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서 그래 - 파리 여행그림책
이병률 지음, 최산호 그림 / 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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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림』『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내 옆에 있는 사람』으로 ‘여행 에세이’라는 장르를 만들어낸 이병률 시인의 신작 산문집. 『그리고 행복하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후 3년 만에 펴내는 이번 『좋아서 그래』는 달에서 선보이는 ‘여행그림책’ 시리즈의 첫 책으로, 예술과 사랑의 도시 파리에서 시인이 발견한 장면들이 다채로운 그림과 함께 담겨 있다.

신춘문예 당선 소식을 들은 곳이 파리였기에 등단 후 시집 한 권 내지 못해 막막해하던 시절, 시인은 또다시 파리로 향한다. 그렇게 돌아온 파리의 길목에서 시인은 이 도시가 그에게 사랑이었음을 고백한다.

시인에게 파리는 “사랑을 경유하여 사랑으로” 가는 사람들, “평균을 거부하”는 사람들, “모두가 반짝이라도 알려”지길 원하는 요즘 세상에 “오래 익혀 멀리 뻗으려는” 사람들이 사는 도시다. 그들을 두고 “참 묘하지”라 말하면서도 주체할 수 없이 그 매력에 사로잡히고 만 시인은 오늘도 그곳으로 “돌아갈 거”라 이야기한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좋아서 그래.” 그곳이 좋아서, 그 사람들이 좋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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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하지 않다 한들 그건 또 어떤가. 우린 아직 뛰어들지 않았을뿐. 어쩌면 우리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것에 불과할 뿐이지 않겠는가 말이다. 모두가 반짝이라도 알려져 한탕이나마 하길 원하는 이 천박한 세상에서 오래 익혀 멀리 뻗으려는 당신이 여기에 들른다. 아직도 창고에서 숨 쉬고 있을 재능들에게, 아직 피어나지 못한 청춘의 가슴들에게, 이 카페는 넌지시 말해주는 것만 같다. 시간이 우리를 잠시 막고 있을 뿐. 시간은 당신의 모든 가능성을 숙성시키는 중이라고. p21

나이를 먹는다는 건 뭔가요. 파리 몽마르트묘지에서 세바스티앙이 내게 물었다. 눈금이라는 말이 퍼뜩 생각났다. 내 눈금도 꽤 되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눈금을 채워가는 것인지 비워가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아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 눈금을 갉아먹는것. 눈금을 쌓아가는 것. 그게 뭐라도 좋으니 눈금을 따라 살아가는 중이라고 할 수 있으려나. 분명한 것은 그것이 자의 눈금인지. 저울의 눈금인지는 그것을 대하는 감도 차이일 수도 있겠다. 나와, 당신은, 삶을 대하는 온도계의 눈금이라 말할 수도 있겠지. p40

나의 묘비명에는 무엇을 적을 거냐는 질문을 몇 번 받는다. 매번 대답하지 않았는데 이 글을 쓰면서 얼른 떠올려본다. — 술을 좋아했고, 술보다는 사람을 좋아했고, 사람보다는 자신을 좋아했을지도 모를 한 사람이 여기 사랑과 함께 잠들어 있다. p43

그래. 사람은 다른게 중요한 게 아니라 분위기가 중요하다는 걸 난 파리에서 알게 된 것 같아. 한 사람의 분위기란건 분명 정신적인 것에서 나오는 것이고. 자신이 밀고 나가는게 있다면 그것을 힘으로 치환하는 사람들. 그래서 유연한 사람들. 타인에게조차 유연한 사람들. '논리와 감정이 균형하다면 그것이 지성인이지 않은가'라는 생각을 이들의 철학이 깔린 삶에 관통해본다면 이 사람들은 서로의 존재를 마법이라 믿는 사람들이 아닐까. P90

그곳의 빛들은 달랐습니다.봄날에 쏟아지는 칼날 같은 빛줄기를 파리로 몰려든 인상파 화가들은 저마다 잡아챘죠. 신이 만든 것 가운데 가장 싫어하는 것이 나에겐 햇빛인데 파리의 빛들 아래서는 무릎 꿇고 허물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어요. 길고 어둑한 겨울 기운이 걷히고 나면 파리사람들은 햇빛 아래서 살짝 미쳐요. 미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미치도록 드센 아름다움인지 나는 알거든요. p106

김씨와 둘이 소꼽장난하듯 단촐하게 지내다가

모처럼 꼬맹이의 병간호와 엄마노릇이 힘들었을까?!...

어제 저녁부터 열도 나고 으슬으슬 추운게 몸살 기운이 있다.

