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정형의 삶 (양장) - 김민철 파리 산문집
김민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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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째 한결같은 마음으로 사랑하고 있는 작가의 최애 도시 파리에 두 달간 머물면서 쓴 이야기다. 작가는 20년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가장 먼저 비행기를 타고 로망의 종착지인 파리로 갔다. 그곳에서 지금까지 여행과는 다른 속도와 궤적으로 더 촘촘하게 일상을 보내다 돌아왔고, 자기 방식대로의 행복에 조금 더 가까워진 삶을 되찾았다.

특별한 바람과 빛, 소리가 있고 감촉이 있던 풍경, 그곳에만 존재했던 것들이 입체적이고 선명하게 작가의 렌즈를 통해 전달되어 여행의 설렘을 가득 느낄 수 있는 책이다. 또한 퇴사 후, ‘자연인’이 된 작가가 파리에서 만난 수많은 ‘무정형의 삶’에 대한 사색도 담았다. 자기 앞에 놓인 새로운 생의 시간에 대해 스스로 묻고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 펼쳐진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사람들은 그곳을 ‘파리’라 불렀지만, 그 두 글자에 꾹꾹 눌러 담을 수 없는 이야기가 내겐 많았다. 일상의 때를 살살 벗겨내자, 시간의 먼지를 슬쩍 털어내자, 파리라는 꿈은 여전히 젊게 펄떡이고 있었다. 덕분에 두 달 동안 파리에서 한 권의 책으로도 압축될 리 없는 시간을 보내고 돌아왔다. 그토록 간단할 리 없다. 나의 여행 가방 안에는 두 달 동안의 짐뿐만이 아니라 수십 년의 시간이 함께 담겼으니까. p4~5


그런 거다. 관계는 주고 받는거다. 나는 내가 하는 게 편하고, 함께 있는 누군가가 신경을 안 쓰는게 좋고, 그리하여 결국 내가 해버려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다. 좋고 싫음도 지나치게 분명하기에 나는 내가 좋은 걸 해야만 하고, 싫은 표정을 숨길 줄 모른다. 그 와중에 수시로 멈춰 사진을 찍고, 뭔가를 끄적이고, 자꾸 자기 세상으로 빠져버린ㄷ나. 내가 생각해도 나는 데리고 다니기에 상당히 까다로운 인간이다. 친구는 나를 다 받아주고 거리를 유지해주고 또 혼자 있을 시간까지 준다. 덕분에 상대에게 나를 적당히 맞추면서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무리가 없다는 것까지 알고 있다. 그래서 이 관계는 평생 가까이에서 제자리걸음이다. 변치않고 계속 제자리걸음을 했더니 관계는 깊고 깊고 깊어졌다. P96

스타벅스에서 친구가 말한 건 바로 이런 순간이었다. 뭔가 또 대단한 것을 찾아 나서려는 나에게, 친구는 이 순간을 더 찬찬히 들여다보고 싶다고 말하고 있었다. 자신을 고객으로 여기지 않길 주문하고 있었다. 너도 여행을 온건고, 나도 여행을 온거도, 우리 둘의 여행이 이곳에서 겹친 것뿐이니 너무 조급해하지 마. 나는 그냥 아침을 좀더 느긋하게 바라보고 싶어. 그것만으로 충분해. 친구의 이 말은 김민철여행사에 곧 바로 전달되었다. 어려울 게 하나도 없는 고객의 주문이다. 아니, 오히려 나는 한 번도 제대로 보지 못한 순간을 친구와 함께 여행할 기회였다. P141

강바람에 커다란 나무가 느릿느릿 흔들리는 걸 보며, 지나가는 유람선 위로 사람들의 흥분이 쏟아지는 것을 보았다. 노을이 진 자리에 조명이 켜지는 걸 보았다. 정말 아름닫운 시간이라는 걸 내 눈으로 다 보았다. 마음은 텅 비어가는데, 그 자리로 웃음이 자꾸 비집고 들어왔다. 웃음은 내가 이 아름다움에 화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이토록 아름다운 곳에서, 다음다운 것들에 하루 종일 취해 있다가, 아름다움을 내 손으로 그릴 수도 있다니. 내가 나를 위해 마련한 미래가 이토록 아름답다니. 이 시간을 나중에 나는 어떻게 그리게 될까. P222~223

그 밤 그곳엔 다양한 모양의 다양한 삶들이 모였다. 그들이 사는 이야기를 들으며, 그들의 고민을 들으며, 그들의 다음 목적지를 들으며, 나는 앞으로의 내 삶이 어디로 펼쳐질지 궁금해졌다. 회사안에서 좁게, 아주 좁게 시선을 유지하고 싶을 땐 그 삶만이 가능한 줄 알았다. 내게 주어진 선택지 중 최선의 선택지를 뽑은거라 믿고 열심히 살아야만 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다른 모양의 삶들이 있었다. 그것도 무수히 많이 있었다. 짐작조차 하지 못한 뾰족함을 품고 좁은 길을 온몸으로 밀며 나아가는 삶도 있고, 두려움을 마주하고 자신의 세계를 지키는 삶도 있다. 누군가가 만들어준 안전한 울타리가 없어도, 스스로 하고 싶은 일들을 울타리로 세우며 살아가는 삶도 있다. 이런 용기를, 저런 대범함을, 이상한 긍정을 파리에서 만났다. p271


결국 돈이 아니라 시간을 소유하고 싶었던 것이다. 안정적인 돈 대신 넘치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었던 것이다. 24시간을 오롯이 내 마음대로 살며, 내가 어떤 모양으로 빚어지는지 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게 너무 궁금해서 결국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고정된 삶을 지키는 대신 무정형의 시간을 모험하고 싶다. 그렇다면 너무 모든걸 정하지 않고 살아도 되지 않을까. P313

그러니 내가 말한 그 어떤 것도 믿지 말고, 당신은 당신의 파리를 찾았으면 좋겠다. 당신의 모양에 꼭 맞는 파리를 완성했으면 좋겠다. 물론 '파리'의 자리에 어떤 다른 도시가 들어가도 좋다. 당신을 꿈꾸게 만드는 곳, 당신을 빛나게 만드는 곳, 그러니까 당신 영혼의 고향을 당신도 꼭 하나 찾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p333

파리 올림픽 개막을 기다리던 어느 늦은 밤

'모든 요일의 기록'을 읽고 좋아하게 된 김민철 작가의 신작

파리에서의 두 달을 머무르며 기록한

'무정형의 삶'을 구입했다.


