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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가 사랑한 밤 - 명화에 담긴 101가지 밤 이야기
정우철 지음 / 오후의서재 / 2024년 9월
평점 :
‘화가가 사랑한 것들’ 시리즈는 한 가지 주제로 101가지 작품을 모아 화가들의 개성과 숨은 이야기를 들여다본다. ‘나무’와 ‘바다’에 이어 세 번째로 선보이는 주제는 ‘밤’이다. ≪화가가 사랑한 밤≫에서는 밤을 주제로 불후의 명작을 남긴 거장 16인의 삶과 101점의 작품을 전한다. 스타 도슨트 정우철의 섬세한 해설로 만나보는 거장들의 작품은 보는 이에게 깊은 울림과 위로를 준다.
고요하고 아름다운 밤은 화가에게 번뜩이는 영감과 따뜻한 위로를 전했다. ‘장 프랑수아 밀레’는 소박한 농민의 일상을 마무리하는 아름다운 밤 풍경을 찾아냈고, ‘빈센트 반 고흐’는 생의 마지막 불꽃을 지펴 별이 빛나는 밤하늘을 담아냈다. 빛의 화가 ‘클로드 모네’는 힘겨운 시기 무채색으로 뒤덮인 삶을 캔버스에 담아냈다. 초현실주의 거장 ‘르네 마그리트’는 소외된 현대인들의 고독을 초승달로 표현했다. ‘호안 미로’는 전쟁과 독재라는 현실의 벽을 깨고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이 담긴 밤하늘을 그렸다. 깊은 밤은 화가의 마음속에 깃든 깊은 감정과 기억을 캔버스 위에 불러내는 꿈과 환상의 시간이었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그런데 루벤스에게도 넘치는 에너지보다는 고요함과 따스함이 느껴지는 작품이 있습니다. <촛불을 든 노인과 소년>과 <달빛에 비친 풍경>이 그렇습니다. 루벤스는 이 작품들에서 빛과 어둠의 대비를 극명하게 표현하는 키아로스쿠로Chiaroscro 기법으로 눈앞에서 펼쳐지는 연극의 한 장면처럼 어둠과 촛불을 표현했습니다. 자세히 볼까요? 노인의 손에서 촛불이 타고 있습니다. 촛불은 지혜를 상징하는데요. 어린 소년이 자신의 초에도 불을 붙이려 다가갑니다. 험난한 삶을 몸으로 겪으며 얻은 노인의 지혜를 배우려는 것이지요. 소년의 얼굴에선 호기심과 존경, 사랑이 느껴지고 노인의 표정에선 평온함과 만족감이 느껴집니다. 시기와 국적을 초월해 할머니와 손자가 나눈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입니다. 이런 밤이라면 아무리 깜깜한 어둠이라도 따스하게 느껴질 겁니다. p18
세상을 떠난 나이가 37세니 우리가 아는 그의 작품은 모두 10년 사이에 나온 것입니다. 그림에 영혼까지 지바칠 수 있다던 그가 종종 부럽게도 느껴집니다. 살면서 자기가 정말 사랑하는 일, 인생을 바칠 수 있는 일을 찾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비록 힘든 삶이었지만 고흐는 죽는 순간까지 화가가 된 것을 후회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런 그에게 밤하늘의 별은 어떤 존재였을까요? 그는 자신의 커다란 별 그림을 비웃는 자들에게 “밤하늘의 별은 항상 나를 꿈꾸게 한다”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그가 처음 별을 그린 장소는 아를이었습니다. 예술가 공통체를 만들기 위해 아를의 노란 집에 도착했을 때, 그는 무엇이든 이룰 수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새로운 시작은 늘 설레게 하죠. 고흐는 론강에 비치는 별빛을 바라보며 그림을 그렸습니다. 노란 가스등이 은은하게 빛나고, 연인이 손을 잡고 걸어갑니다. 이루지 못한 사랑에 외로워하던 그의 마음이 담겼을 겁니다. 낭만적인 작품 <밤의 카페 테라스>도 이곳에서 탄생했습니다. 그렇게 고흐는 아를에서 별을 보며 새로운 인생을 꿈꿨습니다. 그 꿈을 함께 이루어줄 폴 고갱이 도착했을 때, 별은 더욱 환하게 빛났습니다. p22~25
