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자
사이토 다카시 지음, 황미숙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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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라는 단어에는 어쩐지 부정적이 느낌이 있다. 우리는 주변에 아는 사람이 없으면 불안하고, 혼자 있으면 친구도 없는 이상한 사람으로 보일까 봐 신경이 쓰인다. 그래서 타인과의 관계 맺기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다. 수많은 자기계발서와 미디어에서도 연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성공하려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조언을 구하고, 영감을 받아야 한다고 말이다. 과연 ‘넓은 인간관계=성공의 지름길’이란 방정식이 맞는 것일까?

혼자 있는 시간의 힘을 설파하며 수천만 독자를 사로잡은 일본 메이지대학 교수 사이토 다카시는 이 방정식은 틀렸다고 단언한다. 그는 혼자 있는 시간을 발판 삼아 정상에 우뚝 선 사람들을 ‘단독자’로 명명하면서, ‘고독’이야말로 최고의 성장 동력이라고 주장한다. 그의 최신간 《단독자》에는 이른 나이에 대학교수로 임용된 저자를 비롯해 탁월한 성과를 낸 수많은 단독자들이 무리에서 숨는 대신 홀로 고독을 자처하며 그 시간을 어떻게 활용했는지 소개된다.

또한 탁월한 단독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인간관계를 담백하게 유지하는 처세술부터 에고 서핑과 멀어지는 법, 자존감을 회복하는 쓰기의 기술,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는 행동법, 독서를 통한 마인드 셋까지, 한 번의 시도로 두 발짝 나아가는 최적의 기법들을 담았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이 책에서는 고독이라는 말 대신 ‘단독’이라는 표현을 써보았다. 혼자서 행동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자세로, 주위를 의식하며 고독하게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로 고독 속을 걷고 단독자로서 살아가는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마음가짐이다. 이때 무엇보다도 선인들의 지혜가 도움이 된다. 그야말로 ‘고독의 교양’이라 불러도 될 것이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고독 속을 걸으며 외로움, 괴로움, 슬픔을 뛰어넘은 선인들의 지혜를 접하면 ‘나만 이렇게 힘든 것은 아니네’ 하는 위로와 함께 용기가 샘솟는다. p6

그렇다면 고독이라는 말을 '혼자 있음으로써 충족함'이라는 의미를 강조하는 다른말로 바꿔보는 건 어떨까? 영어로도 론리니스는 외로운 느낌이지만, 솔리튜드로 바꾸어 말하면 '혼자서도 잘 서 있는, 자립적'이라는 느낌을 준다. 고독도 '단독'으로 바꾸어 말한다면 솔리튜드의 의미가 짙어지지 않을까? 가령 혼자 있을 때 "고독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가 아니라 "단독으로 oo하고 있다"라고 말한다면 자의호 '혼자'를 선택해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는 것처럼 느껴진다. 단독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p27

자기긍정감이 낮은 사람은 모든 일을 자신의 기질이나 능력 탓으로 돌리기 쉽다. “내가 좀 부정적인 성격이라서”, “능력이 없어서”라는 말로 자기긍정감을 높일 기회로부터 도망쳐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내 마음에 자기긍정 회로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어른이 갖출 예의’이다. 필요 이상으로 자신을 비하하거나 빈약한 자신감으로 주위에 이해를 구하는 행동을 매너 위반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이렇게 마음먹는다면 진정으로 자기긍정감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수 있을 것이다.p82


저자가 혼자만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며 알찬 작품으로 열매를 맺으면, 이 작품을 읽는 사람은 그 열매의 숙성된 맛을 즐기며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이러한 연쇄작용 속에서 책을 읽는 사람은 고독감을 느끼지 않는다. 마음은 늘 저자와 함께하기 때문이다. 즉, 혼자 있는 시간이 외롭더라도 책을 읽는다면 그 고독감을 해소할 수 있다. 이것은 책이라는 단독자의 숙성물 덕분으로 내 안에 있는 ‘고독’을 ‘단독’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된다. 이를 두고 코코 샤넬은 이렇게 말했다. “책은 나의 가장 좋은 친구였어요. p107

무용의 쓰임이란 '언뜻 아무런 쓸모가 없어 보이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될 때가 있다'는 사상이다. 한마디로 매사를 반대 측면에서 보라는 가르침이다. 고독에 관해 말한다면, 혼자는 외롭지만 그 덕분에 시간을 원하는 대로 쓸 수 있다는 식이 아닐까 싶다.

