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차세계대전사 (양장)
존 키건 지음, 류한수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2차 세계대전’이라함은, 전 세계 일곱 대륙 중 여섯 대륙과, 모든 대양에서 발발했던, 역사상 가장 크고 끔찍했던 전쟁이다. 2차 대전의 결과로 전 세계 약 5,000 만 명이 사망했다고 추산된다. 정확한 수치로 파악할 수는 없지만, 부상자의 수는 사망자의 수를 넘어서고, 전쟁으로 인한 물리적 손실은 헤아릴 수조차 없다. 교선국 가운데 가장 큰 피해를 겪었던 나라는 소련으로, 약 2600 만 명, 즉, ‘2차 세계대전’ 피해의 절반에 가까운 사망자수를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수치로 남아있는 전쟁의 기록은 너무도 천문학적인 수치이기에 감히 상상조차 할 수가 없을 만큼 비현실적이다. 5,000만 명…. 현재 대한민국 인구가 이에는 못 미치지만 근사치에 가까운 인구인데, 5년간 이루어진 단일 전쟁으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끝내 몰락했다고 친다면, 살로 와 닿는 끔찍함의 깊이를 추려볼 수 있을 듯도 하다.
1939년 9월 1일, 유럽서부전선으로부터 시작된 ‘2차 세계대전’은 1945년 8월 15일, 일본의 공식적인 항복 의사와 함께 막을 내린다. 대략 6년에 걸린 대 전쟁의 속내가 궁금했다. 무수한 영화나 소설의 소재거리로 등장하곤 하는 ‘2차 세계대전’을 조금 더 명확하게 살펴보고 싶어서 「2차 세계대전사-존 키건-」을 읽게 되었는데,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드라마틱한 전쟁의 상황을 간결하고 명료하게 기록해 둔 것 같다. 물론 엄청난 분량이기에 세부적인 전쟁사를 기대했음은 물론이었고, 전쟁의 이데올로기의 실체 또한 치밀하고 정확하게 알고 싶었다.
전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1914년 ‘1차 세계대전’부터 시작된 20세기 유럽의 군사화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산업혁명 이후 유럽 주요 도시 국가들의 인구는 두 배 가량 증가했다. 인구 증가에 따라, 군대에 입대하는 숫자도 19세기부터 20세기까지 두 배 이상 증가했으니, 군대가 유럽의 전 지역에서 정치적인 에너지를 불어넣게 된 것이다. 머릿수만 채워 넣고 방어에만 전념하던 과거 군대와는 질적으로 틀린 ‘20세기 군대’는, 정치 중립적이고 위계적인 하나의 사회모델로서 성장하게 된다.
군대의 성장과 함께, ‘공업화’의 산물인 ‘전쟁 무기’ 또한 엄청난 발전을 거듭한다. 혁명적인 무기라고 할 수 있는 대량살상무기 ‘원자 폭탄’의 발명, 전차와 기관총, 그리고 레이더에 첩보 작전, 암호 체계까지 합세해, 2차 세계대전의 규모는 과거의 소박함을 과감하게 벗어던지고 폭발적인 증가로 확대된다. 마음껏 전 세계를 초토화 시켜버릴 ‘전쟁 무기’와 ‘인원’이 갖추어졌으니, 이제 남은 것은 전 세계인들이 서로의 등에 총을 겨누는 일만 남은 셈이다.
