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이란 무엇인가. 시인 이성복은 스승은 생사를 건네주는 사람이라고 했다. ‘죽음이 무엇인지‘를 알려주기 위해생사를 공부하는 사람이 스승이라고. ‘죽음의 강을 건널 때겁먹고 급류에 휩쓸리지 않도록 이쪽으로 바지만 걷고 오라‘고 소크라테스가 그랬고 몽테뉴가 그랬고,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의 모리 교수가 그랬다. 멘토나 롤 모델, 레퍼런스가 아니라 정확하게 호명할 수 있는 스승이 곁에 있다면,
우리는 애틋하게 묻고 답하며 이 불가해한 생을 좀 덜 외롭게 건널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이것 보게. 그 마인드를 무엇이 지탱해주고 있나? 컵이지. 컵 없으면 쏟아지고 흩어질 뿐이지. 나는 죽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내 몸은 액체로 채워져 있어. 마인드로채워져 있는 거야. 그러니화도 나고 환희도 느낀다네. 저사람 왜 화났어? 뜨거운 물이 담겼거든. 저 사람 왜 저렇게쌀쌀맞아? 차가운 물이야. 죽으면 어떻게 되나? 컵이 깨지면 차갑고 뜨겁던 물은 다 사라지지. 컵도 원래의 흙으로 돌아가는 거야. 그러나 마인드로 채워지기 이전에 있던 컵 안의 void는 사라지지 않아. 공허를 채웠던 영혼은 빅뱅과 통했던 그 모습 그대로 있는 거라네. 알겠나?"

그래도 한국인들은 운이 좋아. 중국 일본보다 훨씬 창조적이야. 사이에 있는 반도라서 빛을 발했네. 이름 지을 때보면 알아. 중국 사람들이 지은 도시 이름은 다 두 자야. 북경, 남경․ 몇천 년을 두 자에서 못 벗어나지. 암흑, 명암, 선악 전부 두 자에 가둬. 길어야 사자성어, 네 자뿐이야. 중화민국, 그걸 우리가 본딴 게 나라 이름인 대한민국이야. 한자문화권에 있는 일본도 동경, 교토, 나라……… 사각의 틀에 갇혀 있어서 자유롭게 꿈틀대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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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솟에 있는 토양 박테리아는 항우울제 성분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라떼는~‘이라고 요즘 사람들은 싫어할 테지만, 옛날 사람들이하는 이런 말이 있지요. "우리 때는 흙 파 먹고 놀았다." 그때가 생각납니까? 아무 근심 없이 행복했던 시절, 아마 우리는 흙을 만지며 우울한 기분을 씻어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행복해지고 있었던 것이죠. 화분 기르기를 권합니다. 직접 흙도 만지고 햇볕 쬐어주고 물도 주고 가끔 통풍도 시켜주며 스스로도바람을 쐬어보세요. 내가 화분을 기르는지 이 조그마한 식물이 나를 가꾸는지 모를만큼 기분이 훨씬 나아질 겁니다.

"내가 새댁한테 던진 건 물음표가 아니라 느낌표였어요. 잘하고 있다는 확신의 느낌표 문장이 끝날 때 물음표로 끝나는것과 느낌표로 끝나는 게 얼마나 차이가 큰 줄 알죠?"

"누구나 목 놓아 울 수 있는 자기만의 바다가 필요하다. 연남동에는 하얀 거품 파도가 치는 눈물도 슬픔도 씻어 가는 작은바다가 있다?"

<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을 쓰면서 결국 마음을 꺼내 보이는일이 가장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마음을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아주 큰 행운이라는 것을 동시에 배웠습니다.
늘 저의 ‘연두색 다이어리‘가 되어주는 가족에게 사랑한다는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또 독자분들에게도 ‘연두색 다이어리‘가생길 수 있도록 함께 책을 만들어주신 담당자님과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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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화가들 - 살면서 한 번은 꼭 들어야 할 아주 특별한 미술 수업
정우철 지음 / 나무의철학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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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거 아시나요? 그림을 시작한 후 고향 사람들이 불렀던그의 별명은 ‘마을의 멍청이‘였답니다. 변호사 자격증도 취득했겠다, 탄탄대로를 걸을 수 있는데 본인이 하고 싶은 그림을 그린다며멍청이라 불렀지요. 그래도 마티스는 사람들의 비난과 조롱에 고개숙이지 않았습니다.
마티스가 그랬습니다. 마티스는 이후 매일 아침 여섯 시에 일어나열한 시간씩 캔버스 앞에서 그림을 그렸습니다. 마을의 멍청이는 결국 프랑스 미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거장이 되었지요. 그럼 여기서 마티스의 초창기 그림을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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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서 믿음과 신뢰는 긴밀한 관계를 이룹니다. 하느님을 신뢰하는 사람은 지금까지 자기가 붙들고 있었던 것을내려놓고, 소유한 것도 놓아버릴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고향을 떠날 준비도 되어 있습니다. 내적 고향을 찾기 위해서입니다. 물론 성경은 아브라함에 대해 이상적인모습만 그리지 않습니다. 그는 하느님이 가리키신 곳을 향해 가는 여정에서 거듭 의혹을 품습니다. 이집트에 머물때에는 파라오가 자기를 죽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그를 엄습했습니다. 그에게는 아름다운 아내가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파라오에게 아내를 누이라고 거짓으로 소개했습니다. 우리가 하느님께로 가는 여정 중에 언제나 의혹도 따를 겁니다. 우리는 길을 떠나지만 곧 다시 안전장치를만들기를 원합니다. 우리는 우리를 불러주신 하느님을 신뢰하지만, 완전히 신뢰하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예방책을강구합니다. 뜻하지 않은 일을 당할까 대비하는 것입니다.