노장사상은 '인간도 자연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이념이다. 이 시각에서 본다면, 사소한 일로 고민하고 주저하는 것이 어리석다고 느껴진다. 인간을 장대한 우주 속의 작디작은 존재라고 생각하면 어떤 고민도 괜찮다고 여겨지는 것이다. p146~147


고독감을 해소해 주는 벗으로 음악만 한 것도 없다. 책을 읽는 데는 시간이 들지만, 음악은 그렇지 않으니 참으로 큰 장점이 아닐 수 없다. 그러니 고독감이 들 땐 일단 음악을 틀고 그 공간에 몸을 맡겨보자. 일을 하면서 음악을 들어도 괜찮다. 멜로디를 배경 삼은 상황만으로도 외로운 마음에 위로가 된다. 리듬에 몸을 맡기다 보면, 멜로디가 마음속으로 들어온다. 리듬과 멜로디가 하나가 되어 나를 위로하는 셈이다. p150~151

글을 쓰는 일에는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자신의 마음을 글로 써 내려가는 작업이 그리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서 더 재미있다. 내 생각을 쓰는 동안에는 그야말로 단독자로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시간을 통째로 자기 생각을 쓰는 데 사용하는 것이니 이보다 더 호화로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 쓰는 행위를 하면 집중해서 생각할 수 있고 그럼 복잡했던 머릿속이 정리된다. 더불어 그 과정에서 충실감을 느끼게 된다. 게다가 쓰기는 생각을 말로 바꾸어 ‘밖으로 표출하는’ 행위이다. 말의 실을 엮으며 마음속에 엉켜있던 기분이 확 풀리는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p157

'혼자있는 시간의 힘'으로 잘 알려진 사이토 다카시의 신작

고독에 몰두하며

정상에 우뚝선 사람들

'단독자'를 읽고 있다.


예상하지 못한 팬데믹을 지나

어느날 갑자기,

아이들이 내 곁을 떠나 각자의 보금자리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혼자 남은 난,

빈둥지 증후군과 함께 찾아온 고독감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지금도 그때와 상황이 다르지 않고 원했던 일이 아니었지만 근간에 심한 공황을 겪으며

어쩔수 없이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책을 읽다보니 그래도 내가 이 힘든 시간을 견디어 낼 수 있었던 건

늘 만나던 사람들 대신 나와 함께한 책과 음악 덕분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있는 시간동안

학창시절이후 읽지 않던 철학책들을 꾸역꾸역(?) 읽어 냈고

임영웅이 아니더라도 내게 영웅이자 위로를 주었던 팬텀싱어 다시 보기...

무엇보다 혼자여도 괜찮았고,

'왜 내게만?'이 아니라 '내게도' 나쁜 상황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있으며

그러하기에 '하루하루를 후회없이 즐겁게 살아보자'는 다짐과 함께

어느만큼의 마음의 맷집(?)이 생긴 듯 하다.

그 다짐을 이렇게 블로그에 남기면 글을 쓰는 순간까지

저자가 이야기했던 것처럼 내 생각을 쓰는 동안 머릿속이 정리되었던 것 같다.

지난 주말,

걱정했던 9시간의 출석수업에 참석했다.

이미 삼삼오오 짝을 지어 스터디를 하고 있는 학우들을보며

잠시 고민했지만 지금은 내 페이스데로 혼자 공부하는게 맞다는 결론이다.

이제 한고비 넘겼으니 기말시험까지 무사히 잘 마무리해 보자.

