하는 방법이 있는데 "입금이 얼마에요?, 얼마 들어가야 합니까?" 라는 전화를 하면 그들에게 불필요한 수수료를 지불해야 상황에 놓인다. 그럴때의 대처방법이 나와있으므로 책을 읽어 미리미리 공부하면 조금이라도 싸게 중고차를 구매할 수 있겠다.

 

또한 마음에 드는 차가 있지만 자금이 부족할 때 일부분 할부를 끼고 구매한다. 그러나 <중고차를 사기 전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에 할부수수료와 딜러들의 수수료를 보면 절대로 딜러가 권하는 할부로 차를 구매하지 않을것 같다. 딜러에게 수수료를 챙겨주는 할부는 결국 고객의 지갑에서 나오는 것이며 그것은 고객의 이자율을 상승하게 만든다는 사실... 조금 씁쓸하다... 보험도 마찬가지로 현재 타고 다니는 차를 매매하고 새로운 중고차를 구매할 때 딜러는 차량 두대에서 수수료가 발생하므로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든단다... 보험도 마찬가지로 수수료가 발생하고... 가장 놀라운 부분은 공채에 관한 내용이다. 공채매입도 책임보험 처럼 의무라는데 이 부분은 대부분 고객들이 잘 모르므로 딜러에게 전부 맡기는데 여기서 나쁜 딜러들은 장난을 치고 굉장히 많은 부분을 수수료로 챙긴단다...이러한 공채는 중고차 뿐만 아니라 신차를 구매할때도 많이 이루어지는 영업사원들의 장난이라는데 소비자는 꼭 알아두어야 할 사항이다.

 

저자 이일구씨가 꺼내 놓은 중고차 시장의 속내를 들여다봤는데 그들 중에도 정직한 딜러는 존재하므로 딜러를 잘 만나야 좋은 차를 싸게 구입할 수 있으므로 발품을 많이 팔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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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죽이기
아멜리 노통브 지음, 최정수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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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멜리 노통브: 아버지 죽이기>

 책 제목을 본 사람들이 모두 이구동성으로  제목이 참 자극적이라고 첫 느낌을 말했다면 두 번째로 어떤 내용일까 호기심이 먼저 일어난단다. 나 역시도 그랬고.  아들이 패륜아로 등장해 아버지를 살해하는 내용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면 아니었고, 조금 더 깊은 아버지와 아들의 내면을 엿볼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어머니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아버지를 자신의 최대 적으로 간주한다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 대한 내용은 익히 알고있었지만 아버지를 향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이런 모양새를 하고 펼쳐질지는 몰랐다.

 

열네 살 조 위프는 어머니 카산드라와 둘이 살고있다. 아들의 아버지가 누군지 알지못하는 카산드라의 곁에는 언제나 남자들이 들어왔다가 나가는 일상의 반복이었고 , 그때마다 엄마는 불평불만을 털어놓기 바쁘다. 그러던 어느날 아이와 같은 이름을 가진 남자 조가 카산드라의 곁에 머물고 늙은 조와 어린 조 사이에는 묘한 기류가 흐르는 가운데 엄마는 아들 보다 남편이 되어준 늙은 조를 선택하고 아들에게 매월 1천달러를 주겠다며 집을 나가달라고 말한다.

 

어지러운 환경에서의 삶이 너무나 싫었던 아이는 집을 나갔고 어릴적 부터 관심있었고 천재적인 능력을 소유한 카드 마술로 생계를 이어가던 중 한 남자를 만난다. 그는 조에게 마술 선생님을 소개시켜주고 조는 그길로 노먼의 집을 찾아간다. 스물다섯 살의 크리스티나와 서른 살의 노먼은 선생님이 되어달라는 조의 부탁을 들어주고 동거를 시작한다. 아버지를 선택할 수 있었던 조가 노먼을 아버지로 인정하고 선택했으며 사랑과 증오가 엇갈린 애증으로 청소년기를 보냈을것이라는 생각을 했지만 결말은 내 생각과 너무나 다른 이야기로 펼쳐져 잠시 멍... 한 느낌으로 한참을 생각했더랬다. 그랬나?... 아버지로 노먼을 인정했으며 그 아버지를 넘어 성인이 되기  위한 준비 단계가 아닌 선택을 했던 어린 조에게 아버지와 가족은 어떤 의미였을까 잠시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며 그의 내면을 이해하려 애써본다.

