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봐, 바람이 불고 있어 - 하루는 햇빛 사이로 하루는 구름 사이로
고윤(페이서스 코리아) 지음, 서진 엮음 / 스노우폭스북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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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 독자에게 사랑받은 고윤이 에세이를 펴냈다. 10대 시절부터 낙서하듯 끄적여 놨던 오랜 메모들을 열어 그 시절 ‘어린 사람’에서 ‘여린 어른’의 공감 가득한 52가지 이야기다. 이번 책에서 저자 고윤은 주저앉은 누군가의 하루를 깊이 위로했고, 솔직해지는 게 무섭고 겁나는 모두의 마음에 집중했다.

이 책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함께 살아가고 있는 우리’라는 메시지 중심으로 집필했으며, 독자의 웃음을 위해 과감히 자신을 셀프디스(?)하는 추임새도 잊지 않았다. 때론 공개적으로 딴지 거는 아들이 되었고, 표면적으로 아직 하나가 되지 못한(?) 남편의 모습으로, 성공한 선배의 인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앳된 후배의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다. 버스에서 울어버린 회사원이자, 떡볶이로 돈의 중요성을 배운 솔직하고 소박한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이 각각의 이야기에는 나답게 살아가는 방법과 인간관계의 피로, 정말 못난 나를 매일 만나는 현실적인 괴로움 등을 섬세하게 풀어내며 평범한, 인간적인, 실용주의적인 에세이가 될 수 있었다. 저마다의 견디는 하루가 있다는 것, 눌러 담은 마음이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늘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나를 지켜봐 주고 있다는 지점으로 마음을 위로하는 책이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나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법을 배워가며, 방바닥에 드러누워 '파업'도 외치며 걷는 긴 여행이 아마도 어른의 삶 아닐까요? 그렇게 스스로를 놓아주고, 잡아채며 조금씩 알아갈수록, 더 속 깊게 튼실하고 단단한 사람이 되어가는 건 아닐까요? 저는 여전히 여러 감정이 흔드는 대로 휘청거리며 살고 있습니다. 다만, 다행인 것은 더는 그 흔들림이 두렵지 않다는 점입니다. 그런 과정은 끝까지 계속될 인생의 일부고 점점 간도가 옅어지게 될 걸 믿기 때문입니다. p7

도전은 멋있고 간지 나는 단어다. 하지만 뭐든 도전하면 다 좋은 걸까. 실패해도 도전했으니까 더 좋았다고만은 할 수 없는 것 같다. 어쩌면 너무 이런 저런 철학이나 정보에 세뇌당해서, 나에게 맞지도 않는 일에 ‘도전!’이라고 외치고는 자신을 몰아넣고, 궁지에 빠질 일을 너무 구별 없이 실행해 온 건 아닐까. p32

피곤했다. 스트레스가 쌓였다. 중간에서 적당히 할 수 있는 거짓말을 짜내려고 머리를 쥐어뜯었다. 아, 내가 왜 이러고 있지? 현타가 왔다. 두 사람 모두에게 미움받고 싶지 않아서 혼자 끙끙거리고 있는 내가 너무 한심했다. 다른 일에 투자해도 모자를 시간에 이렇게 고민하고 있다니.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고 하는 내 오랜 습성이 나도 모르게 또 나를 붙잡고 있는 게 보였다. p39

인간의 기본 감정까지 무시하고 냉정하게 행동하는 사람들은 세상을 등지고 서 있는 사람 같다. 세상에서 잘나고 잘 살려고 돈 버는 거면서 세상 등지고 서 있는지도 모르고 ‘앞으로 전진!’을 외친들, 그 외침을 듣고 함께 나갈 사람은 없다. 결국은 소외돼 가고 있는 줄도 모를 뿐. 다만 시간이 더 지나야 알게 될 일일 뿐이다. p88

하지만 감정은 가릴수록 내면 깊은 곳에서 다양한 씨앗으로 단단하게 뿌리를 내린다. 그 씨앗이 좀 심하면 분노나 적대감으로 자라날 테고, 조금 덜 하면 방어적, 습관적 짜증, 예민함 정도로 자라게 되지 않을까. 그렇다면 이 싸움의 근본 뿌리를 사라지게 할 방법이 없는 걸까. 나도 정확한 해답은 모른다. 다만 나는 나만의 방법 하나를 찾아 놓았다. 그 방법은 '숨'이다. 고급스러운 단어로는 '호흡'이다. 갈등이 불쑥 치밀어 오르는 순간, 그 찰나의 1초에 호흡을 초집중해 본다. 그 몇초가 제어하지 못한 말을 막아주고 조금 더 진짜 나와 가까운 말로 내뱉게 해주고 있다. p126~127