김씨도 큰아이가 감기약도 못먹을텐데 다음에 오라고 하고

내생각도 같아서 큰아이에게 연락을 했다.

큰아이 좋아하는 딸기를 비롯해서 과일을 잔뜩 사놓았는데

사위 통해 보내려 했더니 엄마도 비타민이 필요할꺼라며

본인은 괜찮다고 엄마 먹으라고 하네... ㅠ.ㅠ

다행인지 걱정했던 독감은 아닌듯 자고 나니 콧물만 줄줄 흐를뿐

열은 내렸다. 아무래도 집에 있으면 뒹글거릴것이 분명 하므로

든든히 옷을 챙겨 입고 집을 나서 지금은 별다방이다.

"나도 돌아갈 거야.

그쪽으로 걸어가면 사랑이니까."

좋아서 그래.

'좋아서 그래'는 이병률작가의 신작으로

구입한지는 오래 되었는데 오늘에야 다 읽었다.

내가 좋아하는 도시, 파리의 이야기에 더해

알록달록 삽화들이 우울했던 기분을 한 방에 날려 버리는 듯 하다.

한동안 이런저런 일들로 힘들고 우울했는데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며 그저 이렇게 살아가면 되는 거였다.

좋아하는 커피를 마시고

내가 좋아하는 카페 창가에 앉아

커피 한잔과 함께 책을 읽는 일...

그리고 내곁엔 날 위해 기도해주고 응원해주는

많은 친구들과 이웃들이 있다는 것에 감사한 시간이다.

책속에 문장을 응용해 내 묘비명에 이렇게 써야겠다.

'커피를 좋아했고,

커피보다는 사람을 좋아했고,

사람보다는 자신을 좋아했을지도 모를 한 사람이

여기 사랑과 함께 잠들어 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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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 - 박연준 산문
박연준 지음 / 난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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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속성이 속절없음이라고 말하는 시인 박연준의 첫 산문 『소란』 개정판이 난다에서 출간된다. 2014년 초판 출간 후 받아온 꾸준한 사랑을 옷감 삼아 새 옷을 입게 되었다. 『소란』은 ‘어림’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책이다.

여림, 맑음, 유치, 투명, 슬픔, 위험, 열렬, 치졸, 두려움, 그리고 맹목의 사랑 따위가 쉽게 들러붙는(10~11쪽) 어림의 시절. 어른이 되는 과정 속에 우리는 누구나 그 어림을 경험하고, 어른이 되고 나서도 어림의 시절은 꿈처럼 따라붙어 우리의 약한 부분을 헤집는다. 시인에게 그 시절은 감정 과잉과 열망이 엉켜 소란하고, 걱정과 불안이 고약하게 활개를 치는 시기였다. 눈물이 흐르지 않는데도 우는 것처럼 보이던 때, 시인은 슬픔이 그를 침범하도록 그대로 두었다. 슬픔이 활활 타오르는 죽은 나무(191~192쪽)인 채로 시를 쓰고, 또 시를 버렸다.

가장 격렬한 슬픔과 치명적인 아픔만 골라 껴안았던 이십대,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그때의 슬픔은 이미 폭죽이 터지듯 사라졌으나 그렇게 한철 사랑한 것들과 그로 인해 품었던 슬픔들이 남은 삶의 토대를 이룰 것임(196쪽)을 시인은 믿는다. 그리하여 시인이 어림을 아끼고 늙어 죽을 때까지도 몸 한구석에 어림이 붙어 있길 원하는 것(11쪽)은 곧 연약한 어림의 날들을 꽉 끌어안고 발버둥치며 살아가겠다는 어떤 약속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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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나는 작은 일에도 쉽게 화가 나 평정을 잃고 방방 뛸때가 많지만 서른이 넘었으므로 이내 괜찮은 척, 기다리는 척 한다. 마흔이 넘어서는 뭘 하는 척해야 하나? 쉰이 넘고 예순이 넘어서는? 중요한 건 생각은 갑자기 해서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늘 무언가를 생각하고, 준비를 해야 어른인 '척'도 하고, 잘 사는 '척'도 하고, 사랑하는 이들을 안심시키는 '척'도 할 수 있을 테니까.

