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으로 읽고 각으로 쓴다 - 활자중독자 김미옥의 읽기, 쓰기의 감각
김미옥 지음 / 파람북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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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서평가 김미옥. 자신을 ‘활자중독자’로 소개하는 그녀의 첫 단독 저서 『감으로 읽고 각으로 쓴다』는 꿋꿋한 ‘책 덕질’의 기록인 동시에, 이름난 ‘서평 덕질’의 아카이빙이다. 책을 애정하고 기억한다는 것이 얼마나 개인의 영혼과 사회적 관계 맺기에 도움이 되는지를 설파하는 ‘책덕’의 ‘성덕(성공한 덕후)’ 간증서이기도 하다. 그녀가 책읽기에 빠진 구체적인 사연과 독서 취향을 다듬게 되는 계기, 활자중독자의 중독적 일상사를 소개한다. 아울러 그간의 서평들 가운데 강력한 임팩트를 남긴 ‘최애 책’ 리뷰들을 정성껏 모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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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학창시절 백일장에서 상을 곧잘 받으니 커서 작가가 될 거란 덕담도 들었다. 모두 당연히 내가 문학을 전공하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작가가 아닌 독자가 되리라 결심했다. 여고시절이었다.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을 읽고 나는 나무에 기대어 울었다. 혹독했던 그녀의 시대가 나의 시대에도 별반 달라질 게 없다는 절망감 때문이었다. ‘돈과 자기만의 방’이 없는 가난한 여자가 무슨 글을 쓰겠는가? p14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고, 신을 찾고, 농담하고, 아름다운 자연을 바라보며 분노를 삭이지만, 순간적 위안은 삶의 의미와는 다르다. 최종적으로 삶이란 살아남기 위해 시련 속에서 의미를 찾아야 한다는 실존주의적 주제와 부딪혀야 한다. 그는 수용소 체험에 대한 글에 이 책의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절망적인 순간, 삶을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 저자는 불이 환하게 켜진 따뜻하고 쾌적한 강의실 강단에 선 자신과 푹신한 의자에 앉아 자신의 강의를 경청하는 청중들의 모습을 상상하기 시작하면서 현실의 상황과 고통을 극복하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미래에 대한 기대가 삶의 의지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p191

저자는 개인의 공포와 사회적 집단광기를 설명함에 경제학과 심리학, 공학과 뇌과학 이론을 적용하는데 아주 적확하다. 기억이 어떻게 신체와 장애로 나타나는지 수천 건의 사례를 들어 몸을 치유하는게 아니라 기억에 집중할 것을 주문한다. 나쁜 기억을 사라지게 하는 방법은 부딪히며 맞닥트리고 좋은 기억들로 덮는 것이다. 삶을 흔들고 인생의 방향까지 바꿔버리는 대인공포증, 결정 장애, 불안과 공포 등등을 치유하다 보면 우리의 뇌는 삶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 책은 '기억을 바꾸는 삶;이 핵심이다. p223


나는 글을 읽다가 ‘아주 가정적’이란 표현에 입꼬리가 올라갔다. 카프카는 가끔 나를 웃게 하는데 특유의 진지한 유머 때문이다. 무표정한 얼굴로 진지한 농담을 하는 사람을 어떻게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친구의 집 식탁에서 우연히 마주 앉은 못생기고 매력없는 아가씨, 펠리체 바우어. 그녀가 그의 삶에 들어온 것은 대화를 나누면서였다. 첫 만남 후 카프카는 창작열을 불태우는데 하룻밤 사이에 단편소설 '판결'을 써서 그녀에게 바쳤다. 두 사람이 주고 받은 편지는 그 자체로 문학인데 카프카가 그녀에게 보낸 편지와 엽서는 모두 545통이다. p260

누군가 내게 쓸쓸한 표정으로 이 가을에 혼자 듣기 좋은 곡을 들으라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글렌 굴드의 바흐입니다. 가능하다면 인적이 드문 산길이나 호숫가로 가세요. 그리고 벤치에 앉아 눈을 감고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들으세요. 가을 햇살이 그의 손가락을 빌려 당신의 상처를 치유할 것입니다. 반드시 글렌 굴드의 연주여야 합니다." p263


이 글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천국으로 들어가는 신자에 대한 것으로 알고 있다. 모태신앙으로 어릴때부터 신실한 자와 죽기 전 회개하고 천국에 들어간 자와 같은 대접을 받는 다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이었다. 러스킨을 경제적 효율을 앞세워 능력이 떨어지는 인간을 비참하게 만드는 당시 사회를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려 비유를 따왔다. 그런데 성직자인 저나는 이 '라느님의 셈법'을 동정과 연민으로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으로 해석했다. 정당한 품삯은 모든 이가 존엄을 가지고 살 수 있는 것을 의미하며 인간의 경제 논리를 넘어선다는 것이어서 나는 잠시 울컥했다. 신앙의 얘기가 아니었다. 바로 이 시대에 더 필요한 덕복, 연민이었다.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무능하고 쓸모없다 버려진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셈법'이다. P268

기말고사가 코 앞에 다가왔는데 교재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가끔은 철학책 같고

어떨땐 세계사책 같고 외우는거 젬병이라 이과를 선택한 내가

방대한 사회복지의 서사앞에 손발이 묶여 꼼짝을 못할 지경이다.


