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
류시화 지음 / 수오서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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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가장 큰 선물은 다른 인생.” 인생극장의 특별석으로 초대하는 시인의 신작 산문 42편. 30만 명의 독자가 읽고 독일과 스페인 등 5개국에서 번역된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에 이은 신작 산문집이다. 많은 작품을 통해 그만의 인생관을 세상에 알린 작가로 여행자로 살아가면서 깨달은 것들이 다채로운 이야기 속에 담겨 있다. 작가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된 진실의 힘이 느껴진다. 인간에 대한 더욱 깊어진 이해에 문체의 매력이 더해져 서문을 읽는 순간부터 기대감이 커진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떠난 여행지에서 아름다운 풍경에 압도당하는 기분의 연속이다.


그렇듯이, 그의 글에는 가벼움과 깊이가 공존한다. 깃털의 가벼움이 아니라 새의 가벼움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마주할 때 사람은 말과의 관계가 돈독해진다. 전달된다고 믿지 않으면 글을 쓸 수 없다고 작가는 말한다.

“인생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은 ‘다른 인생’이다. 새는 해답을 갖고 있어서 노래하는 것이 아니다. 노래를 갖고 있기 때문에 노래하는 것이다. 삶이 힘든 시기일수록 마음속에 아름다운 어떤 것을 품고 다녀야 한다. 그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한다.”

「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 「자신이 좋아하는 색으로 자신을 정의하라」 「나의 지음을 찾아서」 「깃털의 가벼움이 아니라 새의 가벼움으로」 「성장기에 읽은 책을 빌려주는 도서관」 「웃음은 마지막 눈물 속에 숨어 있었어」 「플랜A는 나의 계획, 플랜B는 신의 계획」 「자기 앞에 놓인 길을 볼 수 있다면」 등 글의 힘으로 많은 독자의 삶을 변화시켜 온 작가의 글 42편이 수록되어 있다.

글들을 한 편 한 편 읽고 있으면 불꽃놀이가 터지는 유리컵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마음속으로 다양한 부호들이 쏟아진다. 청각과 후각의 예민함을 언어화해 나가는 뛰어남이 느껴진다. 그래서 열심히 읽게 된다. 문장에서 힘을 받고 내일로 걸음을 내딛을 수 있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태어나는 순간부터 우리는 시속 10만 킬로미터로 질주하는 바위 행성에 올라탄 채로 삶을 여행 중이다. 자전하면서 공전까지 한다. 때로는 진도 7로 흔들리는 불안정한 삶에서 ‘살아 있는 느낌’이 깎여 나가는 아픔에는 크고 작음이 없다. 누구의 삶도 한 문장으로 요약될 수 없다. 당신의 삶도, 나의 삶도. 80억 명이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오늘을 경험하고 있다. p48

가벼움을 경박함으로 여기는 시각이 나에게 있었다. 가벼움은 비문학적이고, 속물근성의 드러남이며, 추구의 길과는 반대되는 것이라고 치부했다. 그래서 가벼움을 경계하고, 가벼운 철학이 정신에 스며들지 못하게 막았다.

나로 하여금 글을 쓰도록 떠다민 것 자체가 생의 무거움이라고 할 수 있다. 내 관점에서 가벼움은 곧 의미와 깊이의 부족이었다. 그래서 가벼운 상승기류를 타고 날아가지 않도록 밤마다 묵직한 번민의 돌로 내 혼을 눌러 놓았다. p79

깃털처럼 중심도 방향도 없이 이리저리 부유하는 것이 아니라 새처럼 가볍게 날 수 있어야 한다. 새는 뼛속에 공기가 통하는 공간이 있어서 비행할 수 있듯이 존재 안에 자유의 공간이 숨 쉬고 있어야 한다. 그것은 경박한 가벼움이 아니라 자유를 품은 가슴의 가벼움이다. p81

