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미래 - 앨빈 토플러 (반양장)
앨빈 토플러 지음, 김중웅 옮김 / 청림출판 / 200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21세기, 바로 지금의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는 과연 어떠한 모습으로 다음 세대를 기다리고 있을까? 이런 문제들이 궁금해서「부의 미래」를 읽어보게 되었다. 나도 급격하게 변화하는 21세기를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세계적인 석학 ‘앨빈 토플러’가 내린 미래 진단 결과물을 읽어보고 싶었다. 우선 먼저 이 책의 제목을 접하고 부와 관련된 거대한 돈의 흐름, 요즘 많이 등장하는 ‘부자 되는 길’ 따위의 미래지도를 예상했으나, 이러한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선입견처럼 자리 잡고 있었던 돈에 대한 욕망을, 나도 모르게 미래에 대한 낭만적인 꿈속에 포함시키고 있었던 탓이 클 것이다.

  ‘앨빈 토플러’가 내리는 부에 대한 정의는 결코 돈에 국한되지 않는 추성적인 범위의 혁명을 뜻한다. ‘부 = 돈’이라는 지극히 상투적인 정의에 반격하여 오늘날 지식기반 경제체제의 변환과 급변하는 인류의 변화의 속도까지 모두 포함시킨 개념이다. 그가 내린 부의 혁명은 컴퓨터 하드웨어, 인터넷이라는 놀라운 힘, 그 이상의 것이며, 단순한 경제적인 개념 역시 넘어선 그 이상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부의 혁명은 사회, 제도, 교육, 문화, 정치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그야말로 ‘혁명’ 그 자체이다. 과거 농업혁명에서 산업혁명으로, 그리고 현재의 지식혁명에서 다가올 제 4의 물결의 열쇠가 될 부의 혁명은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었다.

  유명한 저자의 이력답게 이 책은 발간되자마자 전 세계의 베스트셀러로 자리했다. 나는 앨빈 토플러의 전작들을 읽어보지 못했지만, 현재의 모든 분야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바탕으로 훌륭한 진단을 내린 「부의 미래」를 읽으면서, 매우 흥분되는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다. 돈에 대한 시장의 흐름이 본서의 주를 이루고 있을 것이라는 예상에는 빗나갔지만, 그보다 더욱 중요한 지금 이루어지고 있는 제 3의 물결에 함께 동참할 수 있는 시야를 넓힐 수 있었다는 점에서, 본서를 읽을 것이 행운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나 분명 자신의 기대에 어긋났다고 해서「부의 미래」를 전작들의 재탕이니, 미래에 대한 조언 보다는 경제신문을 보는 듯 지루했다는 독자 역시 계실 거라고 생각 된다. 모두 각자 나름의 취향이 다르다는 점을 알기에, 내가 뭐라고 언급 할 부분은 아니지만, 지난 10년 동안의 세계의 경제 흐름을 명료하고 상세하게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대단한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과거를 통해서 현재를 보듯, 현재를 통해서만 비로소 미래를 냉정하게 바라봄이 가능하다. 현재 미국과 유럽, 아시아 모든 나라에 닥친 체제의 위기, 전쟁, 테러, 이민, 생태적인 재앙, 지정학적 변동들에 대해서 예리하게 살펴 볼 수 있는 것이다.

  「부의 미래」에서 진단하는 코앞으로 다가온 미래의 해석은 대략 이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듯 하다. 미래를 장악하는 사이버 공간의 생성, 장소에 따른 평가 기준의 변화, 현제 불안정한 달러의 세계적 범위 확대, 시간의 재 정렬, 아시아 - 유럽 - 미국 - 아시아로 향하는 거대한 부의 이동, 우주를 대체 에너지원 등으로 활용하는 방안, 자본주의의 위기와 화폐의 폐지 내지는 통합. 대략의 큰 덩어리들만 보고도 매우 복잡하고 위태로운, 그러나 흥미로운 주제들의 조합이다. 무엇보다 아시아가 지구의 미래를 주도하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나에겐 더욱 큰 자극이 되었던 것 같다.

  지나친 고속화로 어지럼증을 겪고 있는 요즘이다. 문명의 발달과 더불어 더욱 쇠퇴하는 자연, 대량 실업, 경제 불황, 유전자 문제 등.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걸출한 문구들을 보면서 미래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매우 궁금했었다.「부의 미래」가 이러한 나의 걱정들과 의문점을 말끔하게 해결해주지는 못했지만, 지난 10년간 세계인들이 이룩해 놓은 훌륭한 과제들을 보면서 묘한 전율을 느꼈던 것이 사실이다.