언젠가 다시 가고픈 그곳 파리...

에펠탑

루브르박물관

베르사이유궁전

몽마르트언덕

상제리제 거리

한 밤의 유람선...

스치듯 지나온 거리 풍경을 추억하며

가보지못한 지베르니와 몽쉘미셀 그리고 세익스피어 앤드 컴퍼니

마지막으로 사고 싶은 거 진짜 많을 문구점을 그려본다.

하루도 바쁘지 않은 날이 없었던 저자가

파리의 골목을 산책하며 좋아하는 치즈와 빵을 사는 이야기에

또 오랜친구와 유일한 입사동기와 함께한 시간들이

부러움으로 다가온다.


왜 나도 파리였는지 모르겠다.

할수만 있다면 한달살기를 하며 미술관을 가고 또 가고(?)

바게트를 사고 야외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책방과 문구점을 기웃거리는 상상을 수없이 했던 것 같다.

셀렌디온이 부르는 '사랑의 찬가'에도 왠지 울컥한 기분이 들었는데

아마도 여고시절 불어시간에 선생님이 들려주신 '장미빛 인생'과

'미라보 다리아래 세느강은 흐르고' 등의 노래가

나를 그곳으로 이끌었는지도 모르겠다.

나중에....

과연 나중에 난 그곳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

얼마나 다행인가.

나에겐 아직 수많은 '나중에'가 있다.

없다면, 내가 만들 것이다.

생각은 나중에 하자.

우선은 살아보자.

정 아니라면 나중에 돌아오면 된다.

나중에 내가 방법을 찾을 것이다.

어떻게든 된다.

걱정을 훌훌 털어서 길바닥에 버리고, 내 가방만 미련 없이 택시에 넣었다.

가자, 또 다른 나의 파리로 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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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하는 미술관 - 그림 속 잠들어 있던 역사를 깨우다
김선지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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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권력의 표상으로만 여겨져 온 루이 14세는 사실 그의 콤플렉스를 가리기 위해 패션에 힘을 썼고 그 결과, 프랑스를 하이패션의 메카로 만들었다. 마리 앙투아네트를 괴롭히던 정치 포르노는 결국 프랑스 혁명으로 이어진 매개가 되었다. 빅토리아 시대에 등장한 먹지 않고도 사는 ‘금식 소녀들’의 기원은 남성보다 더욱 혹독하고 가혹한 고행을 해야 성자가 될 수 있었던 중세 시대의 굶어 죽은 수녀들에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7세기에도 먹스타그램이 있었고 이를 그림으로 주문 제작해 명화로 재현하기도 했다.

‘비정상’으로 여겨지던 반 고흐는 정신 병원에 갇혀 새벽녘 창문에서 바라보는 풍경을 그리며 꿈과 불안, 희망과 고통을 「별이 빛나는 밤」에 담아냈다. ‘하얀 금’이라고 불리던 설탕이 그림 속엔 어떤 형태로 남아 존재하는지, 인류 멸망의 날이 미켈란젤로의 작품에 어떻게 묘사되었는지 그리고 그는 왜 「최후의 심판」에 자신의 얼굴을 그려 넣었는지, 디즈니가 인디언 공주의 신화를 어떻게 환상적인 거짓말로 재포장했는지 등도 모두 역사의 기록으로 남은 명화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이 책은 미술 작품에 잠들어 있던, 혹은 흘려보냈던 역사를 여섯 가지 키워드로 풀어서 살펴보는 그림 역사책이다. 과거를 살던 화가들이 자신들의 시대를 살아 숨 쉬듯 생생하게 그림에 담아낸 역사 즉, 어제의 기록을 읽는다.

근대 이전 역사의 구심점이었던 유명한 왕과 왕비, 의식주와 함께 삶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성과 사랑이 어떻게 그림 속에서 기억되고 있는지 보여준다. 또한 그림 속에 남은 음식의 역사, 그림 속에 기록된 신앙과 종교, 힘과 권력의 역사가 어떻게 그림에 각인되었는지, 그리고 근대 사회의 모습이 담긴 그림을 통해 인간은 어떤 생각과 가치를 지니고 어떤 모습으로 살아왔는지를 미술 작품에서 읽어낸다. 그동안 미처 못 보고 있던 시대와 장면이 명화를 보는 순간 또렷하게 눈에 들어올 것이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지나간 역사와 사회를 어떻게 보고 해석하느냐에 따라 우리 삶의 모습도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그림이 제작된 당시엔 어떤 의미를 담고 있었을까? 시대는 변하고, 사람들의 생각과 가치관도 바뀐다. 따라서 그림도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 우리 시대에 어떤 시각으로 그것을 볼 수 있을까? 교과서가 가르쳐준 진부한 관점이 아니라 자유롭고 개방적인 눈으로 과거 인물들의 행적과 역사적 사건을 바라본다면 그동안 보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짜릿한 경험을 하게 된다. P10