이럴땐 전혀 다른 얘기를 들려줄 책이 필요하다.

그동안 나름데로 꽤많은 책을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스스로 활자 중독자라고 표현하는 저자의 책

'감으로 읽고 각으로 쓴다'엔 내가 평소 접하지 못한 많은 책들과

이야기들이 흡인력있게 다가온다.

때때로 쓸데없는 강박으로 뭔가 해야겠다며

자꾸 일을 벌리던(?) 내가 바람이 잘 들어오는 산밑자락에 터를 잡고

책만 읽고 살아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런탓인지 우연히 본 tv방송에서 실버타운을 소개하는 장면이 눈에 들어온다.

친구 어머님이 계신 건대앞 그곳과 용인의 실버타운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는데

고창은 처음이다.

푸르른 산과 호수가 매력적으로 다가오며 노년을 저런곳에서 보내면 좋겠다 싶어졌다.

퇴근한 김씨에게 내 의사를 밝혔더니 늙을수록 병원 가까운 도시에 있어야 한다며

본인은 이곳이 좋다고 하더라.

문득 입주자중 한분이 인터뷰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누군가는 응급실이 없다고 다시 도시로 떠났지만 본인은 그래서 여기가 좋다고...'

누구나에게 죽음은 두려운 존재이지만 어찌보면 이또한 생각하기 나름이지 않을까?!...

최선을 다해 오늘을 행복하게 보내고

후회없이 맞을 내 마지막날...

기말고사도 스트레스로 받아들이지말고

힘들었지만 한학기 잘 마무리함에 감사하기로 하자.

그후

여행도 가고

읽고 싶은 책 실컷 읽고

영화도 보고

그림도 그리고...

이번 읽고 싶은책 목록은 평소에 접하지 못한 낯선 내용들로

더디게 읽혀지겠지만

도서관 산책이 더 흥미롭고 즐거운 시간이 되리라 믿는다.

이젠 다시 공부를 해야겠지... >.<


버지니아 울프 : 자기만의 방

빅터 플랭클 :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최연호 : 기억 안아주기

케빈 바자나 : 뜨거운 얼음






최대환 : 당신이 내게 말하려 했던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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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기쁨 - 내 책꽂이에서 당신 책꽂이로 보내고 싶은 책
편성준 지음 / 몽스북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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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새워 책 읽는 재미, 책에 몰입한 사람만이 아는 즐거움을 나누고 싶어서 편성준 작가가 자신의 독서 노트를 공개했다. 자타공인 책 덕후이자 ‘놀듯이’ 책을 읽고 또 기록하는 작가의 독서 노트 속 수많은 책들 중 ‘읽는 기쁨’에 취하게 만든 책들을 고르고 고른 것이다. ‘작가다움’을 과시하기 위해, 구색을 갖추기 위해 어렵고 무겁고 우아한 책을 일부러 골라 넣는 수고는 하지 않았다. 책의 방향은 순전히 ‘읽는 즐거움’을 향하고 있다. 누구에게나 몰입의 즐거움을 줄 수 있을, 진심으로 빠져들었던 책들 위주로 고르고 보니 죄다 소설, 시, 에세이, 그림책 등 ‘거짓말을 통해 진실을 얘기하는’ 스토리텔링을 깔고 있는 책들이다.

‘살짝 웃기는데 눈물도 나는’, ‘밤새워 읽은 책이 뭐였어’, ‘몇 번 읽어도 좋은 얇은 책’, ‘제목보다 내용이 좋은 소설’ 등 위트 있는 제목으로 17개의 카테고리를 만들고 각 카테고리 별로 3권의 책을 골라주었다. 토마 귄지스의 「암소」, 조지수의 『나스타샤』 같은 ‘숨은 명작’은 물론 다시 읽어도 재밌는 노벨 문학상 작품들, ‘필독서’ 라는 이름이 오히려 지루하게 느껴지는 너무 재밌는 걸작 등 저자를 사로잡은 독서 목록들은 목차를 읽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책 추천의 이유’를 짤막한 글로 소개해줬는데 이 글만 봐도 편성준식 B급 감성과 특유의 위트, 자신감의 표현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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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짧은 이야기에 내가 그토록 매료된 이유는 뭘까. 누구에게나 불행은 일어날 수 있다. 그런데 그 불행은 다 제각각의 고유한 슬픔이라서 당사자가 아닌 다른 사람의 적당한 언어나 돈으로는 절대 위로할 수 없다. 레이먼드 카버는 이런 인간사의 속성을 정확히 꿰뚫고 거기에 '갓 구운 롤빵'을 조심스럽게 올린다. 아무리 큰 불행이라도 결국은 누군가의 선의에 의해 조금씩 옃어지고 결국은 기운을 차리도록 해준다는 희망을 사소한 롤빵을 통해 전해주는 것이다. p24~25

