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갈의 아이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11
낸시 파머 지음, 백영미 옮김 / 비룡소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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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해 전, 미국에서 첫 복제 인간이 탄생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복제 아기 최초의 탄생이라는 난제에도 불구하고 인간 복제 허용을 옹호하는 반응도 만만치 않았다. 대부분의 언론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매서운 질타가 이어졌으나, 이미 엎질러진 물일 뿐, 어떤 식으로든 사태를 수습하기에는 늦은 것이다. 21세기 현재 과학의 발전은 실로 놀랍고, 때론 공포감이 조성되기도 한다. 바로 인간을 복제 한다는 지극히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는 더더욱 그렇다.

  질병 치료나 인간 생명 연장에 대한 환상을 실제로 적용시킬 수 있는 장점도 있지만, 그에 따르는 문제점은 더 이상 왈가왈부 할 필요도 없을 만큼 숱하게 회자 되고 있기에 따로 언급하지는 않겠다. 「전갈의 아이」 역시 인간 복제에 따른 문제점과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는 소설이므로, 이 주제에 관심이 있으셨던 분이라면 한번쯤 읽어볼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 된다.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추어 나온 책이지만, 어른들이 읽기에도 좋을 만큼 알차고 교훈성이 짙은 작품이다.

  ‘아편국’이라는 미래의 어느 나라에 (과거 멕시코로 명시되어 있다.) 욕심 많은 노인이 살고 있다. 그는 자신의 피부조직에서 유전자를 채취하여, 그의 복제인간들을 만들어 낸다. 아편으로 돈을 많이 벌어 한 나라를 이끄는 엄청난 재력을 지니고 있기에, 법의 힘으로도 그를 제어하지 못했다. 노인은 자신의 복제인간들에게서 장기를 이식 받아 140살까지 생명을 연장 시키며, 오래 살고 싶은 탐욕을 늘려간다. 바로 이 노인의 아홉 번째 복제 인간의 이 책의 주인공 ‘마트’다. 


  마트는 탐욕스러운 노인의 복제인간이지만, 어릴 적 노인의 겉모습만을 닮았을 뿐, 마음까지 결코 복제 당하지는 않았다. 순수하고 똑똑한 마트는, 클론이라는 저주 받은 탄생에 대한 사람들의 멸시와 핍박을 당하며 성장하지만, 그와 함께 하는 세 명의 소중한 사람들 덕분에 힘겨운 삶을 견뎌낸다. 인간도 아닌, 짐승 보다 못한 존재로서의 ‘클론’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스러워 하며, 어린 아이가 감내해야 할 크나큰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이건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바로 코앞에 닥친 내일의 일일지도 모른다. 복제인간을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는 재력가들은 현재도 싱싱한 자신의 유전자를, 연간 몇 천 만원이나 되는 엄청난 회비를 내면서까지 시설에 보관하고 있다고 한다. 먼 훗날 암에 걸렸을 때 건강한 세포의 체취를 위하여, 생명을 다해가는 장기들까지 대체할 의학 기술이 발달할 때를 대비하여서 말이다. 


  나 역시 생명 연장이라는 달콤한 유혹을 뿌리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알고 있다. 하지만, 만약 정말 나와 똑 같은, 내 모습을 하고 태어난 나의 복제인간에게서 건강한 장기만을 쏙 빼 내고, 쓰레기처럼 버린다면…. 과연 기분은 어떠할까? 건강하게 몇 십 년을 더 살 수 있어서 행복할까? 아니면, 나와 똑같은 나를 죽였다는 죄책감에 고통스러워할까? 그리고 복제인간을 정말 선의의 목적으로 사용할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사람에게 ‘사용’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도 매우 찜찜한 일이다.)  


  「전갈의 아이」는 이러한 유전공학의 문제점을, 실감나게 소설로 표현하고 있다. 암소의 뱃속에서 클론으로 태어난 ‘마트’라는 아이가 살아가며 겪게 되는 혼란과 무서운 공포. 그리고 끝이 없는 인간의 욕심으로 비롯된 그릇된 망상까지…. 7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이었지만, 간결한 문장과 흡입력 있는 스토리 전개로 인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을 수 있었다. 복제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것. 그것은 어쩌면 우리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무섭고 잔인한 결과를 초래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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