  변하는 속도조차 느껴지지 않을 만큼 빠르게 변화하는 21세기. 내가 지금 여기, 이 재미있는 나라 대한민국에 살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앨빈 토플러가 아무리 위대한 미래학자라고 할지라도, 그조차 관망하는 입장이지 미래의 지도를 손에 쥐고 있는 것이 아니다. 미래는 알 수 없으니까 더욱 살아보고 싶은 것이다. 약간의 예상은 할 수 있지만, 결론의 마침표까지 내릴 수 없다는 사실을 알기에, 다가올 제 4의 물결이 전 세계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더욱 기대가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녀와 비밀의 부채 1
리사 시 지음, 양선아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0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특정한 과거의 시대를 돌이켜 보면, 세계 어디를 가나 여성의 지위는 동일하게 처절하고, 황폐한 고통으로 얼룩져 있다. 특히 서구문명보다 아시아나 제 3세계의 여성들은 더욱 심각한 남녀차별의 희생양으로 전락했었다. 나는 같은 아시아 민족의 여성으로서, 이 소설의 화자 ‘나리’를 이해하기가 더욱 수월했다고 생각한다. 미국인이나 유럽인들이 이 소설을 읽을 때 과연 얼마만큼 그녀의 입장을 고려해 주었을지. 그들의 혐오와 지나친 동정의 시선을 충분히 상상할 수 있었다.

  할머니들의 푸념 섞인 목소리로 종종 듣곤 했던 말은, ‘너희들은 정말 좋은 시대에 태어났다. 우리 때는 정말 힘들었는데.’ 였다. 우리의 할머니들이 겪었던 힘든 시기보다, 좀 더 오래전의 일이 이 소설에 등장한다. 19세기의 중국 후난성의 야오족. 여성들의 지위가 너무도 비루했던 그 시대는 우리 민족의 여성들이 겪었을 핍박보다 조금은 더 서글펐던 것 같다. 제도화된 풍습에 몸을 맡기고, 자유까지 빼앗긴 채 평생의 설움을 참고, 참고, 또 참으며 모든 고통들을 겪어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돌림병에 걸려 사람들이 죽어나는 와중에서 유산을 겪고, 허약해진 몸을 추스르지도 못한 채, 또 다시 아들을 낳기 위해 임신을 하는 여성들.

  이제 여든이 훌쩍 넘은 ‘나리’는 격정적인 세월들을 소진한 후에, 비로소 모든 것을 정리하는 마음으로 ‘과거의 나’를 회상하기 시작한다. 시골 가난한 농부의 딸로 태어나, 전족을 하기 위해 2년간 피고름 나는 발의 고통을 견디어 내고, 좋은 가문에 시집을 가서, 마침내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의 자투리까지 모두 알뜰하게 보내게 된다. 그녀의 삶에서 가장 큰 위로이자, 행복이었던 사람, ‘설화’는 라오통이라는 전통에 의해 맺어진 평생의 지기이다. 중국, 여자, 전족, 가오통, 누슈…. 처음에는 무던히도 생소하던 이 단어들이 이제는 너무 친근하게 다가온다.

  한 여자의 일생을 돌아보면 과연 무엇이 남을까 싶을 만큼 그 무게가 가벼운 듯 하면서도, 그녀가 읊어주고 있던 세월의 무게감은 실로 대단했다. 과거, 여성과 남성의 지위는 하늘과 땅 만큼이나 차이가 날 때, 살아있음 자체에 감사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의 결과를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인내와 슬기를 배웠다. ‘엄마들에게 딸이란 존재는 시집보내기 전까지 먹어야 할 입이자 입혀야 할 힘겨운 몸뚱어리일 뿐이었다.’ 가장 믿고 의지해야 할 어머니조차 그녀를 냉대했지만, 어차피 당시, 세상의 모든 딸들은 출가외인이었다. 결혼 후 완전한 남이 되어 시댁에 귀속된 채, 평생을 살아가야 한다면 차라리 미리부터 정의 싹을 잘라버리는 게 편했으리라.