산하나 넘으면 또 다음 산이 나온다.지금 넘은 산이 제일 힘든 줄 알았는데 넘고 보니 다음 산은 더 가관이다. 어쩌면 인생이 평생 이런 걸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나를 믿으면서, 나를 도울 사람이 있다고 믿고 함께 가야겠다. 아무도 나한테 손 내밀어 주지 않는다면 누군가 비집고 들어올 틈부터 만들고 '나는 할 수 있어!'의 방어 기제 좀 낮춰보고 다시 얘기하자. p206~207

봄을 타는지 무기력하고 숨이 찬지 좀 되었다.

검색해보니 타목시펜의 부작용의 하나이기도 한 것 같은데

체중감량으로 혈압은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맥박이 평균을 넘기고 높게 측정되어 약복용을 중지 하지 못하고 있다.

숨이 차니 빠르게 걷기도 힘들고 쉽게 피곤함을 느끼는 것 같다.

다음 검진때는 뭔가 해결책이 나오길...

김씨와의 중매를 선 회사동료였던 언니가 한국에 오셨는데

점심 약속이 있어 만나러 나가던 길에

어지럽고 식은땀이 나서 약속장소까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비상약 먹고 좀 쉬었더니 지금은 호흡이 제대로 돌아왔지만

옛직장동료들과 어렵게 잡은 약속을 지키지 못했음이

미안하고 마음이 편칠않다. ㅠ.ㅠ

퇴근하는 김씨를 기다리며 '주저앉은 누군가의 하루를 깊이 위로하는'

고윤 작가의 신작 '하늘을 봐, 바람이 불고 있어'를 읽고 있다.

산하나 넘으면 또 다른 산이 기다리고 있다더니

아이가 대학만 가면

그다음에 취직만 하면

또 결혼만 시키면

부모의 일이 끝날 줄만 알았는데

인생은 그런게 아니더라고...

새생명을 기다리는 큰아이를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고,

짝사랑하듯 꼬맹이에게 매일밤 걸려올 전화를 기다린다.

예전에 비하면 김씨와의 싸움은 거의 없지만

마음이 완전히 풀린 건 아니다.

언제든 싸울준비완료하고 긴장감속에 하루를 보낸다.

나만 봐달라고는 할 수 없으니 일정부분 포기하는 것도 있지만

측은지심은 또 별개로 가끔 아니 자주 그의 행동에 짜증이 나기도 하고...

누군가 볼 수 있는 글을 쓸 수도 있고 분신 같은 나만의 글쓰기를 할 수도 있다.

다만 감정을 꺼내 놓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 작은 용기 한 줌으로 상처를 꺼내는 글쓰기의 과정에서 상처는 조금씩 단단함을 부순다. p217

작가의 말처럼 그래도 이곳에 나의 생각을,

또 나의 푸념을 꺼내 놓을 수 있어 그래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소리없이 응원해주는 나의 친구들과 이웃들이 있음에 감사하며....

** 본 독서인증은 출판사 스노우폭스북스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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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지는 아이들 - 다정한 양육은 어떻게 아이를 망치는가
애비게일 슈라이어 지음, 이수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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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표준 양육 방식으로 자리 잡은 ‘감정 존중 양육’과 ‘다정한 부모’라는 환상이 아이들의 성장 과정은 물론, 사회 전반에 어떤 부작용을 가져왔는지를 적나라하게 폭로한다. 양육 주도권이 부모에게서 전문가에게로 ‘외주화’된 세태를 파헤치며 단호한 훈육 대신 심리 치료와 약물 치료가 남용되는 현실을 고발하고, 한 명의 단단한 인간을 길러내기 위한 양육의 본질과 원칙을 예리하게 짚어낸다.

