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좋은 날들이 찾아올 거야
조민 지음 / 하이스트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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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전통 공예인 킨츠기에서는 깨진 도자기의 금이 간부분을 금가루로 오히려 강조하여 다시 복구한다고 한다.
단순히 상처를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내는 것이다.

넋이 나간 채로 며칠이 지나고, 새벽에 잠이 깨서 창문을열었다.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어제도 떴고, 오늘도 뜨고,
내일도 뜰 해. 그 당연한 풍경이 불현듯이 위로가 됐다.
그날부터 아주 작은 것들을 시작했다. 이불을 개고, 이를닦고, 밥을 먹었다. 대단한 계획이 아니라 그냥 눈앞의하루를 살아냈다.
또 며칠이 지나고 친구가 커피를 마시자고 했다. 가기싫었지만 억지로 나갔다. 카페에 앉아서 시원한 커피를마시는데, 이상하게 손에서 가슴으로 온기가 스며들었다.
세상이 완전히 차갑지만은 않다는 게 느껴졌다. 정말
‘갑자기‘라고 밖에는 설명할 방법이 없는 순간에

다시 일어서는 힘은 거창한 곳에서 오지 않았다. 아침 해,
시원한 커피, 친구의 존재. 그런 작은 것들이 조각조각 모여서나를 천천히 일으켜 세웠다. 일어서는 과정은 생각보다느렸다. 한 번에 벌떡 일어서는 게 아니라, 손을 짚고, 무릎을꿇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러다 다시 주저앉을 때도있었다.

모른다고 말하는 순간, 어쩌면 우리는 조금 더 자유로워질지모른다. 모든 걸 알아야 한다는 무게에서 벗어나고, 진짜배움이 시작될 것이다.

그래서 기분 나쁜 날에는 여느 날보다 더 조심한다. 내기분을 남에게 덮어씌우지 않으려고. 내가 구름 속에 있다고남까지 끌고 들어올 필요는 없으니까.
기분은 날씨처럼 변하지만, 태도는 내가 선택할 수 있다.
오늘 기분이 꿀꿀해도, 최소한 남에게는 따뜻할 수 있다.
이런 변화가 어른이 되는 일인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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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질서 - AI 이후의 생존 전략
헨리 키신저 외 지음, 이현 옮김 / 윌북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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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도구가 아니라 행위자다.
이제껏 인간이 만든 발명품들이 인간에게 힘을실어준 이유는 새로운 도구가 아무리 강력해도그것을 어디에 쓸지 결정하는 것은 항상우리의 몫이었기 때문이다.
칼과 폭탄은 누구를 죽일지스스로 결정하지 않는다.
반면 AI는 스스로 정보를 처리할 수 있고따라서 인간을 대신하여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유발 하라리 역사학자, 「넥서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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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만드는 사람들 - 한국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 10곳의 셰프·매니저·소믈리에
김성현 지음 / 클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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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매일 새벽 시장의 차가운 공기를 마시며 원석과도 같은 재료를 찾아 헤매고, 뜨거운 불 앞에서 수없이 땀방울을 훔쳐내며자신을 태워 요리를 완성하고 있었다. 내가 목격한 것은 단순한 한 점시의 음식이 아니었다. 그것은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뜨거운 열정과, 사람을 향한 한없이 부드럽고 온화한 상냥함이 빚어낸 기적 같은 하모니였다.

닿을 수 없을 것 같은 곳에 도달하기 위해 자신만의 철학으로 새로운 기준을 증명해 보이는 개척자들. 화려한 기교보다는 본질에 집중하기 위해 과감히 덜어낼 줄 아는 용기와 사소해 보이는 디테일조차 목숨처럼 지키며 기본에 충실한 태도. 나는 그들의 모습에서장인의 숨결을, 그리고 예술가의 고뇌를 보았다.

10여 년간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을 다니며 "단지 한 끼 식사에 불과한 것에 왜 그토록 많은 비용과 시간을 쏟느냐"라는 질문을 숱하게 받았다. 하지만 나는 그들이 건네는 접시 위에서 삶을 대하는 자세를 배웠다. 오감을 압도하는 맛과 향, 공간을 채우는 공기, 그리고사람과 사람 사이의 진심 어린 교감까지. 이 총체적인 경험은 무채색의 일상을 화려한 색채로 물들이는 영감의 원천이자, 나를 더 나은 삶으로 이끄는 강력한 동력이 되었다.