아무쪼록 잘 사는 일이란 마음이 머물고 싶어하는 것에 대해, 순간의 시간을 온전히 할애해주는 것일지 모른다. 시간을 '보내는 것'이 삶이라면 될 수 있는 한 ' 잘 대접해서' 보내주고 싶다. P86~87

마음이 고단할 때, 어디 내장 기관 깊숙한 곳에 구멍이라도 하나 뚫린 것처럼 몸속에서 자꾸 휘파람 소리가 들릴 때, 겨울 바다에 가고 싶어진다. 가서 속에 고여 있는 온갖 찌꺼기들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휙, 던지고 싶다. 바다는 넙죽넙죽 폐기된 마음들을 집어삼킬 것이다. 투정하지 않을 것이다. 엎질러진 머리칼들이 시원하게 뺨을 때려줄 때, 뺨이 투명한 생채기로 물들 때, 위안을 받을 수 있겠지. 때론 말없이 그저 고요하게 자리를 지키는 것이 정말 고마운 일이란 생각이 든다. P92

때때로 계단은 무릎을 꿇은 것처럼 보였는데 꿇어앉은 무릎이 몇 개나 될는지는 알 수 없었다. 세워놓은 내 무릎의 둥근 모양이나 손바닥으로 쓸어보았다. 창백한 무릎이 한없이 펼쳐진 밤이었다. 조용했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에 행복했다. P169

무용수가 점프를 할 때 그의 몸을 타고 뛰어오르는 두려움이나 슬픔, 격정과 환희의 감정은 몸을 통해 실제 높이를 입는다. 무용수가 사랑을 연기할 때, 그는 발가락 끝부터 머리카락 끝까지 사랑을 소용돌이처럼 이끌고 돈다. 관객에게 알린다. 사랑이라고, 내가 사랑이라고! P181

마음에 구멍이 뚫린 것 같을 때, 구멍으로 찬바람이 들어와 배꼽이 저릿저릿할 때 노라 존슨의 <12월 December>이란 노래를 반복해서 듣는다. 책상의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시간이 뭉개지며 흐를 때까지. 공책에 음표나 화살표 따위를 그리며 낙서에서 낙서로 이어지는 달리기에 빠진다. 음악을 듣고 있으면 아주 먼 곳으로 잠깐 다녀온 기분이 든다. 무언가를 끼적이다 별안간 떠오르는 당신 생각. 허공에 매달아놓은 달덩이 같은 옛 생각, 눈발에 묻어둔 지난 일들이 떠오른다. 바람에 날아가기도 흩어지기도 하는 상념들을 무방비 상태로 흘러다니게 두어도 좋다. 별것 아닌 기억들로 인해 눈물이 핑 돌아도 좋다. P224

풀어준다고 받은 안마가 말썽이었을까?

안마 받은 다음날부터 몸살처럼 온몸이 아프더니

아직까지 왼쪽 어깨가 너무 아프다.

이 나에도 침을 맞기가 무섭지만,

내일도 차도가 없으면 한의원에 들려봐야겠다.

오늘도 거센바람에 노란 융단처럼 깔린 은행잎을

밟으며 별다방에 와있다.

"그러나 누구도

너무 많이는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소란

박연준 시인의 문장들을 좋아한지가 꽤 오래되었다.

그동안 다섯편 남짓되는 책을 읽었고,

이번에 '소란'이 개정판으로 나온다기에

반가운 마음으로 예약했다가 얼마전에 받았다.

바람이 부는 스산한 오늘 같은 겨울날 읽기 딱좋은 책...

잠시 기말고사 걱정도 내려놓고

집에 쌓아논 일들도 잠시 잊고

작가의 이야기에만 귀기울이는 시간이다.

전혀 닮지 않은 우리인데도

아버지, 고모, 할머니이야기가 나오면 자꾸 눈물을 찔끔거리게 된다. ㅠ.ㅠ

바다에 가고 싶은 날이다.

파도의 위로를 듣고 싶은 날...

집으로 돌아가면 노라 존스의 12월을 나도 들을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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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미술관 - 마침내 우리는 서로의 뒷모습이 된다 아무튼 시리즈 80
이유리 지음 / 제철소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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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시리즈’ 여든 번째 책. 『캔버스를 찢고 나온 여자들』 『기울어진 미술관』 등으로 독자들과 소통하며 미술의 대중화에 앞장서 온 이유리 작가의 신작 에세이로, 오랜 시간 미술관을 오가며 보고 느낀 마음들을 솔직한 언어로 풀어냈다.