수많은 영미권 석학과 인플루언서들의 극찬을 받은 이 책은 부모들의 뼈아픈 성찰을 불러일으키며 전 세계에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고, 아마존과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를 비롯해 미국공영라디오(NPR)가 뽑은 ‘2024 올해의 책’에 선정된 바 있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성인이 된 우리는 당연히 아이를 갖고 싶어 했고, 우리는 부모님 세대와 달리 아이의 정서적 건강에 민감한 양육자가 되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아이의 말에 귀 기울이고, 감정과 생각을 자주 묻고, 기분을 살피고, 집안의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아이의 의견을 수용하고, 가능하다면 아이의 괴로움과 고민을 예측하고 대응하는 부모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러려면 아이와의 ‘관계’를 소중히 여기는 부모가 되어야 했다. 과거 세대가 부모와 자녀 사이에 만들어놓은 권위의 장벽을 허물고 아이를 팀원이자 멘티, 친구로 바라보는 부모가 되고자 했다. p21


바스키는 자신의 저서 '걱정에 압도된 사람들'에서 "건강염려증 환자는 자신의 정상적인 신체 감각을 비현실적으로 해석하면서 그것이 질병을 나타내는 신호라고 믿는다".라고 했다. 몸에 대한 일종의 불안증인 이런 과도한 집중은 신체적 등상을 강화하곤 한다. 바스키는 이렇게 말했다.

"예를 들어 이런 겁니다. 유방암은 여성에게 몹시 두려운 병입니다. 어떤 여성이 유방검사를 지나치게 자주 받는 다고 칩시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가슴을 만지면 아픈 느김이 듭니다. 그러면 '어떡해! 염증이 생긴게 틀림없어'라고 생각하죠. 사실은 그들의 행동이 문제를 더 악화시켜요."

그는 건강염려증 환자에게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은 행동 수정기법을 적용해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자신의 통증에 집중하는 일을 중단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P116

교육자들은 '회복력'이라는 단어를 잘 사용하지 않는다. 그들이 제시하는 풍경은 스스로 치유할 수 없는 심리적 약점이 있는 아이들로 가득하다. 그들은 대부분 "아이들이 회족력을 기르게 도와주는 것"에 대해 말한다. 그러나 일번적으로 회복력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길러지는'것이 아니라, 인생의 여러 문제와 도전에 맞닥뜨리고 그것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길러진다. P174

잊힌 또는 숨겨진 어린 시절 경험이 파괴적인 "몸 안의 독소"를 만들어낼 수 있으며, 심리치료나 최면을 통해 잃어버린 기억을 회복함으로써 독소를 빼내야 한다는 말에 많은 미국인이 고개를 끄떡일 것이다. 반 데어 콜크는 "트라우마가 잊혔다가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많다"고 말한다. 이 개념은 한 때 약간 다른 옷을 입었다가 '억압된 기억'이라는 더 신중한 이름을 달고 유행했다. P187


우리세대 중 대다수가 꽤 괜찮은 성인이 됐다는 사실이 뜻밖의 행운처럼 느껴졌다. 결혼을 하고, 친구를 사귀고, 직장을 착실히 다니고, 때론 남들이 의지 할 수 있는 사람이 됐다는 사실이 말이다. 우리는 부모님의 형편없는 양육방식에도 '불구하고' 정상적이고 쓸 만한 성인이 됐다고 여겼다. 만일 더 부드럽고 정서적으로 더 섬세하게 챙기는 부모님 밑에서 자랐다면 훨씬 훌륭한 사람이 됐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p253

오늘날 부모들이 유머를 잊어버린 것은 그들만의 잘못이 아닐지도 모른다. 요즘 육아서가 형편없는 이유는 한둘이 아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고약한 점은 한결같이 진지하기만 할 뿐 유머가 없다는 사실이다. 이 형편없는 책들은 우리가 아이와 함께하는 모든 순간을 무겁고 심각하게 만들어놓았다. 연습해야 할 육아 기법, 감시해야 할 상황, 알아채야 할 문제를 설명하고 이런 것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을 때 부모가 죄책감을 느껴야 한다고 말한다. 부모의 부적절한 행동이 심각한 결과를 가져온다고 경고하고, 육아를 우울과 스트레스가 가득한 세계로 만든다. p342

​·

지난 주말엔 친구의 딸 결혼식이 있었는데,

이번엔 집안에 상을 당하여 장례식장에 다녀왔다.

오랜만에 만난 사촌들...

집안의 대소사때 가끔 만난 사촌들도 있지만

오랫만에 만난 사촌언니는 내게서 엄마의 얼굴이 보인다고 했다.

