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타마 1 - 이스트랜드의 위기
이우혁 지음 / 비룡소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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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혁 판타지 소설: 고타마>

퇴마록으로 잘 알려진 이우혁 작가가 최초로 청소년을 위한 판타지 소설을 출간했다. 우리 집에도 청소년 아이들이 있어 좋아할성 싶었고 한참 판타지 소설의 재미에 푹~빠진 작은아이가 특히 좋아할것 같았다. 부모인 내게는 판타지 소설이지만 겁많고 나약한 소년의 성장기를 다룬 성장소설로 다가왔는데 아이들의 마음에는 어떻게 다가올까 궁금해진다.

 

백년동안 전쟁이라곤 없었던 대륙 이스트랜드의 울프블러드 왕국의 수도 그레알은 인구 십만이 넘는 큰 도시였고 왕국에는 위엄있지만 인자한 왕 뒤보아 와 아름답고 현숙한 왕비 마고의 다스림 아래 평화로운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뒤보아 왕과 마고 왕비 사이에는 두 명의 왕자가 있었는데 제1 왕위 계승자인 올란은 이스트랜드 대륙에 이름을 떨칠 정도로 용맹함을 자랑하며 모든 이들의 사랑을 받고있었고 , 모든 이들에게 또다른 사랑을 받고있는 제2 왕위 계승자인 듀란은 겁 많고 나약한 존재로 사람들이 많은 곳은 요리조리 도망다니며 힘 없고 작은 동물들을 친구삼아 지내고 있다. 거미,뱀, 애벌레 에게 이름을 붙여주는 따듯한 아이 듀란.

 

평화롭던 왕국에 때아닌 전쟁의 기운이 다가오고 그 이유는 이글펠 콜드스틸 왕국의 지배자 크롬웰이 울프블러드 왕국의 동맹국이자 왕비 마고의 모국인 나이엔의 수도 크롬 시를  침략하기에 이르렀다. 이웃나라의 어려움을 보고만 있지 못한 블러드 왕가는 동맹국을 위해 출정식을 가졌고 왕가의 상징이자 자랑인 2천기에 다다르는 흰 늑대 기병단의 선봉으로 제 1왕자 올란이 서게되었다. 그리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전율을 머금게 만드는 찬란한 출정식을 거쳐 진군하는 가운데 아직 어린 듀란만이 왕궁에 남아있게 되었다. 붉은 갑주를 휘날리는 아름다운 여인 까미유와 순진무구한 얼굴을 지녔지만 무공 만큼은 뛰어난 스탕달,  백년 전의 전쟁에서 큰 성공을 거둔 마법사 플로베르와 시종장등 몇 사람은 듀란을 호위하기 위해 남았다. 왕실의 많은 이들이 전쟁에 참여한지 몇 개월이 지났지만 이렇다할 승전보가 전해지지 않아 애태우던 중 군대의 최고 사령관이 한 여자아이를 태우고 왕실로 돌아왔는데 그가 전해준 내용은 실로 끔찍하기만 하다.

 

또한 사령관이 태우고 온 여자아이는 나이엔의 막내 공주로 듀란의 정혼자이며 이웃 나라를 침략하고 왕과 왕자를 사로잡은 이들의 정체가 사람이 아닌 골렘이었기에 사람으로 이루어진 군대는 패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해준다. 그리고 울프블러드 왕국 까지 다가온 골렘은 왕국을 폐허로 만들었고 듀란은 두려움에 떨며 아무도 가지 않았던 지하 공간에 숨어들었다. 그러나 그곳에서 듀란은 작고 흰 빛을 발견했고 그 빛을 살리기 위해 노력한다. 그순간 빛은 듀란에게 말을 걸어오고 자신이 고타마라고 말한다. 상상하는 대로 힘이 주어진다는 고타마. 하지만 엄격한 세 가지 제약을 지닌 고타마의 힘. 겁 많고 나약하며 울보인 듀란은 고타마의 힘을 빌어 크롬웰의 군대와 골렘을 처리할 수 있을까..? 이러저러한 일들이 많은 가운데 혼자 힘으로 알아가고 ,이겨내야만하는 역경과 고난을 딛고 고타마의 힘을 제대로 발현해낼 수 있을지... 무엇이든 상상하라. 상상은 현실이 될 것이며 그것을 만들어내는 이는 결국 듀란 자신일지니...

