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을 배반한 과학자들 - 되풀이되는 연구 부정과 '자기검증'이라는 환상
니콜라스 웨이드.윌리엄 브로드 지음, 김동광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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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실을 배반한 과학자들」은 ‘자기기만’에 빠진 과학자들을 무수한 사례들을 통해 일반인들이 알게 쉽게 설명하고 있다. 여기에는 일부 유명한 과학자들이 대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갈릴레오 갈릴레이, 아이작 뉴턴, 로버트 밀리언, 찰스 다윈 같은 저명한 과학자들이 한번쯤은 진실을 왜곡한 채 자신의 명성만을 드높였다는 사실이 못내 충격적이게 다가왔다.


  명예를 위하여 진실을 왜곡한 이들의 허울뿐인 논문을 보면서 인간이란 무척이나 비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인간이기에 누구나 성공이나 재물의 유혹의 손짓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은 인정해야한다. 그리고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그들의 신분이 세상에서 가장 명확하고, 가장 보편적이어야 할, ‘과학’에 종사하는 연구자들이라면 얘기가 달라지지 않을까? 전 국민을 감쪽같이 속여 넘긴 황우석 박사의 연극처럼 진실은 언젠가는 밝혀지게 되어 있다. 설령 천 년이 넘는 시간이 걸린다고 해도 말이다.


  나는「진실을 배반한 과학자들」이 최근 과학계에서 부는 의혹의 바람을 타고 새롭게 출간된 책 인줄 알았는데, ‘연구윤리의 고전’이라는 표지의 문구를 보고 출간된 지 이미 25년이나 된 오래된 책임을 알 수 있었다. 한국에서는 10년 전, 「배신의 과학자들」이란 제목으로 출간되었다고 한다. ‘윌리엄 브로드와 니콜라스 웨이드’는 <뉴욕타임즈> 과학 전문 기자로 활동 중인 언론인이었다. 이들은 기자 특유의 치밀함을 자랑하며, 사건들의 전모를 상세하게 파헤치고 있다. 과감하게 폭로되는 과학자들의 배반행위는 흡사 9시 뉴스를 보는 듯 생생하다.


  과학에서 결코 2등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것은 최초의 발견자에게 영광이 돌아가고 2등은 아예 상대조차 해주지 않는다. 선취권을 얻지 못한 발견자에게 남겨지는 건 쓰라린 결실일 뿐이다. 학자, 학생, 스포츠인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분야에서 1등의 위치는 확고하다. 그러기에 지나친 경쟁심이 불러일으킨 그릇된 야망의 결과로 과학자들은 표절이나 데이터의 조작 등, 자기기만 행위를 반복 시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과학 엘리트층의 확고한 권력 구조 역시 과학자들의 치명적인 오류를 재생산하고 있었다. 자신의 연구 성과가 주목 받도록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과학자들의 입장 역시, 변하지 않는 과학 자체의 인지 구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진부한 변명만을 늘어놓고 있다.

 

  그래도 진실 되게 살았으면 좋겠다. 내가 믿었던 훌륭한 학자들이 정말로 진실 된 사람이었다고 믿고 싶다. 빈번한 모방이나 표절이 더 이상 제 2의 창조가 될 수 없듯이, 거짓투성이 과학자들에게는 죽은 후에도 불명예가 씻겨 내려가지 않는다. 과학자뿐만이 아니다.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질실 왜곡 자들이 존재하고 있을까? ‘사기’도 똑똑한 사람만이 행할 수 있는데, 그 똑똑함과 영민함을 좋은 일에 투자하면 안 되는 걸까? 정령 깨끗하고 투명한 사람들이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질 수밖에 없는 걸까? ……이런 저런 고민과 걱정들을 동반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신기한 점은, 과학자들의 표절을 폭로하며 따끔하게 일침을 가하고 있는 바로 이 책을, 또 다시 표절한 책이 있다고 한다. …아, 정말 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생각 할수록 어이가 없고, 머리가 아파온다. 사리분별 못하는 일부 몰지각한 과학자들이 ‘준 굿필드’의 말을 들으면 뭐라고 할까? 아마도 자신은 결백하다며 끝까지 오리발을 내밀겠지. 이 책에 등장했던 모든 과학자들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듯이.


  ‘모든 직업 중에서 과학이 가장 비평적이다. 음악, 미술, 그리고 시와 문학에는 전문 비평가들이 있지만 과학에는 없다. 왜냐하면 과학자 스스로가 그 역할을 맡기 때문이다.’ - 준 굿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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