그의 전작들이 주로 화가와 작품을 둘러싼 권력 구조 및 불평등에 관한 문제의식을 짚어내는 데 집중했다면, 『아무튼, 미술관』은 보다 개인적이고 일상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가는 자신의 삶에서 미술관이라는 공간이 선사한 잊지 못할 순간들을 복기하는 동시에 그 안에서 어떻게 위로받고 성장했는지를 내밀하면서도 담담한 목소리로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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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자주 그림을 보다 보면 어느 순간 시야가 트인다. 대부분의 미술관에서는 비슷한 시대의 작품을 모아서 전시한다. 작가는 달라도 주제나 소재가 비슷해 어느 순간 공통의 패턴이 눈에 들어오고, 그림이 전하려는 메시지를 자연스레 감지하게 되는 것이다. 예컨대, 나는 스틸 라이프(Still Life)라는 단어가 ‘정물화’를 뜻한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그런데 16~17세기 네덜란드·플랑드르 전시관에 가니 해골과 꽃, 촛대가 나오는 작품이 끊임없이 등장하는 게 아닌가. 그림 속 촛불은 꺼지고, 꽃은 시들고, 과일은 썩어 들어가고 있었다. 누구도 내게 설명해주지 않았지만, 비슷한 작품을 줄곧 보다 보니 자연스레 그림들이 내뿜는 허무함을 감지할 수 있었다. 나중에야 그것들이 라틴어로 공허, 가치 없음을 뜻하는 ‘바니타스(Vanitas)’ 정물화라는 것을 알았다. 아무리 아름다워도, 아무리 많은 부와 명예를 갖고 있더라도, 우리 모두는 언젠가는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진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즉 ‘네가 죽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라’는 교훈을 주는 그림 장르가 바로 스틸 라이프, 정물화였다. p19~20

불편하고도 진실한 예술은 그런 것이다. 비겁한 나를 향해 득달같이 달려와 마음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편견의 머리채를 잡고 뿌리까지 사정없이 뜯어내는, 바로 그런 존재. 미술관은 그래서 때때로 성찰의 장소가 된다. 예술작품을 보러 들어갔지만, 끝내 나 자신과 맞닥뜨리고 나오는 곳. p38~39

나 역시 '지식이라는 갑옷'을 두른 채, 그림을 건조하게 관념적으로만 접한 건 아니었을가. 이제야 깨닫는다. 미술관으로 가는 시간은 작품을 매개로 밀려오는 내 감정들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수락의 여정'이라는 것을. 그래서 나는 기다린다. 작품이 내 견고한 세계를 깨뜨려줄 순간을, 그리하여 내 차가운 심장을 덥혀 주기를. 온몸의 감각을 활짝 열어둔채, 나만의 '작은 노란 벽면"을 만날때가지. P64

이렇듯 현대미술은 훨씬 개인적이고 주관적이다.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 취향, 목표 등이 작품 안에 고스란히 들어간다. 그래서 작가는 관람객이 자신의 생각을 이해하기보다 작품을 직접 '경험' 하기를 바라는 경우가 많다. 만일 작품의 제목이 없다면, 관람객의 체험방식을 제목이 미리 제한하지 않기를 바라는 작가의 의도일 확률이 높다. 무언가가 우리를 뒤흔들 때, 굳이 그것이 무엇인지 딱 부러지게 알 필요는 없는 것이다. 게다가 언어와 개념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각적인 체험도 분명 존재한다. p102~103

어쩌면 누구나 자기만의 미술관을 마음속에 품고 살아가는지도 모르겠다. 유년 시절의 꿈, 첫 실패의 기억, 사랑과 상실의 흔적까지 그 모든 삶의 파편이 차곡차곡 전시되어 있는 내면의 공간. 때론 먼지만 쌓인 채 오랫동안 닫혀 있던 그 방을 우리는 스스로 들여다보지 않을 때가 많다. 하지만 어떤 계기만 생긴다면, 그 방은 다시 열릴 수 있다. p145~146

'잘 지내기 위해' 나는 오늘도 미술관에서 좋은 작품들을 만나며 내 눈과 생각을 훈련한다. 그 과정에서 자라난 근육으로 내 곁에 숨어 있던, 그래서 전에는 쉬이 놓치곤 했던 작은 아름다움을 발견해본다. 아침 햇살에 반짝이던 머그잔 속 김 여름밤 모깃불 옆으로 퍼지는 촉촉한 공기, 귓가에 엷게 맴돌던 누군가의 콧노래... 오늘 내가 발견한 이 아름다움은 대리석 속에 잠들어 있던 천사처럼 내 삶 속 어딘가에서 오래전부터 나를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제는 내가 그 아름다움을 드러낼 차례다. 내 마음속 미술관에 뿌듯하게 전시할 그날을 위해 망치를 들고, 조심스럽게, 그러나 확신을 가지고. P161~162

미술관에는 이미 인생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뒤표지까지 닫은 예술가들의 작품이 걸려 있다. 하지만 우리가 접하는 건 대개 그들의 생애 말기에 그려진 소수의 작품만이 아니다. 아직 답을 찾지 못한 채 인생이라는 망망대해에서 표류하던 순간에 작가가 남긴 수많은 흔적도 함께 전시된다. 나는 그 앞에 서서 어떤 미래가 닥칠지 모르는 채 붓을 쥐고 있는 순진무구한 눈빛의 그들을 상상해보곤 했다. p167

요즘들어 통 잠을 못 잔다.

