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지막 선물 - 세상을 떠난 엄마가 남긴 열아홉 해의 생일선물과 삶의 의미
제너비브 킹스턴 지음, 박선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8월
평점 :
열두 살이 되던 해에 엄마를 잃은 딸의 아주 긴 애도의 기록이자, 삶의 불확실함과 불완전함을 받아들이고 내일로 나아가는 용기 있는 과정을 담아낸 에세이다. 제너비브의 엄마는 죽기 전, 딸을 위해 커다란 판지 상자를 준비했다. 그 안엔 엄마가 함께하지 못할 딸의 기념일들, 이를테면 매해 돌아올 생일, 졸업, 약혼과 결혼, 출산과 같은 날을 기념하고 축하하는 선물들이 담겨 있었다.
엄마가 돌아가신 후 제너비브는 수십 년간 어디를 가든 상자와 함께한다. 깊은 슬픔에 빠져 방황하고 불안해하던 시간을 지나, 엄마가 남긴 열렬한 응원과 사랑의 메시지들을 하나둘씩 따라가면서 제너비브는 비로소 내일을 맞이할 용기를 얻는다.
《뉴욕타임스》 모던 러브(Modern Love) 섹션을 통해 소개되어 독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은 에세이 「판지 상자에 담은 못다 한 사랑(She Put Her Unspent Love in a Cardboard Box)」이 마침내 한 권의 책으로 출간되었다. 실화라고는 믿기 어려운 꼼꼼한 기록들과 섬세한 묘사가 소중한 사람을 잃고 방황하는 이들에게 묵직하고도 따뜻한 위로를 선물한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엄마가 죽고 그 분홍색 판지 상자는 내 방 한쪽에 내내 놓여 있었다. 나는 가끔 상자를 열어 깔끔하게 포장된 선물들을 손가락으로 훓어보곤 했다. 각각의 선물은 끝이 돌돌 말린 얇은 천으로 된 리본이 묶여 있었고, 그 사이에 카드가 한 장씩 꽂혀 있었다. 포장 겉면에는 엄마의 단정한 손 글씨로 적절한 때가 되기 전에는 열어보지 말라는 경고문이 적혀 있었다. 그 당시에 상자는 내가 들기에 아주 무거웠다. 지난 20년간 상자는 늘 나와 함께했다. 대륙을 가로질러 주와 주를, 아파트와 아파트를 옮겨 다니는 동안에도 이삿짐 트럭이 떠나고 나면 나는 제일 먼저 상자를 보관해 둘 장소부터 찾았다. 상자는 주로 가구 사이의 좁은 공간이나 옷장 깊숙한 곳에 놓였다. 나는 본능적으로 상자를 보호했고, 어딘가에 잘 숨겨두었다. 상자는 매년 조금씩 가벼워졌다. 이제 상자에는 세 개의 물건만 남아 있다. p8~9
이상하게도 그 상자에는 아무 표시가 없어서 엄마는 내가 그걸 언제 열어보기를 의도한 건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작은 유품들은 손에 올려 이리저지 굴려보다가 문득 그 물건들이 빌리지에 관한 기억이 꿈이 아닌 진짜였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 같아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엄마가 죽기 전 내 삶의 많은 부분이 마치 동화처럼, 상상 속 이야기처럼 느껴지곤 했는데 구슬은 보란 듯이 내 손바닥 위에 놓여 있었다. '그 시절은 꿈이 아니었어. 이 구슬처럼 진짜였어.' p57
가까운 곳에서 찰칵하고 누군가 사진을 찍는 소리가 들렸다. 몇 년이 지난 지금 그 사진을 보니 이제는 알 것 같다. 비둘기를 날려준 행위는 누군가를 놓아준다는 뜻이었다는 걸. 내 종이 쪽지에는 편지가 아니라 소원이 적혀 있었다. 내가 미신의 의미를 알게 된 후로 속눈썹이 떨어질 때마다, 생일 촛불을 불 때마다, 다리를 건너거나 터널을 지날 때마다, 민들레를 발견할 때마다 빌었던 것과 같은 소원이었다. 그 소원은 정확히 열 개의 단어로 이루어져 있었다. ‘엄마가 살아계시면 좋겠어요. 엄마가 건강해지고 다시는 암에 걸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p76
나는 엄마가 누구보다 최선을 다했다는 걸 안다고, 그리고 엄마와 떨어져 있었던, 아니 떨어져 있고 싶었던 시간과 엄마가 서서히 자신을 잃어가전 그 방에 가듣 찬, 사람을 멍하게 만드는 끔찍한 슬픔과 떨어져 있고 싶었던 시간에 매일 죄책감을 느꼈다고 말하고 싶었다. 무엇보다 내 마음 한구석에서 이 모든 일이 끝나기를, 그래서 지금 모습의 엄마가 아니라 예전 모습의 엄마을 기억하고 싶었던 것에 가장 크게 죄책감을 느낀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엄마는 그대로 잠에 빠졌다. p115