일본의 유명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헤밍웨이의 동명 작품을 따서 『여자 없는 남자들』이란 책을 냈었다. 아마도 존경 하는 선배 소설가에 대한 오마주로 이런 제목을 지었을 것이다. 소설가, 저널리스트, 모험가로 멋진 삶을 누리다 간 헤밍웨이가 부러워진다. 하지만 이런 멋진 남자도 주기도문에 자조적으로 ‘허무’라는 단어를 집어넣은 걸 보면 왠지 마음이 놓인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 공평하게 불행하고 인생은 대체로 허무하다는 걸 다시 확인할 수 있어서 그런가 보다. 가슴이 허하지 않은 사람이 굳이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없겠지만 세상에 그런 결핍 하나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21세기에도 이 책이 널리 사랑받는 이유다. p36

김혼비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때 마침 거기에 맞는 소재를 만나면 얼마나 인상적인 글을 쓸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작가다. 김솔통 글이 그렇고 사전 이야기(정식 제목은「나만을 믿을 수는 없어서」)가 그렇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아무것도 아닌 일로도 글을 쓸 수 있어야 한다”라고 했는데 작고 하찮은 것에서도 늘 새로운 깨달음을 건져 올리는 김혼비야말로 거기에 딱 맞는 작가가 아닐 수 없다. p70

한강의 『소년이 온다』를 읽기 전까지 소설가가 이렇게 역사의 현장으로 직접 걸어 들어가는 경우도, 인간이라는 존재를 이렇게 아프게 까발리는 소설도 보지 못했던 것 같다. 이렇게 담담하면서도 명징하게 비극을 그려내는 작가를 만나본 적이 있던가. 한강은 자신이 쓴 소설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소리 내어 읽으며 퇴고한다는 말을 들었다. 작가가 한 글자 한 글자 다 소리 내어 읽었을 문장들을 나는 눈으로만 읽는 게 미안할 지경이다. p141

우리 삶엔 쉽게 설명할 수 없는 슬픔과 미묘한 어긋남이 있고 누구의 인생도 심플하지 않다. 어쩌면 소설가들은 이 얘기를 쓰려고 소설가라는 직업을 택했는지도 모른다. 그 섬세하고 애매한 지점을 귀신같이 잡아내는 앤드루 포터의 능력을 직접 경험해 보시라. 왜 세계의 많은 독자들이 그의 새 작품을 기다리고 있는지 단박에 알 수 있을 것이다. 앤드루 포터는 작가가 되려고 하루 여섯 시간씩 글을 썼다고 한다. “읽다가 죽어도 창피하지 않은 책을 읽어라”라는 독서 격언이 있는데 내 생각엔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다. p194

철학자들이 죽음에 대해 연구를 많이 한 이유는 역설적으로 죽음 앞에 서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가 더 잘 보이기 때문이다. 사노요코는 우울증으로도 큰 고생을 했던 사람이다. 솔직히 암보다 우울증이 더 괴로웠는데 아들 덕분에 자살하지 않을 수 있었다는 말도 했을 정도다. 그녀는 암에 걸린 뒤 항암제를 거부하고 하고 싶은 것 하며 자유롭게 살기로 결심한다.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갖은 고생을 다하다가 그림책 작가로 성공한 그녀에게 비로소 거칠 것 없이 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그래서 "이제 죽는데 이런 인생을 보내도 괜찮을까"라고 하는 그녀의 글 앞에서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p210~211


보고 싶은 영화를 고를 땐

좋아하는 장르거나 믿고 보는 감독이나 배우일 때가 대부분이지만

책은 그 당시 내가 처한 상황에 따라 선택하는 책의 분야가 달라지는 듯 하다.

죽지 않는 다는 것을 알지만 마치 죽음을 마주하는 듯한

극심한 불안과 공포가 찾아오는 공황을 겪으며

어떻게든 살아야겠기에 한동안 심리학이나 철학에 관련된 책들과 가까이 지내오다가

이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다양한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길무렵

신간도서 목록에서 이책 '읽는 기쁨'을 발견했다.

놀듯이 책 읽는, 책 덕후 작가가 진심으로 고른 51권의 책에 대한 소개가

담겨있는 책으로 앉은 자리에서 후딱 읽어냈다.

'이 책에 끌린 이유는 따로 있다'를 시작으로

'사실은 친절한 글 쓰기 선생들'까지

다음으로 소개될 책이 궁금해 책 읽는 속도가 빨라진다.