 

그리고 성장기 청소년이자 아들이라 여겼던 조의 내면을 들여다본 노먼은 이전보다 더 깊은 사랑을 조에게 느끼게 되었지만 혈기왕성한 조는 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채 노먼을 마음으로 부터 밀어내고 애증을 키워간다...노먼.. 그는 누구인가? 일면식도 없었던 어린 조를 거두고 아버지의 사랑으로 감싸려 했던 그는 진정 누구일까...? 불우한 가정 환경에서 아이가 누려야 할 모든 것을 박탈당한 채 왜곡되고 비틀린 자아를 형성한 조. 생물학적 아버지가 아닌 또 다른 아버지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어린 아들을 향한 안타까운 연민을 느껴본다..

 

                      

 

 

<아버지 죽이기>는 168p로 비교적 짧은 내용이지만 그 이면에 담긴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 어머니와 아들의 관계, 더 나아가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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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자 2 - 드라마 대본집
박경수 지음 / 북폴리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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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자>1권에 이어 2권도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밤을 꼬박 지새운 채로...  딸의 억울한 죽음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아버지 백홍석과 그의 동료 황반장,조형사 그리고 건달 같지 않은 건달 용식, 서회장의 막내딸 서지원,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한다는 신념아래 움직이는 검사 정우.. 그리고 힘의 논리를 너무나도 잘 알고 이용하는 서회장과 동윤... 그들이 펼치는 숨막히는 접전이 2권에서도 거침없이 펼쳐진다. 가난한 이발소집 아들에서 차기 대권을 바라보는 동윤의  포부가,꿈이,만들고 싶은 나라를 위해서는 불가피한 희생이 뒤따를 수 밖에 없다고 믿으며 달려가는 그에게서 이전에도 있어왔고 지금도 자행되고있을것만 같은 세상을 보았다.

 

보면서도 믿을수가 없었고, 믿을수가 없으면서도 믿게되는 이질적인 느낌들.. 그 느낌들이 <추적자>를 읽는 내내 뒤따라다녀 조금은 씁쓸하기도 했다. 아니 지금도 어디선가 억울하게 법의 심판을 받고 있을지도 모르는 이름 모를 사람들이 생각나기도 했다.. 그래서 씁쓸하다.. 하지만 이런 씁쓸함과 분노는 잠시 미뤄두고 있는 자와 없는 자의 기가막힌 추격전의 감동이 더 크게 다가왔고 이 감동을 어떻게 전달할까 고민을 해본다. 아마 드라마를 보았던 사람들도 무삭제 대본집을 다시 읽게된다면 영상을 통해 느끼지 못했던 감동을 다시 받을듯하다. 잘 짜여진 스토리를 따라 거침없이 흘러가는 내용에 이 세상과 자기를 투영시켜 몰입하게 만들것도 같다..

 

홍석을 아끼는 황반장이 참 인간적으로 그려진다. 박봉의 형사 월급에도 홍석의 신혼집에 돈을 보탤 수 있었던 사람. 홍석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이리저리 재지않고 달려갈 수 있는 사람, 빠듯한 생활비를 위해 작은 불법을 눈감아주며 뒷거래를 했던 사람.. 홍석을 배신하고 싶지 않지만 눈앞에 다가온 자식의 등록금 때문에 그토록 증오해 마지않던 손을 잡았던 사람. 그로인해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그사람의 모든 것이 인간적 매력으로 다가와 소설을 한층 더 빛나게 만들어준다.. 그리고  조형사와 용식도 황반장과 마찬가지로 사람 냄새 물씬 풍기며 작품을 빛내는 조연으로 등장해 볼거리를 풍성하게 만들어주었다. 이 사람들이 있어 <추적자>를 읽는 내내 깔려있었던 씁쓸함을 웃음으로 바꿔가며 견뎌낼 수 있었고, 이 사람들로 인해 내가 황반장인듯,홍석인듯,조형사인듯 감정이 이입되어 눈물도 흘려보았다. 이런 사람들이라면 나도 팀에 끼어 기꺼운 마음으로 함께 하고 싶은 느낌...  