분명 이런저런 일들로 생각이 많아진 탓일텐데

심란한 마음에 들락달락 하다보니 김씨도 신경이 쓰이는지

약처방을 받아보면 어떻겠냐고 넌지시 이야기를 건넨다.

어제는 입맛도 잃고 잠도 잃고 기운없는 마누라가 딱해보였는지 퇴근길

요즘 서브웨이 에픽하이 광고로 유명한 '리얼 랍스터' 샌드위치를 사왔더라.

맛은 쏘쏘, 가격은 후덜덜한?!... >.<

그래도 든든하게 먹고, 양심상 그냥 누울수는 없어 핑계김에 열공모드....

돌아서면 잊어버리는게 늘 함정이지만 '노인복지론' 문제를 풀다 잠들었다.

이렇게라도 조금은 나아진 기분으로 오늘도 별다방에 와 있다.

점심시간, 소란해진 틈을 타 잠시 교재를 내려놓고

읽은 책 한 권 포스팅을 하기로...

아무튼, 여름

아무튼, 기타

아무튼, 쇼핑

아무튼, 피아노

아무튼, 명언

아무튼, 식물

아무튼, 메모

아무튼, 할머니

아무튼, 반려병

아무튼, 예능

아무튼, 하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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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그동안 아무튼 시리즈를 꽤 많이 사랑해왔는데

이번에 여든번째 책으로 이유리작가의 '아무튼,미술'이 발간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아무튼 & 미술 이야기이니

안데려올 이유가 없었던...

이유리작가의 미술이야기는 미술 그 자체로도 좋지만

마치 심리학책 같이 내 마음을 흔들어 놓는 경우가 많았다.

비록 얇고 작은 책이지만 이번에도 미술관에서의 추억들과 함께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것 같다.

뭉크의 그림을 처음 접했을 때의 감동,

루브르의 모나리자

오르세의 올랭피아...

지금 같아선, 얼른 기말고사가 끝나고

꼬맹이도 이사 잘 마치고

세밑엔 미술관을 다니며 한 해를 마무리 하고 싶다.

이전 좀 쉬었으니

다시 열공모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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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 살 결심 - 개인주의자 문유석의 두번째 선택
문유석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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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주의자 선언』 『최소한의 선의』 등으로 합리적 개인주의와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를 유쾌한 필치에 담아온 문유석. 2020년 판사의 법복을 벗고 프리랜서 드라마작가로 전업한 뒤 그의 두번째 삶은 어땠을까? 조직에서 자유의 몸이 된 뒤 경제적 자유와 동시에 정신적 자유까지도 쟁취하며 새로운 삶의 개척자가 되었을까?

누구나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란 쉽지 않을 터, 그 또한 두번째 삶을 결심하기까지 시간은 짧지 않았다. 양승태 대법원 시절, 판사 블랙리스트 등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법원의 결정적 순간을 목격한 뒤 그는 비로소 법관생활을 떠나기로 결심했지만, 그를 기다린 것은 ‘자유로운 삶’만이 아니었다. 조직 안에서 살아남는 것만큼이나 온전한 개인으로 살기란 만만치 않았고 ‘사회’ 속의 분투는 끝나지 않았다.

이제 그는 타인의 삶을 판결하는 일에서 질문하는 일로 업을 바꾸어, 그리고 드라마로 흐려진 정의를 묻는 삶으로 자리를 바꾸어, 새 삶에서 당면한 시행착오와 고민을 풀어놓는다. 재테크, 건강관리, 시간관리 같은 일상적 문제에서 드라마작가라는 직업인으로서 성장까지, 나아가 우리 삶의 바탕을 이루는 법과 민주주의의 작동까지 종횡무진 가로지르며 자신의 좌표를 가늠하고자 한다.

