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도 배웅도 없이 창비시선 516
박준 지음 / 창비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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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문학동네 2012)와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문학과지성사 2018)로 한국시 독자의 외연을 폭넓게 확장하며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여준 박준의 세번째 시집 『마중도 배웅도 없이』가 출간되었다.

시인은 일상의 소박한 순간을 투명한 언어로 포착하는 특유의 서정성으로 신동엽문학상, 박재삼문학상, 편운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등을 잇달아 수상하며 문학성 또한 공고하게 입증해왔다. 7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시집은 그리움과 상실마저 아릿한 아름다움으로 그려내는 미덕을 고스란히 계승하면서도, 한층 깊어진 성찰과 더욱 섬세해진 시어로 전작들을 뛰어넘는 완성도를 보여준다.

특히 살면서 놓쳐버린 것들, 어느새 잊힌 것들의 빈자리를 어루만지는 손길이 시대와 개인 모두와 조응하며 남다른 공감을 선사한다. “슬픔이 지나간 자리에 함께 앉아 조용히 등을 내어주는 시집”(추천사, 이제니)이라는 말처럼, 박준의 위로가 고요히 존재하는 삶들에 불어넣는 숨결이 어느 때보다 따뜻하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지각

나의 슬픔은 나무 밑에 있고

나의 미안은 호숫가에 있고

나의 잘못은 비탈길에 있다

나는 나무 밑에서 미안해하고

나는 호숫가에서 뉘우치며

나는 비탈에서 슬퍼한다

이르게 찾아오는 것은

한결같이 늦은 일이 된다

도화

볕 아래 나와 앉아

바탕을 칠한다

밝은색부터

겹쳐 그리는 너든

어두운 것이라면

먼저 대고 보는 나든

숨 하나만을

그으며 여기까지 왔으니

이제 우리는

점점 뭉툭해지는

서로를 견뎌야 한다

귀로

듣고 싶은 답을

떠올리며 내가 물었다

생각대로 당신은

내가 바라던 답을 들려주었다

하나의 답을 정한 것은 나였고

무수한 답을 아는 것은 당신이었다

원망은 매번

멀리까지 나아갔다가 다시 되돌아온다

야금야금 아껴가며 '폭삭 속았수다'를 보고 있다.

엄마의 촉으로 연탄가스로 의식을 잃은 금명이 응급실에 실려가는

장면을 보며 또 한참 훌쩍였다.

꼬맹이 처음 독립시켰을때 코로나상황이기도 했고

연락이 안되면 밤새 안절부절 잠을 설쳤던 기억...

서로 떨어져 지낸 3년이라는 시간동안

난 사서하는 걱정을 좀 내려놓았고,

꼬맹인 엄마의 걱정을 이제는 조금 이해하는지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면 매일 자기전 연락을 준다.

오늘은 자체적(?)으로 내게 휴가를 주었다.

커피 한 잔을 진하게 내려 집안을 어슬렁 거릴 것이다.

굴러 다니는 머리카락쯤은 로봇청소기에 맡기고

게으름을 필 생각이다.

뭔가를 해야 '보람된 하루'라고 생각했던

강박을 내려놓고

하루쯤은 그래보고 싶었다.

시집을 한 권 데려왔다.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을 먹었다'의 박준 시인이

신간을 내어놓았다.

'마중도 배웅도 없이'

제목부터 심쿵 내 취향이다.

시 잘 모르지만 '폭삭'의 여운과 함께

자꾸 눈물이 찔끔 찔끔 흐른다.

'나의 슬픔은 나무 밑에 있고

나의 미안은 호숫가에 있고

나의 잘못은 비탈길에 있다'

라니... ㅠ.ㅠ

기대했던 여유로운 봄날의 하루는

이런 모습은 아니었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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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스님 나의 음식
정관 지음, 후남 셀만 글, 양혜영 옮김, 베로니크 회거 사진 / 윌북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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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계에서 가장 유명한 사찰요리 명장, 정관스님의 첫 번째 에세이가 출간된다. 한 그릇 음식에 담긴 지혜와 정성스레 정리한 사계절 레시피 58개를 아름다운 사진과 함께 담아냈다. 정관스님은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듯, 무엇을 어떻게 먹어야 더 건강하고 행복해질 수 있는지 이야기를 들려준다. 향기로운 차 한 잔을 마시는 듯한 고요한 기쁨이 책장마다 서려 있다.