시드니 쉘던, 무라카미 하루키 등

내게도 밤 새워 책을 읽던 시절이 분명 있었는데

근간엔 그토록 나를 매료시키는 책과 문장은 별로 만나지 못한 것 같다.

레이먼드 카버 '별것 아니지만 도움이 되는'

어니스트 헤밍웨이 '깨끗하고 밝은 곳'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백년의 고독'

김혼비 '다정다감'

박연준 '아버지는 나를 처제라고 불렀다'

무라카미 하루키 '토니 타키타니'

한강 '소년이 온다'

사노 요코 '사는게 뭐라고'


'지금 읽고 싶은 책을 읽어라'라는 저자의 뜻을 따라

이미 읽은 몇권의 책을 제외한 나머지 책 중에서 읽고 싶은 책의 목록을 만들었다.

저자가 '죽음'이라는 단어가 제목에 떡하니 들어 있어서

'선물해도 욕 먹지 않을 책' 목록에 넣지 못했다는 책

'죽는게 뭐라고'는 나도 읽었지만 리뷰를 쓰지 못하고 있는 탓에

사노 요코의 또 다른 책, '사는게 뭐라고'를 대신 넣었다.

적어도 다음달엔

책대신 서울나들이를 할 수 있길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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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의 행복수업
김지수 지음, 나태주 인터뷰이 / 열림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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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의 작가인 ‘인터스텔라’ 김지수와 ‘풀꽃시인’ 나태주의 인터뷰 에세이 『나태주의 행복수업』이 출간되었다. 이 책은 2023년 2월부터 5월까지 매주 월요일, 서울 사람 김지수가 공주의 풀꽃문학관을 찾아가 써 내려간 봄 한철의 여행기이자 행복한 수업의 결과물이다.

또한, ‘풀꽃시인’ 나태주와 김지수가 세대를 초월해 ‘상대방을 살린’ 우정의 기록이자, ‘너무 애쓰다 지친’ 모든 어른에게 바치는 가장 촉촉하고 다정한 응원가이기도 하다. 책을 펼치는 순간, 공주의 작은 마을에서 ‘키 작은 정원사’ 태주를 만나 그가 풀꽃문학관에서 정성껏 돌보는 꽃들과 같이 윤슬 같은 희망을 받아먹고 다시 피어나는 마법을 보게 될 것이다.

이어령 교수가 함께한 라스트 인터뷰집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의 뒤를 잇는 책으로,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이 죽어가는 스승이 어둠의 사선에서 나눠준 ‘밤의 전리품’이라면 『나태주의 행복수업』은 뜨는 해를 바라보며 매일 다시 출발선에 서야 하는 사람들에게 건네는 ‘아침의 편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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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를 최소화하려 들지 말고 최적화하라. 두려워서 결정을 미루지 말라. 실행하지 못한 것, 옳은 일을 하지 못한 것, 아끼는 사람에게 손 내밀지 못한 것을 후회하지 않도록 노력해라. 하루라도 빨리 깨닫길 바란다. 인생은 얼마간의 후회를 쌓는 일이라는 걸." p61

“나태주의 시를 사람들이 왜 좋아하는지 나는 압니다. 군림하지 않잖아. 업신여기지 않잖아요. 다 안쓰럽게 여기잖아요. 거들먹거리는 사람이 곁에 오면 나는 살갗이 부들부들 떨려요. 역한 감정이 습자지처럼 배어 나와.”

예쁘지 않아도 예쁜 사람들에게 희망이 있다고 했다. 높은 곳에서 끼리끼리 놀고 싶어 하는 잘난 사람이 아니라 아래서 뿌리처럼 엉켜 사는 예쁘지 않은 사람들에게 희망이 있다고. p91

함께 석양을 음미하거나 별을 보진 못했지만, 멀리 뜬 낮달이나 강물에 반짝이는 물별을 향유하는 것으로 충분했다. 태주는 아침의 남자였기에 저녁 무렵이면 성예가 기다리는 집으로 갔다.

그러나 낮 동안 태주의 우정에는 늘 설렘이 동행했고, 태주 자신이 먼저 수줍어 얼굴을 붉히거나 긴장이 배어 나오는 웃음으로 사랑의 채도를 맑게 유지했다.

