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미래 - 앨빈 토플러 (반양장)
앨빈 토플러 지음, 김중웅 옮김 / 청림출판 / 200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21세기, 바로 지금의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는 과연 어떠한 모습으로 다음 세대를 기다리고 있을까? 이런 문제들이 궁금해서「부의 미래」를 읽어보게 되었다. 나도 급격하게 변화하는 21세기를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세계적인 석학 ‘앨빈 토플러’가 내린 미래 진단 결과물을 읽어보고 싶었다. 우선 먼저 이 책의 제목을 접하고 부와 관련된 거대한 돈의 흐름, 요즘 많이 등장하는 ‘부자 되는 길’ 따위의 미래지도를 예상했으나, 이러한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선입견처럼 자리 잡고 있었던 돈에 대한 욕망을, 나도 모르게 미래에 대한 낭만적인 꿈속에 포함시키고 있었던 탓이 클 것이다.

  ‘앨빈 토플러’가 내리는 부에 대한 정의는 결코 돈에 국한되지 않는 추성적인 범위의 혁명을 뜻한다. ‘부 = 돈’이라는 지극히 상투적인 정의에 반격하여 오늘날 지식기반 경제체제의 변환과 급변하는 인류의 변화의 속도까지 모두 포함시킨 개념이다. 그가 내린 부의 혁명은 컴퓨터 하드웨어, 인터넷이라는 놀라운 힘, 그 이상의 것이며, 단순한 경제적인 개념 역시 넘어선 그 이상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부의 혁명은 사회, 제도, 교육, 문화, 정치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그야말로 ‘혁명’ 그 자체이다. 과거 농업혁명에서 산업혁명으로, 그리고 현재의 지식혁명에서 다가올 제 4의 물결의 열쇠가 될 부의 혁명은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었다.

  유명한 저자의 이력답게 이 책은 발간되자마자 전 세계의 베스트셀러로 자리했다. 나는 앨빈 토플러의 전작들을 읽어보지 못했지만, 현재의 모든 분야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바탕으로 훌륭한 진단을 내린 「부의 미래」를 읽으면서, 매우 흥분되는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다. 돈에 대한 시장의 흐름이 본서의 주를 이루고 있을 것이라는 예상에는 빗나갔지만, 그보다 더욱 중요한 지금 이루어지고 있는 제 3의 물결에 함께 동참할 수 있는 시야를 넓힐 수 있었다는 점에서, 본서를 읽을 것이 행운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나 분명 자신의 기대에 어긋났다고 해서「부의 미래」를 전작들의 재탕이니, 미래에 대한 조언 보다는 경제신문을 보는 듯 지루했다는 독자 역시 계실 거라고 생각 된다. 모두 각자 나름의 취향이 다르다는 점을 알기에, 내가 뭐라고 언급 할 부분은 아니지만, 지난 10년 동안의 세계의 경제 흐름을 명료하고 상세하게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대단한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과거를 통해서 현재를 보듯, 현재를 통해서만 비로소 미래를 냉정하게 바라봄이 가능하다. 현재 미국과 유럽, 아시아 모든 나라에 닥친 체제의 위기, 전쟁, 테러, 이민, 생태적인 재앙, 지정학적 변동들에 대해서 예리하게 살펴 볼 수 있는 것이다.

  「부의 미래」에서 진단하는 코앞으로 다가온 미래의 해석은 대략 이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듯 하다. 미래를 장악하는 사이버 공간의 생성, 장소에 따른 평가 기준의 변화, 현제 불안정한 달러의 세계적 범위 확대, 시간의 재 정렬, 아시아 - 유럽 - 미국 - 아시아로 향하는 거대한 부의 이동, 우주를 대체 에너지원 등으로 활용하는 방안, 자본주의의 위기와 화폐의 폐지 내지는 통합. 대략의 큰 덩어리들만 보고도 매우 복잡하고 위태로운, 그러나 흥미로운 주제들의 조합이다. 무엇보다 아시아가 지구의 미래를 주도하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나에겐 더욱 큰 자극이 되었던 것 같다.

  지나친 고속화로 어지럼증을 겪고 있는 요즘이다. 문명의 발달과 더불어 더욱 쇠퇴하는 자연, 대량 실업, 경제 불황, 유전자 문제 등.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걸출한 문구들을 보면서 미래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매우 궁금했었다.「부의 미래」가 이러한 나의 걱정들과 의문점을 말끔하게 해결해주지는 못했지만, 지난 10년간 세계인들이 이룩해 놓은 훌륭한 과제들을 보면서 묘한 전율을 느꼈던 것이 사실이다.

  변하는 속도조차 느껴지지 않을 만큼 빠르게 변화하는 21세기. 내가 지금 여기, 이 재미있는 나라 대한민국에 살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앨빈 토플러가 아무리 위대한 미래학자라고 할지라도, 그조차 관망하는 입장이지 미래의 지도를 손에 쥐고 있는 것이 아니다. 미래는 알 수 없으니까 더욱 살아보고 싶은 것이다. 약간의 예상은 할 수 있지만, 결론의 마침표까지 내릴 수 없다는 사실을 알기에, 다가올 제 4의 물결이 전 세계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더욱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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