정관스님은 열일곱 살에 출가한 이래로 50여 년 동안 몸과 마음을 맑히는 사찰음식을 만들고 알리는 일에 힘써왔다. 넷플릭스 최고의 화제작 〈셰프의 테이블〉 출연은 정관스님과 스님의 음식을 우리나라를 넘어 전 세계에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뉴욕 타임스》는 정관스님을 ‘철학자 셰프’라 소개했고, “세상에서 가장 진귀한 음식을 맛보고 싶다면 스님이 계신 천진암으로 가야한다”며 찬사를 보냈다. 이제는 매해 세계 각지에서 수백 명의 방문객과 미쉐린 스타 셰프들이 스님의 음식을 맛보고, 배우기 위해 천진암을 찾는다.


이 책은 정관스님이 한땀 한땀 집필한 레시피를 최초로 공개한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다. 스님의 시그니처 음식인 ‘표고버섯 조청 조림’부터 여름 토마토장아찌, 가을 우엉 고추장 양념구이, 스님이 자기 음식의 비결로 꼽는 각종 양념장과 청 담그는 방법까지. 자연의 기쁨을 온몸으로 느끼며 각 계절에 가장 영양가가 풍부한 채소를 배우고, 식재료 고유의 맛과 풍미를 살리며 음식에 건강한 에너지를 불어넣는 법을 만날 수 있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스님은 손이 얼마나 소중한지 자주 이야기한다. 손에는 섬세한 힘과 아름다움이 있으며, 우리가 세상과 관계 맺고 살아갈 수 있게 해준다. 손으로 누군가를 아프게 할 수도 있고 생명을 앗을 수도 있지만, 따뜻한 손으로 누군가를 돕고 힘을 보탤 수도 있다. 무엇보다 우리는 손으로 음식을 만든다. 손을 거쳐 우리의 에너지가 자연 재료에 스며 든다. 그리고 이렇게 음식을 만들어 먹을 때 우리는 자연과 동화된다.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스님은 정원에서 키운 오이로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며 이렇게 말했다. "제가 오이가 되고 오이가 저 자신이 되지요." 음식으로 나의 에너지와 자연의 에너지가 만나 하나가 된다. 이것이 바로 손이 지어내는 마법이다. p56


“저는 셰프가 아니라 수행자입니다.” 정관스님은 자주 강조한다. 수행자란 ‘행동과 습관을 바꾸려고 힘쓰는 사람’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언제나 좋은 습관과 긍정적인 마음, 타인을 대하는 올바른 태도를 갖출 수 있다면 좋겠지만 사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하여 수행은 한순간 이루어지는 결과가 아니라 평생에 걸쳐서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과정이다. 우리 모두는 자기 인생의 수행자다. ‘수행자를 위한 음식’이란, 어쩌면 삶에서 스스로 변화시키려 노력하는 모든 이를 위한 음식일 것이다. P64

가장 중요한 것은 음식을 먹을 때 이 재료는 어디서 왔고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생각하고, 그 수고로움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새기는 것입니다. 농사짓는 사람뿐만 아니라, 농사를 지으며 헤치게 되는 모든 생명을(벌레 하나라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부처님 말씀에 한 생명이라도 더 살려서 공생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사찰음식이 아름다운 것은 음식 자체가 지닌 힘도 있지만, 생명을 존중하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p77~78


절에서는 국수 요리를 ‘승소’라고 한다. ‘스님의 미소’라는 뜻이다. “오늘 국수 먹을까요?” 누군가가 이렇게 얘기해 저녁 메뉴가 정해지면 다들 입가에 미소를 띤 채 분주해진다. 커다란 가마솥에 물을 끓이고, 안반과 홍두깨를 꺼내 국수 반죽을 밀고, 누군가는 텃밭에 가서 애호박과 버섯을 따온다. 옹기에서 시원한 열무김치를 꺼내오고, 누군가는 뛰어가서 장작을 더 가져온다. 국수 요리를 잘하시는 노스님이 조금은 뽐내시듯 가마솥 옆에 서서 요리 과정을 총괄하는 동안, 행자가 이렇게 묻는다. “스님, 양념장에 청양고추 썰어 넣을까요?” P105