 

-상상의 힘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건을 지켜야 한다. 첫째.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던 힘만 원할 수 있다. 둘째. 스스로가 확실히 깨닫고 아는 힘만 원할 수 있다. 셋째. 이전에 사용했던 힘보다 더욱 강한 힘만 원할 수 있다. 이 조건이 만족되지 않았을 때, 고타마는 힘을 빌려 주지 못하며, 상상의 힘은 구현되지 않는다. -

 

<고타마>는 나름 재미있었고 청소년 아이들도 재미있게 읽을수 있어보인다. 강력한 마법을 가졌든. 좋은 성격을 원하든 , 공부를 잘 하게 만들어주는 비법을 전수받았든 그것을 실현하는 것은 결국 아이 스스로의 의지와 결단에 있다는 것을 듀란이라는 인물을 통해 말하고 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판타지 소설에서 의지를 배울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수도 있을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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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2013-09-20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타마라... 석가모니 이름이랑 같군요!(?) 흐흠, 아무튼... 님이 이런 댓글 안 좋아하실 거라는 생각은 들지만 그래도 적어두고 갑니다. 제가 소개하려고 하는 건 '촤라미의 텍본나라' 라는 사이트인데, 고타마 같은 판타지소설 외에도 라이트노벨이나 로맨스소설, 인터넷소설 등등 다운받을 수 있는 텍본이 많아요! ㅠㅠ 그래도 한 번만이라도 보고 가세요,,,
링크는... http://sho.txtbook.kr/ 입니다!
 
살아만 있어줘
조창인 지음 / 밝은세상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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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창인 장편소설: 살아만 있어줘>

조창인 작가는 부성애를 그린 소설 <가시고기>를 통해 알게되었다. 참 많이도 울었고 오랫동안 기억나는 작품이기도 한데 5년 만에 <살아만 있어줘>를 들고 독자들 곁으로 찾아왔기에 반가웠다. 이 소설도 부성애를 그린 소설이었고 가슴 절절한 사랑 이야기가 거침 없이 펼쳐진다. 아무 것에도 희망을 가지지 못했고, 살아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해 방황하며 자살을 꿈꾸는  스무 살 해나와 베일에 가려진 스타 작가 은재. 어린시절 은재의 친구였던 해나의 엄마와 아빠는 해나의 스무 살에 곁에 없었고 세상 어딘가에도 가녀린 해나의 손을 잡아줄 사람이 없어 외로움에 지쳐 생을 마감하려 했던 시간들을 지나 개구리 발가락을 닮은 은재와 해나가 조우하게 된다. 아니, 오래전부터 먼 발치에서나마 해나를 지켜주고 있던 은재였지만 그에게는 시한부 삶이 남아있었고, 미주와 함께 자살하려 했던 해나는 살아남았고 은재가 입원한 병원에 머물게 된다.

 

-생각이 짧아서 죽으려던 게 아니다. 읮가 약해 빠져서? 천만의 말씀이다. 생각을 했으면 당신들보다 더 했다. 몸과 정신이 너덜너덜해지도록 강렬하게 맞서도 봤다. 살고 싶었지만 도무지 살아지질 않았다. 그리고 당신들이 보지 못했건 보지 않으려고 했던, 괴롭고 덧없는 인생을 솔직히 인정했을 뿐이다. 그게 비난받을 짓이라면 얼마든 하시라.-92p-

 