할머니가 싸고돌던(?) 집안의 기대를 한 몸에 받던 아이는

이제 엄마의 얼굴을 하고, 늙어가고 있다는 사실에 좀 씁쓸한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

왜 그렇게 기운이 없냐는 김씨의 말을 뒤로 하고

집을 나서 오랜만에 별다방에 왔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깊이 파고 들지 못했던 그 문제,

모든 불편과 불안을 해결해주는 부모가

아이의 삶에, 나아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부서지는 아이들'을 읽고 있다.


아이가 기억하는 어린시절 엄마의 모습은

쿨하고 명쾌했다고 한다.

결정적인 순간에 보수적인 발언을 하지만

아이들에게 걱정을 끼치는 엄마는 적어도 아니었던 듯 하다.

그랬던 내가, 공황을 겪고 암수술까지 한 뒤로

아이들에게 걱정을 끼치고 짐이 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칠않다.

이제는 성인이 된 아이들의 퇴사와 새 진로에도

걱정과 불안이 가득해서 힘든 시간을 보내던 차에 읽게된 이 책,

'부서지는 아이들'은 아이들 앞에서 내가 어떻게 해야 할찌 방향을 제시하고

내 걱정과 불안의 시작이 어린시절의 트라우마로 시작되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친절한 사람이 암에 더 잘 걸리고 예후가 더 나쁘다는 가보 마테의 말은 섬뜩하기는 해도 분명히 사람들의 이목을 사로잡는 구석이 있다. 그리고 자신보다 타인의 욕구를 강박적으로 중요시하는 사람은 유방암 검진 또는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을 시간을 내지 못하거나 암 증상을 방치할 가능성 역시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마테는 다른 원인을 찾았다고 믿었다. 즉 자신을 억압하는 것 말이다.

사실 마테의 주장은 거기서 훨씬 나아간다. 우리는 자신이 경험한 트라우마만 짊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부모나 그 이전 조상이 겪은 트라우마도 안고 있다. 마테는 "대부분의 경우 트라우마는 여러세대에 걸쳐 남는다. 그 전달 사슬은 부모에게서 자녀로, 과거에서 미래로 이어진다. 우리는 자신이 해결하지 못한 무언가를 자손에게 물려준다.' p190~191

많은 부분에서 자아비판을 하곤 했지만

이 구절에서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겪었던 트라우마를 아이들에게까지 물려준다는 건

있어서는 안 될 일이므로...


많은 부분에서 자아비판을 하곤 했지만

이 구절에서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겪었던 트라우마를 아이들에게까지 물려준다는 건

있어서는 안 될 일이므로...

큰아이는 새직장에서 자신감과 함께 재미를 조금씩 찾아가는 듯 하고,

꼬맹인 콜드 플레이 내한공연 관람이후로 자본주의 맛(?)을 제대로 느꼈다며

퇴사에 대한 이야기가 수그러 든듯하다.

정답은 없겠지만

아이들에게 향한 불필요한 다정함과 관심을 잠시 내려놓고

일단 나를 잘 돌보고 잘 사는걸로 마음을 다잡는다.

조금 덜 친절하고,

많이 참지 않는 내가 되어보길 또한...


** 이 책은 출판사 웅진지식하우스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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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중도 배웅도 없이 창비시선 516
박준 지음 / 창비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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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문학동네 2012)와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문학과지성사 2018)로 한국시 독자의 외연을 폭넓게 확장하며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여준 박준의 세번째 시집 『마중도 배웅도 없이』가 출간되었다.

시인은 일상의 소박한 순간을 투명한 언어로 포착하는 특유의 서정성으로 신동엽문학상, 박재삼문학상, 편운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등을 잇달아 수상하며 문학성 또한 공고하게 입증해왔다. 7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시집은 그리움과 상실마저 아릿한 아름다움으로 그려내는 미덕을 고스란히 계승하면서도, 한층 깊어진 성찰과 더욱 섬세해진 시어로 전작들을 뛰어넘는 완성도를 보여준다.