<사이토 다카시의 고독을 삶의 무기로 만드는 법>

  • 고독을 단독으로 바꿔 부르다

  • 인간관계는 담백하게 유지하자

  • 에고 서핑은 하지 말자

  • 나 자신에게 '좋아요'를 눌러주자

  • 역사 속 고독한 선인과 나의 연결고리를 찾아보자

  • 일기를 쓰면서 자존감을 회복하자

  • 나를 위한 시나 힐링 송 목록을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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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 인생수업 - 한 번뿐인 삶 이렇게 살아라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김지민 엮음 / 하이스트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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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 아인슈타인, 톨스토이 등 세계 거장들의 인생을 변화시킨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모든 지혜를 이 책에 담아냈다! 단언컨대 인생을 바꿔줄 단 한권의 책이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우리가 진정으로 사람다운 삶을 살기 위해서, 나 자신과 타인으로부터 혐오받지 않는 당당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유해야 한다. 사유를 통해 사람은 사람다워지고 사유를 삶의 본질로 삼아야만 사람은 끝까지 사람으로 있을 수 있다.

생각하라. 삶을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행복한 일이다. p21

실제로 삶을 사는 것과 동시에 지적인 삶을 살면 고통스럽지 않고 활기차면서도 열정적으로 살 수 있게 된다. 그러려면 의지에 봉사할 정도만의 기본적인 지성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보다 많은 지성이 필요하다. 지성이 남아돌아야만 한다. 그래야만 순수하게 지적인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넘치는 지성의 양에 따라, 그리고 지성의 수준에 따라 무언가를 수집하는 데에서부터 시작해 글을 쓰는 것, 문학이나 철학 같은 것에 빠져들어 공부하는 일 등, 자신의 수준에 맞는 지적인 활동을 찾아서 수행할 수 있게 된다. p31



크게 실패해도 크게 슬퍼하지 마라. 크게 성공해도 크게 기뻐하지 마라. 나이가 더 많이 들면 알겠지만, 인생에는 사실 크게 휘둘릴 만큼 가치가 넘치지 않는다. 오히려 그를 화려하게 여길수록 위험해진다. 세상은 하나의 거대한 무대다. 눈에 보이는 건 겉모습뿐, 연극이 끝나면 화려한 무대는 철거되고 텅 빈 창고만 남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연극을 필요 이상으로 즐긴 사람은 그 후의 적막까지도 감당하게 되리라. p57

이제부터 우리는 지금도 무심히 지나쳐버리고 있는 일상의 모든 가혹한 현재를 소중하게 여기고 지금부터 과거의 그 절정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사실을 마음에 새기며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즉 현재가 바로 불멸의 빛으로 에워싸인 채 기억으로 보존되어, 언젠가 특히 나쁜 시간을 보내고 있을때 이 기억의 커튼을 들어 올려 진심으로 갈망하는 그리움의 대상이 될 수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p106~107

책을 읽음으로써 세계의 현상을 이해하고 역사의 흐름을 파악한다. 책은 자연의 법칙을 이해하고 인간의 본성을 탐구할 수 있는 창문이 되어준다. 책을 통해 얻은 지식이 우리의 사고를 발전시키고 나를 조금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다. 독서의 또 다른 참 의미는 책에서 접하는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나 자신의 가치관을 들여다보게 된다는 점에 있다. p152


응원과 도움은 다르다.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할 수 있다고 말해주는 것은 응원이지 도움이 아니다. 도움은 그 사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직접적인 해답을 제공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추종과 아첨은 우정이 아니다. 누군가가 나를 맹목적으로 추종하고 듣기 좋은 말만 한다는 것은 나와의 우정이 깊기 때문이 아니라 마음속에 다른 뜻을 품었을 가능성이 있다. 진정한 친구는 내가 잘 못됐을 때 따끔한 충고를 건넨다. 교만해졌을 땐 그에 맞는 질책을 아끼지 않는다. 이것만큼 막대한 자산은 없다. p166~167

출석수업 과제를 위해 읽은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생각하는가 아니면 생각당하는가'에 대한 나의 경험과 생각을 적는 과제였는데

생각함에 무능력하다면, 누구든 아이히만처럼 끔찍한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책내용이

과히 충격적이었다.