함께 자살을 기도했던 미주는 죽었고 해나 혼자 살아남았다는 사실 때문에 미주 가족의 원망을 들었으며, 병실을 함께 쓰는 어린 소라의 엄마는 자신의 딸에게 나쁜 영향이 미칠까 두려워 병실을 바꿔달라 항의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해나는 자살실패자라는 낙인이 찍혀있음을 실감하며 자신이 죽음을 택한 이유들을 하나씩 꼽아본다. 세상을 온통 적으로 돌린 채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해나에게  다가온 아저씨 은재. 아버지가 엄마와 자신의 내일을 위해  자살을 선택했다고 믿는 해나와 아빠의 죽음 이후로 엄마에게 끝모를 미움이 알알이 맺혀 돌이킬 수 없는 지경까지 스스로를 몰아쳤던 모녀 사이.. 소설이 끝날 때까지 해나는 아버지 기호와 엄마, 은재와 자신이 얽힌 진실을 알지 못하지만 그들이 하루 또 하루를 살아내며 보여주는 감동은 짧은 글로는 다  설명할 수 없음이 안타깝다.

 

-" 내가 시한부의 삶을 통보받고 깨달은 게 있다. 들어볼래?"  해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다. 딱히 궁금하진 않다. 다만 들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 어떻게 사느냐의 문제, 아주 중요하다. 하지만 얼마나 오래 사느냐 역시 그 못지않다. 인생은 산모퉁이를 도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모퉁이를 돌아봐야 거기가 사막인지, 초원인지 알 수 있다. 여러 모퉁이를 돌아봐야 해. 그래야 어떤 인생을 어떻게 살았는지 말할 수 있는 거다."  -190p-

 

늘 자살을 꿈꾸는 해나에게 삶의 의지를 불어넣기 위해 애쓰는 은재의 눈물겨운 노력은 독자들의 마음을 크게 움직일것 같다. <가시고기>만큼 눈물샘을 자극하며 줄줄 흘렸던 눈물과 애절함은 조금 덜 했지만 이 소설은 이 소설 나름의 감동이 있고 영화로 만들어져도 괜찮을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살아만 있어달라는 은재의 말이 내게는 왜그렇게 아프게 들리는지...

 

-미혼모의 아이를 친자식보다 더 뜨겁게 가슴에 품어준 사람이야. 나는 엄마로서 일부러라도 냉정하게 굴어야 했어. 딸에게 미움받는 엄마가 되자. 그래야 해나 스스로도 엄마보다그이를 더 찾을 테니까. 그래야 내딸이 천덕꾸러기가 되지 않고 오래오래 사랑받는 아이로 자랄 수 있을 테니까. 이게 부모의 마음이야. 한번이라도 제대로 생각해 봤어. 부모의 마임이 어떤 건지? 없을 거야. 없으면 없는 대로 살아. 그게 옳아.- 32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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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40대 리포트 - 그들은 왜 바꾸려고 하는가
함영훈 외 지음 / 미래의창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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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40대 리포트>

- 알파벳으로 세대를 구분하면

A세대 : aspiration(욕구) 세대. 중.후진국 지역에 살면서 소비 성향과 과시욕이 강한 30~40대 중산층.

C세대: 세계적으로 컴퓨터와 사이버 세대를 의미. 1990년대에 등장한 고학력 지식층. 

D세대: 디지털 세대. 디지털기기로 세계인과 정보를 공유하며 비슷한 소비 성향을 보이는 2030세대.

E세대: 인터넷 세대. 또는 인터넷시대 개막 이후 다양한 창업을 꿈꾸던 당시 청년들.

F세대: 한국에서 베이비붐 세대보다 50만여 명 많은 최다 인구층이면서도 주목받지 못했던 잊혀진 세대.

