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겨울어 사전 (PVC 커버) - 우리가 간직한 148개의 겨울 단어 ㅣ 계절어 사전
아침달 편집부 지음 / 아침달 / 2025년 11월
평점 :
지나온 계절을 돌이키며 마음속으로 품고 있던 단어를 꺼내와 자기만의 이야기로 새롭게 정의 내리는 『겨울어 사전』이 출간되었다. 올여름 『여름어 사전』을 통해, 여름이라는 시간을 힘껏 사유하고, 여름에 맺혀 있던 단어들을 함께 읽었던 시간을 지나 겨울로 도착했다. 총 148개의 단어로 구성된 이번 책은 마찬가지로 아침달 편집부를 비롯해 아침달 출간 저자들과 독자들의 원고를 받아 수록했다. 한국문학의 아름다움을 일상 가까이에 둔 사람들의 겨울에 관한 이야기가 단어 하나에서 출발해 명징한 장면으로 이어져 전환된다.
‘검은그루, 겨울눈, 겨울잠, 눈사람, 방학식, 보풀, 성탄, 입김, 코트……’ 겨울 하면 금세 떠올릴 수 있는 단어들은 누군가의 기억으로부터 재구성되어 새로운 얼굴을 빚으며 이야기가 된다. 또한, ‘가나다순, 겨울에 작아지는 사람들의 모임, 공항, 대관람차, 잠복소, 카메라’ 등 겨울을 입고 새롭게 의미가 되어가는 단어들까지 다채롭게 수록되었다. 기획의 말의 제목 「눈은 보리의 이불이다」는 속담으로, 겨울 동안 내린 눈이 봄에 싹틔울 보리를 가물지 않게 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겨울어 사전』은 우리가 간직하고 있는 단어들이, 언젠가 마음을 가물지 않고 포근히 덮어주는 눈 이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엮은 것이다. 기획의 말에서처럼 사전은 “열어보지 않으면 아무것도 들려주지 않는 책, 그러나 단어를 두드리면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이야기가 쏟아지는 책”이다. 단어에서 시작해 추억이 얽힌 장면을 지나, 의미를 쥐어볼 수 있는 궁극적으로 이 책을 통해 함께 보내는 겨울 속에서, 독자들이 자기만의 단어를 궁구하고 겨울에 관한 아름다운 의미를 탐색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겨울눈
산책을 하다가 나뭇가지에 맺힌 겨울눈을 들여다본다. 흰 눈을 머리에 이고 물기를 머금고 있다. 거기 초록이 잠자고 있는 것을 안다. “사람의 마음에도 겨울눈 같은 것이 있겠지. 내어줄 것을 다 준 후에도 마지막까지 간직하는 것. 살아내느라 얻은 생채기를 보듬고 있는 시간 주머니 같은 것. 다시 살아갈 힘을 기다리며 웅크리고 있겠지. 그 안에 어떤 빛깔이 숨어 있을까. 제 이름과 꼭 닮은 모습으로 피어날 여린 순을 기다리며 겨울을 사는 나무처럼, 사람들도 그런 시간을 살고 있겠지.” p31
결국
내게 겨울은 '결국'인 것 같아. 결국 다 일이 이렇게 되고 말았군. 결국 올해도 가는군. 결국 사람을 또 한 명 잃었군. 사람은 매일매일 잃는 존재인데도, 내가 해볼 수 있는 말은 단순해. “우린 다시 고통의 자리를 찾으러 갈 거야. 다름 아닌 살아가기 위해. 살아갈 의지를 포획하기 위해. 결국 다 괜찮아지기 위해 숱한 고통이 필요할 거야. 나쁘다는 건 아냐.” p36
노래