  본서를 통해 19세기 중국 사회의 풍습과 의식 등, 사회상을 면밀하게 엿볼 수 있었다면, 또 하나의 인상적인 부분은 바로, ‘여자들의 깊은 우정’이다. 솔직히 이 책을 모두 읽고, ‘그녀들은 레즈비언이 아니었을까’, 하는 의심을 지우기 힘들었다. 아무리 깊은 우정을 논한다고 하지만, 단순한 우정으로 간주하기에 ‘나리’가 ‘설화’에게 맹목적으로 의존하고, 상대의 사랑을 갈구하는 모습은 결코 우정에서만 비롯된 감정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만약 저자가 의도적인 도발로 두 여자의 사랑을 에로틱한 감정까지 덧입혀버렸다면, 이 소설은 한층 더 미묘한 심리물로 간주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1권에서 등장했던, 어린 시절 두 소녀의, 한 여름 밤 나체의 교모한 손장난. 나리는 홀딱 벗은 설화의 나체를 보며 저도 모르게 긴장하기 시작한다. (노골적인 성행위 장면은 없었지만, 저자는 후기에 이 장면을 섹스라고 정의 내렸다.) 그리고 2권에 등장했던 설화의 편지에 상처 받은 나리. 설화가 나리 이외에 다른 의자매들을 두었다고, 그녀에게 배신을 당했다는 절박한 감정까지 느끼게 된다. 나리의 남편이 첩을 두었는데도 그녀는 전혀 동요하지 않고 담담하게 받아들였음에도 불구하고, 설화가 자신 이외의 다른 여자들과 친분을 맺었다고 지나치게 화를 내며 냉정하게 돌아섰다는 부분에서 쉽게 납득이 가질 않았다.

  간혹 우리가 학창시절 느끼던 친구를 내 것으로 소유하고 싶은, 그런 감정과 비슷하다고도 볼 수 있겠지만, 엄연히 나리의 감정은 그 정도가 이런 경우와는 달리 매우 심각했고 절박했다고 판단된다. 그리고 이별한 후 8년의 세월을 보내면서 설화를 그리워하는 감정의 고백은, 심적인 부분과 마찬가지로 육체적인 갈망 역시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나리와 설화가 이성적인 감정으로 서로를 사랑했건, 동성적인 감정으로 서로를 의지했건, 이 소설의 주요 테마는 두 여자의 고달픈 인생과 변하지 않는 사랑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이니까, 그녀들의 정확한 감정의 정의까지 내리고 싶은 생각은 일단 접어두기로 한다.

  소설을 읽으며 찾게 되는 재미와 감동은 절대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소녀와 비밀의 부채」는 소설을 읽게 되며 느낄 수 있는 기본적인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으면서, 동시에 19세기 중국 여인들의 애달픈 삶을 생생하게 살펴볼 수 있으며, 진정으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일생의 동반자까지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여자들의 은밀한 비밀문자를 부채에 써서, 닫혀 있는 생활에서 유일한 한 가닥의 자유를 누렸던 그녀들의 삶. 그녀들의 일생이 너무도 고단하고 힘겨워서 내가 저런 시대에 태어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진정으로 마음을 열어 보일 수 있는 영혼의 동반자를 두었다는 사실 만큼은 매우 부럽게 다가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륵의 손바닥
아비코 다케마루 지음, 윤덕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헉! 세상에. 말도 안돼….’ 마지막 부분까지 모두 읽고, 책을 덮으며 나도 모르게 혼자서 이런 말들을 중얼거리고 말았다. 일본 신본격 미스터리 추리 소설을 간혹 가다 만나면, 이런 기가 막힌 반전에 누군가에게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한 통증이 느껴진다. 격하게 말한다면 왠지 사기당한 느낌도 들고, 어찌 보면 독자를 속이는 재미에 푹 빠진 작가의 발칙한 장난에 괘씸해하면서도 내심 크게 놀라기도 하고, 이런 엔딩을 장식할 수 있었던 작가의 상상력에 두 손 두 발 들고 마는 것이다.

  원래 추리소설을 논할 때 지나치게 반전, 반전 하며 거기에 연연하다보면, 재미가 한층 삭감 된다는 사실이 정석이므로 웬만해선 왈가왈부 하고 싶지 않았으나, 클라이맥스부분에 워낙 신경이 기울어져서 책을 읽고도 계속 그 생각만 난다. 스릴러, 추리 영화나 소설을 볼 때 범인 맞추기에 젬병인 나로서 어쩔 수 없었다 싶기도 하면서도,「미륵의 손바닥」은 어쩐지 나에게 큰 파장으로 다가왔다.