키친 안 벽면에 ‘Evolve(진화하다)‘라는 글자가 굉장히 크게 적혀 있다.
라망 시크레와 이타닉 가든, 두 곳의 모토 모두 ‘Evolve‘ 라고 알고 있는데방금 한 이야기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손종원어마어마한 도약과 극적이고 급격한 진화를 목표로 하기보다는 어제보다 오늘 조금 더 발전하고 싶은 마음이 담겨 있다. 사실어제보다 오늘 조금이라도 더 발전했다면 결국에는 진화하게 되는것 아닌가. 그렇게 해야 보람찬 하루를 보내고 후회 없는 삶을 살 수있다. 팀원들에게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것도 이러한 부분이기 때문에 같은 것을 반복하는데 퀄리티가 낮아지는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

손종원셰프로서 타협할 수 없는 가장 중요한 덕목은 주방을 지키고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 않으려고 하면 안 할 수 있는 이유야너무나도 많다. 하지만 하지 않을 이유가 넘쳐나는 와중에 어렵더라도 해야만 하는 이유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목표가 있다면 죽을 때까지 요리하는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상황에서 요리하는 것은 사실 굉장히 흔치 않은 귀한 케이스다. 나이를 먹어도 주방에서 음식을 테이스팅하고, 요리를 하고, 팀원들과시간을 보내고 하면서 물리적으로 가능한 한 오래 요리를 하고 싶다.
그렇게 죽는 그 순간까지 요리를 하며 많은 후배들에게 긍정적인 도움을 주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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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용 기계가 예술작품을 복제할 수 있는 시대에는 ‘아우라Aura‘라는 개념이 중요하다고 하지요. 챗GPT의 답에는 이 아우라가 없다는게 느껴집니다. 저는 아우라가 결국 시간의 축이라고 생각해요. 여기지금 평범한 의자 하나가 있다고 칩시다. 그런데 누군가 갑자기 일주일전에 BTS가 이 의자에 앉았다고 알려줘요. 그러면 이 의자 앞이 난리가 나겠죠. 와서 만져보기도 하고 의자 앞에 긴 줄이 늘어설 거예요.
물질적인 건 똑같은 건데 말이에요.
챗GPT가 만드는 결과물은 아무런 기억과 역사가 없는 의자와 같다는생각이 들어요. 여기에 BTS, 즉 이야기와 기억이 들어오면 아우라가 생기죠. 물론 그 아우라는 우리 머릿속에 있는 것이지만 어떤 것이 관계안에서 의미가 부여되는 순간 그 개체 자체가 달라지는 거죠.

처음부터 챗GPT에게 어떤 이야기를 맡긴다면 그건 아우라가 없는 껍질로 시작하는 셈이에요. 그런데 만약 인간의 무언가에서 시작된다면그후에 변화되거나 필요한 요소들은 챗GPT가 많이 도와줄 수 있겠죠.
이것이 AI라는 기술이 창작에 줄 수 있는 가장 큰 도움의 방식이고, 그렇게 되었을 때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도구가 될 거예요.

사람들끼리 협업할 때도 비슷합니다. 한 사람의 아이디어가 씨앗이 되어 세계관으로 자라고, 그 안에 다른 사람들이 함께하게 되죠. 그 과정에서 생각은 변화하고, 새로운 무언가가 만들어지는 시간을 모두가 공유합니다. 결국 누군가의 씨앗은 그 시간 속에서 그 사람의 아우라를느끼게 하죠. AI도 인간이 만든 세계관 안에 들어와 협업자로 머물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그 씨앗까지 넘겨준다면, 인간 고유의 아우라가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처음부터 챗GPT에게 어떤 이야기를 맡긴다면그건 아우라가 없는 껍질로 시작하는 셈이에요."

존재하지 않는 내용을 생성해내는 뇌. 수많은 예제가 있지만 아마신경생물학자 로저 스페리 교수의 실험 결과가 가장 유명할 것이다. 인간의 뇌는 언어능력을 가진 좌뇌와 언어능력이 없는 우뇌로 나뉘어 있다. 1950년에서 1960년도 사이 극심한 간질병 치료를 위해 좌뇌와우뇌를 분리시켰던 환자들을 대상으로 실험하던 중 스페리 교수는 충격적인 결과를 얻는다. 화면을 우뇌만 볼 수 있도록 설정한 후 겨울 풍경을 보여준다고 상상해보자. 언어능력이 없는 우뇌는 기대했던 대로본 것을 말로 표현하지 못한다.