다시 읽는 '쇼펜하우어 인생수업'에서도

"우리가 진정으로 사람다운 삶을 살기 위해서,

나 자신과 타인으로부터 혐오받지 않는 당당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유해야 한다. "고 충고한다.

인생은 휘둘릴만큼 가치가 넘치지 않기에

크게 실패해도 슬퍼하지말고

크게 성공해도 기뻐하지말라고도...

자아, 일, 물질 마지막으로 관계에 대해

우리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할찌 알려주는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이야기들은

흔들렸던 나를 다시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주는 듯 하다.

매 순간을 소중하게 여기며

오늘도 나의 최선을 다해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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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다만 사랑의 습관 창비시선 500
안희연.황인찬 엮음 / 창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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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첫 발간부터 지금까지 한국문학의 최첨단에서 평단의 주목과 대중의 호응을 동시에 받아온 창비시선이 500번을 맞아 기념시선집 『이건 다만 사랑의 습관』을 출간했다. 엮은이로는 돋보이는 감수성으로 요즘 독자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동시에 시에 관해서라면 눈 밝기로 정평이 난 안희연, 황인찬 두 시인이 나섰다.

401번부터 499번까지 각 시집에서 한편씩을 선정했으며, 두권을 출간한 시인의 경우 한편만을 골라 총 90편의 시가 한권으로 묶였다. 이번 시선집은 “지난 8년여 동안 전개된 창비시선의 흐름을 한 방향으로 정리하고 요약하기보다는 시인 각자의 개성을 드러내 보이는 데 역점을”(「엮은이의 말」) 두었다.

창비시선은 국내 여느 시선 시리즈보다 신구 세대가 조화롭고 시의 경향도 다채롭다. 시선집의 처음과 끝을 장식한 1948년생 김용택 시인(『울고 들어온 너에게』, 창비시선 401)과 2000년생 한재범 시인(『웃긴 게 뭔지 아세요』, 창비시선 499)만 해도 연령뿐 아니라 시어를 다루는 양상과 시를 전개하는 방식이 무척 상이한데, 400번대 창비시선은 순수/참여 같은 고루한 이분법에 갇히지 않으려는 고투가 넓혀온 시적 영토 덕분에 총천연색 스펙트럼으로 찬란하다.

이로 인해 『이건 다만 사랑의 습관』은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개성 넘치는 빼어난 작품을 만끽할 수 있다. 특히 이 시선집의 진가는 처음부터 끝까지 차분히 읽어나갈 때 드러난다. 출간 순서를 최대한 따른 구성과 세심하고도 치열한 선별 과정 덕분에 이 한권만으로도 독자들은 급변하는 현재 한국시의 지형도를 가늠해볼 수 있으며, 이 시대의 감수성이 우리 시와 어떤 방식으로 조응하고 호흡하는지를 확인해볼 수 있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도종환

나머지 날

고립에서 조금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

이층집을 짓고 살았으면 좋겠네

봄이면 조팝꽃 제비꽃 자목련이 피고

겨울에는 뒷산에 눈이 내리는 곳이면 어디든 좋겠네

고니가 떠다니는 호수는 바라지 않지만

여울에 지붕 그림자가 비치는 곳이면 좋겠네

파도처럼 밀려오는 소음의 물결에서 벗어나

적막이 들판처럼 펼쳐진 돗에서 살았으면 좋겠네

자작나무들과 이야기하고

민들레꽃과도 말이 통하면 좋겠네

다람쥐 고라니처럼 말을 많이 하지 않고도

평화롭게 하루를 살았으면 좋겠네

낮에는 씨감자를 심거나 남새밭을 일구고

남은 시간에 코스모스 구근을 심겠네

고요에서 한계단 낮은 곳으로 내려가

단풍 드는 잎들을 가까이 볼 수 있는 곳에서 살았으면 좋겠네

나무들이 바람에 한쪽으로 쏠리지 않는 곳에서

한쪽으로 쏠리지 않는 이들과 어울려 지내면 좋겠네

울타리 밑에서 구절초 피는 곳이면 어디든 좋겠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굽은 길이면 좋겠네