  간단히 주요 스토리를 언급하자면, 교사와 형사인 두 남자가 미지의 사건에 함께 가담하며 일종의 간 큰 모험을 하면서 시작된다. 교사로 재직중인 ‘쓰지’의 아내는 어느 날 갑자기 실종되었고, 베테랑 형사로 등장하는 ‘에비하라’의 아내는 살해된 채로 발견된다. 아내를 잃은 두 남자는 그들의 아내가 어떤 신흥종교 단체에 빠졌던 것을 알게 되고, 거기서 인연이 닿아 함께 사건을 수사하게 된다. 

  작년 초, 「미륵의 손바닥」과 동일한 출판사인 ‘한스미디어’에서 출간된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를 읽어본 독자라면 두 작품이 묘하게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거대한 악덕 기업의 손 안에 놀아나는 심약한 사람들의 범죄와 일탈을 그리고 있는 부분이 약간 비슷하기도 하나, 기본적은 뼈대만 비슷할 뿐, 두 작품의 색채는 어느 정도 구분된다.「미륵의 손바닥」은 한창 세력을 넓혀가고 있는 신흥 사이비 종교의 폐해를 은연중에 풍자하며, 마약보다 지독하게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그 무서움을 고발하고 있다. 작가도 지적했다시피, 자신의 테마는 정직한 문학이라기보다 엔터테인먼트 쪽을 지향한다고 밝혔지만, 미스터리 소설에서 느끼는 교훈점 역시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얼마 전, 캐이블 텔레비전에서 신흥종교에 빠져 든 헐리우드 스타에 대한 특집 방송을 시청한 적이 있었는데, 천문학적인 어마어마한 돈을 갖다 바치며 신흥 종교의 앞잡이 노릇을 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허탈한 감정을 느꼈다. 비단 그 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어디를 가도 알 수 없는 정신세계를 찬양하는 사이비 종교단체를 많이 볼 수 있다. 길을 가다 만나는 숱한 ‘도를 믿으십니까?’ 사람들을 만날 때면, 그나마 이성이란 것이 붙어 있는 내 자신이 대견스러울 정도였다. 자신의 전 재산을 갖다 바치며 이른 바 ‘구원’이란 것을 얻으려는 절박한 사람들을 이용해서, 인간을 피폐하게 만드는 종교 단체의 부조리한 범죄에 대해서 생각하면 할수록 간담이 서늘해 진다.    

  영양가 없는 사담이 길어졌는데, 「미륵의 손바닥」은 장르 문학이라는 특성에 들어맞게, 몰입감이 강한 작품이다. 그리고 제목에서부터 이 작품의 모든 진실을 밝혔다고 볼 수도 있다. 미륵의 손바닥. 간혹 가다가 ‘네가 아무리 날고 뛰어 봤자, 부처님 손바닥 안에 있다.’라는 말을 하기도 하는데, 이 책이 이 문장에 적절하게 들어맞았다. 제 아무리 사건의 전모를 밝힌 후 명확한 결론 내기 위해 수고해 봤자, 미륵의 손바닥 안에 있었던 것이다. 내용과 아귀가 잘 들어맞는 제목의 설정이다.