많은 사람이 내게 레시피를 묻는다. 하지만 사실 나는 레시피 없이 요리한다. 철마다 달라지는 식재료의 종류와 상태에 따라 조리법도 양념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레시피를 하나하나 정리한 것은 꼭 수행자가 아니어도 음식으로 자기 삶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서다. 누구나 자연의 시절 인연에 따라 자연식을 먹고, 자신을 스스로 돌보며 더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p221


비가 오려고 그랬나보다.

지난밤, 다친 무릎이 그렇게 아프더니... ㅠ.ㅠ

레포트 몰아 쓰느라 좀 무리를 하긴 했지만

지난주는 너무 기운이 없어서 홍삼이라도 먹어야 하나 싶었다.

수술후 담당선생님 말씀이 시중에 아무리 좋다는 즙이 있어도

절대 먹지 말라고 당부하셨다.

물론, 홍삼도 포함... >.<

그럼에도 가장 편하게 기운을 낼 수 있는 것이 홍삼이니

집에 남은게 없나 찾아봤는데 그많던 홍삼이 단 한개도 없다.

주위에 선물하고 상비되어 있던 배즙, 도라지즙과 함께 다 정리한 탓이다.


내겐 좀 센듯한 비타민을 일단 찾아 먹고

김씨 옆구리 찔러 질좋은 소고기도 먹고

주말엔 동생내외와 건강밥상을 찾아 잘 먹은 탓인지

오늘은 그 무겁던 눈이 제대로 떠지는 듯 하다.

잘먹고, 잘자기...

건강이 제일이라는 생각이 다시 한 번 드는 순간이었다.

이런 상황속에 음식으로 건강해지자는 일념으로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자주 만났던 정관스님의 책

'정관스님 나의 음식'을 읽고 있다.

종교는 다르지만 비오는 월요일 책을 읽으며

마음이 차분해 짐을 느낀다.

건강에 좋다고 양배추를 생식하며 소화가 안되고

위가 아프기도 했는데 사람에 따라 좋은 채소도

데쳐서 먹어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고

제철음식이라던가 특히 궁금했던 '표고 조청 조림' 레시피를

입수했으니 조만간 만들어 보리라.


오늘은 김씨가 일찍 들어 온다는 전갈이다.

보글보글 애호박 된장찌개를 끓이고

들기름에 두부를 부쳐봐야겠다.

달래장을 만들고 곱창김까지 굽고

동생이 선물해준 순무김치도 있으니

이만하면 건강한 밥상이 되겠지?

"아프지 말고 건강하시기를,

한끼라도 대충 때우지 말고

몸과 마음을 정갈히 돌보며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정관스님은 굳이 레시피데로 만들지 않아도 된다고 하신다.

나만의 철학을 담아 자신을 스스로 도우며 더 행복해지라고 당부하신다.


"즐겁게 드시라,

걱정도 미움도 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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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의 삶
김영하 지음 / 복복서가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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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가 산문 『단 한 번의 삶』을 출간했다. 60만 명이 넘는 독자의 사랑을 받은 『여행의 이유』 이후 6년 만에 선보이는 산문집으로, 유료 이메일 구독 서비스 '영하의 날씨'에 2024년 연재되었던 글을 대폭 수정하고 다듬어 묶었다. '영하의 날씨'는 초기 구독자의 초대로만 가입이 가능한 서비스로 화제를 모으며 연재 당시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단 한 번의 삶』은 작가의 지난 산문들보다 더 사적이고 한층 내밀하다. 김영하는 '작가 김영하'에서 벗어나, 한 번뿐인 삶을 살아가는 우리 가운데 한 사람으로서 가만히 말을 건넨다. 열네 편의 이야기에 담긴 진솔한 가족사와 직접 경험한 인생의 순간을 아우르는 깊은 사유는 우리를 멈춰 생각하게 한다. 우리는 얼마나 서로를, 그리고 자신을 모르고 살아가는가. 생각은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된다. 내 앞에 놓인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이 책은 독자들에게 쉬운 위로나 뻔한 조언을 건네지 않는다. 대신 담담히 풀어낸 솔직한 경험과 고민을 통해 독자들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단 한 번의 삶』과 함께, 두고 온 시절에서 발견한 자기 삶의 장면들을 기록해보길 권한다.