비록 삶의 터전이 바뀌었을지라도 작가는 시종일관 강조한다. “앞으로 내가 몇 번의 새로운 삶에 도전하며 살아간다 하더라도 이전의 생이 무의미해지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성공이었든, 실패였든” “첫번째 삶과 두번째 삶은 단절된 것이 아니었다”라고. ‘문유석식 전업일지’라 할 만한 이 책은 두번째 삶은 첫번째 삶에 충실할 때만이 도래한다는 것을, 또한 두번째 삶의 실수와 좌절, 불안을 정직하게 쓸 때만이 새 삶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맡은 ‘일’이 중요하다고 해서 그걸 하는 ‘사람’ 자체가 중요한 건 아닌데, 난 내가 대단히 중요한 사람이라고 착각하며 살았던 것은 아닐까. 그럴지도 모르겠다. 왜냐면 젊은 판사 시절의 나는, 실은 상당히 거창한 꿈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와서 글로 적자니 손발이 오그라들고 부끄러워지지만, 아이고, 나이 오십 넘어서 창피할 건 또 뭔가 싶기도 해서 고백하노니,

나는 법원을 바꿔놓고 싶었다. 그리하여, 우리 사회를 바꿔놓고 싶었다. p29~30

나의 첫번째 삶은 시스템에 대한 신뢰부터 시작되었다. 그 시스템의 일부로서 내가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면 보람 있는 삶을 살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유감스럽게도 그 신뢰가 무너져내리면서 첫번째 삶을 마무리하고 말았다. p80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다. 내 삶의 방식이 틀렸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앞으로도 크게 바뀔리 없다. 다만 '나이듦'의 세계에 접어들고 보니, 내가 살아온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여행자의 방식으로 새로움과 감각적 만족을 좇아 살려면 전제조건이 있다. 먼저 그 대상이 무궁해야하고, 다음으로 내가 영원히 젊어야 한다. 현실세계는 유한하고 한계효용은 체감한다. 어떻게 영원히 새로움을 좇을 수 있겠는가. 계속 새로운 매혹의 대상이 생겨난다 해도 그것을 향유할 의욕이 지속되지 않는다면 또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p110

글쓰기가 즐겁고 좋아서 새 인생을 시작했는데, 거절당하는 일이 반복되다보니 글쓰기가 두려워졌다. 재미있는 글이 나오지 않으면 어떡하지, 또 거절당하면 어떡하지, 누군가를 실망시키면 어떡하지 하는 두려움이 글에서 도피하려는 비겁함이 되어가고 있었다. 시작을 하지 않고 준비만 하고 있으면 아직은 실패한 것이 아니니까. 영원히 차기작을 준비하는 작가로 남아 있을 수 있으니까. p138

실제로 세상을 바꾸는 일, 즉 넓은 의미의 정치보다는 나 자신을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에 더 관심이 있었다. 나는 멋진 이야기 속 멋진 캐릭터로 살아가고 싶었다. 실제로 세상을 바꾸기 위해 똥밭에 구르고, 필요하다면 더러운 타협도 하고, 지긋지긋한 인간들한테 집요한 인신공격을 당하는 등의 희생을 할 의지는 없었다. 나는 독립영화나 다큐가 아니라 할리우드 영화 속 캐릭터가 되고 싶었다. 그 욕심이 공명심이라면, 부인할 수 없다. 내가 파트타임으로만 정의로운 데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p236

몸이 넘 피곤하다.

특히 눈이...ㅠ.ㅠ

거의 하루 종일 책과 노트북을 껴안고 있는 탓일텐데

그대로 다행인 건 고지가 바로 조기라는 것...

비염과 천식약이 다소 졸리게 하는 관계로

오늘도 핑계김에 포스팅 하나 올리고 다시 공부를 하려한다.

개인주의자 문유석의 두번째 선택

'나로 살 결심'

전작을 재미있게 읽었기도 하거니와

제목이 나의 고민과 맞닿아 있어서 시험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예약했다가 배송받은 책인데 이번에도 흥미롭게 읽었다.

전직이 판사였고 이름대면 알만한 TV드라마와 베스트셀러를

세상에 내놓으신 작가와는 비교 자체가 어렵겠지만

나역시 요즘 이직을 앞두고 이런저런 고민이 많다.

사회복지란 분야가 사회복지관, 노인복지관, 장애인복지관을 비롯해서

일한 곳이 여러 분야로 나뉘어져 있고 업무도 그만큼 다양하리라 믿는다.

그나마 이전 직업상 컴활1급, 정보처리기사등 컴퓨터 관련 자격증은 다수 보유하고 있고

강의경험도 있으니 막연하게 노인복지관에서 실습도 하고 연이 닿으면

그곳에서 다시 일을 시작할 수 있길 기대하는데

요즘 내 체력과 정신상태(?)론 기관에 폐나 끼치지 않으려는지?!...