우리는 모든 것을 말할 수 있는 누군가를 원한다. 마음속에 말하지 못한 이야기를 품고 사는 것만큼 큰 고통은 없다. 기차안에서 만난 그 인도인은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 위해 내 말을 들은 것이 아니라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해 들었다. 모든 만남의 궁극적인 인의미는 조언이나 설교가 아니라 포옹이다. 포옹이 필요한 사람에게 강의를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p120

어려울 때는 스스로 행복해지라는 티베트 속담이 있다. 우리는 희망하고, 절망하고, 희망한다. 이것이 우리의 날갯짓이다. 물에 얼굴을 박고 넘어져 있다면 당신이 할 일은 얼른 일어나는 일이다. 물속에서 산소를 찾거나, 아가미를 만들려고 할 것이 아니라. p150

내일은 내가 이 세상에 없을지도 모르지만 끝까지 가 보는 것,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성실함이다. 어차피 나는 죽음에 패배하기 위해 태어났다. 하지만 아름답게 패배하는 것은 나에게 달린 일이다. 심장이 침묵한 것 같으면 스스로 심장을 깨워 그 고동 소리를 들어야 한다. p194

통증을 치유하는 유일한 방법은 통증을 외면하지 않는 것이고, 그 통증을 거치면서 성장하는 일이다. 트워스키 박사는 말한다.

“불편함과 갑갑함을 느끼는 시간들은 당신이 성장할 시기가 되었음을 알려 주는 신호이다. 이 역경을 제대로 활용하면 그것을 통해 성장할 수 있다.” p235

요즘 들어 자꾸 꿈을 꾼다.

어린시절을 보냈던 병원집이다.

처치실 난로위엔 소독중인 주사기가 달그락 거리며 끓고 있고

진료실에서 할아버지는 환자를 진료중이시다.

약제조실에 간호사언니가 반갑게 날 맞는다.

늘 그랬듯 하얀 정사각형 종이위에 분배해 놓은 약을

능숙하게 접어 봉투안에 넣는다.

지금 내가 그토록 두려워 하는 병원이

꿈속에선 안락한 집이고 놀이터이다.

아마도 병원집이 자꾸 꿈에 나오는 건

얼마전 막내고모를 만나서인 것 같다.

잊고 있었던 옛기억이 되살아나며

한동안 또 힘든 시간을 보냈다.

'나, 왜 이렇게 사는거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듣는 것 같던 류시화작가의 신작

'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

나는 불행한 인간이 아니다.

단지 불행한 순간이 있을 뿐이다.

나는 우는 인간이 아니다.

단지 우는 순간, 웃는 순간이 교차할 뿐이다.

‘불행한 사람, 화난 사람, 과거의 어떤 사람’이 나라는 고정된 생각은

스스로를 가두는 감옥이다. p103

과거를 돌아보면

지금 이 순간 내모습이 오히려 비현실적이다.

도시빈민으로 살아가는 내가

과거에 누렸던 많은 것들을 부정할 수 없지만

그때 그렇게 살았던 난

지금 이렇게 살면 안되는거였다.

누구에게인줄 모를 원망과 한숨 그리고 눈물...

한참을 울고 나니 이제야 답답하고 요동치던 마음이 잔잔해진듯 하다.

오늘까지만 아프고

내일도 여전히 추운 한파라지만

이젠 그만 우울해하고 이불속에서 나와야겠다.

나의 계획이 아닌 신의 멋진 계획 플랜B를 기대하며...

인생의 길을 보여 주기 위해 길을 잃게 한다. 돌아가는 길투성이의 인생에서 뜻대로 되지 않는 일과 행복한 일은 동시에 일어난다. 플랜A보다 플랜B가 더 좋을 수도 있다.가 아니라 더 좋다.플랜A는 나의 계획이고, 플랜B는 신의 계획이기 때문이다. p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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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3-12-22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생이란 게 내가 생각한대로 흘러갈 수 있을까요? 굴곡과 부침의 연속인 게 인생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