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면, 처음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소소한것이었다. 비유하자면, 좋아서 노를 젓던 카약을 탄 것과같았다. 그런데 어느새 작은 카약은 강물을 벗어나 바다로가는 돛단배가 되었고, 시간이 흘러 모터가 달린 크루즈가되었다. 더 많은 사람을 책임지게 된 것이다. 아날로그와디지털을 거쳐 A.I.에 이르기까지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하고 싶은 이야기도 조금씩 쌓였다. 음악, 프로듀싱, 제작,사업, 작곡, 사람들과의 관계 등 내가 삶에서 만나고 있는것에 대한 고민이 하나둘 이어져 생각을 정리하고 책을 쓰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말았다.
슬프게도 나는 음악을 업으로 삼은 이상 ‘리스너’로 남을 수 없게 되었다. 왜 사람들이 이 음악을 좋아하는가? 어떤 지점에서 이 음악이 ‘좋은 음악‘으로 평가받는가? 대중이 좋아하는 음악에는 어떤 특성이 있는가? 수도 없는질문을 던지며 음악을 분석하는 것이 내 일이다. 누구보다 마음을 다해 음악을 사랑하면서도, 그 마음만으로 음악을 대할 수 없는 것이 작곡가의 숙명이다. 음악의 설계자라면, 영감은 마음에서 얻더라도 설계는 머리로 해야 한다. 특히 앞으로 음악이 나아갈 길을 생각하면더 그렇다. 의상, 춤, 가사, 여러 마케팅까지, 음악은 더욱많은 곳에서 응용될 것이다. 분석, 또 분석해서 대중이 음악을 사랑하는 바로 그 지점, ‘마스터키‘를 찾아내야 내가음악인으로 남을 수 있다는 사실은 무척 모순적이다. 마음도 바쁘지만, 머리도 바쁘다. 음악이 나아가야 할 길, 내가만드는 음악이 대중으로부터 멀어지지 않기 위해, 나는 오늘도 열심히 마음과 머리를 굴린다.
많이 읽은 사람이 글도 잘 쓴다고 한다. 누구보다 그림을 많이 보는 사람은 화가들일 것이고, 요리를 많이 한사람은 요리사일 것이다. 음악도 그렇다. 많이 들어본 사람을이겨낼 도리가 없다. 내게는 음악이 생활 그 자체였다. 세수하고 이 닦고 밥 먹는 것처럼 피아노 소리는 항상 내곁에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어느 순간부터 버릇이 하나 생겼다. 어디선가 멜로디가 들리면 이런 생각을 했다. ‘나 같으면 다음 멜로디는 이렇게 쓰겠어.‘ 가요든 동요든 가리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그다음 멜로디를 상상했다. 그러다 다음 멜로디가 흘러나오면 내가상상한 멜로디와 비교해보기도 했다. ‘아, 이 사람은 이렇게 썼네. 멜로디 정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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