"원래 나는 '인생 사용법'이라는 호기로운 제목으로 원고를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곧 내가 인생에 대해서 자신 있게 할 말이 별로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은 그저 내게 '단 한 번의 삶'이 주어졌다는 것뿐."

<인터넷 알라딘 제공>


인생은 중간에 보게 된 영화와 비슷한 데가 있다. 처음에는 인물도 낯설고, 상황도 이해할 수 없다. 시간이 지나면 그럭저럭 무슨 일이 일어났고, 일어나고 있는지 조금씩 짐작하게 된다. 갈등이 고조되고 클라이맥스로 치닫지만 저들이 왜 저렇게 행동하는지, 무슨 이유로 저런 일들이 일어나는지 명확히 이해하기 어렵고, 영원히 모를 것 같다는 느낌이 무겁게 남아 있는 채로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간다. 바로 그런 상태로 우리는 닥쳐오는 인생의 무수한 이벤트를 겪어나가야 하고 그리하여 삶은 죽음이 찾아오는 그 순간까지도 어떤 부조리로 남아 있게 된다.p20~21

어렸을 때 나의 꿈은 어떤 직업이 아니었다. 나는 두 가지의 '상태'에 이르고 싶었다. 유능과 교양. 무엇이든 잘해내는사람이 되고 싶었고, 교양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중에서 유능은 정의하기 쉬었다. 그냥 잘하면 된다. 못도 잘 박고, 운전도 잘하고, 컴퓨터도 잘 다루고 그러면 유능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틈이 날 때마다 뭔가를 배웠다. 유능한 사람이 되면 가족에게도 보탬이 될 것이고 사회도 나를 필요로 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물론 유능한 인간이 된다는 것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고, 막상 유능한 인간이 되어도 꼭 좋기만 한 게 아니라는 것은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지만 그때는 그랬다.p129~130

우리가 살지 않은 삶에 관해 이야기하는 이유는 미래에 나쁜 결과와 마주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가 아니다.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이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서다. 의미 있는 삶에 대한 갈망은 그 어떤 전약적 고려보다 우선하고, 살지 않은 삶에 대한 고찰은 그런 의미를 만들어내거나 찾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p188 (앤드루 H. 밀러, 우연한 생중에서)


원래 나는 '인생 사용법'이라는 호기로운 제목으로 원고를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곧 내가 인생에 대해서 자신 있게 할 말이 별로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은 그저 내게 '단 한 번의 삶'이 주어졌다는 것뿐, 그리고 소로의 단언과는 달리, 많은 이들이 이 '단 한 번의 삶'을 무시무시할 정도로 치열하게 살아간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냥 그런 이야기들을 있는 그대로 적기로 했다. 일단 적어놓으면 그 안에서 눈이 밝은 이들은 무엇이든 찾아내리라. 그런 마음으로 써나갔다.

다른 작가의 책을 읽다보면 때로 어떤 예감을 받을 때가 있다. 아, 이건 이 작가가 평생 단 한 번만 쓸 수 있는 글이로구나. 내겐 이 책이 그런 것 같다. 그런 책을 너무 일찍 쓴 것은 아닌가 두렵기도 하지만 이젠 돌이킬 수 없다. 세상으로 내보내고, 나는 또 미래의 운을 기다려야 한다. p197

생일쿠폰이 며칠후면 사라진다기에

말차라떼 한잔을 마셨다.

카페인 수혈(?)이 안되어서인지 아직도 멍~

주위가 갑자기 소란스러워진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커피를 마시러 들어온 손님들로

카페가 들썩인다.


창밖에 봄을 알리던 목련이 피고 지고,

벚꽃이 피었나 보다.

한동안 기운이 없어 산책을 못 나갔는데

오늘은 시민의 강을 지나 호수공원을 한바퀴 돌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소음을 피해 이어폰을 꽂고 다시 책읽기에 집중했다.