장 레옹 제롬은 플루타르코스의 이야기에 따라 카이사르와 클레오파트라의 낭만적인 첫 만남을 묘사한다. 그림 속 클레오파트라는 막 카펫에서 나와 유혹적인 자세로 카이사르 앞에 서 있다. 화려하고 정교한 이집트식 목걸이 아래 드러난 가슴, 허리띠 아래 투명한 베일 같은 치마 사이로 엿보이는 다리가 육감적이다. 옆에는 이국적인 분위기를 위한 소품으로 그려진 노예가 여왕의 뒤에서 두려운 듯 웅크리고 있다.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카이사르는 당황한 듯 두 손을 허공에 휘저으며 클레오파트라를 올려본다. 화가는 고대의 사건을 상상하면서 젊고 매혹적인 이집트 여왕의 모습을 전형적인 오리엔탈리즘의 시각으로 그려냈다. P95

이런 사진들이 엄청난 개인적 독창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회화, 문학 그리고 무엇보다도 올도이니가 열렬한 팬이었던 연극과 오페라 장면에 영향을 받아 카메라 앞에서 따라 한 것이다. 그녀는 작은 손거울이나 전신용 거울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있는 는사진 초상화를 여럿 만들었다. 이 포즈는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유명한 로커비 비너스와 관련이 있을수도 있다. 그림 속에서 비단 침구에 날씬한 몸을 쭉 뻗은 채 돌아누워 있는 비너스 여신은 자신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도록 큐피드에게 거울을 들고 있게 한다. 거울은 비너스와 자기도취에 빠진 올도이니를 긴밀하게 연결시키는 매개체다. P145

커피는 소박한 일상의 기호품 이상이었다. 사람들은 커피하우스에 모여 커피를 마시며 철학과 정치를 논하고 문화와 예술을 발전시켰다. 커피하우스는 현대 민주주의의 산실이기도 했다. 1500년경 메카에 카흐베하네가 생긴다. 카흐베하네는 튀르키예어로 커피를 뜻하는 단어인 '카흐베'와 페르시아어로 집을 뜻하는 '하네'의 합성어로, 커피하우스를 뜻한다. 술을 금지 하는 이슬람 사회에서 커피를 마시며 남자들끼리 교류하는 장소로 발전했으며 여자는 출입이 금지되었다. P171

「정신병원의 복도」는 원근법적으로 펼쳐지는 생 폴드 모솔의 복도를 묘사한다. 밝고 따뜻한 노랑과 오렌지 계열로 채색된 복도의 중경에 작은 인물이 문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고흐가 1889년 5월부터 사망하기 직전인 1890년 5월까지 1년간 머물렀던 병동을 그린 것 중 가장 인상적인 그림이다. 반복적인 진동을 일으키며 급격하게 물러나는 원근법은 무언가 조여드는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예술가들이 종종 사회가 질병 혹은 비정상이라고 부르는 것에 가까이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창의력은 비합리적인 정신의 항해에서 나오기도 하기 때문이다. P328

모네는 터너와 대기 오염이 만든 풍경에 대한 관심을 공유했다. 그들은 도시의 흐린 날씨와 안개에 싸인 강 풍경에 흠뻑 빠졌다. 모네는 무엇보다도 안개가 계절에 따라 혹은 하루동안 시시각각 런던을 변화시키는 모습에 매혹되었다. 그는 비오는 날, 안개로 뒤덮인 날, 밝고 화창한 날 등 변화무쌍한 날씨의 대기 효과를 섬세하게 표현하는 그림들을 그렸다. 첫번째 런던 방문 당시 그린 그림들은 모네와 안개와 대기 상태를 묘사하는데 중점을 두고 작업했음을 보여준다. P359


클로드 모네, 웨스터민스터 브리지 아래 템스강, 1871, 런던 내셔널 갤러리

미술관에 잠들어 있던 역사를 깨우는

아주 사적인 명화이야기

'사유하는 미술관'을 읽고 있다.

1. 역사의 구심점이었던 유명한 왕과 왕비

2. 의식주와 함께 삶의 핵심 요소인 성과 사랑

3. 그림 속에 차려진 음식의 역사

4. 명화에 기록된 신앙의 시대

5. 은밀히 감춰졌던 힘과 권력의 역사

6. 그림 속에 각인된 근대 사회의 모습

이 책은 위와 같이 여섯가지 키워드로 나뉘어져 있는데

'술탄의 심장을 훔친 하렘의 노예 록셀라나'를 시작으로

러시아 혁명의 시작 '피의 일요일'까지 평소 접하진 못했던

다양한 작품들과 함께 역사를 배울 수 있어 더 의미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카미유 피사로, 커피를 마시는 농부 소녀, 1881, 시카고미술관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는 야생트 리고의 '루이 14세'에 대한 기록도 흥미롭게 다가왔는데

63세의 나이에도 호화로운 예복아래 들어난 늘씬한 다리가 눈에 먼저 들어와

탄력잃은 내 종아리를 슬쩍 쳐다보게 된다. ^^;

젊은 시절 발레로 다져진 다리라고 하니 조금 늦은 듯 하지만

이제라도 발레에 도전해 보고 싶어지기도 하고

커피 좋아하는 아줌마로 카미유 피사로의 '커피를 마시는 농부 소녀'와 폴 세잔의 '커피포트를 가진 여인'도 풍성한 식탁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왔다.


디에고 벨라스케스, 로커비 비너스, 1947~1651, 런던 내셔널 갤러리


8월 8일 검사결과와 확인과 함께 복원 수술을 고민하고 있기도 하고,

요즘 이웃 도도모님 덕분에 부쩍 관심이 많아진 비너스 작품들 때문인지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로커비 비너스'도 폴더에 찜해 놓았다.