2차 세계대전에서 또 하나 간과해서는 안 될 점은, 각 국 대표자들의 전략적 딜레마에 따른 신경전의 양상이다. 타락한 자본주의 국가를 대포하며 전쟁의 승패를 손안에 쥐게 된 미국의 ‘루스벨트’, 쇄락해가던 영국의 낭만주의자이자, 제국주의자였던 ‘처칠’, 마르크스주의 독재 체제 속에서 소련에게 최대한의 이득을 취하고자 노력했던 ‘스탈린’. 그리고 2차 세계대전을 주도했던 나치즘의 산물 ‘히틀러’까지. 이들 사이에 이루어진 연합군이라는 동맹의 모순과 해체들 속에서 전쟁보다 더욱 긴장감 넘치는 인물 열전을 살펴볼 수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관심 있었던 ‘독소전쟁’의 비중이 작아서 아쉬운 감이 있었다. 역자의 말마따나, 저자가 ‘영국인’인 관계로다가, 유럽 서부전선에 지나치게 힘을 실어 넣은 나머지, 책 분량의 절반 가까이를 유럽 서부전선에 할애하고 있었다. ‘히틀러와 스탈린’이라는 두 인물에 포커스를 집중시켜 이 전쟁사를 차분하게 풀어나가야 했는데, 유럽권이라는 지역을 지나치게 비중 있게 다루었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마지막 태평양 전쟁 중, ‘오키나와 전투’와 ‘일본의 패망 부분’ 역시 비중이 너무 적었다는 사견이다. 몇몇 아쉬움이 있기는 했지만, 무척이나 방대한 「2차 세계대전사」를 딱 한권으로 요약해서 읽어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는 대체로 만족스럽다. 개인적으로 번역 또한 마음에 들었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문장에, 필요한 주석은 문외한 독자의 이해를 돕기에 충분했다.
대 전쟁사를 읽어보며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다. 가장 끔찍했던 점은 아무래도 독일의 나치즘이 아니었나 싶다. 나치 독일은 열등하다고 간주한 하등인간, 즉 게르만민족을 제외한 모든 민족을 말살 시키려는 무시무시한 이념을 지니고, 유대인과 슬라브인을 무참하게 학살했다. 강제 수용소를 만들어 하루에도 수십 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을 가스실로 보내 처형시켰다. 히틀러의 인종 말살정책에는 ‘강압, 처벌, 보복, 테러’의 결과로 결국 모든 인종의 전멸을 목표로 학살을 제국주의의 제 1 원칙으로 삼았다. …믿을 수 없게도, 불과 반세기 전에 일어난 일이다.
일본은 대동아공영권을 목표로 삼고, 모든 아시아를 일본의 수족으로 부려먹으며, 잔혹한 행위를 일삼았다. 실로 위선적이고도 혹독한 강탈을 일삼으며, 인간이 인간에게 할 수 없는 가학행위를 서슴지 않았다. 진주만 공격으로부터 시작된, 미국에게 ‘버티기’로 오만불손하게 설쳐대다가 결국은 원자 폭탄 투하로 패망하고 말았다. 이러한 두 나라의 정치원칙과 군사원칙이 세계인들을 향한 무참한 살상으로 이어졌지만, 잔혹한 독일과 무모한 일본은 각각 전쟁에서 보기 좋게 참패한다. 인과응보란 말이 딱 들어맞는 순간이다. (비록 지금은 두 나라 모두 ‘지나치게’ 잘 살고 있지만…….)
또 하나, 2차 세계대전의 아이러니한 점 하나는, 바로 전시 고급품을 둘러싼 각국의 이해 못할 모순점들이다. 전쟁 와중에, 역설적이게도 각 나라는 서로서로 전쟁의 무기나 항공기, 대포, 전차, 군화, 석유, 군인 식량까지 모든 물량들을 수출, 수입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서로 서로 총을 겨누며 싸우던 나라들이 ‘무역’이라는 이름 하에, 전시 보급품을 거래하다니. 총 겨누며 죽이니 마니, 하며 싸우면서도 상대방 나라에서 전쟁 물량이나 원자재를 구매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그저 웃길 뿐이다.
식민지를 만들어 그곳에서 필요한 식량과 물자를 조달하던지, 무역이라는 합법적인 통과의례로 필요한 무기들을 수입, 수출 하던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들도 많고, 이해하기 어려운 전상의 진실 또한 많았다. 혹자는 평생을 바쳐가며 연구하는 ‘군사사’를, 본인이 며칠 만에 독파하며 이해하기란 불가능 하다. 몇 번 더 집중해서 읽어보면서, 전쟁 관련 영화나 다큐멘터리를 본다면 도움이 될 것 같다.
만약 2차 세계대전에 대한 궁금증이 많은 분이라면 이 책의 일독을 권하고 싶다. 책의 분량이 만만치 않기는 하지만, 격렬하고도 장대했던 2차 세계대전사는 지금까지도 계속 매력적이고도 음울한 역사의 기준으로 남아있고, 많은 매체에서 다루어지고 있기에, 한번쯤 읽어보면서 지난 전쟁의 과오를 살펴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니, 2차 세계대전사 만큼은 반드시 알아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