태주는 공주의 자랑이었고, 공주는 태주의 자랑이었다. ‘누구도 함부로 대하지 않는’ 공손한 공주 품에 태주라는 ‘예쁜 씨앗’이 날아들었기에, 도시는 더 울창해지고 환해지고 가까워졌다. p126


“우리는 누구나 진심을 들키고 싶어 해요. 진짜 마음은 순전하게 발굴되길 원하죠. 외로운 마음도, 멜랑콜리한 마음도 다. 우리의 과제는 이거예요. 자기 마음을 변형시키지 않고 일그러뜨리지 않고 그대로 꺼내는 것. 그런데 그냥 꺼낼 수는 없어요. 언어로 옷을 입혀 꺼내야 해요. 마음은 아메바처럼 계속 움직여요. 그 마음을 가만히 고정시켜서 느껴야 합니다. 냄새도 맡아보고 소리도 들어보고 촉감도 느껴보고…… 그런 다음 언어의 옷을 입혀서 사악 빼내야죠.” p155~156

"선생님, 나이들면 무엇이 점점 중요해 지나요?"

"늙어갈수록 효용이 더 중요해져요. 높은 곳에 있든 낮은 곳에 있든 무가치하지 않은 게 중요하죠. 왜냐면 배터리가 바닥을 드러내거든. 젊은이는 배터리의 여유가 많아서 실수해도 돼고 낭비해도 돼. 하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배터리에 여유가 없어요. 낭비 없이 유용하게 써야죠." p168~169


태주와 함께 ‘이어령길’을 걸으면서 두 사람은 각자의 상념에 사로잡혔다.

지수에게 이어령은 크고 명료한 생각의 스승이었고, 나태주는 웃기고 다정한 느낌의 아버지였다. 이어령은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동작이 컸고 나태주는 희극 배우처럼 표정이 변화무쌍했다. 이어령의 눈은 예지로 번뜩였고 나태주의 눈은 물기로 촉촉했다.

이어령은 평생토록 죽음과 나와 우주를 탐구한 넉넉한 에고이스트였고, 나태주는 평생 너와 꽃과 사랑에 몰두한 로맨티스트였다. 이어령은 진선미의 높은 언어를, 나태주는 의식주의 생활 언어를 사용했으나, 둘 다 영성을 통과하는 은유의 달인이었다.

어휘의 총량이 무한대인 지식인과 기억의 총량이 무한대인 시인 사이에서 지수는 전극이 다른 경이를 느꼈다. 두 사람 다 충청도 사람이었고 유머가 풍부했고 키가 작았다. 무엇보다 남겨질 후대를 지극히 사랑했다. p201~202

“앓는 행복이라고 들어봤어요? 내가 약했을 때 느껴지는 행복. 앓을 때는 가장 먼저 내가 나를 연약한 한 명의 인간으로 보호하게 됩니다. 자신감도 체력도 능력도 떨어지니까, 모든 걸 좀 줄이게 돼죠. 그리고 주변에서도 가엾다고 힘없다고 보호해주잖아요. 앓을 때 먹는 죽을 나는 특히 좋아해요. 죽을 먹는 것 자체가 엄청난 치유의 과정이예요. 약할 때 나는 아내가 쑤어준 묽은 죽을 먹고 살아났어요. 죽을 끓여줄 친구가 한 명이라도 있는 사람, 내 몸을 염려해 스스로 죽을 찾아 먹을 줄 아는 사람은 희망이 있어요.

왜냐? 회복의 시작은 약해지는 걸 인정하는 것이거든. 약한 나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거죠. 시름시름 앓다 죽을 먹고 기운 차린 사람은 다른 사람이 아플 때도 도울 수 있습니다. 이치가 그래요. 죽이 있어서 나는 앓는 걸 피하지 않아요. 약해져도 괜찮고 저자세로 살아도 나쁘지 않더라고.” p213

친구 경이가

"어느날 뜬금없이 갑작스레 더 좋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보낸다"라며 향기 가득한 꽃다발과 함께 보내온 책,

'너무 잘하려고 애쓰다 지친' 서울 사람 지수가

공주의 키 작은 정운사 태주를 만나 일어서는,

봄 한철 보살핌의 기록을 담은

'나태주의 행복수업'을 읽고 있다.

저자가 서문에 언급한 것처럼 몇해전 읽은 저자의 전작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이

죽어가는 스승이 어둠의 사선에서 나눠준 '밤의 전리품'이라면

이번 '나태주의 행복수업'은 하루하루 널을 뛰며 살아왔던 내게도

'아침의 편지'이자 '응원의 노래'였다.

밤호수님과 이웃블로거를 통해 비교적 친숙한 공주,

유배된 것처럼 고향 서울을 그리워하며 살았지만

이제는 또 하나의 고향이된 군산과 장항 그리고 서천에서 나눈 두 분의 이야기들이

정겹게 때론 아프게 마음에 스며들던 시간이었다.

기말고사가 끝나면

공주로 당일치기 여행을 다녀와야겠다.

지리했던 불안하고 무기력했던 시간을 지나

뭔가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이 드는 봄날의 오후...

