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현재 진행 중 - 운 좋으면 120살까지
김원희 지음 / 부크크(bookk)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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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에 들어온 것을, 남에게 뺏기고 싶지 않은, 남에게 내어주고 싶지 않은 노심, 아니면 자신의 소유권에 대한 긍지랄까? 늙으면 마음이 하늘처럼 넓어질거라 생각하면 오해다.

모두는 아니지만 대부분 늙으면 이상하게 더 욕심이 많아진다. 내것을 움켜쥐고 놓고 싶지 않은 마음이다. 앞에서 엉거주춤 언제 끝나나 기다리고 계시던 젊은 할머니가 마침내 다가가 뭐하고 말씀하신다. 조금 후 먼저 할머니가 일어나셨다. p52

한집에 살면서도 서로 들어오고 나가는 시간이,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취미도 전혀 달라서, 취미에 맞춰서 시간을 보내느라 이틀에 한 번꼴로 얼굴을 보는 날도 더러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잘 지낸다. 어쩌다가 서로가 얼굴 붉힐 일이, 정말 어쩌다가 일어나도, 절대 서로 간에 방 빼~!라는 말은 안한다.

방빼~라고 하지 않아도 언젠가는 어쩔 수 없이 방을 빼야 하는 날이 올 거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p73

예전이나 지금이나 삶의 방식이 조금씩 달라졌을 뿐, 노년, 인생의 끝자락의 그 물리적인 현상은 같다. 단, 내가 그 시간에 능동적이냐 수동적이냐에 따라 다를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누가 나를 어떻게 대한다 해도 받아들일 수 있는 능동적인 마음 자세로 무장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역시, 뒤늦게 깨달은 것이지만, 마음 무장에는 독서가 최고다. 수많은 상처 입은 자들의 상처 치유의 처방전이 글 속에 있기 때문이다. p110


생각해보니, 40살까지 방탕한 생활을 했다고 해서 그대로 인생이 끝난 것처럼 생각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120살이라면 아직도 80년이 남았는데, 그때 시작해도 괜찮다. 그러나 인생이란 게 한치 앞을 알 수 없다. 120살이 평균 수명이 된다 해도 그것이 나에게도 해달되란 법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결국은 오늘을 평화롭게, 할 수 있는 한 성실히 사는 것이 정답이 아닐까. p119~120


오랜 이웃이시자 작가이신 맑고맑은님의 신간이 출간되었다.

그동안 전작 할매는 파리여행으로 부재중, 진짜 멋진 할머니가 되었지 뭐야, 나는 간이역입니다 등

모든 책들이 다 좋았고 작가님의 필력은 이미 잘 알고 있었지만 솔직히 이번책이 가장 좋았다.

밀린 레포트도 써야하고 병원과 우체국도 가야하고

내일 정수기 설치가 있어 싱크대도 치워야 하지만

책이 궁금해 별다방 구석자리에 자리잡고 앉아

이미 블로그를 통해 알고 있던 내용이 꽤 있는데도

혼자 웃다가, 또 울었다가 아마 누군가 지켜보고 있었다면

저 아줌마 사연있는 아줌마(?)인줄 알았을 것 같다.

눈을 꿈뻑거리며 참다가 코를 훌쩍이다가 급기야

마지막 '실버타운보다는 요양병원'을 읽다가는

에공 눈물이 멈추질 않는다. ㅠ.ㅠ


아이들이 떠나고 김씨와 둘이 남아 한동안 힘든시간을 보냈다.

점점 예민해지고 큰소리에 가슴이 떨리는 나와

점점 귀가 안들린다며 TV며 유튜브를 크게 틀어놓는 김씨...

타목시펜 부작용으로 불면증에 시달리며 아침이 힘든 나와

일찍자고 일찍일어나 아침밥을 꼭 먹어야 하는 김씨와의 생활이

쉽지 많은 않지만 서로간의 측은지심으로 예전만큼은 많이 싸우지않고

비교적 잘 지내고 있는 듯 하다.

물론, 꼬맹이오면 서로 편들어 달라며 그동안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탓에

꼬맹인 '정말 잘 지내는것 맞지?!...'하곤 하지만

적지 않은 나이에 출근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은 진심이다.