신뢰한다는 것은 우리가 늘 신뢰했던 익숙한 것들을 내려놓고 새로운 것에 뛰어드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신뢰했던 것은 신뢰를 만들어냅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꽉붙들고 놓지 않으려 할 수도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 내면에 일으켜 주시는 신뢰는 우리에게 익숙한 고향이 지금까지 선사했던 것을 내려놓는 데 도움이 됩니다. 신뢰는새로운 것에 도전하도록 우리를 북돋아 줍니다.
우리는 하느님 안에 토대를 두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우리를 지탱해 주는 것들을 내려놓을 수 있습니다. 과거의습관들, 소유물, 안정감과 편안함을 주는 집, 고향에서 맺은 인간관계 등 많은 것을 내려놓을 수 있습니다. 신뢰는자신이 삶을 주도하기 위해, 그리고 하느님을 신뢰하며 삶을 만들어가기 위해 꼭 필요한 요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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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동그래지며)저 배짱 없어요. 70년 살아보니 인생이 평탄하고 싶어도 평탄하지가 않아요. 그래서 어느 순간 ‘오케이, 이 골짜기 넘으면 또 어떤 벼랑이 올까, 올 테면 와라, 내가 넘어줄게‘가 되는 거죠. 사는 게 다 그래요. 망하고 싶은사람이 어딨어요? 자식 아픈 거 보고 싶은 사람이 어딨어?
그런데 어느 날 멀쩡하던 제 자식이 중환자실에 들어가 뇌수술을 받았어요. 이듬해엔 출근하던 삼풍백화점이 하루아침에 무너져서 동료를 잃고 직장을 잃었죠.
그런 일 겪으면 인생관이 바뀌어요. 그래도 벌어진 일은 받아들여야 해요. 아무 일 없이 평탄했으면 내 인생 콘텐츠도없었겠죠. 그래서 나는 젊은이들이 경이롭고 안쓰러워. 어쩌면 저렇게 유능할까, 막 존경하다가 ‘앞으로 나이의 첩첩산중을 어떻게 넘어갈꼬‘ 생각하면 애처로워서…

인생에서 일어난 일은 어떻게든 끌어안아야 되잖아요. 걸림돌이 결국 사람을 이해하는디딤돌이 되더라고요.

그런데도 ‘나 치매 걸리면 싼 요양원에 넣어달라‘고 하셨다죠.
치매 걸리면 알지도 못하는데 뭐하러 비싼 데 가요. 비싼 요양원도 다 자식들 허영이죠. 대신 이런 당부는 해요. "너희들 욕 안 먹으려면 자주 찾아 와." 부모 임종 앞두고 수의가지고, 관 가지고 싸우는 자식들을 많이 봤어요. 왜 그런 거고민시켜요? 저는 이미 시신 기증 서약도 했으니 몸에서 쓸만한 건 다 빼내고 가루만 주겠죠. 애들은 엄마가 죽어도 각막은 살아서 누군가 볼 수 있으니 또 얼마나 좋아.
어차피 우리가 사는 게 죽으러 가는 거예요. 배고픈 애들 밥먹이다 가면 황천길이 편하잖아요. 죽으러 가는 길에 골짜기도 건너고 강도 건너고 평야도 건너는 거예요. 누구는 금수저 물고 태어나고 누구는 수저도 없이 태어난다고들 불평하죠. 그런데 나무젓가락 들고 막노동판에서 먹어도 동료들과 웃으며 식사하면 그게 행복이에요.

무슨 말이든 경쾌하게 하는 편이죠?
내 모토가 삶에 찌들지 않은 상큼한 할머니잖아요. 겁주지않아도 어차피 삶은 무거워요. 젊은이들은 더 무겁죠. 그러니 말이라도 경쾌하게 해줘야죠. 자존감 없으면 더 고단한사회니까요.

." 기도하고 산책하면서 루틴을 다져요. 스트레칭, 신문 읽기, 독서도 빼놓지 않죠. 루틴은 나를 함부로 하지 않겠다는 다짐 같은 거예요. 몸의 뼈대 같아서 루틴이 튼튼하면 일상이 무너지지 않아요. 젊을 때와 다른 건 해야 할 일을 억지로 하진 않는다는 거. 집이 좀 더러워도 내키지 않으면 "먼지야, 내일 치워줄게" 그러죠(웃음).