추녀 밑에서 울리는 먼 풍경 소리 들으며

천천히 걸어갈 갈수 있으면 좋겠네

짐을 조금 내려놓고 살았으면 좋겠네

밤에는 등불 옆에서 시를 쓰고

그대가 그 등불 옆에 있으면 좋겠네

하현달이 그믐달이 되어도 어디로 갔는지 묻지 않듯

내가 어디로 가게 될지 묻지 않으며

내 인생의 가을과 겨울이 나를 천천히 지나가는 동안

벽나로의 연기가 굴뚝으로 사라지는 밤하늘과

나뭇가지 사이네 뜬 별을 오래 바라보겠네 p10~11


장석남

여행의 메모

이 여행은 순전히

나의 발자국을 보려는 것

걷는 길에 따라 달라지는

그 깊이

끌림의 길이

흐릿한 경계선에서 발생하는

어떤 멜로디

나의 걸음이 더 낮아지기 전에

걸어서, 들려오는 소리를

올올이 들어보려는 것

모래와 진흙, 아스팔트, 자갈과 바위

낙엽의 길

거기에서의 어느 하모니

나의 걸음이 다 사그라지기 전에

또렷이 보아야만 하는 공부

저물녘의 긴 그림자 같은 경전

오래전 있어 왔던 끝었는 소멸을

보려는 것

이번의 간단한

나의 여행은. p30~31

오랜만에 시집을 한 권 구입했다.

창비시선 500 기념시선집

'이건 다만 사랑의 습관'

김용택님의 '오래한 시간'을 시작으로

한재범님의 '다회용'까지

시인들의 주옥같은 시들이 심금을 울린다.

아무 다짐없이 더 이상 나쁘지 않을 봄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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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받기보다 차라리 두려운 존재가 되라 -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인생철학 《군주론》
이남훈 지음 / 더스퀘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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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론》은 지금껏 회자되던 고전 중에서 가장 이색적이고 독특한 주장을 펼치는 책임에 틀림없다. 세상은 기울어져 있고, 인간의 본성은 결코 선하지 않다는 불편한 진실을 주저하지 않고 드러낸다. 요샛말로 ‘팩트 폭력’이라고 할 만하다.

마키아벨리가 이렇게 논쟁적인 책을 쓴 것은 인간들의 어리석음을 드러내기 위한 목적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는 더없이 인간을 사랑했고, 그들이 고양되기를 원했으며, 더욱 자유롭고 평화롭게 살기를 원했다. 그렇기 때문에 제발 좀 지금 발밑의 현실을 똑똑히 들여다보자고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위험하지 않은 것은 결코 위대하지 않다.”는 《군주론》의 구절처럼, 마키아벨리가 펼쳐 보인 인간 사회의 모습이 다소간 불편하더라도 우리는 그 안에 숨어 있는 위대한 진실을 외면할 순 없을 것이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핵심은 전후좌우 따지지 않는 '지금 이 순간'이다. 현재에 몰입하는 순간, 미래가 사라지고 예측성도 없어진다. 이 말은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겁이 사라지고 창조성까지 몽글몽글 피어난다는 이야기다. 거기에 융통성까지 발휘되어 더 능동적인 사람이 된가도 하니, 문제 해결 능력까지 강화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것 - 겁의 상실(대담성) - 창의성의 발현 - 문제 해결 능력 강화'라는 맥락이 완성된다.

보통 우리는 미래를 철저하게 대비하고,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걱정을 사라지게 함으로써 지금 이 순간을 즐길 수 있는 여유를 마련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정반대이다.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해야 걱정이 사라지고 미래를 대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p32~33

사물과 현생에 덧씌워져 있는 일방적인 규정과 이분법의 껍질을 벗겨내면 그 안에서 살아 숨 쉬는 풍부한 현실이 꿈틀거리는 것을 볼 수 있다. 세상의 모든 부정적인 것은 긍정적으로 변할 수 있으며, 모든 긍정적인 것 안에서 부정적인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물론 사람도 마찬가지다. 나쁘지만 좋은 사람과 좋지만 나쁜 사람이 뒤섞여 있다는 이야기다. 앞에서도 말했듯, 비록 생각의 에너지가 좀 더 소모될 수는 있겠지만, 그 정도로 체력이 쇠잔해질 정도는 아니다. 보이지 않는다고 무시하지 않고 결국 찾아내는 힘, 이분법에서 벗어나 더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는 노력으로 인해 내 인생은 또 하나의 무기를 가지게 되는 셈이다. p45