1부 노인의 나라

2부 이상한 세상

3부 운 좋으면 120살까지

여행을 좋아하고,

같은 직업을 가진 또 인생의 선배로 맑고맑은님이 덤덤히 들려주시는 이야기들...

예쁜 핑크색 바탕의 표지그림도 따님이 직접그리시고

작가님이 편집하여 출간하신 책이라고 하는데

나처럼 할머니는 맞지만 한편으론 할머니라고 부르기엔 애매한

예비할머니들에게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하는지에 대해

알려주시는 듯 했다.


맑고맑은님!

늘 그렇듯 이번책도 너무 좋았습니다.

출간 다시 한 번 축하드리며

120살까지 이웃으로 여행얘기 많이 들려주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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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은 비켜 가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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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줄리언 반스의 신작 장편소설 『우연은 비켜 가지 않는다』가 다산책방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연애의 기억』 이후 국내에 6년 만에 선보이는 줄리언 반스의 작품으로 “이것이 줄리언 반스다”라는 극찬과 함께 다시 한번 그만이 가능한 독보적인 이야기로 문학적 성취를 거두었음을 증명했다.

소설은 결혼생활과 직업적 실패를 겪고 고비를 맞은 한 남자가 삶에 큰 영감을 주는 교수를 운명처럼 만나면서 시작한다. 언제나 압도적인 일인칭 화자를 내세워 강렬한 질문을 던지는 줄리언 반스는 이번 작품에서도‘닐’이라는 화자를 앞세워 매혹적인 허구의 인물 엘리자베스 핀치 교수와 역사의 승자에 의해 배교자로 불리는 로마 황제 율리아누스에 대해 탐색해 나간다. 그리고 마침내 생각지 못했던 물음에 직면하게 한다. ‘당신이 알고 있는 그 사람이, 그 사람이 맞는가?’

어느덧 여든에 가까운 줄리언 반스가 반세기에 가까운 시간 동안 글을 쓰며 천착해 온 화두의 정수가 모두 담긴 이 소설은 픽션과 논픽션을 과감히 넘나들며 기억의 한계와 역사의 왜곡, 그리고 인간과 삶의 다면성에 대해 흥미진진하게 펼쳐낸다. 누군가는 이 작품을 두고 장르 불명이라고 말한다. 그렇다. 줄리언 반스만이 쓸 수 있는 이야기라는 것 말고는 달리 무어라 정의 내릴 수 없다. 감히 줄리언 반스 40년 문학의 결정판이자 그의 문학적 지문과도 같은 작품이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어떤 일은 우리가 어떻게 해볼 수 있고 어떤 일은 우리가 어떻게 해볼 수 없다. 우리의 의견은 우리가 어떻게 해볼수 있고, 우리의 충동, 욕망, 혐오 - 간단히 말해서 우리 자신에게서 비롯되는 모든 것 - 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몸은 우리가 어떻게 해볼수 없고, 우리의 소유나 평판이나 공적 직책도 마찬가진다. 즉, 우리 자신에게서 비롯되지 않는 모든 것이 그렇다. 우리가 어떻게 해볼 수 있는 일들을 하면 그 성격상 자유롭고 방해가 없고 막힘이 없다. 우리가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일을 하면 익숙해지고 속박되고 방해받는다. 그것은 우리 자신의 것이 아니다. 따라서 기억하라, 본성상 속박하는 것이 자유를 준다거나 네 것이 아닌 것이 네 것이라고 생각하면 좌절하고 비참해지고 화가 날 것이며 신과 사람 탓을 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네 것 만을 네 것이라 생각하고 네 것이 아닌 것도 그냥 있는 그대로 네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아무도 너에게 강요하지 않고 아무도 너를 방해하지 않을 것이고, 너는 아무도 탓하지 않고 비난하지 않고 내키지 않은 일을 단 하나도 하지 않을 것이며, 너는 적이 없고 아무도 너를 해치지 않을 것이다. 해치려해도 너는 전혀 해를 입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p42

“실패가 성공보다 우리에게 많은 것을 말해주고, 깨끗한 패배자가 지고 나서 뒤끝이 있는 사람이 우리에게 많은 것을 말해준다고 주장하고 싶네요. 나아가서 배교자가 늘 진실한 신자보다, 거룩한 순교자보다 흥미롭습니다. 배교자는 의심의 대변자이고, 의심은―생생한 의심은―활동적인 지성의 표시죠.” p58

