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매일 새벽 시장의 차가운 공기를 마시며 원석과도 같은 재료를 찾아 헤매고, 뜨거운 불 앞에서 수없이 땀방울을 훔쳐내며자신을 태워 요리를 완성하고 있었다. 내가 목격한 것은 단순한 한 점시의 음식이 아니었다. 그것은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뜨거운 열정과, 사람을 향한 한없이 부드럽고 온화한 상냥함이 빚어낸 기적 같은 하모니였다.
닿을 수 없을 것 같은 곳에 도달하기 위해 자신만의 철학으로 새로운 기준을 증명해 보이는 개척자들. 화려한 기교보다는 본질에 집중하기 위해 과감히 덜어낼 줄 아는 용기와 사소해 보이는 디테일조차 목숨처럼 지키며 기본에 충실한 태도. 나는 그들의 모습에서장인의 숨결을, 그리고 예술가의 고뇌를 보았다.
10여 년간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을 다니며 "단지 한 끼 식사에 불과한 것에 왜 그토록 많은 비용과 시간을 쏟느냐"라는 질문을 숱하게 받았다. 하지만 나는 그들이 건네는 접시 위에서 삶을 대하는 자세를 배웠다. 오감을 압도하는 맛과 향, 공간을 채우는 공기, 그리고사람과 사람 사이의 진심 어린 교감까지. 이 총체적인 경험은 무채색의 일상을 화려한 색채로 물들이는 영감의 원천이자, 나를 더 나은 삶으로 이끄는 강력한 동력이 되었다.
키친 안 벽면에 ‘Evolve(진화하다)‘라는 글자가 굉장히 크게 적혀 있다. 라망 시크레와 이타닉 가든, 두 곳의 모토 모두 ‘Evolve‘ 라고 알고 있는데방금 한 이야기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손종원어마어마한 도약과 극적이고 급격한 진화를 목표로 하기보다는 어제보다 오늘 조금 더 발전하고 싶은 마음이 담겨 있다. 사실어제보다 오늘 조금이라도 더 발전했다면 결국에는 진화하게 되는것 아닌가. 그렇게 해야 보람찬 하루를 보내고 후회 없는 삶을 살 수있다. 팀원들에게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것도 이러한 부분이기 때문에 같은 것을 반복하는데 퀄리티가 낮아지는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
손종원셰프로서 타협할 수 없는 가장 중요한 덕목은 주방을 지키고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 않으려고 하면 안 할 수 있는 이유야너무나도 많다. 하지만 하지 않을 이유가 넘쳐나는 와중에 어렵더라도 해야만 하는 이유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목표가 있다면 죽을 때까지 요리하는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상황에서 요리하는 것은 사실 굉장히 흔치 않은 귀한 케이스다. 나이를 먹어도 주방에서 음식을 테이스팅하고, 요리를 하고, 팀원들과시간을 보내고 하면서 물리적으로 가능한 한 오래 요리를 하고 싶다. 그렇게 죽는 그 순간까지 요리를 하며 많은 후배들에게 긍정적인 도움을 주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가 아닐까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