  아쉬웠던 점은, 심플한 소설을 원했던 작가의 뜻에 맞게 심플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인데, 문제는 지나치게 심플하다는 점이다. 한창 집중하여 재미가 절정에 올라 초조하게 글을 읽어나갈 무렵, 남겨진 페이지 숫자가 허전했다. 사건 진행이 빠른 건 좋은데, 절정 부분이 너무 빨랐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좀 더 페이지수가 많았더라면, 그래서 마지막까지 가는 두 남자의 행로가 좀 더 일목요연하게 이어졌더라면 훨씬 괜찮은 작품이 탄생했을 텐데, 작가는 시기상조로 너무 빨리 극의 진행을 끊어버렸다. 전반전의 박력에 비해서 뒤로 갈수록 힘이 떨어지면서 미흡해지는 느낌이라고 할까. 어쨌든 반전은 예상하지 못했기에, 나는 매우 놀랐던 것이 사실이고, 원했던 방향으로 나가지 않았음에, 다소 실망을 했지만, 은근히 독자를 사로잡는 힘은 있는 작가라고 생각 된다. 최초로 소개된 작가라서 기대를 많이 했었는데, 아쉬웠던 이 점을 감안하고도, 다음으로 국내에 소개될 작품이 무척 기다려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피터팬과 마법의 별 1
데이브 배리.리들리 피어슨 지음, 공보경 옮김, 그렉 콜 삽화 / 노블마인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불연 듯 출판사에 불어 닥친 ‘피터팬’ 열풍에 나도 모르게 동참하게 되었다. 작년 등장한 「돌아온 피터팬」에 이어, 어린 시절에도 읽어본 적 없었던 원작 「피터팬」도 읽어보게 되었다. 그리고 피터가 웬디를 만나기 전의 모습을 담고 있는 「피터팬과 마볍의 별」까지 모두 읽은 소감은, 「피터팬과 마법의 별」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재미있었다는 사실이다. ‘제임스 매튜 베리’의 원작 못지않게 뛰어난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처음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쉬지 않고 푹 빠져들며 읽을 수 있었던 것 마법의 별가루 덕분인가? 신기하게도 내가 밤을 새며 읽은 최초의 판타지 소설이다.「피터팬과 마법의 별」은 무척이나 탄탄한 스토리와 인물들의 재기발랄한 구성, 매우 빠른 스토리 전개와 놀라운 흡입력까지 갖춘 최고의 판타지 소설이다. 솔직히 ‘해리포터’나 ‘반지의 제왕’을 읽으면서도 소설적인 큰 감흥을 느끼지 못했던 나로서는 묘하게 사람을 이끌어내는 놀라운 재주를 지니고 있는 새로운 피터팬 이야기를 읽으며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솔직히 애들 책이라고 내심 무시하고 있던 내 자신에게 부끄러울 만큼, 멋진 소설 한 작품이 주는 감동과 행복감은 매우 큰 것이다.   

  만약 원작에 대한 존경을 담은 타작가의 속편이 탄생할 때는, 대게 원작에 등장했던 주인공들과 그 공간의 미래의 이야기 등장하기 마련인데, 이 책은 독특하게도 원작의 과거로 되돌아간다. 피터가 웬디의 방 창문에 날아가 웬디를 만나기 전, 피터가 어떻게 해서 네버랜드 섬으로 가게 되었는지를 상세하게 파헤치고 있다. 천애 고아였던 피터는 고아원의 아이들과 함께 영국으로 떠나는 낡은 배를 타게 되는데, 거기서부터 해적선들과 연이어 만나게 되면서 놀라운 일들이 벌어지고, 피터를 기다리고 있던 신비로운 모험들이 마음껏 펼쳐지는 것이다.

  피터가 후크를 만나기 전의 모습이 너무나 실감나게 잘 표현되어 있다. 게다가 ‘웬디’ 이전에 ‘몰리’라는 어여쁜 여자친구와 아련한 로맨스를 만들었었다는 걸 그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피터가 어떻게 하늘을 날 수 있었으며, 어른이 되지 않는 영원한 아이로 머물 수 있었는지, 그리고 후크의 팔은 어디로 갔기에 갈고리를 대신 달았는지, 후크를 쫓는 거대한 악어, 팅커벨의 탄생 경위. 이 모든 피터팬 원작의 비밀 열쇠가 「피터팬과 마법의 별」 속에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게다가 영어를 우리말로 옮겼다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번역 또한 너무 매끄러웠다. 가령 ‘스미’와 ‘검은 콧수염’ 선장의 유치한 대사들을 보며 박장대소 할 수 있었던 원인은, 맛깔스럽게 우리말로 번역한 ‘공보경’씨의 커다란 공일 것이다. 스미와 검은 콧수염의 대사를 읽으며 키득거렸던 시간만큼은 정말 내 자신이 어린 아이로 돌아간 것 같이 천진했다. 모든 시름을 잊은채 아이가 된 것 마냥, 책을 읽으며 밤을 지새우는 시간들이 매우 즐겁고 행복했다.

  소설이 이렇게 재미있는데, 조만간 선보일 예정인 디즈니사의 애니메이션은 얼마나 재미있을지, 벌써부터 그 기대감에 흥분이 밀려들기 시작한다. 또한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아쉬웠던 마음이, 4월에 출간될 예정인 「피터팬과 그림자 도둑」의 출간소식과 함께 깨끗하게 사라졌다. 판타지 소설에 큰 흥미가 없던 나로서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언제부터인가 어른들을 위한 동화나, 판타지 소설이 호황을 누리고 있는데, 만약 아직도 이 장르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계신 분이라면 「피터팬과 마법의 별」만큼은 꼭 읽어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그리고 두 작가의 통쾌한 피터팬 시리즈가 해리포터처럼 연작으로 계속 등장해서 영원한 클래식 문고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간혹 모든 것을 잊고, 가벼운 마음으로 하늘을 날고 싶을 때, 피터를 보면서 대리만족이라도 느끼고 싶은 어른들을 위해서!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늘빵 2007-01-25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