특히 살면서 놓쳐버린 것들, 어느새 잊힌 것들의 빈자리를 어루만지는 손길이 시대와 개인 모두와 조응하며 남다른 공감을 선사한다. “슬픔이 지나간 자리에 함께 앉아 조용히 등을 내어주는 시집”(추천사, 이제니)이라는 말처럼, 박준의 위로가 고요히 존재하는 삶들에 불어넣는 숨결이 어느 때보다 따뜻하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지각

나의 슬픔은 나무 밑에 있고

나의 미안은 호숫가에 있고

나의 잘못은 비탈길에 있다

나는 나무 밑에서 미안해하고

나는 호숫가에서 뉘우치며

나는 비탈에서 슬퍼한다

이르게 찾아오는 것은

한결같이 늦은 일이 된다

도화

볕 아래 나와 앉아

바탕을 칠한다

밝은색부터

겹쳐 그리는 너든

어두운 것이라면

먼저 대고 보는 나든

숨 하나만을

그으며 여기까지 왔으니

이제 우리는

점점 뭉툭해지는

서로를 견뎌야 한다

귀로

듣고 싶은 답을

떠올리며 내가 물었다

생각대로 당신은

내가 바라던 답을 들려주었다

하나의 답을 정한 것은 나였고

무수한 답을 아는 것은 당신이었다

원망은 매번

멀리까지 나아갔다가 다시 되돌아온다

야금야금 아껴가며 '폭삭 속았수다'를 보고 있다.

엄마의 촉으로 연탄가스로 의식을 잃은 금명이 응급실에 실려가는

장면을 보며 또 한참 훌쩍였다.

꼬맹이 처음 독립시켰을때 코로나상황이기도 했고

연락이 안되면 밤새 안절부절 잠을 설쳤던 기억...

서로 떨어져 지낸 3년이라는 시간동안

난 사서하는 걱정을 좀 내려놓았고,

꼬맹인 엄마의 걱정을 이제는 조금 이해하는지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면 매일 자기전 연락을 준다.

오늘은 자체적(?)으로 내게 휴가를 주었다.

커피 한 잔을 진하게 내려 집안을 어슬렁 거릴 것이다.

굴러 다니는 머리카락쯤은 로봇청소기에 맡기고

게으름을 필 생각이다.

뭔가를 해야 '보람된 하루'라고 생각했던

강박을 내려놓고

하루쯤은 그래보고 싶었다.

시집을 한 권 데려왔다.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을 먹었다'의 박준 시인이

신간을 내어놓았다.

'마중도 배웅도 없이'

제목부터 심쿵 내 취향이다.

시 잘 모르지만 '폭삭'의 여운과 함께

자꾸 눈물이 찔끔 찔끔 흐른다.

'나의 슬픔은 나무 밑에 있고

나의 미안은 호숫가에 있고

나의 잘못은 비탈길에 있다'

라니... ㅠ.ㅠ

기대했던 여유로운 봄날의 하루는

이런 모습은 아니었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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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스님 나의 음식
정관 지음, 후남 셀만 글, 양혜영 옮김, 베로니크 회거 사진 / 윌북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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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계에서 가장 유명한 사찰요리 명장, 정관스님의 첫 번째 에세이가 출간된다. 한 그릇 음식에 담긴 지혜와 정성스레 정리한 사계절 레시피 58개를 아름다운 사진과 함께 담아냈다. 정관스님은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듯, 무엇을 어떻게 먹어야 더 건강하고 행복해질 수 있는지 이야기를 들려준다. 향기로운 차 한 잔을 마시는 듯한 고요한 기쁨이 책장마다 서려 있다.

정관스님은 열일곱 살에 출가한 이래로 50여 년 동안 몸과 마음을 맑히는 사찰음식을 만들고 알리는 일에 힘써왔다. 넷플릭스 최고의 화제작 〈셰프의 테이블〉 출연은 정관스님과 스님의 음식을 우리나라를 넘어 전 세계에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뉴욕 타임스》는 정관스님을 ‘철학자 셰프’라 소개했고, “세상에서 가장 진귀한 음식을 맛보고 싶다면 스님이 계신 천진암으로 가야한다”며 찬사를 보냈다. 이제는 매해 세계 각지에서 수백 명의 방문객과 미쉐린 스타 셰프들이 스님의 음식을 맛보고, 배우기 위해 천진암을 찾는다.


