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
류시화 지음 / 수오서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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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 자신을 위해서도 수행하지만 서로를 위해서도수행한다네. 우리는 우리와 연결된 모두를 대신해 수행의 길을걷는 것이네."
그 말이 큰 힘이 되었다. 세상에 매몰될 때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누군가가 나를 대신해 수행의 길을 걷고 있다는 생각이 나를 붙들어 주었다. 포기하지 않고 길을 모색하게 하는 힘은 나자신에게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나와 연결된 존재들로부터도온다. 그것을 인식할 때 우리는 안도하게 된다.

그녀가 싫어할까 봐 아직 귀띔해 주지는 않았지만, 우리의 에너지는 우리가 집중하는 곳으로 흐른다. 어떤 단어에 힘을 실으면 생각의 에너지가 그곳으로 모인다는 것을 심리학 연구가 밝혀 내었다. 예를 들어, "나는 아픈 것이 싫어." 하고 말하면 마음은 ‘아픔‘에 집중하게 되고, 그때 에너지는 ‘아픔‘ 쪽으로 흐른다.
그 에너지의 방향을 바꾸는 방법은 "나는 건강한 것이 좋아." 하고 말하는 일이다. 이것이 개인뿐 아니라 세상의 에너지 흐름을바꾸는 길이라고 귀가 얇은 나는 어디선가 새겨들었다.

별을 흔들지 않고는 꽃을 꺾을 수 없다. 우리 모두는 연결되어 있다.‘라는 글귀를 나는좋아한다(자랑하는 것 같지만 내가 엮은 아메리카 인디언 연설문집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에 나오는 문장이다).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를 들고와서명을 요청하면서,
"지난 10년간 읽은 책 중에서 이 책이 가장 좋다."라고 말할 때의그녀가 나는 지난 10년간 본 모습 중에서 가장 좋았다! 이야기가본의아니게 내 책 홍보로 흐른 것 같지만 워낙에 ‘좋은 책‘이니한 단락 더 인용해도 그녀가 뭐라 하지 않을 것이다.
"세상은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자에게는 아름다움을 주고, 슬픔을 발견하는 자에게는 슬픔을 준다. 기쁨이나 지혜 같은 것들도 마찬가지다.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의 반영이다." (카이오와족 큰구름이 한 말.)자신이 원하지 않는 것에 대해 말하는 순간, 자신이 원하지 않는 것을 주위로 끌어당긴다. 원하는 것을 말하는 순간, 원하는그것을 자신에게 끌어당기기 시작한다. 끌어당김의 법칙에는 예외가 없다.

이야기가 다른 데로 새지 않아 다행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으로 자신을 정의하자가 이 글의 주제이다. 생의 마지막에 당신은 무엇을 좋아했는지 떠올릴 것이다. 그것이 당신 영혼의 색깔이다. 신은 당신에게 이생에서 무엇을 좋아했는가 묻지, 무엇을싫어했는가 묻지 않을 것이다. 무엇 때문에 불행했는가보다 무엇때문에 행복했는가를.

"내가 가장 부러워하는 사람은 ‘세상의 모든 것에서 아름다움을 보는 사람‘입니다."
그렇지 않은가. 모든 것과 모든 곳에서, 그리고 모든 얼굴에서아름다움을 발견하지 못하면 우리는 아직 온전히 눈을 뜨지 못한 것이다. 그것을 페르시아의 시인은 이렇게 표현했다.
‘가지에서 미소 짓지 않는 꽃은 시든 꽃우리는 무엇인가를 추구하는 사람이면서 동시에 그 추구의대상이다. 우리는 거울에 비친 얼굴이면서 거울 그 자체이다. 세상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때마다 자신의 아름다움도 동시에 발견한다. 오래된 사원 벽에 적혀 있는 문장처럼, 세상의 아름다운것을 목격하는 순간 사람은 노예가 되기를 멈춘다. 삶이 힘든시기일수록 마음속에 아름다운 어떤 것을 품고 다녀야 한다. 그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한다.