그럼에도 살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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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행복 - 가장 알맞은 시절에 건네는 스물네 번의 다정한 안부
김신지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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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행복이란 게 존재한다면 잠시 머무는 이 계절의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 곁에 와 손짓하고 있지만 무심코 지나쳐버리기 쉽기에 알맞은 시절에 챙겨야 하는 작은 기쁨들, 이 책은 바로 그 '제철 행복'에 대한 이야기다. 《기록하기로 했습니다》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등을 통해 스쳐가는 일상을 특별하고 의미 있게 만드는 방법을 나누며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김신지 작가가 가장 환한 계절에 신작 에세이 《제철 행복》을 선보인다.

그간 '시간을 내서' 행복해지는 법, '순간을 기록'하는 법 등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에 관한 다정하고도 구체적인 삶의 방식을 꾸준히 이야기해온 김신지 작가. 이번에는 그 눈길이 '24절기'에 머문다. 한 해를 사계절이 아닌 ‘이십사계절’로 나눠, 계절의 속도에 발맞춰 걸으며 눈앞의 행복을 놓치지 않고 더 촘촘히 행복해지는 법을 전해준다.

종종 이 순간의 행복에 대해 잊고 산다. 그러다 '꽃놀이도 못 가다니 이게 사는 건가' 싶어 서글픈 때도 온다. 《제철 행복》에서 김신지 작가는 "'이게 사는 건가'와 '이 맛에 살지' 사이에는 모름지기 계획과 의지가 필요한 법"이며, "제철 행복이란 결국 '이 맛에 살지'의 순간을 늘려가는 일"이라고 말한다. 아무 대가 없이 찾아온 이 계절의 즐거움을 나에게 선물해주는 일, 그렇게 '내가 아는 행복'의 순간을 늘려가는 일이 바로 제철 행복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행복은 제철순으로 찾아오고, 부지런한 자만이 제철 행복을 얻을 것이다. 이 책에서 절기별로 소개하는 이 무렵의 행복을 공들여 마주하고 제때 챙겨야 하는 '제철 숙제'들을 하나씩 해나가다 보면, 우리의 1년은 좀 더 나은, 좀 더 행복에 가까운 모습이 되어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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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한 해의 시작을 앞두었던 옛사람들의 마음이 같은 방향을 가리켰다는 사실이 못내 좋다.

요행을 바라기보다 삶에 성의를 다하며 좋은 기분을 챙기고,

겨우내 언 마음을 스스로 녹이려 했던 사람들.

더 좋은 일이 생기기를, 더 나은 사람이 되기를, 기쁜 일이 찾아오기를……

그 바람을 행동으로 옮기며 오지 않은 시간에 다시 한번 희망을 걸어보는 마음,

우리는 오랜 세월 미신이 아니라 그 마음을 물려받으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입춘의 숙제는 하나.

꼬박꼬박 때를 맞춰 찾아오는 봄처럼,

지치지 않는 희망을 새해 숙제로 제출할 것.

희망은 어디 숨겨져 있어 찾아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희망하는 사람의 마음에 새것처럼 생겨나는 법이니까.

새싹을 틔우는 게 초목의 일이라면 희망을 틔우는 건 우리의 일.

다시 봄이다.

여기서부터 '진짜 시작'이라 힘주어 말해도 좋은p31


만개의 시간이 짧다는 것을 알기에 매일을 아까와 할 할수 있겠지.

집에 놀러온 친구를 전철역까지 바래다 주고 돌아오는 길이나

야근후 퇴근길에는 같은 길을 을일부러 몇번씩 오가곤 했다.

걸어서 3분 남짓 되는 벚꽃터널을 늘리듯이 오래 걷고 싶어서.

벚꽃이 피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덩달아 부풀어 오른다.

그건 해가 갈수록 귀해지는 감정이어서 또 봄을 기다리게 되고.

올해도 내 마음이 잘 부풀어 오르나 지켜본다.

오븐 너머로 부풀어 오르는 빵을 지켜보듯이.

잘 구워지고 있나, 내 마음. 봄볕에 여전히 부풀어 오르고 있나.

그게 마치 마음이 살아 있다는 확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p80


요즘에 바깥은 얼마나 환한지. 연두와 초록 그 사이 어디쯤의 나뭇잎들,

짙은 향을 바람결에 배처럼 띄워 보내는 하얀 꽃들.

익숙해서 자주 잊지만 신록은 말 그대로 새로운 초록.

올해 처음 돋은 잎에서 보이는 초록을 말한다.

나무가 늘 한자리에서 계절에 따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도,

우리는 해마다 새로운 나무를 만나고 있는 셈이다.

이맘때 숲이나 강을 걷다 보면 이 모든 것을 누리는 데 시간만 있으면 될 뿐

아무 돈도 들지 않는다는 사실에 깜짝 놀란다.

공기는 폭신하고 햇살은 따스하며 풍경에선 윤기가 난다.

누구도 가질 수 없기에 모두가 가질 수 있는 자연이 눈앞에 펼쳐져 있다.