내가 괜찮으면 다 괜찮은거라고... ㅠ.ㅠ

철없는 생각인지도 모르겠지만 수술하는 대신 그 비용으로 미술관 투어를 꿈꾼다.

내셔널 갤러리에서 이 작품을 마주하면 눈물이 나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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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고백 - 김영민 단문집
김영민 지음 / 김영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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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겁기도 가볍기도 한 삶에서 완전한 희망에도 절망에도 치우치지 않고 절묘한 통찰을 끌어내는 우리 시대의 문장가, 서울대 김영민 교수의 아포리즘집. 2007년부터 2024년까지 무려 17년간 써내려간 문장을 선별해 엮은 단문 365편이 담겼다. 인생의 불전완함을 응시하는 예리하지만 따뜻한 사유, 세계의 진부함을 파헤치며 이면을 들추는 김영민식 위트의 정수를 만날 수 있다. 군더더기 없이 날렵한 문장은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독자의 심장에 가닿는다. 몇 문장에 인간사와 세상사를 담기란 가히 어려운데 그것을 능히 성취한 책이다.

《가벼운 고백》은 김영민 교수가 최초로 선보이는 단문집으로, 총 3부 〈마음이 머문 곳〉 〈머리가 머문 곳〉 〈감각이 머문 곳〉으로 나뉘어 주제별로 다채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발문〉에서 그는 자신의 아포리즘 일부를 ‘드립’으로 표현하는데, “삶은 종종 부조리와 경이를 간직한 모호한 현상이므로, 때로는 구름을 술잔에 담듯 삶을 담아야” 하며, “드립은 바로 언어로 된 그 술잔”이라고 정의한다. 이런 드립을 통해서만 표현되는 생의 진실을 음미하며, 다사다난한 일에 마음의 여유를 잃지 않고 살아가자고 독자를 격려한다.

책 표지는 30여 년간 무라카미 하루키와 작업한 안자이 미즈마루의 작품 〈풋사과〉를 입혀 시각적 촉각적 청량감을 더했다. 풋사과처럼 시큼하면서 달달한 우리네 인생 조각을 품은 《가벼운 고백》을 찬찬히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인터넷 알라딘 제공>


'나라는 허상에 집착해서 쉴 새 없이 자신을 찾아대지만, 자신이 누구인지 아무도 확언할 수 없다. 마침내 찾을때까지는 자신이 무엇을 찾고 있는지 모르는 게 인생이 아니던가. 무엇을 위해 고단함을 견뎌야 하는지, 불확실하기 짝이 없는 이 인생의 전모를 논리적 언어로 정의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삶은 종종 부조리와 경이를 간직한 모호한 현상이므로, 때로는 구름을 술잔에 담듯 삶을 담아야 한다. 드립은 바로 언어로 된 술잔이다. p12

취약함은 인간을 인간이게끔 하는 인간의 특징이다. 인간성을 발견한다는 것은 곧 인간의 취약함을 발견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취약하므로, 인간에게는 울어도 될 곳이 필요하다. 그곳을 성소(聖所)라고 부른다. p21

애타게 바라는 것은 대개 오지 않기에, 삶은 기다림의 연속이다. 관건은 무엇을 기다리느냐는 것이다. 무엇을 기다리느냐에 따라 기다리는 동안 하는 일이 달라지고, 기다리는 동안 하는 일이 무엇이냐에 따라 그 사람 인생이 달라진다. 가장 한심한 것은 남을 흠잡고 싶어서 남이 잘못하기를 기다리며 사는 인생이다. 차라리 고도를 기다르는게 낫다. p29

사람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결혼으로 한꺼번에 번식공동체, 대화공동체, 육아공동체, 일상공동체, 농담공동체, 생존공동체 그리고 스파링 파트너를 만들고자 한다. 그 많은 것이 한 방에 다 성공할 리 있겠는가.

Q:결혼이란 무엇인가.

A: 봉사할 기회를 얻는 것이다. p46


글을 읽다 보면 마음을 가리키는 다양한 비유를 만난다. 마음은 때로 무엇을 비추는 거울이며, 갈아야 할 밭이기도 하고, 흐르는 물이기도 하다. 오늘, 마음의 비유를 묻는다면, “매립지”라고 대답하겠다. 시간이 지나면, 묻은 많은 것이 썩으리라.

형체도 없으리라. 그래도 빛을 발하고 있다면, 당신에게 돌려주겠다. p100

책을 읽고 영화를 보는 건 삶을 더 잘 누리기 위해서다. 허겁지겁 살 때 누리지 못한 삶의 질감을 느끼기 위해서다. 삶의 깊은 쾌락은 삶의 질감을 음이하는데서 온다. 그러니 공부가 어찌 쾌락이 아닐 수 있겠는가. p107

초심(初心)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종종 초심을 말해야 할 때가 있다. 깊은 성찰 없이 건국한 나라도 건국 정신을 말해야 할 때가 있듯. 제발 초심이 있었다고 이야기해주게. 다만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을 뿐이라고. p133

어젯밤 자기전, 생일을 자축하는 차원에서 <원더풀 라이프>(1999)를 보았다. 천국으로 가기 전 잠시 거주하는 림보에서 사람들은 자신들이 가장 행복했던 때의 기억을 떠올려야만 한다. 그런데 상당수의 사람이 그러한 기억을 찾는데 애를 먹거나, 찾았을 경우도 그들이 평생 추구했던 과업과는 거리가 먼 사소한 어떤 것들이었다. 그리고 그 행복감은 무엇보다 '순간'에 깃드는 것이었다. 영화에 따르면, 그 사소한 순간에 맞닿는 찰나에야 비로소 영원으로 떠날 수 있다. p205