하지만 우뇌가 컨트롤하는 왼손을 사용해 책상 위 아무 사진이나 고르라고 부탁하면 대부분 겨울 풍경과 연관된 사진을 선택한다. 그럼 이제 좌뇌에게 왜 하필 겨울 풍경 사진을 선택했느냐고 물어보자. 좌뇌는 겨울 풍경을 본 적이 없기에 정답은
‘모릅니다‘일 것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좌뇌는 모른다는 대답을 하지 않는다. 대신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을 시작한다. 작년에 갔던 스키 여행이 기억났다거나, 최근에 겨울 풍경이 나오는 영화를 봤다고 말한다. 확인해보면 그런 일들은 없었다. 결국 좌뇌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자신의행동을 정당화하는 가짜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던 것이다. 스페리교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려는 것이 아니다. 우리 뇌는 완벽할 수 없는 해석을 정당화하고 예측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페이크 기억과 페이크 이야기를 할루시네이션해주는 기계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챗GPT 덕분에 최근 생성형 AI가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생성형 AI에게는 치명적인 문제점이 하나 있다. 바로 진실처럼 들리는 그럴싸한 가짜 이야기를 자주 만들어낸다는 사실이다. ‘AI 할루시네이션‘이라 불리는 이 현상을 우리는 이제 이렇게 설명해볼 수 있겠다. 챗GPT 역시 세상의 인과관계를 완벽하게 알 수 없다. 뇌와 마찬가지로진실을 알지 못하는 챗GPT는 자신의 선택을 가장 잘 정당화하고 예측가능하게 만들어주는 이야기로 ‘할루시네이션‘하는 건지도 모른다. 어쩌면 생성형 AI의 할루시네이션 능력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에서 인류가 이제 인간을 닮은 인공지능을 만들기 시작했다는 역설적인 증거가 될수 있을것이다

독일의 극작가이자 시인인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신의 존재보다 신의 존재에 따라 우리의 삶이 어떻게 달라지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적 있다. 비슷하게 우리가 시뮬레이션에 살고 있는지 그 자체보다도, 만약 현실이 시뮬레이션일 경우 삶과 인생에 대한 우리의 태도가 어떻게달라질지가 더 중요하다. 그리고 그런 시뮬레이션 속에선 ‘나‘라는 존재의 정체성이 가장 중요하다. 나는 결국 시뮬레이션 세상에서의 NPC,
그러니까 시뮬레이션 속 인조 캐릭터에 불가할까? 아니면 나라는 존재가 이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있는 주인공이자 플레이어일까? 그리고 내가 플레이어라면, 나는 결국 수만 년 후 미래 인간일까? 아니면 수만년 전 인간의 삶을 시뮬레이션하고 있는 초지능 인공지능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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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가 제임스 우드를 생각할 때 내가 먼저 떠올리는 건 이런 에피소드다. 그의 어떤 책은 123개의 작은 단장들로 분할돼 있어 독서에 방해가 되는데, 이건 그 책을 쓸 당시 두 아이가 어렸기 때문에그가 밤에 한두 시간만 겨우 쓸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 ‘오늘은 이 한 단락만 쓰자. 그러면 되는 거야.‘

좋은 글(책)은 언제나 작은 문으로 들어가서 큰 문으로 나온다. 자유간접화법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하는 《소설>이 디테일(4장)과 캐릭터 (5장)에 대한논의를 거쳐 결국 리얼리즘에 대한 비전(10장)으로마무리되는 것처럼 말이다. 리얼리즘의 어떤 기교들은 관습 중의 관습이 됐고, 그래서 어떤 작가들은 리얼리즘이라는 이름을 관습 그 자체와 부주의하게 동일시하며 거부한다. 그 대신 실험적인(아니,
시험적인) 소설로 독자를 실험(아니, 시험)하거나,
서사 구축을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척하면서어설픈 문장 연습을 하거나, 다른 텍스트로부터가져온 발상과 인용으로 소설을 채우는 자신과 사랑에 빠진다. 관습적이라고 배척되는 세계 안에서일급의 기예와 평범한 기술을 구별해내는 것이야말로 우드 같은 전문가의 일이다. 그는 ‘상업적 리얼리즘commercial realism‘이라는 범주로 관습적인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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