자기 자신을 특별히 아끼거나 사랑해 본 적 없고, 자신이 마땅히 사랑받을 존재라고 생각해 본 적 없는 사람이라면 더 더욱 어렵다. 나를 사랑하는 일은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매우 낯설고 어렵기만 하다.

하지만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은 인과 관계를 따지거나 득실을 계산하지 말고 그냥 무조건 해야하는 행위이다.

.... 마찬가지로 내 안의 균열과 빈틈을 채우고 인간적 전지전능 상태로 다시 나아가기 위해서는 '무작정' 자신을 사랑해야만 한다. 아무런 이유도 찾지 말고, 결과도 예측하지 않아야 성공할 수 있다. 타인의 관점으로 나를 판단하는 그 지옥에서

탈출하는 길에서 다른 비상구는 존재할 수 없다. p131

내가 부정적으로 길들여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면, 언제라도 다시 마키아벨리를 상기해보자. 그러면 다시금 에너지가 넘치는 삶, 그러면서도 조금은 자유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이 책의 제목처럼 '사랑받기보다 차라리 두려운 존재가 되어' 거칠고 자유롭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미움을 감당하지 말고, 사랑도 바라지 마라. 당신에 대한 두려움이 만들어내는 존경이야말로, 냉혹한 세상과 운명에 맞설 수 있는 무기가 되어 줄 것이다. p234~235

어떻게든 마음을 다잡고 무너져가는 내 자신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위해

그동안 한구절이라도 마음판에 새기자라는 다짐으로 꾸역꾸역 읽어냈던

니체와 쇼펜하우어에 이어 이번엔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인생철학 군주론에서 배운다!

라는 부제의 '사랑받기보다 차라리 두려운 존재가 되라'를 읽고 있다.

한때,

'현재 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뜻의 라틴어인 카르페디엠이라는

단어가 회자되고 유행하던 시기가 있었다.

나또한 카톡 프로필로 사용하기도 했고

이웃이나 친구들의 프로필로도 자주 만났던 것 같다.

매일이 불안하고 걱정인 내게

이 책에서도 어김없이 '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것'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해야 걱정이 사라지고 미래를 대비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은 인과 관계를 따지거나 득실을 계산하지 말고

그냥 무조건 해야하는 행위라고도...

잊을만하면 이곳저곳 병원에서 예약문자가 오고

비상약없이는 외출하기가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죽을 것 같던 불안에서 벗어나

마음의 무게가 요만큼은 가벼워졌음을 느낀다.


고통이 닥쳤을 때 이것 하나만 기억하자!

'그것은 바로 이 힘든 상황이 계속되거나 영원하진 않을 것'이라고...

누구나 과거에 받았던 상처나 고통이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가볍게 느껴지는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당장은 죽을 것처럼 힘들지만, 어느덧 마음의 무게가 조금씩 가벼워진다.

예를 들어 처음에는 '엄청난 고통과 재앙이 나에게 닥쳤다'라는 생각에 매우 힘들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나쁜 경험'으로 인식이 변화되고,

더 나아가 자신의 고통을 한걸음 떨어져 바라 볼 수 있는 여유와 멘탈을 회복하게 된다.

그런데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단지 시간이 흐르기만 기다린다고해서 무작정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고통에 무방비하게 가만히 있는 것은 견디는 것이 아니라 고통을 더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심리적인 괴로움이 계속되는 상태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우울과 좌절이 더욱 깊어져서 정신적으로 피폐해질 수 있다.

일단 고통이 닥쳤을 때 우리가 해야 할 첫 번째 긴급조치가 있다.

