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단 한 번의 삶
김영하 지음 / 복복서가 / 2025년 4월
평점 :
김영하가 산문 『단 한 번의 삶』을 출간했다. 60만 명이 넘는 독자의 사랑을 받은 『여행의 이유』 이후 6년 만에 선보이는 산문집으로, 유료 이메일 구독 서비스 '영하의 날씨'에 2024년 연재되었던 글을 대폭 수정하고 다듬어 묶었다. '영하의 날씨'는 초기 구독자의 초대로만 가입이 가능한 서비스로 화제를 모으며 연재 당시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단 한 번의 삶』은 작가의 지난 산문들보다 더 사적이고 한층 내밀하다. 김영하는 '작가 김영하'에서 벗어나, 한 번뿐인 삶을 살아가는 우리 가운데 한 사람으로서 가만히 말을 건넨다. 열네 편의 이야기에 담긴 진솔한 가족사와 직접 경험한 인생의 순간을 아우르는 깊은 사유는 우리를 멈춰 생각하게 한다. 우리는 얼마나 서로를, 그리고 자신을 모르고 살아가는가. 생각은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된다. 내 앞에 놓인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이 책은 독자들에게 쉬운 위로나 뻔한 조언을 건네지 않는다. 대신 담담히 풀어낸 솔직한 경험과 고민을 통해 독자들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단 한 번의 삶』과 함께, 두고 온 시절에서 발견한 자기 삶의 장면들을 기록해보길 권한다.
"원래 나는 '인생 사용법'이라는 호기로운 제목으로 원고를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곧 내가 인생에 대해서 자신 있게 할 말이 별로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은 그저 내게 '단 한 번의 삶'이 주어졌다는 것뿐."
<인터넷 알라딘 제공>
인생은 중간에 보게 된 영화와 비슷한 데가 있다. 처음에는 인물도 낯설고, 상황도 이해할 수 없다. 시간이 지나면 그럭저럭 무슨 일이 일어났고, 일어나고 있는지 조금씩 짐작하게 된다. 갈등이 고조되고 클라이맥스로 치닫지만 저들이 왜 저렇게 행동하는지, 무슨 이유로 저런 일들이 일어나는지 명확히 이해하기 어렵고, 영원히 모를 것 같다는 느낌이 무겁게 남아 있는 채로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간다. 바로 그런 상태로 우리는 닥쳐오는 인생의 무수한 이벤트를 겪어나가야 하고 그리하여 삶은 죽음이 찾아오는 그 순간까지도 어떤 부조리로 남아 있게 된다.p20~21
어렸을 때 나의 꿈은 어떤 직업이 아니었다. 나는 두 가지의 '상태'에 이르고 싶었다. 유능과 교양. 무엇이든 잘해내는사람이 되고 싶었고, 교양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중에서 유능은 정의하기 쉬었다. 그냥 잘하면 된다. 못도 잘 박고, 운전도 잘하고, 컴퓨터도 잘 다루고 그러면 유능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틈이 날 때마다 뭔가를 배웠다. 유능한 사람이 되면 가족에게도 보탬이 될 것이고 사회도 나를 필요로 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물론 유능한 인간이 된다는 것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고, 막상 유능한 인간이 되어도 꼭 좋기만 한 게 아니라는 것은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지만 그때는 그랬다.p129~130
우리가 살지 않은 삶에 관해 이야기하는 이유는 미래에 나쁜 결과와 마주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가 아니다.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이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서다. 의미 있는 삶에 대한 갈망은 그 어떤 전약적 고려보다 우선하고, 살지 않은 삶에 대한 고찰은 그런 의미를 만들어내거나 찾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p188 (앤드루 H. 밀러, 우연한 생중에서)
원래 나는 '인생 사용법'이라는 호기로운 제목으로 원고를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곧 내가 인생에 대해서 자신 있게 할 말이 별로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은 그저 내게 '단 한 번의 삶'이 주어졌다는 것뿐, 그리고 소로의 단언과는 달리, 많은 이들이 이 '단 한 번의 삶'을 무시무시할 정도로 치열하게 살아간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냥 그런 이야기들을 있는 그대로 적기로 했다. 일단 적어놓으면 그 안에서 눈이 밝은 이들은 무엇이든 찾아내리라. 그런 마음으로 써나갔다.
다른 작가의 책을 읽다보면 때로 어떤 예감을 받을 때가 있다. 아, 이건 이 작가가 평생 단 한 번만 쓸 수 있는 글이로구나. 내겐 이 책이 그런 것 같다. 그런 책을 너무 일찍 쓴 것은 아닌가 두렵기도 하지만 이젠 돌이킬 수 없다. 세상으로 내보내고, 나는 또 미래의 운을 기다려야 한다. p197
생일쿠폰이 며칠후면 사라진다기에
말차라떼 한잔을 마셨다.
카페인 수혈(?)이 안되어서인지 아직도 멍~
주위가 갑자기 소란스러워진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커피를 마시러 들어온 손님들로
카페가 들썩인다.
창밖에 봄을 알리던 목련이 피고 지고,
벚꽃이 피었나 보다.
한동안 기운이 없어 산책을 못 나갔는데
오늘은 시민의 강을 지나 호수공원을 한바퀴 돌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소음을 피해 이어폰을 꽂고 다시 책읽기에 집중했다.
재미있게 읽은 '여행의 이유' 이후 새로나온 김영하작가의 인생사용법
'단 한 번의 삶'을 읽고 있다.
이번 책은 나의 삶 뿐 아니라, 엄마, 아빠의 삶도
함께 고찰한다.
병원집 첫째 손녀로 태어나,
유치원을 3년이나 다니고,
7살 이르게 국민학교를 들어갔으나
많이 아파서 1년 휴학...
당당하고 의협심 많은 국민학교,
사춘기 시작으로 방항심 많았던 중학교를 지나,
위암으로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흔들리던 가정경제,
여러번의 이사, 대학 낙방, 재수 등
사회분위기만큼 혼란스러웠던 대학생활도...
시네마천국 토토가 살던 시칠리아의 벽촌이야기를 읽다가는
이번 '알쓸별잡'에 작가가 출연하지 않았음에 새삼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다른 출연진들도 다양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시지만
시칠리아를 떠올리니 나는 왠지 그 자리에 그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했던 것 같다.
4월은 늘 이렇게 불안과 싸우며 원인모를 통증으로
힘들어하며 보냈던 것 같다.
굳이 이유를 찾아보자면 큰아이의 생일이 얼마남지 않았음인데
아이의 생일을 앞두곤 이렇게 관절이 아프고,
바람 빠진 풍선처럼 방전되곤 한다.
"삶을 들여다보면 문득 이상하게 느껴진다.
이토록 소중한 것의 시작부분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시작은 모르는데 어느새 내가 거기 들어가 있었고,
어느새 살아가고 있고, 어느새 끝을 향해 가고 있다."
내 삶은 어떻게 끝을 맺어야 하나?!...
한때는 나도 작가처럼 '유능'과 '교양'을 따라 매번 무엇인가를 배우고
도전하기를 즐겨했던 것 같다. 이제는 하고 있는 공부외에는
무엇인가를 더 하는게 쉽지 않다. 아니 힘이 든다.
비교적 품이 적은 책읽기외엔 거의 모든 취미활동이 스톱된지 오래되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나답게 산다는 것이 왜이리 힘든 것인지...
'내의지와 무관하게 시작된 삶이라는 사건
예측 불가하고 불공형하고 질서 없는 진짜 인생을 사유하다'
_ 단 한 번의 삶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