이 책은 정관스님이 한땀 한땀 집필한 레시피를 최초로 공개한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다. 스님의 시그니처 음식인 ‘표고버섯 조청 조림’부터 여름 토마토장아찌, 가을 우엉 고추장 양념구이, 스님이 자기 음식의 비결로 꼽는 각종 양념장과 청 담그는 방법까지. 자연의 기쁨을 온몸으로 느끼며 각 계절에 가장 영양가가 풍부한 채소를 배우고, 식재료 고유의 맛과 풍미를 살리며 음식에 건강한 에너지를 불어넣는 법을 만날 수 있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스님은 손이 얼마나 소중한지 자주 이야기한다. 손에는 섬세한 힘과 아름다움이 있으며, 우리가 세상과 관계 맺고 살아갈 수 있게 해준다. 손으로 누군가를 아프게 할 수도 있고 생명을 앗을 수도 있지만, 따뜻한 손으로 누군가를 돕고 힘을 보탤 수도 있다. 무엇보다 우리는 손으로 음식을 만든다. 손을 거쳐 우리의 에너지가 자연 재료에 스며 든다. 그리고 이렇게 음식을 만들어 먹을 때 우리는 자연과 동화된다.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스님은 정원에서 키운 오이로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며 이렇게 말했다. "제가 오이가 되고 오이가 저 자신이 되지요." 음식으로 나의 에너지와 자연의 에너지가 만나 하나가 된다. 이것이 바로 손이 지어내는 마법이다. p56


“저는 셰프가 아니라 수행자입니다.” 정관스님은 자주 강조한다. 수행자란 ‘행동과 습관을 바꾸려고 힘쓰는 사람’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언제나 좋은 습관과 긍정적인 마음, 타인을 대하는 올바른 태도를 갖출 수 있다면 좋겠지만 사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하여 수행은 한순간 이루어지는 결과가 아니라 평생에 걸쳐서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과정이다. 우리 모두는 자기 인생의 수행자다. ‘수행자를 위한 음식’이란, 어쩌면 삶에서 스스로 변화시키려 노력하는 모든 이를 위한 음식일 것이다. P64

가장 중요한 것은 음식을 먹을 때 이 재료는 어디서 왔고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생각하고, 그 수고로움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새기는 것입니다. 농사짓는 사람뿐만 아니라, 농사를 지으며 헤치게 되는 모든 생명을(벌레 하나라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부처님 말씀에 한 생명이라도 더 살려서 공생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사찰음식이 아름다운 것은 음식 자체가 지닌 힘도 있지만, 생명을 존중하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p77~78


절에서는 국수 요리를 ‘승소’라고 한다. ‘스님의 미소’라는 뜻이다. “오늘 국수 먹을까요?” 누군가가 이렇게 얘기해 저녁 메뉴가 정해지면 다들 입가에 미소를 띤 채 분주해진다. 커다란 가마솥에 물을 끓이고, 안반과 홍두깨를 꺼내 국수 반죽을 밀고, 누군가는 텃밭에 가서 애호박과 버섯을 따온다. 옹기에서 시원한 열무김치를 꺼내오고, 누군가는 뛰어가서 장작을 더 가져온다. 국수 요리를 잘하시는 노스님이 조금은 뽐내시듯 가마솥 옆에 서서 요리 과정을 총괄하는 동안, 행자가 이렇게 묻는다. “스님, 양념장에 청양고추 썰어 넣을까요?” P105

많은 사람이 내게 레시피를 묻는다. 하지만 사실 나는 레시피 없이 요리한다. 철마다 달라지는 식재료의 종류와 상태에 따라 조리법도 양념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레시피를 하나하나 정리한 것은 꼭 수행자가 아니어도 음식으로 자기 삶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서다. 누구나 자연의 시절 인연에 따라 자연식을 먹고, 자신을 스스로 돌보며 더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p221


비가 오려고 그랬나보다.

지난밤, 다친 무릎이 그렇게 아프더니... ㅠ.ㅠ

레포트 몰아 쓰느라 좀 무리를 하긴 했지만

지난주는 너무 기운이 없어서 홍삼이라도 먹어야 하나 싶었다.

수술후 담당선생님 말씀이 시중에 아무리 좋다는 즙이 있어도

절대 먹지 말라고 당부하셨다.

물론, 홍삼도 포함... >.<

그럼에도 가장 편하게 기운을 낼 수 있는 것이 홍삼이니

집에 남은게 없나 찾아봤는데 그많던 홍삼이 단 한개도 없다.

주위에 선물하고 상비되어 있던 배즙, 도라지즙과 함께 다 정리한 탓이다.


내겐 좀 센듯한 비타민을 일단 찾아 먹고

김씨 옆구리 찔러 질좋은 소고기도 먹고

주말엔 동생내외와 건강밥상을 찾아 잘 먹은 탓인지

오늘은 그 무겁던 눈이 제대로 떠지는 듯 하다.

잘먹고, 잘자기...

건강이 제일이라는 생각이 다시 한 번 드는 순간이었다.