〈라이프 오브 파이〉(2012)는 신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어떻게 그 오랜 표류 기간을 견뎌 살아남았는가 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뗏목에 호랑이와 함께 탔기 때문이다. 호랑이 때문에 긴장을 늦출 수 없었고, 그 긴장이 그를 강하게 만들었고, 그 강함이 그로 하여금 대양을 건너게 했다. 현재 당신이 표류 중이라면, 당신의 호랑이는 누구인가. p211

진정한 여행은 여행 전의 기대와 여행 후의 기억에 있듯 진정한 삶은 살기 전의 꿈과 살고 난 후의 기억에 있다. 그래서 마르셀 프루스트는 쓴 것이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걸작을. p219

무더위와 싸우면 불면의 밤을 보내던 어느날,

자다말고 다시 집어든 휴대폰 속 인터넷서점에 눈길을 끄는 싱그러운 풋사과 배경의

그만큼 또 제목도 산뜻한(?) '가벼운 고백'이 눈에 들어 왔다.

게다가 흠모하며 읽었던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의 저자 김영민교수의

첫 단문집이라니 얼른 데려오는걸로...


먼저 이 책을 읽은 친구가 보내온 카톡메세지만으로도

기대가 더 커졌는데

발문 '성찰적 드립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를 시작으로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저자가 17년간 길어올린 아포리즘을 담은

인생이야기가 결코 가볍지 않게 다가와 나또한 머리를 세게 한 대 맞은 느낌이다.

결혼은 봉사할 기회를 얻는 것이다라던가,

오늘, 마음의 비유를 묻는다면 '매립지'라고 대답하겠다던가

짧은 글 속에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오늘은 걱정 많았던 초음파검사를 마쳤다.

긴장때문인지 한동안 괜찮던 공황이 찾아와서

어지럼증과 함께 식은땀을 흘렸지만

친절한 선생님 덕분에 무사히 검사를 마쳤고

걱정과는 달리 수술부위도 반대쪽 통증부위도

아무 이상없음을 듣고 감사했고

수술후,

처음으로 한시간 가량 영양수액이라는걸 맞고 집으로 돌아왔다.

결재는 김씨의 카드로 하고...

(그돈이 그돈이지만 오늘은 왠지 그렇게 하고 싶었던...)

수액 자체에 큰 기대는 없으나 '플라시보'효과로

남은 더위 잘 이겨낼 수 있기를 믿어본기로 했다.

저녁에 온다는 꼬맹이 기다리며

힘내서 열심히 청소하고

꼬맹이 좋아하는 된장찌개와 쌈채소를 준비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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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풀의 구원 - 부서진 땅에서도 왕성하게 자라난 희망에 관하여
빅토리아 베넷 지음, 김명남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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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시인 빅토리아 베넷(Victoria Bennet)의 아름다운 들풀 에세이 『들풀의 구원(All My Wild Mothers)』이 한국의 독자들을 찾아왔다. 야생 정원을 가꾸면서 피할 수 없는 인생의 상실과 고통을 자연의 생명력으로 바꿔나갔던 10년의 회고를 선연하게 그려낸 에세이다.

저자는 언니의 죽음과 아들의 지병 등 자신이 지나온 삶의 조각들을 치유의 힘을 지닌 90개의 들풀과 연결 지으면서 한 권의 압화집처럼 펼쳐낸다. 회복력을 상징하는 데이지, 역경에 맞설 힘을 주는 서양민들레, 외로움을 물리치는 붉은장구채, 희망을 안겨주는 보리지… 아름다운 들풀로 무성한 야생 정원에 서서 시인은 말한다. “때로 우리는 부서짐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부서진 덕분에 살아갈 수도 있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상실로부터 건진 한 줌의 에너지마저도 끊임없는 빚의 압박에 소진된다. 세상은 우리에게 구제책으로 ‘긴축 생활을 하라’고 권하지만, 그것은 도움이 가장 절실한 사람에게서 안전망을 거둬버리는, 냉혹하고 잔인한 말이다. 정치인들이 국가의 허리띠를 졸라매자고 떠드는 동안 남편은 어떻게 해야 좋은 아버지가 되고 가족을 부양할 수 있을지 걱정한다. 우리를 먹여 살리지 못할까 봐 겁낸다. ‘진짜 직업’을 가져야겠다고 말한다. 나는 그에게 예술가도 진짜 직업이라고, 우리가 하는 일도 중요하다고, 늘 그랬듯이 우리는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고 말해준다. 하지만 우리의 문화는 우리 일을 가치 있게 여기지 않고, 우리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진다. p24

지금 내 아들의 창밖에도 나무가 자란다. 재생의 상징인 자작나무다. 아이도 나처럼 제 나무의 계절이 흐르는 모습을 지켜볼테고, 나무의 모든 변화를 제 기억으로 간직할 것이다. 나무는 아이의 삶 가운데 몇 해를 목격할까? 몇번의 추위를 견딜까? 나는 아이가 묘목을 끌어 안고 입맞추면서 '안녕'하고 다정하게 반기는 모습을 본다. 아이를 비바람으로부터 보호하고 그 부드러운 심장을 지켜주고픈 마음이야 가엾지만, 아이는 벌써 다섯살이고 제 삶의 겨울을 겪어봤다. 아이가 기상변화를 아예 모르도록 계속 막아낼 방법은 없다. 하지만 나무처럼 모든 시간과 계절이 우리 삶에 나이테를 새긴다는 사실을 아이에게 보여줄 수는 있다. 그 시간을 살아남으려면 우리가 조금 단단해질 필요가 있단다. 하지만 지켜보렴. 그러면 봄이 늘 돌아온다는 사실도 알게 될 테니까. P57