재미있게 읽은 '여행의 이유' 이후 새로나온 김영하작가의 인생사용법

'단 한 번의 삶'을 읽고 있다.

이번 책은 나의 삶 뿐 아니라, 엄마, 아빠의 삶도

함께 고찰한다.

병원집 첫째 손녀로 태어나,

유치원을 3년이나 다니고,

7살 이르게 국민학교를 들어갔으나

많이 아파서 1년 휴학...

당당하고 의협심 많은 국민학교,

사춘기 시작으로 방항심 많았던 중학교를 지나,

위암으로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흔들리던 가정경제,

여러번의 이사, 대학 낙방, 재수 등

사회분위기만큼 혼란스러웠던 대학생활도...


시네마천국 토토가 살던 시칠리아의 벽촌이야기를 읽다가는

이번 '알쓸별잡'에 작가가 출연하지 않았음에 새삼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다른 출연진들도 다양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시지만

시칠리아를 떠올리니 나는 왠지 그 자리에 그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했던 것 같다.

4월은 늘 이렇게 불안과 싸우며 원인모를 통증으로

힘들어하며 보냈던 것 같다.

굳이 이유를 찾아보자면 큰아이의 생일이 얼마남지 않았음인데

아이의 생일을 앞두곤 이렇게 관절이 아프고,

바람 빠진 풍선처럼 방전되곤 한다.

"삶을 들여다보면 문득 이상하게 느껴진다.

이토록 소중한 것의 시작부분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시작은 모르는데 어느새 내가 거기 들어가 있었고,

어느새 살아가고 있고, 어느새 끝을 향해 가고 있다."

내 삶은 어떻게 끝을 맺어야 하나?!...

한때는 나도 작가처럼 '유능'과 '교양'을 따라 매번 무엇인가를 배우고

도전하기를 즐겨했던 것 같다. 이제는 하고 있는 공부외에는

무엇인가를 더 하는게 쉽지 않다. 아니 힘이 든다.

비교적 품이 적은 책읽기외엔 거의 모든 취미활동이 스톱된지 오래되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나답게 산다는 것이 왜이리 힘든 것인지...

'내의지와 무관하게 시작된 삶이라는 사건

예측 불가하고 불공형하고 질서 없는 진짜 인생을 사유하다'

_ 단 한 번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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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많은 당신을 위한 말하기 수업 - 고민을 줄이면 대화가 쉬워진다
사이토 다카시 지음, 최지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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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여 년간 수만 명을 대상으로 커뮤니케이션 강연을 해온 일본 최고의 소통 전문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사이토 다카시의 신간 『생각이 많은 당신을 위한 말하기 수업』이 출간되었다. 그는 오랜 연구를 통해 말을 잘 못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으로 ‘생각이 많다’는 점을 꼽는다. ‘이렇게 말해도 될까?’, ‘이상하게 생각하진 않을까?’ 등 타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신경을 쏟는 탓에 말문이 막힌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이처럼 생각이 많은 이들을 위해 실전 대화에서 사용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전하고자 한다. 이 책을 통해 어색한 상황에서 대화의 물꼬를 트는 방법부터 어디서나 써먹는 만능 대화 소재, 상대방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 관계를 발전시키는 법까지 구체적인 예시와 함께 제공한다.

대화를 할 때 거침없이 자기 이야기를 하는 사람보다 말을 잘 들어주고 적절한 타이밍에 리액션 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저자는 이런 이들이야말로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만드는 ‘말 잘하는 사람’이라 정의한다. 재미있는 이야기로 분위기를 띄우지 않아도, 아나운서처럼 유창하게 말하지 않아도 누구나 쉽게 상대방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호감 대화법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당신이 말을 못하는 것은 성격 탓이 아니라 생각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머릿속에 넘쳐나는 생각을 줄여야 대화하기 쉬워집니다. 당신이 ‘이런 말을 하면 이상하게 생각하려나’, ‘내가 너무 재미없는 얘기만 했나 봐’라고 생각한다고 해도 상대방은 크게 신경 쓰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 걱정을 하느라 대화를 원활하게 이어가지 못하고 ‘이야기에 끼지 못했어’, ‘내 얘기를 많이 하지 못했어’라며 속상해하겠지만 정작 상대방은 그 자리의 분위기를 살려주고, 이야기를 열심히 들어준 당신에게 고마워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근거 없는 착각으로 자신감을 잃을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p11~12