창밖으로 이 계절에 이토록 환하게 불이 들어와 있는데 어째서 그걸 충분히 누리지 못하고 사는 걸까. p107~108



계절마다 좋아하는 것에 마음을 쏟으며 사는 일이 좋다.

기쁘게 몰두하는 일을 어쩌면 '마음을 쏟다'라고 표현하게 된 것일까.

여기까지 무사히 잘 담아온 마음을 한군데다 와르르 쏟아붓는 시간 같다.

그렇다면 내게 초여름은 '바깥'에 마음을 쏟고 지내는 계절.

좋아하는 바깥은 어떻게든 시간을 내어 즐기고 그게 곧 잘 사는 일이라고 믿으며 지낸다. p141~142

언제 봄이 오나 했는데

어느새 며칠후면 입하다.

가을을 좋아하던 난,

봄은 왠지 모르게 늘 잔인한 계절이었고

여름과 겨울은 대학생들의 방학특강으로

계절이 오는지 가는지도 느끼지 못한채 바삐 보냈던 것 같다.

이번 봄은 유난히 힘들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여름이 온다는게 반갑다.

각기 다른 아름다운 사계절을 보내며

제철에 맞는 음식을 먹고

숲길을 걸으며

이제는 사진과 그림으로 그 계절을 다시 남겨 볼까 한다.

훗날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길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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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자
사이토 다카시 지음, 황미숙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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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라는 단어에는 어쩐지 부정적이 느낌이 있다. 우리는 주변에 아는 사람이 없으면 불안하고, 혼자 있으면 친구도 없는 이상한 사람으로 보일까 봐 신경이 쓰인다. 그래서 타인과의 관계 맺기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다. 수많은 자기계발서와 미디어에서도 연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성공하려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조언을 구하고, 영감을 받아야 한다고 말이다. 과연 ‘넓은 인간관계=성공의 지름길’이란 방정식이 맞는 것일까?

혼자 있는 시간의 힘을 설파하며 수천만 독자를 사로잡은 일본 메이지대학 교수 사이토 다카시는 이 방정식은 틀렸다고 단언한다. 그는 혼자 있는 시간을 발판 삼아 정상에 우뚝 선 사람들을 ‘단독자’로 명명하면서, ‘고독’이야말로 최고의 성장 동력이라고 주장한다. 그의 최신간 《단독자》에는 이른 나이에 대학교수로 임용된 저자를 비롯해 탁월한 성과를 낸 수많은 단독자들이 무리에서 숨는 대신 홀로 고독을 자처하며 그 시간을 어떻게 활용했는지 소개된다.

또한 탁월한 단독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인간관계를 담백하게 유지하는 처세술부터 에고 서핑과 멀어지는 법, 자존감을 회복하는 쓰기의 기술,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는 행동법, 독서를 통한 마인드 셋까지, 한 번의 시도로 두 발짝 나아가는 최적의 기법들을 담았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이 책에서는 고독이라는 말 대신 ‘단독’이라는 표현을 써보았다. 혼자서 행동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자세로, 주위를 의식하며 고독하게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로 고독 속을 걷고 단독자로서 살아가는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마음가짐이다. 이때 무엇보다도 선인들의 지혜가 도움이 된다. 그야말로 ‘고독의 교양’이라 불러도 될 것이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고독 속을 걸으며 외로움, 괴로움, 슬픔을 뛰어넘은 선인들의 지혜를 접하면 ‘나만 이렇게 힘든 것은 아니네’ 하는 위로와 함께 용기가 샘솟는다. p6

그렇다면 고독이라는 말을 '혼자 있음으로써 충족함'이라는 의미를 강조하는 다른말로 바꿔보는 건 어떨까? 영어로도 론리니스는 외로운 느낌이지만, 솔리튜드로 바꾸어 말하면 '혼자서도 잘 서 있는, 자립적'이라는 느낌을 준다. 고독도 '단독'으로 바꾸어 말한다면 솔리튜드의 의미가 짙어지지 않을까? 가령 혼자 있을 때 "고독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가 아니라 "단독으로 oo하고 있다"라고 말한다면 자의호 '혼자'를 선택해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는 것처럼 느껴진다. 단독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p27

자기긍정감이 낮은 사람은 모든 일을 자신의 기질이나 능력 탓으로 돌리기 쉽다. “내가 좀 부정적인 성격이라서”, “능력이 없어서”라는 말로 자기긍정감을 높일 기회로부터 도망쳐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내 마음에 자기긍정 회로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어른이 갖출 예의’이다. 필요 이상으로 자신을 비하하거나 빈약한 자신감으로 주위에 이해를 구하는 행동을 매너 위반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이렇게 마음먹는다면 진정으로 자기긍정감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수 있을 것이다.p82