애도하는 사람을 품는 일은 어렵다. 우리는 보드랍지 않다. 나긋하지도, 온화하게 여리지도 않다. 우리는 황홀해하지 않는다. 나는 아기를 안을때는 스스로 온전해진다고 느끼지만 남편이 나를 만지면 그만 움츠러든다. 애도하는 몸은 마치 타인의 육신을 빌려서 나는 듯해서 내게도 낯설다. 도처에 날카로운 모서리가 도사리고 나를 움켜쥐려는 손이 있는 듯 느껴지고, 세상이 험하고 거친듯 보인다. "당신 정말 왜 그래?" 남편이 묻는다. 나는 이 말을 나에 대한 공격으로 듣고, 그래서 더 움츠러든다. P99

불평하는 사람도 있고, 여기서 나타날 뭔가의 가능성을 봐주는 사람도 있을 테다. 모든 것이 모여서 때를 기다리며 형태를 갖춰간다. 나의 나날은 다시 단순해진다. 나는 머물기에 더 나은 곳을 찾는 일을 그만둔다. 바탕에 깔린 애도의 소음 위로, 돌과 흙의 침묵이 나를 달랜다. 우리의 하루하루는 이런 일과로 채워지고, 이 속에서 우리는 자란다. 온몸이 욱신거리고 손이 갈라져도 우리는 계속 해나간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밤에 잠이 든다. P103

삶과 죽음. 이 작은 시계는 우리에게 째깍째깍 가는 시간을 일깨우지만, 한편으로는 빛을 안겨준다. 비가 내려서 씨앗들에 물을 준다. 우리는 집으로 들어가서 담요의 성안에서 논다. 밤이 오고 달이 뜬다. 우리는 하늘을 가리키면서 먼 별에 소원을 빈 뒤 잠자리에 든다. 우리의 하루하루는 이렇게 흘러간다. 우리는 가끔 울고, 가끔 작별한다. P122~123


어쩌면 사실 사람들이 덜 걸은 길이란 없고, 그저 우리가 무엇을 선택하는 작고 덧없는 순간만 있는게 아닐까? 모든 선택은 우리 인생에 영향을 미치지만, 누구도 처음에는 그 방식을 알 수 없다. 결과가 기대와 다르게 나올 때, 그제야 우리는 탓할 대상을 찾는다. '현재는 이렇다'고 말하지 않고, '만약 이랬다면'하고 울부짖는다. P185

우리는 구근 하나마다 희망을 하나씩 심는다. 꽃을 피우는 구근이 하나 있다면 썩어버리는 구근도 하나 있다는 것, 싹을 틔우는 씨앗이 하나 있다면 엘더나무에서 기다리는 새들이 먹어버리는 씨앗도 하나 있다는 것을 나는 안다. 그렇다면 그냥 심는 것 그리고 그것이 자라리라고 믿는 것만으로 충분한 게 아닐까? 나는 미래를 두려워하면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제 그 마음을 내려놓는다. 우리가 살아가는 나날은 한 단위의 기쁨과 한 단위의 슬픔으로 이뤄진다. 우리가 도달해야 할 행복의 봉우리란 없고, 성취해야 할 완벽한 삶도 없다. 그저 우리가 살아가는 이 어지럽고 끔찍하고 아름다운 삶뿐이며, 나는 이 삶에 감사한다. 아들이 팔을 뻗어서 내 손을 잡는다. "괜찮을 거야, 엄마." 아들이 말한다. 나는 아이가 옳다는 것을 안다. 우리 위에서 마도요가 울고, 삼월의 구름이 언덕 가까이 모인다. 나는 여기에 서 있다. 내 모든 야생의 어머니가 곁에 있으니, 나는 혼자가 아니다. P417

만약 어머니 식물에게 위협이 닥치면, 식물은 미래에 자식 식물이 살아남는 데 도움이 될 기억을 씨앗 속에 남겨둔다. 나중에 시간이 흘러서 외부환경이 변한다면, 자기 식물은 어떤 기억을 계속 간직하고 어떤 기억을 잊을지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이제 자신의 삶으로 뻗어나가는 아들에게, 나는 아이가 살아남는 데 도움이 될 무엇을 줄 수 있을까? 내가 줄 수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어둠에 지지 않고 희망을 지켜내는 씨앗이다. 그리고 우리가 한때 돌과 쓰레기와 모든 망가진 것으로부터 정원을 길러냈으며, 게다가 그 정원이 번성했다는 기억이다. 나는 기다리고 있는 흙 위에 씨앗을 뿌린다. 그리고 정원이 내게 가르쳐준 것을 기억한다. 달리 아무것도 확실한 것이 없을 때는 앞으로 자라날 작은 것들에게 돌아가라는 교훈이다. P423~424


집을 나설땐 장대비가 내리더니 지금은 언제 비가 왔냐는듯

습기를 머금은 더위가 온몸을 감싼다.

오늘은 벼르던 혈액검사와 3D영상촬영이 있는 날...

담주부터 김씨의 휴가가 시작되기 때문에 예정보다 일찍 병원을 찾았는데

늘 그랬듯 것처럼 피검사는 혈관을 못찾아 고생을 했고

꾹꾹 눌러 찍는 영상촬영은 너무 아프다.... ㅠ.ㅠ

이틀후엔 초음파검사가 기다리고 있지만 그래도 숙제(?) 하나를 끝냈다는

만족감을 안고 별다방에 앉아

부서진 땅에서도 왕성하게 자라난 희만에 관하여 쓴 '들풀의 구원'을 읽는다.