마지막 날 카프카는 마침내 베를린으로 돌아온 인형(실제로는카프카가 소녀를 위해 산 마지막 선물)을 손에 들고 소녀 앞에 나타났다.소녀가 놀라며 말했다.
"내 인형과 전혀 안 닮았어요."
카프카는 소녀에게 인형이 쓴 또 다른 편지를 건넸다.
‘내 여행이 나를 변화시켰어‘
어린 소녀는 행복하게 새 인형을 껴안고 집으로 데려갔다. 카프카는 인형의 인격으로 소녀에게 마지막 편지를 쓰면서, 그녀가언젠가는 결혼할 것이고 새로운 삶을 시작할 것이라고 알리면서
다음의 말로 이야기를 맺었다.
‘너도 이해할 거야. 우리가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없으면 그때는마음에서 서로를 보내 주어야 한다는 것을그로부터 몇 달 후 카프카는 너무도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여러 해가 지나 어른이 된 소녀는 인형 속에서 카프카의 서명이 적힌 편지 한 장을 발견했다.
‘네가 사랑하는 것은 모두 언젠가는 사라져 버릴지도 몰라. 하지만 그것들은 반드시 다른 형태의 사랑으로 돌아올 거야.‘

민족학자이며 정신분석학자인 클라리사 핑콜라 에스테스는말한다.
"우리의 임무는 세상 전체를 한꺼번에 구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손이 닿을 수 있는 부분부터 손을 뻗어 나가는 것이다.
한 영혼이 슬퍼하는 다른 영혼을 돕기 위해 하는 작고 조용한 일은 큰 의미를 갖는다."

소설 『위대한 개츠비』의 첫 문단은 이렇게 시작한다.
"내가 지금보다 나이도 어리고 마음도 여리던 시절 아버지는나에게 충고를 하나 해 주었는데, 그 충고를 나는 아직도 마음속으로 되새기곤 한다. ‘누군가를 비판하고 싶어질 때는 언제나 이점을 명심하거라. 세상 사람이 다 너처럼 유리한 입장에 있지는않다는 것을‘ 하고 아버지는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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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을 번역가로 살다보니 세상이 다 번역으로 보입니다. 사실 우리는 누구나 번역가거든요. 상대의 말은물론, 표정과 기분을 읽어내 각자의 언어로 이해하는 것도 번역이고 콧속에 들어온 차끈한 아침 공기로 겨울이 오고 있음을 깨닫는 것도 일종의 번역이죠. 그 과정에서 때론 오역을 하기도 하고과한 의역을 하기도 해요. 그런데 반드시 정역해야 하는 제 일과달리 일상의 번역은 오역이면 오역,의역이면 의역 그 나름의 재미가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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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
류시화 지음 / 수오서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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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읽히지만 여운이 오래남는 작가님책, 밑줄긋고 머무르며 나를 만나는 시간을 선물받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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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D. 샐린저는 『호밀밭의파수꾼』에서 주인공 홀든 콜필드를통해 이야기합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은 읽는 사람을 이따금 웃게 만드는책이다. 그리고 나를 감동시키는 책은 다 읽고 난 후에 그 책을쓴 작가가 나의 친한 친구가 되어 내가 원할 때면 언제든 전화할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기분이 들게 하는 책이다."
작가가 누리는 즐거움은 이렇듯 독자가 자신의 책을 읽고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네‘ 하고 공감대를 느낄 때입니다.
그리고 책을 읽는 동안 "마치 당신의 목소리로 옆에서 직접 읽어주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을 받는다."라고 말하는 독자는 더 이상타인이 아닙니다.

같은 길을 여행하는 동지애를 느낍니다. 시인 파블로 네루다가 여행 중에 칠레의 탄광에 들른 적이 있습니다. 그때 갱도에서 일하는 얼굴에 석탄 때 잔뜩 묻은 광부가 다가와 네루다를 와락 껴안으며 외쳤습니다.
"당신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이런 동지 말입니다.
F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일본 작가는 ‘같은 책을 한 권만 읽어도 대화가 가능하다.‘라는 출판사 광고를 인용하며, 한 권이 아니라 여러 권의 같은 책을 읽었다면 별다른 말 주고받지 않아도서로를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썼습니다.
"처음부터 말이 통하는 사람과는 같은 책을 읽었을 가능성이높다. 그리고 처음부터 전혀 말이 통하지 않는다면 상대방이 책을 전혀 읽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중략) 가능한 한 책을 많이 읽는 것이 좋다. 같이 읽은 책의 수만큼 말과 고독이 통하는사람의 수가 많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재미있는 책을 만나면 되도록 많은 사람에게 그 책을 추천하는 것이 좋다. 이것이 단절되어 가는 세계에 대한 최선의 저항 수단이다."