대화할 때 상대방과 일대일로 인격을 마주하려고 하면 자신의 개인적 성향을 전면에 드러내야 합니다. 그러면 상대방의 말이 나에 대한 평가나 의견처럼 느껴져 상처를 입기 쉽습니다. 이것이 대화를 나누다가 자기 혐오에 빠지거나 자신감을 잃는 이유입니다. '인격'이라는 말은 '사생활 영역'이나 '개인적 영역'으로 로바꿔 말할 수 있습니다. 다른 른사람과 대화할 때 피로를 느끼는 이유는 는그 사생활 영역을 지키려는 마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더 더이상 내 영역에 들어오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죠. p30

칭찬은 생각이 떠올랐을 때 바로 로하는 것이 좋습니다. 누군가 분위기 좋은 가게에 데려갔다면 들어가자마자 "좋은데요? 딱 요즘 느낌이에요","예쁜 가게네요."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괜히 성의 있어 보이려고 "여기 인테리어는 1020년대 스타일이네요."라는 식으로 힘들게 칭찬하지 않아도 됩니다. 중요한 것은 감정을 솔직히 드러내는 것입니다. 사람은 흑심이 있는 행동과 말투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누군가 의미없이 칭찬하는 것 같으면 '뭔가 사라고 하는 거 아닌가?','꿍꿍이가 있는게 아닌가?'라고 불안해하죠. 상대방이 그런 생각을 하지 않도록 하려면 처음에 "와!"라고 감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p107~108

의외로 커뮤니케이션을 주도하는 것은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듣는 사람입니다. 말을 잘하는 사람은 대화를 지배하고 있을 뿐, 결코 자리를 주도하는 건 아닙니다. 이야기를 듣고 적절한 리액션을 하면서 말하기 편하도록 그 자리의 분위기를 리드하는 건 사실 ‘듣는 사람’입니다.

당신이 ‘또 만나고 싶다’라고 생각한 사람은 어떤 사람이었나요. 각자의 경험을 근거로 생각해봅시다. 혹시 그 사람은 당신의 이야기에 미소 지었거나, 반응을 잘해주었거나, 손바닥을 치면서 쾌활하게 웃지 않았나요? 그렇습니다. 내가 기분 좋게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것은 상대가 재미있다는 듯 이야기를 들어주었기 때문입니다. p124~126

이상적인 질문이란 상대방이 이야기하고 싶어 할 만한 내용을 묻는 것입니다. 만약 그 자리에 제삼자가 있거나 미디어에 보도하는 경우에는 '상대방이 말하고 싶은 것'과 더불어 '다른 사람들이 알고 싶은 것'이라는 조건도 추가됩니다. 이 조건들을 순식간에 파악하고 무엇을 물어볼지 판단하는 것, 그것이 어른의 질문입니다. p142

대화란 무엇인지, 대화의 본질을 느끼고 싶다면 『괴테와의 대화 』를 추천 합니다. 30대의 젊은 문학도인 요한 체터에커만이 70대의 요한 볼프강 폰 괴테에게 가르침을 정하고 괴테가 가이에 응답하는 형식입니다. 에커만의 질문이 괴테에 관한 심층적인 내용에 기반한 것이라서 답변하는 괴테의 인간적인 모습이 아주 달 드러났다고 생각합니다. p150~151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거나 대화의 중심이 되어 이야기하는 사람이 가치가 높은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앞에 나서지 않아도 충분히 중요한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속도에 맞춰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난다면 평생의 보물을 찾은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p234~235

40년 경력의 커뮤니케이션 대가 사이토 다카시가 전하는

'또 만나고 싶은 사람'이 되는 호감 대화법

코로나 이후 강의도 쉬고 있고,

공황과 수술로 칩거 생활이 길어지면서

점점 '말하기'를 잊고 사는 것 같다.

생각은 너무 많은데

그 생각을 정리해 간결하게 전달하기는 어려운...