mind0735 2007-01-26 0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
 
전갈의 아이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11
낸시 파머 지음, 백영미 옮김 / 비룡소 / 200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몇 해 전, 미국에서 첫 복제 인간이 탄생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복제 아기 최초의 탄생이라는 난제에도 불구하고 인간 복제 허용을 옹호하는 반응도 만만치 않았다. 대부분의 언론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매서운 질타가 이어졌으나, 이미 엎질러진 물일 뿐, 어떤 식으로든 사태를 수습하기에는 늦은 것이다. 21세기 현재 과학의 발전은 실로 놀랍고, 때론 공포감이 조성되기도 한다. 바로 인간을 복제 한다는 지극히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는 더더욱 그렇다.

  질병 치료나 인간 생명 연장에 대한 환상을 실제로 적용시킬 수 있는 장점도 있지만, 그에 따르는 문제점은 더 이상 왈가왈부 할 필요도 없을 만큼 숱하게 회자 되고 있기에 따로 언급하지는 않겠다. 「전갈의 아이」 역시 인간 복제에 따른 문제점과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는 소설이므로, 이 주제에 관심이 있으셨던 분이라면 한번쯤 읽어볼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 된다.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추어 나온 책이지만, 어른들이 읽기에도 좋을 만큼 알차고 교훈성이 짙은 작품이다.

  ‘아편국’이라는 미래의 어느 나라에 (과거 멕시코로 명시되어 있다.) 욕심 많은 노인이 살고 있다. 그는 자신의 피부조직에서 유전자를 채취하여, 그의 복제인간들을 만들어 낸다. 아편으로 돈을 많이 벌어 한 나라를 이끄는 엄청난 재력을 지니고 있기에, 법의 힘으로도 그를 제어하지 못했다. 노인은 자신의 복제인간들에게서 장기를 이식 받아 140살까지 생명을 연장 시키며, 오래 살고 싶은 탐욕을 늘려간다. 바로 이 노인의 아홉 번째 복제 인간의 이 책의 주인공 ‘마트’다. 


  마트는 탐욕스러운 노인의 복제인간이지만, 어릴 적 노인의 겉모습만을 닮았을 뿐, 마음까지 결코 복제 당하지는 않았다. 순수하고 똑똑한 마트는, 클론이라는 저주 받은 탄생에 대한 사람들의 멸시와 핍박을 당하며 성장하지만, 그와 함께 하는 세 명의 소중한 사람들 덕분에 힘겨운 삶을 견뎌낸다. 인간도 아닌, 짐승 보다 못한 존재로서의 ‘클론’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스러워 하며, 어린 아이가 감내해야 할 크나큰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이건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바로 코앞에 닥친 내일의 일일지도 모른다. 복제인간을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는 재력가들은 현재도 싱싱한 자신의 유전자를, 연간 몇 천 만원이나 되는 엄청난 회비를 내면서까지 시설에 보관하고 있다고 한다. 먼 훗날 암에 걸렸을 때 건강한 세포의 체취를 위하여, 생명을 다해가는 장기들까지 대체할 의학 기술이 발달할 때를 대비하여서 말이다. 


  나 역시 생명 연장이라는 달콤한 유혹을 뿌리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알고 있다. 하지만, 만약 정말 나와 똑 같은, 내 모습을 하고 태어난 나의 복제인간에게서 건강한 장기만을 쏙 빼 내고, 쓰레기처럼 버린다면…. 과연 기분은 어떠할까? 건강하게 몇 십 년을 더 살 수 있어서 행복할까? 아니면, 나와 똑같은 나를 죽였다는 죄책감에 고통스러워할까? 그리고 복제인간을 정말 선의의 목적으로 사용할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사람에게 ‘사용’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도 매우 찜찜한 일이다.)  


  「전갈의 아이」는 이러한 유전공학의 문제점을, 실감나게 소설로 표현하고 있다. 암소의 뱃속에서 클론으로 태어난 ‘마트’라는 아이가 살아가며 겪게 되는 혼란과 무서운 공포. 그리고 끝이 없는 인간의 욕심으로 비롯된 그릇된 망상까지…. 7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이었지만, 간결한 문장과 흡입력 있는 스토리 전개로 인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을 수 있었다. 복제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것. 그것은 어쩌면 우리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무섭고 잔인한 결과를 초래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