저자가 혼자만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며 알찬 작품으로 열매를 맺으면, 이 작품을 읽는 사람은 그 열매의 숙성된 맛을 즐기며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이러한 연쇄작용 속에서 책을 읽는 사람은 고독감을 느끼지 않는다. 마음은 늘 저자와 함께하기 때문이다. 즉, 혼자 있는 시간이 외롭더라도 책을 읽는다면 그 고독감을 해소할 수 있다. 이것은 책이라는 단독자의 숙성물 덕분으로 내 안에 있는 ‘고독’을 ‘단독’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된다. 이를 두고 코코 샤넬은 이렇게 말했다. “책은 나의 가장 좋은 친구였어요. p107

무용의 쓰임이란 '언뜻 아무런 쓸모가 없어 보이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될 때가 있다'는 사상이다. 한마디로 매사를 반대 측면에서 보라는 가르침이다. 고독에 관해 말한다면, 혼자는 외롭지만 그 덕분에 시간을 원하는 대로 쓸 수 있다는 식이 아닐까 싶다.

노장사상은 '인간도 자연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이념이다. 이 시각에서 본다면, 사소한 일로 고민하고 주저하는 것이 어리석다고 느껴진다. 인간을 장대한 우주 속의 작디작은 존재라고 생각하면 어떤 고민도 괜찮다고 여겨지는 것이다. p146~147


고독감을 해소해 주는 벗으로 음악만 한 것도 없다. 책을 읽는 데는 시간이 들지만, 음악은 그렇지 않으니 참으로 큰 장점이 아닐 수 없다. 그러니 고독감이 들 땐 일단 음악을 틀고 그 공간에 몸을 맡겨보자. 일을 하면서 음악을 들어도 괜찮다. 멜로디를 배경 삼은 상황만으로도 외로운 마음에 위로가 된다. 리듬에 몸을 맡기다 보면, 멜로디가 마음속으로 들어온다. 리듬과 멜로디가 하나가 되어 나를 위로하는 셈이다. p150~151

글을 쓰는 일에는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자신의 마음을 글로 써 내려가는 작업이 그리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서 더 재미있다. 내 생각을 쓰는 동안에는 그야말로 단독자로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시간을 통째로 자기 생각을 쓰는 데 사용하는 것이니 이보다 더 호화로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 쓰는 행위를 하면 집중해서 생각할 수 있고 그럼 복잡했던 머릿속이 정리된다. 더불어 그 과정에서 충실감을 느끼게 된다. 게다가 쓰기는 생각을 말로 바꾸어 ‘밖으로 표출하는’ 행위이다. 말의 실을 엮으며 마음속에 엉켜있던 기분이 확 풀리는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p157

'혼자있는 시간의 힘'으로 잘 알려진 사이토 다카시의 신작

고독에 몰두하며

정상에 우뚝선 사람들

'단독자'를 읽고 있다.


예상하지 못한 팬데믹을 지나

어느날 갑자기,

아이들이 내 곁을 떠나 각자의 보금자리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혼자 남은 난,

빈둥지 증후군과 함께 찾아온 고독감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지금도 그때와 상황이 다르지 않고 원했던 일이 아니었지만 근간에 심한 공황을 겪으며

어쩔수 없이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책을 읽다보니 그래도 내가 이 힘든 시간을 견디어 낼 수 있었던 건

늘 만나던 사람들 대신 나와 함께한 책과 음악 덕분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있는 시간동안

학창시절이후 읽지 않던 철학책들을 꾸역꾸역(?) 읽어 냈고

임영웅이 아니더라도 내게 영웅이자 위로를 주었던 팬텀싱어 다시 보기...

무엇보다 혼자여도 괜찮았고,

'왜 내게만?'이 아니라 '내게도' 나쁜 상황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있으며

그러하기에 '하루하루를 후회없이 즐겁게 살아보자'는 다짐과 함께

어느만큼의 마음의 맷집(?)이 생긴 듯 하다.

그 다짐을 이렇게 블로그에 남기면 글을 쓰는 순간까지

저자가 이야기했던 것처럼 내 생각을 쓰는 동안 머릿속이 정리되었던 것 같다.

지난 주말,

걱정했던 9시간의 출석수업에 참석했다.

이미 삼삼오오 짝을 지어 스터디를 하고 있는 학우들을보며

잠시 고민했지만 지금은 내 페이스데로 혼자 공부하는게 맞다는 결론이다.

이제 한고비 넘겼으니 기말시험까지 무사히 잘 마무리해 보자.

<사이토 다카시의 고독을 삶의 무기로 만드는 법>

  • 고독을 단독으로 바꿔 부르다

  • 인간관계는 담백하게 유지하자

  • 에고 서핑은 하지 말자

  • 나 자신에게 '좋아요'를 눌러주자

  • 역사 속 고독한 선인과 나의 연결고리를 찾아보자

  • 일기를 쓰면서 자존감을 회복하자

  • 나를 위한 시나 힐링 송 목록을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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