그녀는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그리고 자기 나름의 수준에서 살고, 또 느끼고, 또 생각하고, 또 사랑했을( 이 대목에서 나는 추측을 하고 있다 )것이다. 잡동사니도 마찬가지다. 우리 대부분은 우리의 감정생활에 끈질기게 매달려 좋든 나쁜든, 영광이든 모욕이든 낱낱이 탐닉할 것이다. EF는 이런 삶에도 잡동사니가 포함되어 있으며, 그것을 지워야만 다시 더 분명하게 보고, 또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P107

죽은 사람을 기쁘게 하려고, 물론 우리는 죽은 자들을 기리지만 그렇게 기리면 어찌 된 일인지 그들을 훨씬 더 죽어 있게 만든다. 하지만 죽은 자들을 기쁘게 하면 그들이 다시 살아난다. 그게 말이 될까? 내가 EF를 기쁘게 하고 싶다는 것은 옳았고 나의 약속을 지키겠다는 건 옳았다. 그리고 나는 약속을 지켰다. P122

일관된 서사란 것은 대립하는 판단들을 화해시키려 하는 것이기에 망상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냥 검토해 볼 만한 암시적 사실들을 그냥 나열하여 어떤 사람을 설명해 보는 것도 똑같이 가능할지 모른다. p217

"그럼 우리는 그걸 인정해야 하는 거네, 우리가 진정으로 철학적인 삶을 살고 싶다면, 그런 삶이라는 게, 현실을 직시하자면, 사람들 대부분은 관심도 없는 거지만, 또 우리는 거기 헌신하기에는 이제 좀 늦었지만." P273

이건 정당할 것이다. 어떤 일은 우리가 어떻게 해볼 수 있고 어떤 일은 우리가 어떻게 해볼 수 없다. 이 일은 지금 내가 어떻게 해볼 수 없고 따라서 내가 자유와 행복을 얻는 것을 방해하지 않을 것이다. p292~293

가을을 타는지?

아니면 지난 추석연휴의 노동의 휴유증인지

딱히 하는 일도 없으면서 피곤타... ㅠ.ㅠ

아직도 못한 그릇정리와 가을옷을 꺼낼까 궁리하다가

책한권을 챙겨 늘 그렇듯 별다방 창가에 앉아있다.

이제는 말하지 않아도 내취향을 아는 직원의

텀블러에 가득 담아준 얼음 잔뜩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줄리언 반스의 신작 '우연은 비켜가지 않는다'를 읽고 있다.

이번 소설은 결혼생활과 직업적 실패를 겪고 고비를 맞은 한 남자가

엘리자베스 핀치라는 교수를 만나

"우연이라는 불가해한 힘 앞에

삶은 얼마나 파편 된 진실이며 필연적 거짓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닐'이라는 인물을 통해 말하고 있었는데

솔직히 이 책이 소설인지, 철학책인지 판단하기 어려울 정도로

때론 쉽게 또 어느땐 도무지 읽고 다시 읽어도

문장의 의미가 명확하게 와닿지 않아 애를 먹었다.

소설은 아직도 내게 도전하기 어려운 장르인가보다.

조금 마음의 여유가 생기면 다시 읽어 보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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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도에 관하여 (20만 부 기념 완결판) - 나를 살아가게 하는 가치들
임경선 지음 / 토스트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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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개정판을 거쳐, 2024년의 《태도에 관하여》는 세심한 전면 개정 작업을 거치며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새로운 시각을 담은 '완결판'으로 돌아왔다. 소설과 산문, 독립출판물을 비롯해 다수의 책을 내며 삶과 인간관계, 일과 사랑에 관한 다양한 글쓰기를 보여준 작가 임경선이 글과 말을 통해 자신이 전달하고자 했던 인생의 핵심 가치들을 총정리한 산문이다.