그동안 저자의 책 '혼자 있는 시간의 힘', '단독자' 등을 통해

'고독을 피하지 말고, 자신은 물론 상대 역시 고독한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면서 고독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것이다.

그것이 나약한 자신을 알아가면서 타인과 소통하는 방법이다.' 라던가

'자기긍정감이 낮은 사람은 모든 일을 자신의 기질이나 능력 탓으로 돌리기 쉽다.

“내가 좀 부정적인 성격이라서”, “능력이 없어서”라는 말로

자기긍정감을 높일 기회로부터 도망쳐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내 마음에 자기긍정 회로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어른이 갖출 예의’이다.' 라고 공부했다.

이번 책에선 생각이 많은 이들을 위해 실전 대화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기본적인 스킬을 배울뿐 아니라 대화가 끊기지 않고 길게 이어지는 방법,

상대방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 관계를 발전시키는 법까지 쉽게 이해하고 배울 수 있었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들었다는 리액션의 방법의 하나는 질문이라고 하는데

질문을 잘하는 능력을 끌어올릴 책, 대담집을 읽어보려 한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와 지휘자 오자와 세이지의 대담을 기록한

'오자와 세이지씨와의 음악을 이야기하다'를 북카트에 넣어 두었다.

'괴테와의 대화'도...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

또 얘기하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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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가는 마음
윤성희 지음 / 창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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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숙한 시선과 따듯한 유머가 섞인 필치로 삶의 희로애락을 그리는 윤성희의 일곱번째 소설집. 웃음을 끌어내는 엉뚱한 발상과 재치, 문장과 문장 사이에 응집된 복잡한 삶의 얼굴을 행간에 부려놓는 솜씨는 독특한 개성으로 자리매김한 윤성희 소설의 인장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장기가 돌올하게 드러나는 여덟편의 단편소설을 묶어낸 이번 소설집에서는 ‘생일’이 주요한 키워드로 등장한다. ‘죽음’과 ‘태어난 날’이라는 극명한 대치를 통해 우리가 지나온 시간과 앞으로 맞이하게 될 시간을 절묘하게 겹쳐놓는 수작들을 모았다.

아무리 작은 비중을 가진 등장인물이더라도 그를 둘러싼 작은 서사가 오르락내리락 이어지는 윤성희표 소설에는 기쁨과 슬픔, 슬픔을 어르는 농담, 갑작스럽게 닥쳐오는 사고 등 마치 실제 우리의 인생사처럼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이야기가 물 흐르듯 유연하게 펼쳐진다. 그리고 그 이야기 속에는 인간의 선의를 믿고 싶게 만드는 작가의 다감하고도 부드러운 필치가 담겨 있다.

<인터넷 알라딘 제공>


'인생이 자꾸 꼬여서, 그렇게 꼬인 것은 팔고 싶지 않아.' 꽈배기를 싫어하면서 스크류바를 좋아하는 건 뭔가 모순되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내 말에 이모가 고개를 저었다. '스크류바는 녹잖아. 녹으니 꼬인 게 사라지는 거지.' 그 말을 들은 후로 이모의 음식을 먹을 때면 내 안에 있던 모난 것들이 조금은 사라지는 것 같았다. p112

엄마와 나는 즐거울 때는 같이 웃었지만 슬플 때는 서로 모른 척했다. 위로를 해주지 않는 엄마에게 가끔 상처를 받기도 했다. 엄마도 나에게 상처를 받았을까? 생각해보니 나는 엄마의 슬픔을 알아차린 적이 거의 없었다. 엄마는 들키지 않았으니까. 나는 엄마가 실컷 울 수 있도록 가게 밖으로 나왔다. 어렸을 때 나는 눈물샘이 자주 막혔다. 슬픈 일이 생기면 그때의 내 사진을 보았다. 눈이 붓고 눈곱이 낀 아기. 울고 싶어도 울지 못하는 아기. 다시 눈물샘이 막힌 아기가 된 기분이었다. 울고 싶은데 눈물이 흐르지 않는 아기. 나는 계단에 앉아서 눈을 맞았다. 내 몸을 그대로 통과하는 눈을. 눈이 펑펑 내렸다. 쌓인 눈을 보자 내가 죽은 게 어제 일처럼 느껴졌다. p122~123