힘껏 당겨, 워릭!"
그러자 놀랍게도 노새는 별로 힘들이지 않고 차를 웅덩이에서끌어냈습니다. 남자는 믿기지 않아서 노새의 등을 두드려 주고농부에게 감사 인사하며 묻습니다.
"노새는 한 마리인데 왜 워릭 이름을 부르기 전에 다른 이름들을 계속 외치셨어요? 이 노새의 이름이 여럿인가요?"
농부가 웃으며 말합니다.
"아니오. 워릭은 늙어서 눈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자신이다른 노새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고 믿으면 어떤 무거운 것도 끌수 있소."

"그런데 왜 이곳 제주도가 당신이 생각한 제주도여야만 하죠?
자신의 관념 속 제주도를 확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제주도를 경험하기 위해 한 달이라는 소중한 시간을 내어이곳에 온 게 아닌가요?"

내가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가 무엇인 줄 아는가? 자신이 상상한 인도가 자신이 기대한 명상 센터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나를 만나 보니 자신의 생각 속 시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럴 때 나는 내가 자유 영혼임을 느낀다. 타인의 예측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존재라면 생생하게 살아 있다고 할 수 있는가?
내가 당신을 만났을 때, 당신이 상상 밖의 인물이면 더 좋겠다.

삶은 발견하는 것이다. 자신이 기대한 것이 아니라 기대하지 않았던 것을 인생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은 ‘다른 인생‘이다. 그 다른인생의 기쁨은 부스러기로 즐기는 것이 아니다.
사랑하면 세상이 말을 걸어온다. 인도의 두 신에게서 영감을얻을 수 있다. 남인도 타밀나두주에 가면 비슈누 신의 다른 형상인 랑가나트 신을 모신 사원이 있다. 랑가나트는 거대하고 아름다운 코브라 위에 누워 있는데, 인간이 앞에 오면 눈을 감는다. 그리고 동인도 오리사 주에 가면 비슈누 신의 또 다른 형상인 자간나트 신을 모신 사원이 있다. 자간나트는 눈을 뜨고 있는 정도가 아니라 둥글고 거대하게 뜨고 있다!
랑가나트 신이 인간이 앞에 오면 눈을 감는 것은 ‘나는 이 사

람에게서 나쁜 면을 보고 싶지 않다.‘라는 의미이다. 그리고 자간나트 신이 인간이 앞에 오면 눈을 크게 뜨는 것은 ‘나는 이 사람의 아주 사소한 좋은 면이라도 보고 싶다‘라는 의미이다. 랑가나트 신은 나쁜 면을 보지 않기로 의식적으로 감은 눈을 상징한다. 자간나트 신은 인간의 좋은 면에 의식적으로 초점을 맞춘 열린 눈을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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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높은 벽에 둘러싸여 있어서 들어가기가 무척 어려워."너는 말한다. "나가기는 더 어렵고."
"어떻게 하면 그곳에 들어갈 수 있는데?"
"그냥 원하면 돼. 하지만 무언가를 진심으로 원한다는 건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야. 시간이 걸릴지도 몰라. 그사이 많은것을 버려야 할지도 몰라. 너에게 소중한 것을. 그래도 포기하지 마. 아무리 오랜 시간이 걸려도, 도시가 사라질 일은 없으니까."