작가의 정의에 따르면 《태도에 관하여》에서의 '태도(attitude)'는 '어떻게'라는 살아가는 방식과 세상을 바라보는 가치관의 문제이자, 그 사람을 가장 그 사람답게 만드는 고유 자산이다. 자발성, 관대함, 정직함, 성실함, 공정함이라는 다섯 가지 태도를 통해 우리가 일상적으로 겪는 삶의 문제들을 통찰하고 접근해나가지만, 일방적인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독자들에게 '그렇다면 당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삶의 태도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져 독자 스스로가 생각을 가다듬도록 돕는다.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독자들과 함께 성장해온 《태도에 관하여》는 이번 완결판을 통해 더 깊고 폭넓은 삶의 태도에 대해 이야기한다. 모든 글을 수정하고 보완하였고, 신중한 숙고 끝에 일부는 과감히 버렸으며, 10개의 새 글이 보태어졌다. 또한 개정판과 대비해서도 30쪽 정도 분량이 늘어난 이번 완결판은 새로운 표지로 옷을 갈아입었다.

20만 독자들의 견고하고 한결같은 지지를 받아 온 스테디셀러 산문 《태도에 관하여》는 '살아가는 방식'과 '가치관의 문제'로 고민하던 남녀 모두의 지표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2040세대의 '인생 책'으로 꾸준히 사랑받을 것이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하지만 '누가 뭐라 하든 난 이걸로 됐어'라며 자신의 선택에 확신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돌이켜보면 왜 과거의 내가 선택한 삶의 방식에 자신감을 가지지 못했을까 안타깝다. 만일 그때 내가 다른 선택을 했었더라면 어땠을까, 라며 또 하나의 인생을 자신에게 주어진 옵션이라고 착각하고 제멋대로 상상하던 나는 뭐랄까, 내가 현재 살고 있지 않은 대안의 삶에 멋대로 싸움을 붙인 후 알아서 지고 있었다. 대안의 인생, 그런 건 어디에도 없는데 말이다. 행여 있더라도 분명히 내가 선택하지 않은 '저쪽 인생의 나'도 똑같이 인생의 나'를 시기하고 있었을 것이다. p25~26

어느날, 우울함을 느끼며 알게 되었다. 행복이란 얼마큼 행복한 일들이 내게 일어날까, 라는 객관적인 조건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큼 내가 그것을 행복으로 느낄 수 있을까, 라는 주관적인 마음의 상태로 결정된다는 것을. 이제는 행복감을 느끼는 일이 안일한 위로를 향한 도피가 아닌 엄청난 재능임을 안다. 그것은 사실 이것이 있어서 행복하다가 아니라, 이것이 없어도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p47~48

지나고 보면 어렵지 않던 시절이, 어지럽지 않던 시절이 언제 있었던가. 때로는 주변의 소음을 차단하고 나에게 있어서 정말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일들에 차분히 시간을 들이는 것, 그것이 가져올 결과를 믿으며 스스로를 부단히 단련시키는 것―다시 말해 나의 방식대로 삶을 이끌어가겠다는 의지, 그것이 루틴이 굳건히 존재하는 삶이 아닐까. p187

젊을 때 성실하게 애쓰고 노력하는 것은 기초 체력 쌓기 훈련 같은 거라서 몸과 정신에 각인시킬 수 있을 때 해놓지 않으면 훗날 진짜로 노력해야 할 때 노력하지 못하거나 아예 노력하는 방법 자체를 모를 수 있다. 잘될지 잘되지 않을지 모르지만 젊은 시절 온 힘을 다해 노력했거나 몰두한 경험 없이 성장해버리면 ‘헐렁한’ 어른이 되고, 만약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했을 때 ‘이건 나의 최선이 아니었으니까’라며 마치 어딘가에 자신의 최선이 있다고 착각하면서 스스로에게 도망갈 여지를 준다 p203

쉬는 것을 어려워하는 기저에는 불안증도 한몫한다. 쉬거나 노는 것에 소질이 없는 사람들은 가만히 있으면 불안을 느낀다. 삶이 공허하게 느껴지고 애써 외면하던 본질적 고민들이 불쑥 튀어오른다. 요 며칠도 걱정거리가 몇가지 있어 신경이 예민해지고, 눈을 감고 쉬려고 해도 불안해서 힘겨워하다가 문득 동네 카페 '사직동 그 가게'의 대문 팻말에 쓰인 티베트 속담이 생각났다.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질 것 같으면