이런 상황속에 음식으로 건강해지자는 일념으로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자주 만났던 정관스님의 책

'정관스님 나의 음식'을 읽고 있다.

종교는 다르지만 비오는 월요일 책을 읽으며

마음이 차분해 짐을 느낀다.

건강에 좋다고 양배추를 생식하며 소화가 안되고

위가 아프기도 했는데 사람에 따라 좋은 채소도

데쳐서 먹어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고

제철음식이라던가 특히 궁금했던 '표고 조청 조림' 레시피를

입수했으니 조만간 만들어 보리라.


오늘은 김씨가 일찍 들어 온다는 전갈이다.

보글보글 애호박 된장찌개를 끓이고

들기름에 두부를 부쳐봐야겠다.

달래장을 만들고 곱창김까지 굽고

동생이 선물해준 순무김치도 있으니

이만하면 건강한 밥상이 되겠지?

"아프지 말고 건강하시기를,

한끼라도 대충 때우지 말고

몸과 마음을 정갈히 돌보며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정관스님은 굳이 레시피데로 만들지 않아도 된다고 하신다.

나만의 철학을 담아 자신을 스스로 도우며 더 행복해지라고 당부하신다.


"즐겁게 드시라,

걱정도 미움도 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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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의 삶
김영하 지음 / 복복서가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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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가 산문 『단 한 번의 삶』을 출간했다. 60만 명이 넘는 독자의 사랑을 받은 『여행의 이유』 이후 6년 만에 선보이는 산문집으로, 유료 이메일 구독 서비스 '영하의 날씨'에 2024년 연재되었던 글을 대폭 수정하고 다듬어 묶었다. '영하의 날씨'는 초기 구독자의 초대로만 가입이 가능한 서비스로 화제를 모으며 연재 당시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단 한 번의 삶』은 작가의 지난 산문들보다 더 사적이고 한층 내밀하다. 김영하는 '작가 김영하'에서 벗어나, 한 번뿐인 삶을 살아가는 우리 가운데 한 사람으로서 가만히 말을 건넨다. 열네 편의 이야기에 담긴 진솔한 가족사와 직접 경험한 인생의 순간을 아우르는 깊은 사유는 우리를 멈춰 생각하게 한다. 우리는 얼마나 서로를, 그리고 자신을 모르고 살아가는가. 생각은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된다. 내 앞에 놓인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이 책은 독자들에게 쉬운 위로나 뻔한 조언을 건네지 않는다. 대신 담담히 풀어낸 솔직한 경험과 고민을 통해 독자들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단 한 번의 삶』과 함께, 두고 온 시절에서 발견한 자기 삶의 장면들을 기록해보길 권한다.

"원래 나는 '인생 사용법'이라는 호기로운 제목으로 원고를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곧 내가 인생에 대해서 자신 있게 할 말이 별로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은 그저 내게 '단 한 번의 삶'이 주어졌다는 것뿐."

<인터넷 알라딘 제공>


인생은 중간에 보게 된 영화와 비슷한 데가 있다. 처음에는 인물도 낯설고, 상황도 이해할 수 없다. 시간이 지나면 그럭저럭 무슨 일이 일어났고, 일어나고 있는지 조금씩 짐작하게 된다. 갈등이 고조되고 클라이맥스로 치닫지만 저들이 왜 저렇게 행동하는지, 무슨 이유로 저런 일들이 일어나는지 명확히 이해하기 어렵고, 영원히 모를 것 같다는 느낌이 무겁게 남아 있는 채로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간다. 바로 그런 상태로 우리는 닥쳐오는 인생의 무수한 이벤트를 겪어나가야 하고 그리하여 삶은 죽음이 찾아오는 그 순간까지도 어떤 부조리로 남아 있게 된다.p20~21

어렸을 때 나의 꿈은 어떤 직업이 아니었다. 나는 두 가지의 '상태'에 이르고 싶었다. 유능과 교양. 무엇이든 잘해내는사람이 되고 싶었고, 교양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중에서 유능은 정의하기 쉬었다. 그냥 잘하면 된다. 못도 잘 박고, 운전도 잘하고, 컴퓨터도 잘 다루고 그러면 유능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틈이 날 때마다 뭔가를 배웠다. 유능한 사람이 되면 가족에게도 보탬이 될 것이고 사회도 나를 필요로 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물론 유능한 인간이 된다는 것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고, 막상 유능한 인간이 되어도 꼭 좋기만 한 게 아니라는 것은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지만 그때는 그랬다.p129~130