우리는 굶주리고, 피 흘리고, 자신이 살던 곳에서 쫓겨나는, 그런 사람들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껴야 했다. 내가 우리 집과 내 인생의 모든 다른 환경에서 통제하기 어려워 했던 감정들이 무대에서는 큰 자신이 되었다. 내가 무대위에서 독백하며 처음으로 눈물을 흘렸을 때, 그리고 그런 나를 보며 같이 눈물 흘리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았을 때, 나는 감정의 자유를 얻는 해답을 찾은 것 같았다. 나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말을 통해서도 느끼는 감정들을 전달 할 수 있다는 걸 배웠다. p193
엄마는 우리 삶에, 그리고 모든 삶에는 힘든 도전들이 있다는 걸 알았고, 우리가 그 도전에 맞서도록 도와줄 수 없다는 사실을 몹시 마음 아파했다. 그래서 엄마는 우리가 살면서 감당하기 힘든 어려운 일을 만났을 때 의지가 될 뭔가를 남겨주고 싶어서, 동화속 바실리사처럼 우리가 지니고 다닐 수 있는 물건에 엄마를, 엄마의 정신을 담아두려 한 것이다. 내 인생의 엉클어진 실타래를 풀기 위해 내가 도움을 청해야 하는 사람은 미소 짓는 얼굴로 내 선물들을 포장한 상냥한 엄마가 아니었다. 내게 필요한 사람은 그 테이프 속의 여자, 비디오 속의 여자, 내가 세상에 태어나기 전에 무언가를 위해 싸우고, 상처 입고, 한 인생을 살았던 사람이었다. 나는 어렸을 때 엄마가 보여준 부드러운 모습뿐 아니라 엄마의 모든 모습이 필요했다. 엄마는 나를 미래로 이끌고, 엄마 쪽으로 이끄는 빵 조각들을 남겼지만, 그것들을 모두 찾으려면 훨씬 더 자세히 살펴보아야 했다. 나는 묻고 싶은 게 많았다. p236
이만큼 나이를 먹으면 안하던 짓을 하면 안된다.
김씨 없을 때 대청소를 하겠다는 결심?!
그 결심을 생각만으로 끝낼 수는 없어서
주방, 욕실, 책장까지 정리와 청소를 밤늦도록 했고
몸이 피곤했음에도 늘 들리던 코고는 소리가 없어서인지
3일내내 잠을 제대로 못잤다.
출장갔던 김씨 돌아오는데 좋아하는 밥상은 차려주어야 할 것 같아서
어지러움을 참고 달래된장찌개를 끓이고, 생선을 굽고...
여행을 떠날 때마다 공황을 겪곤 하는데 이번엔 내가 아닌 김씨가 다녀왔음에도
심한 공황을 겪었다. 덕분에 모처럼 집에온 꼬맹이에게도 걱정만 끼쳤네... ㅠ.ㅠ
오늘은 집에서 쉴 생각이었는데 큰아이에게 연락이 왔다.
아빠가 출장길에 사온 선물도 전달해야겠기에 만나서 점심을 먹고
근처 별다방에 나란히 앉았다.
세상을 떠난 엄마가 남긴 열아홉 해의 생일선물과 삶의 의미
'마지막 선물'
공부하는 아이옆에서 열두살에 엄마를 잃은 작가의 엄마가 죽기 전,
딸을 위해 준비한 분홍색 판지 상자 안에 선물과
엄마가 함께하지 못할 딸의 앞으로 다가올 많은 기념일들을
미리 축하하고 응원하는 편지가 담긴 '마지막 선물'을 읽고 있다.
저자의 엄마도 나처럼 유방암으로 오른쪽 가슴을 전절제하고
여러가지 방법으로 투병생활을 했지만
결국 어린 자녀를 두고 세상을 떠난 이야기에
유방암 수술을 앞두고 환자복을 입고 있는 엄마를 보고
눈물을 터트린 아이들과 그 아이들을 불안해 떨면서도
'엄마는 괜찮을꺼라' 다독이던 내모습이 생각났다.
불과 1년전의 일이다.
어린시절부터 엄마의 투병을 지켜봐야했던 저자와는 달리
큰딸과 꼬맹이는 이미 서른을 넘긴 성인이고
오히려 엄마를 위로하고 응원하는 사려 깊은 아이들이지만
만약 훗날 내게도 그런 날이 온다면 아이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남겨야 할까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날 위해 매일 눈물로 기도하시던 엄마를 떠나보내고 느꼈던 상실감....
사랑하는 가족들을 남기고 먼저 떠날찌도 모른다는 불안감...
두 상황을 모두 겪었기에
많은 감정이 엉켜 눈물이 자꾸 나온다.
나도 그날이 오면 이렇게 전하고 싶다.
너무 슬퍼하지 말기를...
감당하기 힘든 어려운 일을 만났을 때,
혹은 힘든 도전을 할때 엄마는 늘 그랬던 것처럼
멀리서도 너희들을 위해 기도하고 응원할 것이라는 걸...
그리고 행복의 원천은 다른 곳이 아닌 자기 내면에 지니고 있어야 한다고...
엄마는 내가 마음의 문을 닿지 않기를,
엄마를 잃은 상실감 때문에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누군가와 깊은 관계가 되는 노력을 포기 하지 않기를 당부하고, 또 당부했다.
엄마가 내게 조언한 말들을 다시 읽어보았다.
'주는 것과 받는 것을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할 줄 알아야 해...
행복의 원천은 다른 곳이 아닌 자기 내면에 지니고 있어야 해.'
결혼과 상관없이 노력할 가치가 있는 일이었다. p3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