그가 빛의 인상을 쫓은 것은 다시는 무채색으로 세상을 그리지 않겠다는 다짐이기도 했습니다. 슬픔을 경험한 자가 행복을 더 깊이 그려낼 수 있듯, 어둠을 통과한 사람이 빛을 더욱 선명하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감정이 진솔하게 녹아들 때, 예술은 비로소 강력한 힘을 발휘합니다. 클로드 모네가 삶을 마감하려 했던 1868년은 결국 그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해로 남았습니다. 깜깜한 밤에도 색이 빛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까요. p92
이후 그림 속 단골 주제는 푸른 밤하늘과 꽃, 그리고 연인이 되었습니다. 그림속엔 어느 마을의 모습이 종종 보이는데요. 벨라를 만난 고향, 비테프스크입니다. 벨라를 마주한 다리도 보이네요. 생전에 왜 이렇게 꽃다발을 많이 그리냐는 질문에 "사랑하는 사람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꽃다발이었다"라고 대답한 것이 참 로맨틱합니다. 어떠신가요? 샤갈의 이야기는 멜로 영화의 시나리오로 써도 될 만큼 낭만적입니다. 때로는 현실이 더 영화 같기도 하죠. 샤갈은 말합니다. “나는 그저 창문을 열어 두기만 하면 됐다. 그러면 벨라가 하늘의 푸른 공기와 사랑의 꽃과 함께 들어왔다. 온통 흰색 옷으로 차려입은 그녀가 내 그림을 인도하며 캔버스 위를 날아다녔다. 벨라는 평생토록 나의 그림이었다.” 오늘 밤, 여러분의 밤도 샤갈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푸른 밤이기를 바랍니다. p169
밤은 우리의 몸을 재우지만 잠들어 있던 감성을 깨우기도 합니다.
그리고 진솔한 이야기가 시작되죠.
혹시 붓터치에도 마음을 담을 수 있다는 걸 아시나요?
물감을 두껍게 꾹꾹 눌러 바르며 사무치는 슬픔을,
부드러운 터치로 조금은 가벼워진 마음을 담아내기도 합니다.
그렇게 그림을 자세히 바라보면 그곳에는 한 인간의 역사가 담겨 있습니다.
-프롤로그 중에서
밀레, 모네, 루벤스, 샤갈, 고흐, 뭉크, 칼 라르손, 알폰스 무하 등
밤을 주제로 불후의 명작을 남긴 거장 16인의 삶과 101점의 작품이야기가 담신
정우철 도슨트의 신작 '화가가 사랑한 밤'을 읽고 있다.
어느때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푸른밤을 표현한 사진이나 그림들을 좋아한다.
지금은 오히려 엄두가 안나지만 한때 그림그리기에 열심일때 모작 했던 작품들도
책에 소개 되어 반가웠다.
가장 처음 소개된 카미유 피사로의 '몽마르트 대로, 밤풍경',
평소 보아왔던 루벤스의 작품들과는 사뭇 달랐던 '촛불을 든 노인과 소년'도
오래 기억에 남을 작품이다.
그동안 반 고흐전시회는 주로 미디어전으로 만나볼 수 있었는데
오는 11월 29일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오리지널 명화로
'불멸의 화가 반 고흐' 전을 볼 수 있다니 기대된다.
과연 '별이 빛나는 밤에'를 볼 수 있을런지?!... @.@
밤은 낮보다 더 강한 생명력과 풍부한 색채를 갖고 있다.
_빈센트 반 고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