당장 내년 2월로 계획되어 있는 실습이 문제인데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세계의 작가의 두번째 삶에 대한 이야기지만

공감은 공감데로 고민은 고민데로 한숨이 늘었다. ㅠ.ㅠ

일단 급한 불은 꺼야하니 다시 문제집을 풀어보는걸로...

지금 쓰고 있는 <프로보노>는 장애인 인권, 성폭력, 동물권, 이주민 인권 등 공익소송을 전담하는 공익변호사들의 이야기다. 이 역시 이런 사건들을 재판하면서 대립하는 양쪽입장을 고민했던 경험이 바탕을 이룬다. 법정을 무대로 이상주의와 현실주의가 끊임없이 부딪치면서 힘겹게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판사의 일이 작가의 일에 자양분을 공급하고, 작가의 일이 그 자양분을 토대로 좋은 이야기라는 열매를 키워내는 것, 이것이 앞으로 나의 할일인 것 같다. p221

토요일 9시 10분 첫방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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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만나는 미술관 - 그림이 먼저 알아차리는 24가지 감정 이야기
김병수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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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하기 어려운 감정, 잊은 줄 알았던 기억, 깊숙이 묻어둔 상처. 그림은 이러한 마음의 조각들을 조용히 비추는 거울이다. 말없이 우리 앞에 놓인 그림을 바라볼 때, 사람은 오히려 가장 솔직해진다. 20여 년간의 상담과 치료 현장에서 정신과전문의 김병수 원장은 이러한 순간을 수없이 목격해왔다. 그는 환자들의 마음을 그림과 함께 열어가며, 한 장의 그림이 수많은 말보다 더 깊은 울림을 준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나를 만나는 미술관》은 그가 경험한 치유의 장면들을 중심으로, 열정·고통·자존감·행복 등 24가지 감정과 이를 비추는 그림들을 엮어낸 내면의 처방전이다. 폴 세잔, 마크 로스코, 윌리엄 터너, 앙리 마티스, 필립 거스턴, 캐럴 웨이트, 에드워드 호퍼, 조지아 오키프 등 세계 미술사의 주요 화가들이 남긴 42점의 작품과 함께, 우리는 그림 속에서 자신의 감정을 다시 찾아내고, 오래된 상처를 어루만지며, 진정한 자기 자신과 마주하는 길로 들어서게 될 것이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흰 벽으로 둘러싸인 미술관에 들어가 조용히 작품을 바라보자. 스쳐 지나가듯 감상하지 말고, 한 작품 앞에 적어도 10분 동안 머물며 깊이 교감해 보자.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내쉬며 화폭에 펼쳐진 선과 색채를 바라본다. 작품 앞에서 사진 한 장을 남기기보다, 단 10분 만이라도 한 그림에 온전히 몰두해 보자. 작품이 우리에게 스스로를 드러낼 시간을 주는 것이다. 미술 감상을 위해 특별한 지식은 필요 없다. 중요한 것은 눈 앞에 펼쳐진 그림에 온전히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다. 그렇게 몰두하다 보면, 스쳐 가며 감상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품을 바라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p15

감정은 계절이다. 지금은 따뜻한 봄일지라도, 등골 서늘해지는 겨울이 반드시 찾아오듯, 감정도 계절처럼 변한다. 감정이 들쭉날쭉하더라도 너무 놀라거나 겁먹을 필요는 없다. 즐거운 일을 경험하면 기분이 들뜨고, 슬픈 일이 닥치면 우울해지는 게 당연하다. 화가 나면 '그냥 흘러가게 내버려 주는 연습'을 하면 좋다. 있지도 않은 일을 머릿속에 그리며 큰일 났다고 벌벌 떨게 아니라 "그건 어차피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하고 그냥 있는 그대로 흘러가게 놓아 두는 것이다. 추운게 싫다고 겨울을 몰아낼 수 없듯, 아무리 발버둥 쳐도 감정을 없앨 수는 없다. p51


세상은 태풍이 몰아치는 바다다.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삶은 멈추지 않고 흐른다. 괴롭다고 하루 종일 얼굴 찌뿌리고 있을 수 만은 없다. 파랗게 겁에 질린채 우왕좌왕하기보다는 주어진 일과를 마치고, 운동도 하고, 음악고 듣고, 책을 읽고, 친구와 수다를 떨고, 따뜻한 물로 목욕하고, 기도하고, 가족과 함께 밥을 먹어야 한다. 이것이 비록 폭풍우를 잠재우진 못할지라도 상처 난 영혼을 어루만져줄 순 있다. 성난 바다를 떠도는 배 위에서 겁이 나더라도 사랑하는 이와 함께 머물며 자기 삶에서 진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찾아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 소중한 것을 위해 멈추지 말고 노를 계속 저어야 한다. P61