걱정할 일도 없겠네

팽팽한 기타 줄처럼 날이 선 신경을 이 티벹 속담을 속으로 반목하며 심호흡해본다. p221

내가 누군가를 미워할 때는 상대보다 ‘나’에 대한 일말의 진실이 그 안에 들어가 있는 것이니 초점을 상대에게 두기보다 나 자신에게 두기로 한다. 타인을 분석하고 판단하는 것은 쉽다. 나 자신을 정직하게 보는 것이 어려울 뿐. 어느 순간 타인에 대한 비난으로 열을 올린다면 나는 그것을 내 안의 공허함이나 불안함에 시선을 돌리라는 자가 신호로 받아들이기로 한다. p246

좋아하는 작가중의 하나인 임경선 작가의 신작이 나왔다.

아니 정확하게는 오래전 출간된 책의 완결본으로

지난번 김영민 교수의 북토크 '가벼운 고백'에서 임경선 작가를 만나고

다시 한 번 읽어봐야지 했던 차에 시간소식을 들었고

기꺼이 새로 단장한 '태도에 관하여'를 마주했다.

북토크를 통해 책에서 느끼고 상상한 모습과 다르지 않아

안도했고 때론 시크하지만 배려가 돋보이는 그녀의 진행을

마치 임경선 작가만을 만나러 온 것처럼 집중했던 것 같다.

그후,

인스타를 통해 저자가 서촌근처에 살고 있다거나

달리기를 즐겨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서인지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어서인지

예전보단(?) 조금 저자와 가까워진 느낌이다.

삶과 인간관계...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적어도 겉으론,

언제나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던 내가

결혼과 함께 내 빛나던 청춘은

어느 순간 사라져 버리고

매사에 눈치보고 불안한 쭈그리로 살아가는 요즘의

내 모습이 애닳고 아팠던 것 같다. ㅠ.ㅠ

앞으로의 내 삶도

제한된 인생의 시간 속에서

늘 그렇듯 내가 좋아하는 일에 집중하고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들을 좋아하는 데에

시간과 마음을 더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다음엔 무라카미 하루키에 관해 썼다는 저자의 에세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을 읽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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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다가, 뭉클 - 매일이 특별해지는 순간의 기록
이기주 지음 / 터닝페이지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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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지닌 유튜브 채널 ‘이기주의 스케치’의 주인공이자 베스트셀러 작가 이기주의 에세이. 일상의 순간순간을 담아 그린 100여 점의 그림과 함께 작가 특유의 따스함이 담긴 글은 현실에 지친 이들에게 조용한 위로를 건넨다. 그림 그리다가 뭉클함을 느끼는 신기한 경험을 누구나 마주할 수 있음을 이 책은 가만히 전하고 있다.

어떤 그림을 그릴까 소재를 찾는 것부터 구도 잡기, 선 긋기, 색칠하기까지 그림을 그리는 과정 하나하나마다 인생의 이야기가 배여 있다. 구도를 잡는 과정을 건너뛰고 바로 색을 칠하기는 어려운 것처럼 인생 또한 자기만의 단계를 밟아나가야 함을 알려주고, 실수한 선을 지우기보다는 그냥 놔두는 용기가 인생에서도 필요하다는 깨달음을 준다.

그림과 인생이 만나는 순간 우리의 일상이 특별해지는 경험을 『그리다가, 뭉클』은 가능하게 해 준다. 그림은 인생과 참 닮았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그림과 글은 마음을 부지런히 쓰는 일이다. 그래서 정신 건강에 딱 좋은 운동법이라고 생각했다. 무언가를 그리려면 마음이 움직여야 하고 글을 쓰기 위해 의미를 찾게 게되면서 마음을 뒤적거려야 하기 때문이다. 육체의 건강만큼 정신 건강도 잘 챙기려면 더 그리고 더 쓰는 쪽을 택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림이나 글이나 무용한 것이 아니라 어쩌면 꽤나 유용한 지혜일지도 모른다. p5~6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집중하는 일이 삶의 허기를 달래거나 공허한 마음을 채우는 길이라는 걸 나는 요즘 코끝에서 경험한다. 그림이 그렇게 허기를 달래고 마음을 채웠으니까. 그림 그리는 한두 시간의 집중이 공허와 허기를 달랜 경험은 언뜻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분명했다. 그간 속이 상해 생긴 '마음 염증'이 어느 느정도 치유되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살아 있으니 감기처럼 언제라도 다시 찾아올 공허와 허기이고 이 때문에 '마음 염증'을 또 앓겠지만 두통이나 열이 날 때 '타이레놀'을 먹는 것처럼 적어도 그림이 그 순간의 고통을 가라않혀 줄 상비약이라는 것은 의심하지 않는다. p78