빅토리아 버넷.

"때로 삶은 부서진 덕분에 자란다는 것을 들풀은 가르쳐주었다"

'들풀의 구원'은 가난과 상실이 덮친 자신의 폐허를 아름다운 야생정원으로 일궈낸

영국 시인의 이야기로 책을 읽기 전 책서두에 실린

짧은 분량의 작가 소개에도 벌써 울컥 감정이 요동친다.

어느날 새벽의 카누를 타던 언니의 익사사고...

그후 태어난 아들이 세살도 안되어 제1형 당뇨를 진단받아

평생 인슐린을 투여 받으며 살아야 하는 고단한 삶이

누군가는 잡초라 부르는 풀들이 주는 재생과 희망으로

절망과 슬픔을 이겨낸 10년간의 기록이 담겨있었다.

내가 망가져 버렸다고 더 이상 회복 불가하다고 좌절하고 있을 때

나 또한 누군가에게 간절하게 듣고 싶었던 한마디가 있었다.

망가지지 않았다는 말.

그리고 괜찮을꺼라는 말...

그런 내게 김씨의 "당신, 왜그래?" 한마디는 너무나 상처였는데

저자 또한 비슷한 상황을 겪으며 기록한 한 문장에 참고 있던 눈물이 소리없이 흘러 내린다.

그때 나도 그랬던 것 같다.

그 말을 공격으로 듣고 움츠러들고 마음을 닫고 입을 닫은채

더 깊은 나만의 동굴로 숨어 버렸었지... ㅠ.ㅠ

잠 못드는 밤.

우연히 마주한 제주 청재설헌의 꽃과 나무사진에도 위로를 받고 했는데

데이지, 쐐기풀 등 아는 들풀은 많지 않았어도

그 들풀들과 함께 상실을 견디고 희망을 이야기하는 저자의 글은

충분히 공감되고 위로가 되었음을...

집에 가는 길,

오랜만에 꽃집에 들려봐야겠다.


"자신에게 사랑하는 점을 하나 말해볼래요?"

뭐라고 답할 수 있을까?

오늘은 내가 정한 '자신을 칭찬하는 날'이다. 나는 나다. 완벽하지 않지만 이것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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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학력 - AI 시대 우리에게 필요한 단 하나의 힘
고요엘 지음 / 에이엠스토리(amStory)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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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의 등장 이후 전 세계는 충격에 빠진 동시에 이에 발맞춘 빠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다소 우리에게 생소했던 인공지능이 이미지나 음악 창작을 넘어 창작을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분야에까지 진출해 인간의 역할을 대체하며 인간의 삶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는 인공지능의 시대가 도래한 지금, 우리는 이 기술에 대체되지 않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독학력》은 새로운 정보와 기술들이 하루가 다르게 쏟아지고 있는 AI 시대에 우리가 생존을 위해 갖춰야 할 능력은 무엇인지, 미래의 불확실한 조건과 환경에서 힘을 기를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제시한다. 인공지능 시대에 직업 환경의 변화가 두렵게만 느껴진다면 이 책을 통해 생존할 수 있는 단 하나의 힘, 바로 ‘독학력’을 기를 수 있는 첫걸음을 내딛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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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마음이 무거워지는 이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공부는 분명 누군가에게 삶을 바꾼 희망이기도 하겠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분명 스트레스로 여겨지는 여인이다. 하지만 뭐든 시작하려면 공부를 해야 한다. 공부없이 얻어지는 것은 별로 없는 세상이다. 공부를 하지 않는다는 것의 반대는 '행운'에만 의지 한다는 것이다. p16


예전에 비해 충분히 충족된 삶을 살고 있는 우리는 왜 여전히 공허함을 느끼는 것일까? 만약 지금 시점에서 기술 개발과 대량 생산을 멈추고 더 이상 과학과 기술의 미래에 기대지 않으면서 있는 것만 가지고 유지와 보수를 하면서 살아도 행복의 측면에서는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과거에 비해 모든 것을 다 가지고도 행복할 수 없는 것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굴레 중 하나인 욕망의 진화와 재창조 때문이 아닐까. 어쩌면 인간 존재의 크기가 욕망으로 채울 수 있는 크기보다 크기에 인간은 끊임없이 욕망을 갈망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p50

오히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선택과 집중이 아니라 선택과 결합이다. 하나는 선택하기 위해 다른 하나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둘 다 선택하고 결합해 더 큰 포괄적 목표를 만들어내어 기존에 각 목표가 가지고 있던 세부 목표들도 동시에 달성해나가는 것이다. 또한 선택과 결합을 하면 애매하게 자원을 분배하는 일도 최소화된다. 퇴근후에 역사 공부도 하고 싶고, 영어 공부도 하고 싶은면 역사를 영어로 공부하면 된다. 이 '결합'으로 인해 초반에 속도감은 좀 느릴지 모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새로운 재미도 생기고 실제적인 성과도 나타날 수 있다. 이처럼 오랜기간 당연하게 생각했던 논리도 결코 당연하지 않다는 근본적 문제의식은 우리의 공부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 수 있다. p93~94


공부를 하는 것은 씨앗을 뿌리는 일이다. 그 땅은 자신의 미래일 수도 있고, 현재일 수도 있다. 오늘 씨앗을 뿌려서 오늘 꽃이 피어나면 좋겠지만, 좀처럼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밟아야 하는 성장 과정을 거친 뒤에야 꽃이 피고 결실을 맺는다. 꽃마다 피어나는 시기가 다른 것처럼 우리의 공부도 사람마다 성취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다르다. 그렇기에 우리는 조급하진 않되 현재 나에게 가장 중요한 공부를 꾸준히 해나가야 한다. P113