우리가 살지 않은 삶에 관해 이야기하는 이유는 미래에 나쁜 결과와 마주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가 아니다.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이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서다. 의미 있는 삶에 대한 갈망은 그 어떤 전약적 고려보다 우선하고, 살지 않은 삶에 대한 고찰은 그런 의미를 만들어내거나 찾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p188 (앤드루 H. 밀러, 우연한 생중에서)


원래 나는 '인생 사용법'이라는 호기로운 제목으로 원고를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곧 내가 인생에 대해서 자신 있게 할 말이 별로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은 그저 내게 '단 한 번의 삶'이 주어졌다는 것뿐, 그리고 소로의 단언과는 달리, 많은 이들이 이 '단 한 번의 삶'을 무시무시할 정도로 치열하게 살아간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냥 그런 이야기들을 있는 그대로 적기로 했다. 일단 적어놓으면 그 안에서 눈이 밝은 이들은 무엇이든 찾아내리라. 그런 마음으로 써나갔다.

다른 작가의 책을 읽다보면 때로 어떤 예감을 받을 때가 있다. 아, 이건 이 작가가 평생 단 한 번만 쓸 수 있는 글이로구나. 내겐 이 책이 그런 것 같다. 그런 책을 너무 일찍 쓴 것은 아닌가 두렵기도 하지만 이젠 돌이킬 수 없다. 세상으로 내보내고, 나는 또 미래의 운을 기다려야 한다. p197

생일쿠폰이 며칠후면 사라진다기에

말차라떼 한잔을 마셨다.

카페인 수혈(?)이 안되어서인지 아직도 멍~

주위가 갑자기 소란스러워진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커피를 마시러 들어온 손님들로

카페가 들썩인다.


창밖에 봄을 알리던 목련이 피고 지고,

벚꽃이 피었나 보다.

한동안 기운이 없어 산책을 못 나갔는데

오늘은 시민의 강을 지나 호수공원을 한바퀴 돌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소음을 피해 이어폰을 꽂고 다시 책읽기에 집중했다.

재미있게 읽은 '여행의 이유' 이후 새로나온 김영하작가의 인생사용법

'단 한 번의 삶'을 읽고 있다.

이번 책은 나의 삶 뿐 아니라, 엄마, 아빠의 삶도

함께 고찰한다.

병원집 첫째 손녀로 태어나,

유치원을 3년이나 다니고,

7살 이르게 국민학교를 들어갔으나

많이 아파서 1년 휴학...

당당하고 의협심 많은 국민학교,

사춘기 시작으로 방항심 많았던 중학교를 지나,

위암으로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흔들리던 가정경제,

여러번의 이사, 대학 낙방, 재수 등

사회분위기만큼 혼란스러웠던 대학생활도...


시네마천국 토토가 살던 시칠리아의 벽촌이야기를 읽다가는

이번 '알쓸별잡'에 작가가 출연하지 않았음에 새삼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다른 출연진들도 다양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시지만

시칠리아를 떠올리니 나는 왠지 그 자리에 그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했던 것 같다.

4월은 늘 이렇게 불안과 싸우며 원인모를 통증으로

힘들어하며 보냈던 것 같다.

굳이 이유를 찾아보자면 큰아이의 생일이 얼마남지 않았음인데

아이의 생일을 앞두곤 이렇게 관절이 아프고,

바람 빠진 풍선처럼 방전되곤 한다.

"삶을 들여다보면 문득 이상하게 느껴진다.

이토록 소중한 것의 시작부분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시작은 모르는데 어느새 내가 거기 들어가 있었고,

어느새 살아가고 있고, 어느새 끝을 향해 가고 있다."

내 삶은 어떻게 끝을 맺어야 하나?!...

한때는 나도 작가처럼 '유능'과 '교양'을 따라 매번 무엇인가를 배우고

도전하기를 즐겨했던 것 같다. 이제는 하고 있는 공부외에는

무엇인가를 더 하는게 쉽지 않다. 아니 힘이 든다.

비교적 품이 적은 책읽기외엔 거의 모든 취미활동이 스톱된지 오래되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나답게 산다는 것이 왜이리 힘든 것인지...

'내의지와 무관하게 시작된 삶이라는 사건

예측 불가하고 불공형하고 질서 없는 진짜 인생을 사유하다'

_ 단 한 번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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