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륵의 손바닥
아비코 다케마루 지음, 윤덕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헉! 세상에. 말도 안돼….’ 마지막 부분까지 모두 읽고, 책을 덮으며 나도 모르게 혼자서 이런 말들을 중얼거리고 말았다. 일본 신본격 미스터리 추리 소설을 간혹 가다 만나면, 이런 기가 막힌 반전에 누군가에게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한 통증이 느껴진다. 격하게 말한다면 왠지 사기당한 느낌도 들고, 어찌 보면 독자를 속이는 재미에 푹 빠진 작가의 발칙한 장난에 괘씸해하면서도 내심 크게 놀라기도 하고, 이런 엔딩을 장식할 수 있었던 작가의 상상력에 두 손 두 발 들고 마는 것이다.

  원래 추리소설을 논할 때 지나치게 반전, 반전 하며 거기에 연연하다보면, 재미가 한층 삭감 된다는 사실이 정석이므로 웬만해선 왈가왈부 하고 싶지 않았으나, 클라이맥스부분에 워낙 신경이 기울어져서 책을 읽고도 계속 그 생각만 난다. 스릴러, 추리 영화나 소설을 볼 때 범인 맞추기에 젬병인 나로서 어쩔 수 없었다 싶기도 하면서도,「미륵의 손바닥」은 어쩐지 나에게 큰 파장으로 다가왔다.

  간단히 주요 스토리를 언급하자면, 교사와 형사인 두 남자가 미지의 사건에 함께 가담하며 일종의 간 큰 모험을 하면서 시작된다. 교사로 재직중인 ‘쓰지’의 아내는 어느 날 갑자기 실종되었고, 베테랑 형사로 등장하는 ‘에비하라’의 아내는 살해된 채로 발견된다. 아내를 잃은 두 남자는 그들의 아내가 어떤 신흥종교 단체에 빠졌던 것을 알게 되고, 거기서 인연이 닿아 함께 사건을 수사하게 된다. 

  작년 초, 「미륵의 손바닥」과 동일한 출판사인 ‘한스미디어’에서 출간된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를 읽어본 독자라면 두 작품이 묘하게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거대한 악덕 기업의 손 안에 놀아나는 심약한 사람들의 범죄와 일탈을 그리고 있는 부분이 약간 비슷하기도 하나, 기본적은 뼈대만 비슷할 뿐, 두 작품의 색채는 어느 정도 구분된다.「미륵의 손바닥」은 한창 세력을 넓혀가고 있는 신흥 사이비 종교의 폐해를 은연중에 풍자하며, 마약보다 지독하게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그 무서움을 고발하고 있다. 작가도 지적했다시피, 자신의 테마는 정직한 문학이라기보다 엔터테인먼트 쪽을 지향한다고 밝혔지만, 미스터리 소설에서 느끼는 교훈점 역시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얼마 전, 캐이블 텔레비전에서 신흥종교에 빠져 든 헐리우드 스타에 대한 특집 방송을 시청한 적이 있었는데, 천문학적인 어마어마한 돈을 갖다 바치며 신흥 종교의 앞잡이 노릇을 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허탈한 감정을 느꼈다. 비단 그 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어디를 가도 알 수 없는 정신세계를 찬양하는 사이비 종교단체를 많이 볼 수 있다. 길을 가다 만나는 숱한 ‘도를 믿으십니까?’ 사람들을 만날 때면, 그나마 이성이란 것이 붙어 있는 내 자신이 대견스러울 정도였다. 자신의 전 재산을 갖다 바치며 이른 바 ‘구원’이란 것을 얻으려는 절박한 사람들을 이용해서, 인간을 피폐하게 만드는 종교 단체의 부조리한 범죄에 대해서 생각하면 할수록 간담이 서늘해 진다.    

  영양가 없는 사담이 길어졌는데, 「미륵의 손바닥」은 장르 문학이라는 특성에 들어맞게, 몰입감이 강한 작품이다. 그리고 제목에서부터 이 작품의 모든 진실을 밝혔다고 볼 수도 있다. 미륵의 손바닥. 간혹 가다가 ‘네가 아무리 날고 뛰어 봤자, 부처님 손바닥 안에 있다.’라는 말을 하기도 하는데, 이 책이 이 문장에 적절하게 들어맞았다. 제 아무리 사건의 전모를 밝힌 후 명확한 결론 내기 위해 수고해 봤자, 미륵의 손바닥 안에 있었던 것이다. 내용과 아귀가 잘 들어맞는 제목의 설정이다.

  아쉬웠던 점은, 심플한 소설을 원했던 작가의 뜻에 맞게 심플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인데, 문제는 지나치게 심플하다는 점이다. 한창 집중하여 재미가 절정에 올라 초조하게 글을 읽어나갈 무렵, 남겨진 페이지 숫자가 허전했다. 사건 진행이 빠른 건 좋은데, 절정 부분이 너무 빨랐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좀 더 페이지수가 많았더라면, 그래서 마지막까지 가는 두 남자의 행로가 좀 더 일목요연하게 이어졌더라면 훨씬 괜찮은 작품이 탄생했을 텐데, 작가는 시기상조로 너무 빨리 극의 진행을 끊어버렸다. 전반전의 박력에 비해서 뒤로 갈수록 힘이 떨어지면서 미흡해지는 느낌이라고 할까. 어쨌든 반전은 예상하지 못했기에, 나는 매우 놀랐던 것이 사실이고, 원했던 방향으로 나가지 않았음에, 다소 실망을 했지만, 은근히 독자를 사로잡는 힘은 있는 작가라고 생각 된다. 최초로 소개된 작가라서 기대를 많이 했었는데, 아쉬웠던 이 점을 감안하고도, 다음으로 국내에 소개될 작품이 무척 기다려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