대충 사진을 찍고 집에 와서 이 그림을 그리며 생각했다. ‘실수한 선을 지울 필요는 없더라.’ 오늘 하루의 마음처럼 삐죽 튀어나간 선이 그림을 좀 더 풍성하고 살아있게 한다. 실수한 선이 다음 선을 그을 때 길잡이가 되어주면서 오히려 반듯해진다. 지우고 다시 선을 긋는다고 더 나은 선을 그을 확률은 그다지 크지 않다. 지우개 똥으로 지저분해지고 종이만 너덜너덜해질 뿐이다. 그러니 실수한 선을 그대로 놔두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림 속 수많은 선에서 실수한 선은 찾기도 힘들 테니까. 어쩌면 인생도 이런 선 수백 개가 엎치고 덮치면서 조화를 이루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내 인생이 결국 아름다운 거라고 그림 그리면서 배운다. 오늘의 실수한 선을 지우지 않는다. 내일 그어질 선은 좀더 곧게 그어질 거니까. 인생 참 그림 같아서 재미있다. p134~135

햇빛이 밝은 날을 그리려면 그림자를 진하게 그린다. 창문을 통해 빛이 드리워져 꽤 느낌 있는 카페를 그리고 싶을 때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머릿속에 그림자를 어떻게 그려야 할까 생각하는 거다. ‘밝음’을 그려야 할 때 ‘어둠’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역설이지만 써먹을 지혜다. 그림이란게 인생을 많이 닮았다. 지금 깊은 어둠속에 있다면 어쩌면 밝게 빛나는 내가 그려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헤어나올수 없는 어둠이 칠흑 같을지라도 결국은 더 밝은 나를 완성해줄거라는 것을 알게 되면 이쯤은 견딜 수 있을 것만 같다. p218


봄, 여름, 가을, 겨울...

출근길과 퇴근길 그리고 주말...

저자의 일상을 담아 그린 100여 점의 그림과 함께

인생의 이야기를 조근조근 들려주는 이기주 작가의 신작

'그리다가, 뭉클'을 읽고 있다.


문득

그림을 처음 시작하던 그때가 생각났다.

다니던 직장에 직장인들을 위한 미술수업이 저녁에 개설되었다.

도로시의 옆구리를 찔러 같이 수강하게 되었고

다시 강의를 시작하며 사정이 있을때마다 수강와 휴강을 반복하며

여기까지 왔다.

햇수로만 치면 어느새 7년차...

연필드로잉을 시작으로 색연필, 아크릴화, 수채화, 오일파스텔까지...

그림이 안는다고 매일 푸념아닌 푸념을 하지만

하나, 둘 늘어가는 스케치북 숫자만큼 알게 모르게

내그림도 조금씩 좋아지고 있는거겠지?!... ㅠ.ㅠ

가끔은 너무 늦게 그림을 시작한게 아닐까 하는 내게

저자는 여든 살에 그리는 그림은 그 누구의 그림보다 스며드는 이야기가 많고

깊은 생의 이야기가 묵직한 울림을 주기에 충분하며

그림은 나이로 그리는 거라고 이야기 한다.

왠지 책에서 만난 저자는 섬세하고 따뜻한 사람일것 같다.

세밀함이 느껴지는 펜드로잉

'은하수가 흐르는 밤하늘'처럼

물맛이 느껴지는 수채화도 좋았지만

가장 좋았던 그림은 정겨움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만년필과 수채화롤 그린

'일본 나고야의 골목길'이었다.

그리고보니,

아직 만년필로는 그림을 그려 본 적이 없다.

핑계김에 만년필 구입! ^^;

마음의 염증(?)이 치유되는 그림그리기...

지금이라도 다시 시작하길 잘했다고 응원해 주는 듯한 책이었다.

'그리다가, 뭉클'

여든이 훨씬 넘은 나이에 그림을 배워보려고 한다는 어르신의 글을 읽었다.