 

소설의 주축이되는 홍석과 그의 주변 인물들로 인해 진한 감동을 받았다면 서회장과 지수,동윤과 영욱,혜라의 세계는 자기의 목적을 위해, 이루고 싶은 꿈을 위해 진실을 왜곡해서는 안 되는것 아닐까 싶은 생각이 절대적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꿈을 꾼다. 동윤과 혜라가 꿈꾸는 세상의 첫 걸음은 웅대했을지언정 그 꿈을 이루기위한 사다리를 건널 때, 그 앞에 놓인 진실을 외면하고서,떨어뜨리고,짓밟고서 이룬 꿈이라면 그것의 가치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단말인가...

 

-서회장: "꿈도 그런 기다. 처음에야 페어한 시상을 만들겠다 뭐 하겠다 이라고 정치에 껴들지만, 인자 니는,내가 잊아뿐 고 딸내미 이름처럼 첨에 뭐 할라꼬 했는지는 다 잊아뿔고, 권력을 얻겠다는 욕심만 남았는기라.-113p-

 

서회장이라는 인물도 참 독특한 캐릭터다. 앉은 자리에서 장관을 불러내고, 법을 뒤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이고, 딸이 저지른 사고를 무마하기 위해 불법도 서슴지 않지만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은 지극정성인 비뚤어진 사랑을 지닌 사람이지만 소설 곳곳에 그가 했던 촌철살인,뼈 있는 말들이 수 없이 등장한다. 일견 옳은 말을 하고, 탁월한 견해를 내보이면서도 가진 힘은 최대치를 사용하고,  법망을 이리저리 피하는 사람... 미워하고 싶지만 그의 끝은 외로움에 찌든 노인의 그림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기에 미워할 수 없었던 인물이기도 하다. <추적자>는 쉽사리 잊혀지지 않을 내용이었고 , 각 권당 350p가 넘는 꽤 긴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그래서? 그래서? 라는 물음표를 꼬리에 매단채 한달음에 읽을수밖에 없었던 책이기도 하다.

 

정우는 딸을 잃고, 아내를 잃어버린 홍석을 심신 미약으로 변론했지만 홍석의 생각은 달랐다.. - 내가오. 심신 상실로 법정에 와서 총을 쐈으면요. 내가 이상한 게 되잖아요. 법은...이 세상은... 아무 문제 없는데, 내가 이상한 놈이 되잖아요. 전요. 그때 정신이 맑고 정상이고 그랬습니다. 판사님. 근데도 그거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판사님. 제 죄가 뭔지 알고 싶습니다.... 열심히 살았거든요. 남의 꺼 탐내지도 않고, 땀 흘리는 만큼 번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살았는데요. 수정이 미연이 보내고, 내가... 그거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더라구요. 판사님. 내 죄가 뭔지, 거기에 맞는 벌 받겠습니다. 지금까지 벌어진 일들이 다요. 죄는 짓고 ,벌은 안 받을라다가 생긴 거잖아요. 판사님, 저는요.,..벌 받겠습니다...-292p-

 

비록 홍석에게 살인과 도주의 죄를 물어 15년 형을 선고했지만 수정이 아버지,,, 당신은 무죄입니다... 우리들에게 있어 당신은 무죄입니다. 당신의 딸이 무죄라고 했듯 나 역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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