그건 어떤 자리일까?
"꿈 읽는 이‘가 될 거야"라고 너는 소리 낮춰 말한다. 중요한 비밀을 털어놓는 것처럼.
그 말에 나는 무심코 웃고 만다. "저기, 나는 내가 꾼 꿈도제대로 기억 못해. 그런 인간이 ‘꿈 읽는 이‘가 되기란 상당히어려울 텐데."
"아니야, ‘꿈 읽는 이‘가 직접 꿈을 꿀 필요는 없어. 도서관서고에서, 그곳에 보관된 수많은 ‘오래된 꿈‘을 읽기만 하면돼. 하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야."
"그런데 나는 할 수 있다?"
너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할 수 있어. 네게는 자격이 있으니까. 그리고 그곳에 있는 나는 너의 그 일을 도와 매일 밤네 곁에서."

. "맞아. 그런데 하나 기억해줘. 만약 내가 그 도시에서 너를 만난다 해도, 그곳에 있는 나는 너에 대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는 걸."

그래도 그림자는 조금 저항했지만 곧 문지기의 억센 힘을당해내지 못하고 내 몸에서 벗겨져나가, 힘을 잃고 옆 나무 벤치에 미끄러지듯 주저앉았다. 몸에서 분리된 그림자는 생각보다 훨씬 볼품없었다. 아무렇게나 벗어던진 낡은 장화처럼.
문지기는 말했다. "막상 떨어지고 나면 상당히 기묘하게 보이지. 뭐 저런 걸 애지중지 달고 다녔나 싶을 거야." 이나는 대답을 얼버무렸다. 자신의 그림자를 잃고 말았다는사실이 아직 제대로 실감나지 않았다.

"그런데 왜 다들 그림자를 버리지 않죠?"
"버리는 방법을 몰랐다는 이유도 있어. 하지만 설사 알았더라도 아무도 그림자를 버리려 들진 않을 거야."
"어째서요?"
"사람들은 그림자의 존재에 익숙해져 있으니까. 현실적으로쓸모가 있고 없고와는 관계없이." 물론 그게 어떤 얘기인지 너는 이해하지 못한다.

"어두운 마음은 어딘가 먼 곳으로 보내져 결국 생명을 다하게돼요."
나와 너는 강을 따라 나란히 걷는다. 바람이 한 번씩 생각났다는 듯 수면을 훑고 지나고, 너는 양손으로 코트 깃을 여민다.
"당신의 그림자도 머지않아 생명을 잃겠죠. 그림자가 죽으면 어두운 생각도 함께 사라지고, 그뒤엔 정적이 찾아와요."

"내가 해주고 싶은 말은, 문지기는 젠체하며 내게 충고했다. 혹은 경고했다. "머리 위에 접시를 얹고 있을 땐 하늘을 쳐다보지 않는 편이 좋다는 거야."

"그때 내가 본 것을 나 자신에게 어떻게든 설명하려고, 긴세월 동안 말을 찾고 또 찾았네. 온갖 책을 뒤져보고 온갖 현자에게 가르침을 청했지. 하지만 원하는 말을 찾아낼 순 없었어. 그리고 올바른 말을, 적절한 표현을 찾아내지 못하면서 내고뇌는 나날이 깊어갔어. 고통은 늘 나와 함께 있었네. 사막한복판에서 물을 구하는 사람처럼."
.

"한 가지 말할 수 있는 건-거기 있던 게 결코 사람이 봐서는 안 되는 세계의 광경이었다는 걸세. 그러나 한편으로는 누구나 자기 안에 품고 있는 세계이기도 하지. 내 안에도 있고,
자네 안에도 있어. 그럼에도 역시, 사람이 봐서는 안 되는 광경이라네. 그렇기에 우리는 태반이 눈을 감은 채로 인생을 보내는 셈이고." **노인이 한 번 헛기침을 했다.
"이해하겠나? 그걸 보면, 사람은 두 번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지 못해, 일단 눈으로 보면・・・・・・ 자네도 모쪼록 조심하게나

되도록 그런 것에 가까이 가지 않게끔 가까이 가면 반드시 안을 들여다보고 싶어지지. 그 유혹을 물리치는 건 보통 일이 아닐세."

"마음이 굳어버려." 나는 여전히 침묵한다.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까?
너는 말한다. "그러면 내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어딘가에 매달려서 시간이 흐르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나는 네가 하려는 말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려 애쓴다.
마음이 굳어버린다면, 사람은 두 번 다시 원래대로가 그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상태를 뜻하는지 상상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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