그것은 바로 이 힘든 상황이 계속되거나 영원하진 않을 것이라고 자신을 설득하고 희망을 주는 일이다. p5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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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이 따로 있나, 내 삶이 꽃인 것을 - 인생 후반을 따스하게 감싸줄 햇볕 같은 문장들 65
오평선 지음 / 포레스트북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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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 즉시 폭발적인 입소문을 통해 56주 연속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이 있다. 바로 오평선 작가의 에세이 《그대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다》이다. 나이 듦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농익은 지혜가 가득 담긴 이 책은 인생 후반기에 접어든 이들에게 진한 위로를 전하며 ‘중년들의 인생 에세이’로 자리매김하였다. 이후 후속작을 기다리는 독자들의 열띤 성원에 힘입어 2년 만에 출간된 신작 《꽃길이 따로 있나, 내 삶이 꽃인 것을》은 우리에게 더 깊어진 이야기를 전한다.

나이의 무게가 가장 무겁게 느껴지는 인생의 중턱. 때론 내가 인생을 잘못 산 것일까 후회가 밀려오고, 앞을 바라보면 나아갈 날의 끝이 어디쯤인지 몰라 까마득한 시기다. 이 나이쯤이면 단단해질 줄 알았는데, 여전히 삶은 불안하고 공허하고 흔들린다. 그 어느 때보다 진심 어린 응원이 필요한 시기를 넘어가는 이들에게, 이 책은 어깨를 짓누르는 삶의 무게를 털어줄 위로와 응원 그리고 행복한 인생 2막을 열어줄 지혜를 65개의 글로 전한다. 또한, 시간이 흐를수록 더 사랑받는 40여 점의 명화와 쇼펜하우어, 니체, 소크라테스 등 인생 선배들의 격언까지 글 중간중간에 수록되어 메시지와 감동을 풍성하게 더한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인간은 누구나 세상에서 유일한 존재다.

이 세상에 나는 오직 나뿐이다.

잃어버린 삶을 찾지 않으면

바짝 야윈 낙엽처럼

가벼운 바람에도 힘없이 떨어질지 모른다.

기억하라.

남에게 보여줄 필요도

남과 비교할 필요도 없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자신만의 삶이 시작된다는 것을. p40~41

사람은 추위때문에 죽는것이 아니라

희망을 잃어 버릴때 죽는다.

우리삶에도 삼한 사온이 있을 것이다.

지금 같은 한파가 영원히 지속되리라는 법은 없다.

한파 뒤에 따뜻한 햇살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삶을 단단하게 만들고 나면

비로소 기나긴 봄날이 우리를 맞이하고 있을 것이다. p71

늘 따뜻하고 기쁜일만 있다면

마음은 더 자라지도, 채워지지도, 깊어지지도 못할 것이다.

찬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얼어붙고 말 것이다.

뜻밖의 선물을 줬다가

뜻밖의 비극을 주는 날이 있다면

세상이 원망스럽기도 하겠지만

일교차가 심한 날이려니.

인생이 깊어지는 시기려니 생각해보자. p104~105

오늘이 있듯 내일이 있을꺼라는 생각은

조금만 깊이 사색해보면 상당히 막연한 생각이다.

오늘이 인생이 마지막이 될 가능성은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있다.

그러니 매일이 인생의 마지막인것처럼

매일이 인생의 첫날인것처럼 살아라. p116

왜사는지?!....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청소년기 이후 졸업한 니체와 쇼펜하우어를 다시 읽다가

생각이 너무 많아져 과부하가 걸린 듯 하다. ㅠ.ㅠ

잠시 어려운 철학책들을 뒤로하고

제목에 이끌려 구입한 책

'꽃길이 따로 있나, 내 삶이 꽃인 것을'




40여편의 아름다운 명화들과

내 연배의 작가가 들려주는 편안한 글이

잔뜩 긴장된 몸과 마음을 이완시킨다.

조금은 여유를 부려보기로 한다.

아름다운 봄에 몸을 맡겨보자...

당신은 이 세상에 잠시 방문한 것뿐이다.

그렇기에 너무 서두르지 말고,

너무 걱정하지도 말아라.

그 대신 가는 동안 길에 핀

꽃 향기를 맡는 여유를 가져라.

윌터 하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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