현재 나이 40세 전후인 1966년~1974년생 750만 명을 지칭한다. 힘겨운 청.중년기를 보내면서 분노의 내재,신구세대의 가교,소셜미디어 장악 등 특징을 갖고 있는 한국 사회 신주류. (중략)- 32P-

 

알파벳으로 세대를 구분하니 제일 마지막 Z세대까지 줄줄 나열되어 있다. 그 중 한국 사회에서 가장 많이 생존해있는 연령층이자 각계 각층에서 여러모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40대를  F세대라 명명하며 가깝게는 개인적인 삶 부터 바뀌지 않는 사회 전반에 걸친 토론, 정치,경제,사학 등 오만가지 내용을 담고 있었다. 베이비붐 세대는 사회문화 변화의 중심에 서 있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지만 그들의 동생 뻘인 2차 베이비붐 세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상황에서 그저 숨죽여야하는 시대를 살아왔고 그들의 내면에는 터트릴 수 없는 분노가 내재되어있다는데 조금은 공감이 간다. 가진것 없어도 열심히 일하면 어떤 보상이나 신분 상승의 기회가 있었던 베이비붐 세대와는 달리 지금은 열심히 일해도 나아지지 않는 삶에 절망하는 40대.

 

못 배운게 한이 되어 자식들만큼은 잘 가르치고자 불철주야 노력했던 베이비붐 세대가 만들어놓은 교육열은 과부화 상태가 되어 지금 학령기 아들 딸을 키우고 있는 40대의 숨통을 조여오고, 남들 다 하는데 내 자식만 비켜갈 수 없어 더 조를 것도 없는 허리를 또다시 조여매며 달려가고 있다. 집 한채만 가지고 있어도 괜찮았던 시대에서 40대는 흔히 말하는 상투를 잡았고 그 결과는 소득의 대부분을 집값을 부담하는데 써야하는 하우스 푸어로 대변되는  40대. 바꾸고 싶지만 바뀌지 않는 사회에 염증을 느껴 자신들만의 소통 공간에서 분노를 털어내는 그들... 부모를 부양하는 세대는 F세대가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데 충분히 공감이 간다. 위로는 부모를 부양해야하고 아래로는 자식들을 더 잘 키우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며 조기 퇴직이라는 서슬 퍼런 칼날 위를 위태롭게 걸어가고 있는 40대. 그들이 원하는 세상은 어떤 세상인가...?

저자는 지금의 마흔 살이 과거 서른 살 이라고 한다. 사회에서 한 발 물러나 노후를 생각하는 세대였던 지난날의 40대에서 벗어나 더 열심히 뛰어야 하고 더 열심히 참여해야 존재감이 확인되는 걸까. 평생 직장이 사라진 현실에서 조기 퇴직, 명예 퇴직은 결코 남일 같지는 않다. 하루에도 동에 번쩍 서해 번쩍 하듯 창업하고 폐업하는 사람들로 불야성을 이루지만 그들 모두가 창업에서 성공하는 것은 아니기에 이루어놓은 것 없이 갈대 처럼 흔들리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40대는 여러모로  이중적이기만 하다. 불안하고 위태롭게 흔들리면서도 자신들이 가진 무기를 십분 활용해 세상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40대.

 

-앞 세대들의 삶이 오로지 '빈곤을 벗어나기 위한 투쟁,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한 헌신'이었다면, F세대가 내건 깃발에는 '개인적인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요구, 더 좋은 것을 소비하기 위한 싸움'이 포함되어 있다. 2012년을 살아가는 F세대는 선거나 SNS를 통한 의견 개진, 시위 등의 집단적 의사표명 등 정치적 행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는 의식이 강하다. 동시에 이들은 명품을 소비하고 외제차를 타며 해외여행을 즐기고 있거나 즐기고 싶어 한다. - 99P-

 

<대한민국 40대 리포트>는 허리 역할을 하고 있는 40대의 생각을 잘 나타내고 있었으며 그들이 겪어가고 있는 현실을 잘 표현하고 있었기에 조금은 시원함을 가져다주기도 했고, 이 시대의 중추적 역할로  어떻게 해야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가야 하는지 생각을 하게 만들었기에 한번쯤 읽어보고 생각해보는 또다른 시발점이 되어줄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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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를 구하지 않는 여자 블루문클럽 Blue Moon Club
유시 아들레르 올센 지음, 서지희 옮김 / 살림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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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특별 수사반 Q의 첫 번째 이야기: 자비를 구하지 않는 여자>