일상에서 날마다 대단한 일을 해내기 때문에 큰 결과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신이 만들어 놓은 세상은 기본적으로 작고 사소한 것을 일상에서 성실하게 하면 열매가 맺어지는 그런 시스템이다. 빈센트 반 고흐는 "대단한 업적은 충동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작은 일들이 모여 점점 이루어지는 것이다."라고 했다. 현재 일상에서 날마다 대단한 일을 해야 한다는 강박과 고단함에 사로잡혀 있다면 뭔가 큰 착각을 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일상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은 굉장히 사소한 것들이다. 그런데 그것조차도 사실 잘 감당하지 못한다. 그 이유중의 하나 또한 주어진는 사소한 일들보다 더 크고 나은 일을 할 수 있는 존재라는 착각과 그 사소함을 사소함으로만 여기는 교만을 통해 스스로를 과대평가하기 때문이지 싶다. P135~136


자기 삶을 채찍질 하는 데 지쳐있는 사람이라면 '대충'의 미학을 스스로에게 허락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대충하는 공부가 많아져야 상호 연결로 인한 시너지를 극대화 할 수 있다. 연결하는 일을 잘하기 위헤서는 대충 아는 것들이 많아져야 한다. 우리는 물리적 한계 때문에 여러 분야를 깊이 있게 아는 것은 불가능 하다. 대충아는 영역을 늘려서 그 사이를 연결 짓는 것이 훨씬 다양한 호기심을 유발시켜 많은 것을 창조해 낼 수 있다. P145

사실 걱정은 어떤 유익을 가져오는 일을 하지 않는다. 걱정은 비효율적인 것이 아니라 효율성 '제로'에 가깝다. 네덜란드의 시계 기술자였던 코리텐 붐 여사는 "걱정은 내일의 슬픔을 덜어주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힘을 빼앗아 간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은 걱정하는 것이 '일을 하는 것' 이라고 착각한다. 그것이 일종의 '마음 씀'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심지어 그것이 사랑이니 헌신이니 노고니 하는 거창한 단어들도 가져다 붙인다. 걱정하는 사람은 없던 문제를 찾아내고, 관심을 갖는 사람은 문제를 해결한다. 대부분의 고민은 실제 일어난 사실때문이 아니라, 그 사실에 대한 생각때문에 발생한다. P283

우리는 끊임없이 틀을 깨고 반문하며 학습하지 않으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해석하고 싶은 대로만 해석한다. 이 태도를 반복하게 되면 나이가 들수록 바보가 되어 정말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해 진다. 따라서 우리는 끊임없이 틀을 깨고 반문하며 스스로 학습해야 한다. 우리의 내면 안에 특정한 사고체계를 견고하게 하기 위해서는 남의 의견을 듣고 무조건 동조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 어떤 사고체계와도 토론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자신의 생각이 아니다 싶은면 언제든 쿨하게 바꿀 수 있는 오픈 플랫폼과 같은 열린 그릇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독학의 목적이고 지혜가 아닐까 싶다. P419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단 하나의 힘, 독학력!

이젠 공부를 삶의 무기로 만들어야 할때다.'

비오는 수요일,

비 핑계로 집에서 뒹굴거리다 김씨의 전화를 받고

커피도 마실겸 집을 나섰다.

이젠 무뎌질때도 됐는데

김씨의 별 뜻 없는 "잘 놀고 있나?"는 말 한마디에

오래전 그때도 지금도 발끈 승질(?)이 나곤 한다.

가슴 저 깊은 곳에서 '나 안놀거든?'하는 반발에

설득력을 갖추고자 힘들지만 공부를 시작한 것도 맞는 듯 하고... >.<

독학력이라...

그렇게 다시 공부를 시작하며 젊은 학우들에게 뒤지지 않기위해

가장 먼저 챗GPT과정을 수료했다.

다양한 AI관련 교육을 받으며 거짓정보에도 신빙성을 검증하지 못했고

표절로부터 자유롭지 않아 과제를 수행하는데는 크게 도움이 된 것 같진 않지만

그래도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고 공부하는 그 순간은 즐거웠던 것 같다.

독학이라는 단어를 접하니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오래전 일인데 시간강사 특성상 그동안 하던 강의외에 새로운 강의 의뢰를 받으면

거절하기가 쉽지 않다.

20년도 훨씬 전, 그당시 유행하던 ASP강의를 의뢰 받고 한동안 걱정에 빠졌던 것 같다.

서울 같으면 해당 강의를 청강하며 강의의 틀을 잡을 수도 있었겠지만

내가 살고 있던 곳에선 다닐만한 학원도 없고 관련교재조차 구입하기가 어려웠다.

친구의 도움을 받아 책 몇권을 배송받아 프로그래밍 하고 테스트하며

무수히 많은 밤을 세워 독학을 했고 다행히 무사히 네트워크 구축과정을 마칠 수 있었다.

지금이라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ㅠ.ㅠ

저자는 100세 시대를 넘어 120세를 바라보며 인공지능까지 등장한 현재,

우리의 공부는 장기전이라고 이야기 한다.

어느 순간에나 호흡처럼 무의식적으로 해나가야 하는 라이프 스타일이 되어야 한다고도...

유튜브나 지역에서 제공하는 디지털학습관을 통해 쉽게 공부할 기회가 많아진 지금이지만

책읽는 습관도 공부의 하나이며 사람을 통한 공부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제 어리버리 무기력하게 보낸 첫번째 방학을 끝내고 2학기 등록을 앞두고 있다.

조급해 하지 말고 지금 페이스대로 공부하며 고전읽기에 힘을 쏟아 볼까 한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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