할머니는 쪼그려 앉아 돌멩이에 그려진 눈 코 입을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웃는 돌멩이, 우는 돌멩이, 화내는 돌멩이, 시무룩한 돌멩이. 할머니는 그중에서 가장 예쁘게 웃는 돌을 골라 고쟁이 주머니에 집어 넣었다. 다시 길을 걷는데 고쟁이 속에서 달드락달그락 소리가 들렸다. p145

아이들의 말을 듣자 갑자기 어떤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내가 중학생 때였다.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봤는데 맞은편 옥상에서 빨래가 흔들리는 게 보였다. 그 빨래는 전날에도 있었고 전전날에도 있었다. 사흘이나 걷어가지 않은 빨래라니. 갑자기 슬퍼졌다. 온몸이 바닥으로 가라앉는 것 같았다. 조금만 움직이면 눈물이 쏟아져 멈출 수 없을 것 같았다. 나는 학교에 가고 싶지 않다고 용기를 내 엄마한테 말했다. 하지만 왜 그런지는 말할 수 없다고. 나조차도 설명할 수 없다고. 그랬더니 엄마가 말했다. “괜찮아. 그런 날이 있지.” 그때 그 엄마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그래서 나는 길가에 쪼그려 앉아 울었다. 어린아이처럼 울었다. p164


세상이 1.5배 속도로 재생될 때

내 마음으 속도는 0.25배로 흘러가도록

'느리게 가는 마음'

어젯밤,

김씨가 오늘 회사에서 건강검진이 있다고

출근할때 아침상 안차려도 되니 그냥 푹 자라고 한다.

살다보니 이런날도 있네...

안그래도 요즘 이런저런 생각에 밤에 잠을 잘 못자서

아침에 일어나는게 힘들었는데 그렇다면 새벽에 울리는 알람을 끄고

늦은 아침까지 늦잠을 자보리라....했으나

습관이라는게 무서워서 결국 일찍 눈을 뜨고 말았다.


늘그렇듯 대충 집안정리를 마치고

책한권과 태블릿을 챙겨 별다방에 왔다.

월요일 아침의 별다방은 유난히 조용하다.

근간에 이렇게 조용할때가 있었나 싶게...

그래서인지 읽는 책의 진도가 빠르다.

소설책 한권을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으니...

제목에 이끌려 구입한 소설 '느리게 가는 마음'은

윤성희 작가의 책으로 얼마전 재미있게 읽은 '음악소설집'에서

처음 만나 관심을 가지고 있던 차에 신간소식에 구매를 결정했다.

이번책에선 생일이야기가 유난히 많이 나온다.

생일이 얼마남지 않아서인지 엄마생각이 부쩍 나곤하는데

순간 울컥하는 장면이 많았다.

엄마의 부재가 가장 큰 날이 생일날이어서인지도 모르겠지만

"미역국은 먹었니?"라며 전화기 넘어의 엄마 목소리를 듣지 못한다는게

한동안 힘들었던 것 같다.

그런 마음을 아는지 이번 생일엔 이르게 가족, 친구들과 지인들의 선물이

일찌감치 이어졌다.

친구랑 홍대나들이 했다가 이미커피에서 꽂힌 블루커피잔에 꽂혀

갖고 싶었는데 이 소식을 들은 경이가 블루 버드 머그잔을 선물해 주었고,

리는 분홍색 장미꽃다발과 케이크,

시는 샤넬향수와 꽃차,

선이는 갖고 싶던 블랙윙 연필과 금일봉,

동생들은 금일봉과 자켓을 선물했고,

김씨는 80%세일 소식에 아울렛에 간다는 내게

엄한거 사고 후회하지말고 제대로 된 갖고 싶던걸 사라며

본인의 연차와 세금환급금을 몽땅 투척했다. ^^;

꼬맹인 요즘 유행하는 하얀색 투명안경을

큰아인 생일날 가족모임을 위해 오마카세를 예약했다고 한다.

이렇게 적고나니 생일을 축하해주고

날 챙겨주는 사람들이 꽤나 많다.

잔인한 4월이 다가오지만

날 위해 기도해주고, 응원해 주는 가족들과 이웃들이 있기에

그럼에도 감사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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