유시 아들레르 올센은 북유럽에서 가장 인기 있는 범죄 소설 작가라고 하는데 <자비를 구하지 않는 여자>를 읽는 몇 일동안  드라마 혹은 영화를 한편 본듯한 느낌이 들었다. 내용은 흥미롭게 진행되었으며 독자가 따로 추리를 해야하는 상황은 없었지만 눈으로 보는 영상이 아닌 책으로서의 매력인 상상을 듬뿍 곁들일 수 있었다. 2012년에 배리상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던 작품이니만큼 탄탄한 구성이 최고의 장점이 아닐까 싶다. 이 소설이 Q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였고 출간 되자마자 베스트셀러로 자리를 굳힌 시리즈로 두 번째 이야기 <꿩 도살자>,<병 속에 담긴 메시지>,<저녈 64>까지 4권이 더  있다는데 다른 작품들도 얼른 국내에도 소개되었으면 좋겠다.

 

유시 아들레르 올센의 <자비를 구하지 않는 여자>가 <밀레니엄>시리즈와 비교된다는데 두 작품 모두 재미있고 흥미로웠지만 개인적으로는  전개가  빠른 <밀레니엄>이 조금 더 읽기가 수월했다. 뭐랄까... 이 책은 북유럽 최고의 추리문학상인 글래스키 상 수상했던 작품이지만 작가의 지나친 친절 덕분에 아주 상세한 부분까지 독자들의 손을 일일이 잡아 끌듯 디테일한 묘사들이 곳곳에 포진되어 있어 빠른 전개를 원하는 독자들은 약간의 힘빠짐을 경험할수도 있는 작품이라고나 할까.. 이런 부분을 제외하면 한편의 영화를 본듯, 드라마를 본듯 흥미로웠고 작가의 독특한 상상력이 가미된 범죄 소설로 기억에 남을 작품이다.

 

<자비를 구하지 않는 여자>는 프롤로그 부터 독자들을 호기심으로 이끌기에 충분했다. - 여자는 손끝에 피가 맺힐 때까지 미끄러운 벽을 긁어 댔다. 두꺼운 유리창을 주먹으로 하도 두들긴 탓에 손에는 더 이상 감각이 없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을 끊임없이 더듬어 철문에 다다른 여자는 문 틈에 손톱을 끼워 넣으려 애썼다. -6p-  뭔가 오싹한 사건이 벌어졌음을 예고하는 프롤로그에 이어 본문은 5년차의 간격을 두고 번갈아 이어진다. 2002년과 2007년, 5년간의 세월을 뛰어넘는 시간 동안 벌어진 범행이 무자비하면서도 지독한 사건을 처음 부터  지레 생각할 수 없었기에 초반에는 낮설었던  등장인물을 이해하고 그들의 모습을 그려보며 조금 긴듯 느껴질만큼 더디게 나아가며 등장인물들과 동화되기를 바라면서 느린 진행을 했다. 

 

수사를 이끌어가는 인물이자 Q시리즈의 수사반장 칼 뫼르크는 살인 사건 전담반에서 수사를 하던 중 팀원이자 동료인 한 사람을 잃고, 또 한사람은 반신불수가 되어 평생 침대 신세를 져야하는 사고가 있었다. 칼 역시 범인들이 쏜 총에 맞아 일정기간 병원 신세를 졌고 퇴원 후 업무에 복귀했지만 경찰서 내부에서는 그에게 한걸음 뒤로 물러나 있기를 바란다. 뛰어난 수사관이었던 칼을 언제까지고 일선에서 제외할 수 없었던 반장은 그에게 특별 수사반 Q의 책임자가 될것을 종용하고 칼은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러나 팀원 하나 없이 혼자인 그는 잡무를 도와줄 조수를 원했고 반장은 시리아인 아사드를 보낸다. 아사드에게 별반 기대는 없었기에 사무실 청소와 잡무를 시켰고 조수는 특별수사반을 반짝반짝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엉뚱하지만 뛰어난 두뇌와 재치로 칼의 마음을 사로잡은 아사드는 칼과 함께 여러가지 미해결 사건을 살펴보던 중 2002년에 실종된 아름답고 능력 있는 여성 정치인 메레테 륑고르 사건을 수사하기에 이른다.