거기엔 멋쩍음이 배어 있었다.

은퇴를 하고 이 나이에 그림에 노욕을 부린다는 어르신도 계셨다.

한결같이 나이를 탓하거나 나이를 겸연쩍어 하셨다.

그때마다 그림 그리기 딱 좋은 나이라고 댓글을 달아 드렸다.

여든 살에 그리는 그림은 그 누구의 그림보다도 스며든 이야기가 훨씬 많으니까.

깊은 생의 이야기가 묵직한 울림을 주기에 충분하니까.

세상을 보는 눈은 누구보다 절절하니까.

이때 그리는 그림은 훨씬 가치가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림은 정말 나이로 그리는 거다.

그림은 정말 시간이 그리는 거다. p268~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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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이 답했다 마땅히 살아야 할 삶에 대하여
고명환 지음 / 라곰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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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 7만 명이 유튜브 강의를 찾아 듣고, 한 달에 20여 차례 전국의 강연장을 찾아가 독자들을 만나는 이 시대 최고의 강연자. 30만 독자가 기다린 베스트셀러 저자 고명환이 지난 10여 년간의 인생 내공이 응축된 책, 『고전이 답했다 마땅히 살아야 할 삶에 대하여』에서 고전(古典)에서 길어 올린 흔들림 없는 삶의 내공을 전한다.


1000일간 매일 외친 ‘아침 긍정 확언’은 매년 찾아오던 우울증을 떨쳐버리기 위해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다가 발견한 해답이었다. ‘불안감’을 ‘기대감’의 말로 바꾸면 삶의 방향성이 달라진다는 고전의 답을 따라 매일 10분 긍정의 말을 외쳤고, 삶은 놀라운 방향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저자의 삶을 한층 밝고 건강한 쪽으로 이끈 것은 다름 아닌 ‘고전’이었다.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무엇을 행해야 하는가? 물음이 생길 때마다 고전을 펼쳐 들었고, 고전이 답했다. 칼 구스타프 융의 『칼 융 레드 북』, 블레즈 파스칼의 『팡세』, 사마천의 『사기열전』,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몰입 Flow』까지 수백 년의 경험과 지혜가 압축된 고전을 읽다보면 방향이 선명해졌다.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에서부터 행복한 삶을 사는 법, 이기는 법까지 우리가 원하는 모든 분야에 대한 답이 고전에 있다. 느리지만, 오로지 ‘성장’이라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고전에서 답을 찾아보자.

<인터넷 알라딘 제공>



사유를 확장하니 생각이 우주 너머까지 뻗어나가고 있다는, 나 자신이 광활한 우주를 모두 품을 수 있는 위대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반면 저 넓은 우주에서 내가 아는 것이라고는 티끌보다는 못하다는 겸손함 도한 마주 한다. 생각의 힘이다. 책을 읽을 수록 아는 것이 많아진다. 동시에 그만큼 모르는 것도 많아진다. 왜냐하면 책을 읽기 전에는 존재 자체를 몰랐던 분야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기 때문이다. 앎의 동그라미가 계속 커지면, 그 내부는 내가 나는 것이고 외부는 내가 모르는 것이다. 그러므로 알아갈수록 모르는 것이 더 커진다. p45

"남에게 충고하는 일은 쉬운 일이며 자기 자신을 아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남에게 충고하는 일이 쉽다는 말은 남의 허물은 잘 보인다는 뜻이다. 우리는 남의 단점을 너무도 잘 볼 수 있다. 하지만 나의 단점은 안 보인다. 애초에 인간의 뇌 구조가 그렇게 되어 있다. 모든 사람이 남의 잘못을 더 잘 본다.