애써 외로움을 부정할 필요도 없고, 외로워지지 말라도 억지로 등을 떠밀지도 않는다. 심지어 사랑하는 뮤즈가 옆에 있어도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그는 그림을 통해 우리에게 보여준다. 그런 기분을 혼자 감당하라고 외치기 보다는 외로움은 누구도 떨칠 수 없는 보편 감정이라는 사실을 우리가 잊지 않게끔 해준다. 미술이 인간 존재의 실존적 고통을 없애 주지 못해도 그것의 형태를 보여줄 수는 있다. 우리는 그것을 응시함으로써 고통을 견딜 수 있게 된다. 이것이야말로 미술이 우리에게 주는 조용한 구원이다. P121


프리드리히는 위로를 말하지 않는다. 그 대신, 슬픔과 공존하는 법을 가르쳐준다. 사라진 이를 잊는 것이 아니라 그 부재를 품은 채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애도란 상처를 덮는 일이 아니라 그 상처와 함께 존재하는 법을 배워가는 작업이다. 시간이 그 깊이를 무디게 만들 수는 있어도 슬픔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누군가를 잃은 이후에도 우리는 여전히 밥을 먹고, 길을 걷고, 일을 한다. 그렇게 매일을 살아내면서도, 마음 한켠에는 언제나 ‘그 사람의 빈자리’가 조용히 자리하고 있다. 슬픔을 지워내는 것이 아니라 그 슬픔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존재로 곁에 남는 것이 애도의 본질이다. p168~169



지난 주엔 이상하리만치 많은 부고를 접했다.

동창들의 어머니 소천 소식도 마음이 아팠지만

가장 충격적인 소식은 나와 나이가 같은 둘째동생의 동서가

췌장암 말기로 하늘나라로 갔다는 것...

경제신문에 실린 정도로 여성 CEO로 바쁜 일상을 보냈던 동생의 동서가

지난해부터 사업을 다 정리했음에도, 집안대소사에 얼굴을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었었는데

그뒤에 이런 사연이 있을줄은 꿈에도 몰랐기에 더 놀라기도 했고,

혼자 얘기도 못하고 얼마나 힘들고 외로운 시간을 보냈을까하는

안쓰러움에 요며칠 뒤숭숭하니 우울하고 마음이 안좋다. ㅠ.ㅠ

집에 있자니 더 심란해서 가방을 챙겨 집을 나섰다.

"삶의 많은 문제는 결국 '마음'의 문제다.

마음을 제대로 들여바돠야 비로소 실마리가 보인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병수 원장이 엮어낸

내면을 위한 그림 처방전

'나를 만나는 미술관'

이 책은 42점의 작품과 함께 24가지 감정들을 풀어낸 책으로

나와 늘 함께하는 우울과 불안에 대한 이야기를 비롯해서

이번엔 죄책감과 애도에 관한 부분이 가장 공감되고 많은 위로를 받았다.

하루도 빠짐없이 액상 프로방스의 풍경 생 빅투아르 산을 그렸다는 세잔,

감상자가 마티에르 matiere(화면 위에 물감이 두껍게 쌓이거나 질감이 도드라져,

눈으로 보기에도 만져지는 듯한 느낌을 주는 회화의 물질감)와 연결되기를 원했다는 로스코,

'날아오르고 있는 걸까? 아니면 추락하고 있는걸까?' 고민하게 만드는 이카루스를 그린 마티스,

제대로 허무를 느끼게 했던 어둡고 메말라버린 중년의 모습, 정원의 데이지를 그린 캐럴 웨이트의 작품등 24가지 감정이야기를 읽다보니 뒤죽박죽 헝크러진 내 감정도 조금은

정리되고 차분해짐을 느낀다.


저자는 행복해지기 위해

잘먹고, 햇빛을 보며 움직이고, 충분히 자야한다고 이야기한다.

뻔한 말이지만 우울과 함께 찾아오는 무기력에 빠지면

이 조차 쉽지 않다.

그럼에도 다시 한 번 노력해보자.

여기서 주저 앉을 수는 없으니...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은 천차만별.

사람은 각자 나름대로 살아간다.

그러니 정해진 답은 없다.

누구의 삶이 옳거나 그르거나, 그런 건 없다는 말이다.

누군가 나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을 보탠다면 단호히 거부하라.

우리는 자신에게 어울리는 양식으로 자기인생을 만들어가는 것이니까. P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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