 

칼 뫼르크와 조수 아사드가 메레테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이 담긴 2007년과 맞물려 돌아가는 2002년은 누구의 원한을 살만한 일도 없고, 목격자도 없이 실종되었던 메레테가 끔찍한 일을 당하는 곳으로 바뀐다. 좁디 좁은 원통형 굴 같은 곳에 메테르는 갇혀있다. 손톱에 피멍이 들 정도로 탈출을 꿈꾸지만 밀폐된 공간 저편에서는 그녀의 노력을 비웃듯 사육당하는 동물과 같은 상태로 그녀를 가둬두고 있다. 그리고 일년에 한번씩 , 그녀의 생일이 돌아오면 굴 바깥에서 그녀를 관찰하고 있는 이들에 의해 기압이 상승하고 세월이 흐를수록 기압은 높아간다. 인간이 어디까지 견딜 수 있는지 실험하는 것일까? ... 결국 칼 뫼르크 경사와 아사드는  그녀의 실종이 범죄임을 알려주는 단서를 손에 넣었고 종적이 묘연했던 그녀의 코 밑까지 수사하는 단계까지 왔다. 그러나 지금 그녀가 갇힌 방을 발견한다해도 기압이 너무 높아 문을 연 순간 그녀는 심장이 파열되고 온몸은 산산조각날 지경에 이르렀는데...

 

-"그래서 뭘 어쩌려고? 저년 몸뚱이의 세포 하나하나가 이미 5기압에 적응되어 있다고. 그걸 정상적으로 낮추려면 몇 주는 걸릴 거야. 지금 문을 열면 그 자리에서 폭발해 버릴 거라고! 저년이 눈 똥이 밖에 나와 팽창되는 걸 너도 봤잖아. 오줌은 정말 말 그대로 부글부글 끓어올랐고. 저년이 압력을 높인 방에서 산 지 3년째라는 걸 잊지마." - 253p-

 

 

누가, 왜, 이런 일을 벌이고 있는걸까?... 그녀도 독자도 상상할 수 없었기에 후반부에 가서야 밝혀지는 범인들의 범행 이유가 놀랍고도 안타까웠다.. 이렇듯 5년의 간격을 두고 사건을 수사해나가는 칼 과 5년동안 사육당하듯 갇혀있었던 아름다운 메레테의 이야기 <자비를 구하지 않는 여자>의 내용은 괜찮았고 제목도 독특해 독자의 시선을 끌기에는 충분하지만 제목과  내용이 약간 어울리지 않는다 여겨진다. 그러나~ 재미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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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연습 - 마음의 덫에서 벗어나는 셀프 테라피
박용철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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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의 덫에서 벗어나는 셀프 테라피 : 감정연습>

사람들에게는 누구나 어린시절의 아이가 존재한다고 한다. 많이 읽어본 것은 아니지만 몇 권의 심리학 책에서도 그리 말하고 찬찬히 내면을 들여다보면 역시 내게도 어린아이가 존재했음을 느낀다. 내 안에서 울고있는 어린아이를 달래주어야 한다는 심리학 책의 내용이 여기 <감정연습>에도 들어있다. 마음의 덫에서 벗어나는 셀프 테라피란 조절하기 어려운 감정을 스스로 치유하는 방법을 말한다. 사람은 싫든 좋든 다양한 사람들과  사회적 관계를 맺어야하므로 반복되는 어떤 상황이 힘겨울 때 치유하지 못하면 깊은 우울감을 느낄 수 있을테고 잘못된 방향으로 자기 자신을 몰아치며 깊은 침잠에 빠질수도 있으므로 자신의 감정이 어디에서 기인했는지를 알아내어 치유할 수 있어야만 한다. 이것은 자신을 비롯해 관계를 맺고 있는 여러 사람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인데 이 책에 다양한 사례가 잘 나와있다.