(미소 지으며)"하고 싶은 일을 해. 단 네 생활과 노후는 스스로 책임져. 사회에 폐 끼치지 말고." 사는 게 별거 아니에요. 그래서 남에게 폐 끼치는 거 아니면 제 성질대로 살아야해요. 패션도 마찬가지예요. 필요에 따라 조언해 주지만, 근본적으로는 ‘입고 싶은 거 입으라‘가 답이에요. 어릴 적 엄한 부모 밑에서 레이스 달린 거 못 입어본 사람은 커서 공주옷 입어야 욕구가 풀려요. 억압이 해결되는 거죠.
꼰대가 별 게 아니에요. 무조건 ‘나한테 맞추라‘고 억압하는꼰대들은 예나 지금이나 있어 왔어요. 조너선 스위프트라고《걸리버 여행기》 쓴 작가가 그랬어요. 젊은이한테 참견하지말고, 그들이 같이 놀자고 하기 전에 끼어들지 말라고요. 이태리에서도 집안의 어르신은 점잖게 앉아 있어요. 그래도중요한 결정을 할 때는 꼭 젊은이가 어른의 의견을 묻죠.

야망과 열정은 다릅니다. 야망은 역경에 맞서 애써 위로 올라가려는 것이에요. 반대로 열정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타고 아래로 내려가는 것이지요. 그렇지 않다면 눈사태처럼자신을 붙들고 가속도를 내서 그리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것이든가요.
실제로 자연선택은 무작정 속도를 폭발시키는 대신 에너지를 아껴 써서 지구력을 증진하는 일을 해왔습니다. 타오르는 열정을 식히는 것 자체가 노화의 일반적인 과정이 아닐까요.

‘검은머리솔새는 바람에 맞서는 대신 바람을 타고 날고 싶어 한다. 바람의 신호를 기다리는 것이다.‘

후회에 관한 유의미한 발견은 무엇이었나요?
사람들은 너무도 다양하게 많은 것을 후회하더군요. 연애,
재정, 가족, 교육 등등. 그 심층구조를 들여다보니 후회는4가지로 정리됐어요.
첫째, 삶의 안정적 인프라를 만들지 못한 것에 대한 기반성후회. 둘째, 성장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지 않은 대담성 후회․셋째, 양심적이지 못한 일에 대한 도덕성 후회. 넷째, 더 사랑하고 손 내밀지 못한 관계성 후회입니다.

괴롭혔던 사람에게 사과할 수도 있고, 흉한 문신은 지울 수도 있죠. 차선책으로 해석을 달리할 수도 있어요. 가령 "그사람이랑 결혼한 건 후회하지만 ‘적어도‘ 예쁜 두 아이를 얻었잖아"처럼요. 하지만 무행동에 대한 후회는 다른 선택지가 없어요. 나이 들수록 우리가 괴로워하는 것도 그 때문이고요. 대부분 무행동에 대한 후회는 후회의 심층구조에서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대담성 후회‘와 ‘관계성 후회’로나타났습니다.

훌훌 털고 간 게 아니라슬픔과 함께 나아간 거예요. 모든 상처가 다치유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에요. 슬픔과 사랑을 동시에 느끼며 다시 웃고 나아갈 뿐이지요.

사랑하는 모든 것은 언젠가는 잃게 되지만
사랑은 결국 다시 다른 모습으로 돌아옵니다.
- 수전 케인-

보통의 아이들도 눈부신 지평선을 보면 슬퍼해요. 떠나고헤어지는 것을 힘겨워하죠. 그럴 때 ‘언젠가 다시 보게 될것‘이라는 말보다 더 위안을 주는 가르침은 작별의 고통이삶의 일부라고 말해주는 거예요. 아이들이 우는 이유는 우리가 기만을 가르쳤기 때문입니다.
온전하고 문제없는 게 정상이며 낙담, 병, 이별, 피크닉의 파리떼는 비정상이라는 강박을 버리세요. 덧없음에 대해 알려주는 것은 아이뿐 아니라 어른에게도 위안이 돼요. 시인 제라드 맨리 홉킨스는 〈봄과 가을>이라는 시에서 소녀에게 이렇게 가르쳐요.
‘인간이 태어난 것은 시들기 위해서란다. 네가 슬퍼하는 것도 마거릿, 너 자신인 거야.‘

끓어오르는 감정을 단번에 가라앉히기는 쉽지 않습니다만,
일단 물러서면 많은 일은 저절로 조정됩니다. 물을 한 잔 마시고 심호흡을 하세요. 적나라한 분노를 쏟아내면 주목은받겠지만 탁월함과는 거리가 멀어져요. 최악의 상황을 그려본 후 서서히 압력을 낮추세요.
제 생각에 그런 정서적 주권을 쥔 대표적인 사람은 버락 오바마입니다. 그는 자부심과 기쁨은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트럼프 시대에조차) 좌절과 분노는 적절하게 제어했어요.
반응의 적정 온도는 뜨겁지도 차지도 않은 따뜻함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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