파스칼 키냐르는 이렇게 말했다. "모든 음악에는 느닷없는 호출, 시간의 독촉, 마음을 뒤흔드는 역동성이 있다. 그리하여 우리를 이동시키고, 자리에서 일어나 음의 원천을 찾아가게 게만든다." 우리가 함께 보낸 많은 밤들이 어디에서 어둠을 키우면서도 온기를 지키고 있는지 생각한다. 나는 종종 자리를 털고 그곳으로 가고 싶지만, 그럴 수 없어서 노래를 찾아 듣는다. 노래 속에서 만큼은 영원히 눈 덮인 지붕 밑을 환하게 데우며 옹기종기 떠들고 있는 우리들이 있기 때문이다. p63~64
뜨개질
“언젠가는 우리 같이 둘러앉아 각자의 뜨개를 하며 얘기 나눌 수 있겠지. 밖은 유독 춥고 안은 따뜻한 그런 날. 당신이 원한다면 나는 기꺼이 당신의 이야기를 오래 들어줄 수 있다. 또한 오래 기억할 것이다. 우리가 나눈 이야기가 그날의 뜨개에 그대로 깃들어 언제까지나 우리를 감싸줄 테니까.” p104
별
걷다 문득 고개를 들었을 땐 건포도처럼 푸른, 멍든 하늘이 펼쳐져 있었고 그 틈으로 별이 보였다. 별을 보기 위해 하늘이 펼쳐져 있었고 그 틈으로 별이 보였다. 별을 보기 위해 귀까지 덮어 쓴 패딩모자를 살짝 젖히고 마스크까지 내렸다. 드문드문 떠 있는 별들은 오늘 실수로 태워버린 커스터드 크림에 박힌 바닐라빈 같기도 했다. 그해는 별들에 투정과 반성과 감사와 회복의 이름을 갖다 붙이면서 종종걸음없이 버티는 추위에 익숙해졌다. p141
수상소감
언젠가 상을 받게 될 그날을 준비해 이번 겨울에는 수상 소감 같은 편지를 써야겠다. “한 해를 잘 보내고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에 당신이 준 용기를 보태어 나는 더 멀리 가는 사람이 되겠다고. 나는 이 마음을 끝내 다 쓰지는 못할 것 같다. 받는 사람의 이름은 더욱 공들여 쓰는 것으로 대신할 수 있기를. 편지를 받은 당신을 웃고, 울게 할 수 있다면 좋겠다.” P189
온기
한껏 추워야 하는 계절에도 미약한 온기는 필요한 것이다. 겨울도 완전한 냉기를 원하지는 않는다.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추위는 강조되지 않는다. 추위만 가지고서는 겨울을 확보할 수 없다. 겨울일수록 부각되는 온기들이 있을 것. 밖으로 삐져나온 주머니 같은 거랄까. 끝까지 다 올라가지 않는 지퍼 같은 거라 불러도 좋겠다. 여름에 온기까지 선물 받으면 왠지 등줄기에 땀이 죽죽 흐르고 몸이 이옷에 딱 달라붙어 찝찝해지는 기분을 느껴볼 수 있듯. 여름이 가끔 추위를 탐내듯. P231
오늘도 그저 그런날이 저물고 있다.
내일부터는 약속이 줄줄이 있으니 오늘까지 꼬맹이 짐정리를 마쳐야 한다는 생각에
아침부터 분주하게 보냈다. 정작 짐주인은 전직장 동료들 만난다고 부재중인데...
드디어 예전모습으로 돌아간 우리집 거실...
오랜만에 로봇청소기도 열일했다.
저녁반찬으로 김씨 좋아하는 오징어를 데치고, 두부를 부쳤다.
설겆이까지 마치고나니 눈꺼풀이 내려온다.
혓바늘이 돋아 멀티비타민을 먹었다. 더 커지지말고 빨리 낫기를...
구입한지 좀 된 겨울어사전을 꺼내 읽는다.
그럴줄 미리 알았지만 내취향이다.
184개의 겨울어사전...
각기 다른 모습으로 겨울을 담은 단어들을 마주하며
나는 나데로 나의 겨울의 추억과 나만의 또 다른 단어를 떠올린다.
모처럼의 엄마노릇이 힘들긴 하지만
네가 좋다니 나도 좋다.
뜨개질을 가르쳐 달라고 한다.
모자를 뜬다는데 겨울내 다 뜨려는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