그렇다면 남의 허물을 내 거울로 삼으면 된다. 남의 잘 못이 보일 때마다 '나는 저런 잘못이 없는가?라고 항상 질문 하는 것이다. 그리고 남에게 충고한 후에 반드시 자신에게도 똑같이 충고하라. p47

인생의 해답은 역시 고통 속에 있다. 모든 문제는 고통을 피하려 들기 때문에 생긴다. 고통, 시련, 역경이라는 말의 어감을 무서워하지 마라. 우리를 행복으로 데려다줄 비밀의 열쇠다. 나는 고통, 시련, 역경을 행운, 우연, 로또 당첨이라는 말보다 사랑한다. 고통을 피하지 말고 정면으로 껴안자. 작정하고 부딪치자. 조금만 견뎌보라. 어디서도 느낄 수 없었던 맛있는 쾌락을 느끼리라. 달리자. 세상을 향해 달리자. 고통의 운동화를 신고 세상을 향해 정면으로 달려 나가자. 고통을 품고 세상을 정복하라. 그 후에 오는 쾌감이 진짜 쾌락이다. p111


이제 삶의 기준을 세우자. 당신이 뭔가를 할 때 고통스럽지 않다면 의심하고 점검하라. 내가 지금 하는 일이 노자가 말하는 '이것'인지 '저것'인지. '저것'이면 저쪽으로 던져 버리고 '이것'이면 내 쪽으로 취하자. 일단 오늘 당장 핸드폰을 던져 버리고 책을 가까이 취하자. 이것만 바꿔도 인생이 성공한다. 놀자를 버리고 노자를 취하라! p131

오늘 밤, 내일 새벽 동이 틀 때까지 책을 읽어보라. 자신의 일에 푹 빠져보라. 현재에 충실해보라. 새벽이 찾아왔을 때 무엇이 당신을 기쁘게 하는지 둘러보라. 당신 앞에 놓인 현재를 보라. 우리에게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음을 깨달으리라. 충만함을 느꼈다면 당신은 제대로 된 항로를 개척한 것이다. 이제 그곳으로 날아오르자. 제대로 된 항로를 찾았다면 용기는 필요 없다. 모든 사람이 말려도 당신은 날아오를 것이다. p156

자기만의 속도로 고전을 읽어가라. 공들여 피리 구멍을 준비하라. 행운의 소리는 귀가 아니라 마음으로 듣는 것이다. 고전에서 뿜어져 나오는 생각의 파동으로 당신의 가슴을 뚫어라. 저 멀리 있는 행운도 당신의 피리 구멍으로 지나가고 싶어지도록 타인을 위한, 지구를 위한 피리 구멍으로 만들어라. p178

감히 얘기하는데 독서는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가장 고급스러운 쾌락이다. 욕심이 사라지고 사랑이 충만해진다. 읽던 책의 한 문장을 가슴에 품고 눈을 감는다. 비유와 상징, 은유로 압축된 문장이 '나'라는 압축 해제 파일을 통해 가슴속에 알알이 다운로드된다. 그 문장들은 심장을 뜨겁게 만들어 뒤집히게 하고, 한 사람을 완전히 다른사람으로 만든다. p201


"사람에 묻지 말고, 고전에 물어라.

그 안에 진짜 길이 있다."

고전이 답했다 마땅히 살아야 할 삶에 대하여

제목에 이끌려 구입한 책인데

저자의 이름이 눈에 익다했더니 개그맨으로 활동하다가

지금은 작가로 또 강연자로 활동하고 있다는 고명환이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에서부터 행복한 삶을 사는 법,

이기는 법까지 우리가 원하는 모든 분야에 대한 답이 고전에 있다.'고 이야기하며

본인이 해답을 찾은 고전을 소개하며 어떻게 삶에 응용했는지를

담은 책이었다.

가끔은 내가 왜 이토록 책읽기에 몰입하고 있는지

너무 강박적으로 책을 읽고 있는 건 아닌지 스스로에게 질문하곤 한다.

비교적 얇은 책은 한두시간이면 너끈히 읽어내지만

과연 그렇게 읽은 책의 내용이 얼마나 오래 내 안에 남아

나를 발전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선뜻 대답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고전을 읽고자 하는 다짐을 끝없이 하면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베스트셀러 책을 더 가까이 하는 것도

내가 해결해야할 갈등 요소중에 하나...

그럼에도 나는 책 읽기를 계속하고 있고

이곳에 내가 읽고 마음에 남기고 싶은 구절을 발췌해

글쓰기를 하고 있다.

이 시간들이 결코 아무것도 아닌 무의미한 작업이며

불필요한 시간이 아니기를 바란다.

독서를 통해

내가 몰랐던 또 다른 세상을 만나고

혹, 내가 길을 잃었을때 올바른 길로 나를 이끌어 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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