 

저자 박용철 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은 경희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경희의료원에서 정신과 전문의 과정을 마쳤으며 그가 운영하는 블로그에 감정 조절과 심리학,정신과 관련 지식을 꾸준히 올리며 쉽고 친절한 글쓰기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이 책 <감정연습>은 그가 진료실에서 많은 환자들을 만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여겨 집필했다고 한다. 앞서도 밝혔듯이 나도 몇 권의 심리학 도서를 읽어봤다.필요에 의해 읽은 책도 있고, 궁금해서 읽은 책도 있으며 다른 사람들의 마음, 심리가 궁금했기에 선택했던 책도 있다. 이전에 읽었던 심리학 책 중에는 전문적 지식을 갖추지 못한 일반인이 이해하기에는 너무나도 난해한 책도 있었고, 쉽게 쓰여진 내용도 있었으며, 내 안을 들여다볼 수 있을만큼 조근조근 이끌어주는 책도 있긴 있었는데 이번에 읽어본 <감정연습>은 다양한 사례를 조합해 하나의 인물로 재탄생시켜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다.

 

간혹 어떤 이의 진료 과정을 읽다보면 내 상황과 거의 흡사한 것을 느껴 오싹한 기운을 느끼게도 만들었는데 , 내 안의 어린아이에서 비롯된 일이었고, 내 안의 어린아이는 성인이 된 지금의 내 감정을 연결하고 결정하며 선택하고 뿜어내는 과정이자 결실이다. 결국 어머니 뱃속에 있었던 태아기를 지나 세상을 맞닥뜨린 영아기에서 사람은 감정을 경험하고 그 경험들은 일련의 반복된 패턴으로 다양한 성격을 만들어내고 있었기에 어린시절을 어떻게 보냈고, 부모는 아이를 어떻게 키우느냐에 따라 몸도 마음도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해 사회의 일원이 되어 자신의 몫을 해내는 사람이 될 수  있기에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로서 무한 책임을 느껴본다.

 

 

 

 부모가 폭력적이면 아이도 폭력적인 성인으로 자란다거나,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유부남을 좋아하는 여성, 어떤 일이든 잘못된 일은 무조건 자신에게 있다고 자책하여 어떤 방법을 동원하든 불편한 관계에서 먼저 사과를 하거나 손을 내밀어야만 마음이 편해지는 사람,  특정한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불안을 느껴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반복적으로 강박적 행동을 해야하는 사람,전생에 죄를 많이 지어서 현생에 벌을 받고 있다며 자책하며 괴로워하는 사람, 자신의 능력을 인정하지 못해 우연에 의한 성공을 했다며 끊임 없이 주변을 탐색하며 힘들어하는 사람, 남자친구( 혹은 남편이나 아내)가 조금만 소홀해도 자해를 하며 곁에 두려는 사람,,, 등등 정말 다양한 사례를 <감정연습>에서 보았으며 어떻게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고 치유해나가야 하는지를 살펴볼 수 있었다. 어려운 낱말이나 의학적 용어들이 자주 사용되지 않아 쉽고 간결하게 내용을 파악할 수 있었기에 저자 박용철 원장의 의도는 성공한 셈이지만 역시나 다른 심리학 도서와 크게 차별되지 못한 점이 약간 아쉽다. 좋은 책, 도움이 되는 책임에는 분명하지만 넘쳐나는 도서들 사이에서 얼만큼 자리매김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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