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생각 신나는 책읽기 11
김옥 지음, 윤정주 그림 / 창비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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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으로 온세상이 들떠 있던 어느 날 딸아이가 자기도 축구 교실에 다니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는 신문에 나온 축구 선수들 사진을 몽땅 오려서 학교로 가지고 가기도 했다. 축구에 대해서 모르면 아이들과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거였다. 공 같은 건 거들떠보지도 않던 아이가 공원에 나가면 아빠와 축구를 하는 동생과 어울려 공을 차고는 했다. 월드컵이 끝난 후 조금 시들해지긴 했지만 아이들의 축구에 대한 관심은 크나 어리나 대단한 것 같다.

이 책은 축구를 정말 좋아하는 아이 대용이가 주인공이다. 대용이는 축구를 빼고는 별로 좋아하는 것이 없다. 온통 축구 생각뿐이다. 비오는 날 교실에서 공을 차다가 선풍기 날개를 부러뜨리고 선생님으로부터 학교에서 축구를 하지 말라는 엄청난 벌을 받는다. 2백자 원고지 칸마다 '다시는 공을 차지 않겠습니다'라고 한 장 쓰는 데 한 시간 반이나 걸렸다는 장면에선 <지각 대장 존>이 생각나기도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수학 시험에서 50점을 받는 바람에 엄마한테까지 축구 금지를 당한다. 엄마는 앞으로 공을 차려면 기말 고사에서 평균 90점을 받아야 한다는 조건을 내건다. 대용이에게 이 점수는 하늘을 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라는 걸 엄마는 아는지 모르는지.... 그날 밤 대용이가 쓴 일기가 재미있다. 좋아하는 축구를 못하게 하는 어른들에 대한 원망이 가득하다. 축구 선수 대신 선생님이 되겠다는 이유가 아이다워 슬며시 웃음이 나왔다.

'나는 나쁜 병에 걸렸나 보다. 왜 자꾸 축구 생각만 날까? 그런데 어른들은 왜 축구를 못하게 하는 걸까? 몸도 건강해지고 친구들과 친해지고 다리도 굵어지는데. 나는 커서 축구 선수가 되지 않겠다. 대신 선생님이 되고 싶다. 그래서 우리 반 애들과 날마다 축구를 할 것이다. 그리고 등나무 그늘에 앉아 맛있는 자장면도 먹겠다!'

공을 차지 못하게 된 대용이는 자신이 구석으로만 몰려다니는 먼지 같다고 생각한다. 축구가 아닌 다른 놀이는 시시하기만 하다. 1등만 하는 승완이로 짝이 바뀌자 대용이는 열심히 공부나 하기로 한다. 더구나 한 과목이라도 90점을 받으면 축구화를 새로 사주겠다는 엄마의 달콤한 유혹을 뿌리칠 수 없었던 대용이는 잠시 축구 생각을 접어놓고 공부만 한다.

하지만 시험은 어렵기만 하고 결국 수학 시험은 세 문제나 승완이 답을 보고 쓴다. 그 결과 대용이는 수학 90점을 받아 선생님의 칭찬과 아이들의 부러움을 산다. 새로 산 축구화를 신어 기분은 좋았지만 왠지 찜찜한 기분을 뿌리칠 수가 없다. 선생님은 시험 끝난 선물로 2반과 축구 시합을 제의하고 시합에서 이기면 아이스크림을 사주기로 한다.

드디어 시합 날 아침 일은 터지고 말았다. 당연히 선수로 뛸 생각에 부풀어 있는데 승완이가 다가와 자신을 선수에 끼워주지 않으면 수학 시험 컨닝한 사실을 이야기하겠다고 한다. 결국 대용이 대신 승완이가 선수로 나가고 대용이는 억울한 생각에 체육실 창고에 가서 실컷 울고 나온다. 축구 선수로 뽑히지 못한 아이들을 찌꺼기로 생각했던 대용이. 하지만 그 아이들 틈에 끼여 한 덩어리가 되어 놀면서 축구 생각을 잊는다. 그리고 축구 외에도 신나고 재미있는 놀이가 있음을 깨닫는다. 

학교 선생님인 작가가 아이들과의 경험을 이야기로 썼다. 교실에서는 공부 못한다고 늘 기죽어 있던 아이가 당당하고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의 다른 아이가 되어 번개같이 달리던 운동장. 아이들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행복해야 선생님도 행복하다는 말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대용아, 힘내!'라고 외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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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9-15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옥이라면 주저할 필요없을 것같아요

소나무집 2006-09-16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김옥 선생님의 작품은 처음 읽었어요.
 
 전출처 : 프레이야 > 엘리자베스타운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고를 때의 내 감정을 추이해보면, 편안하게 뭐 하나 볼까? 혹은 낭만적이면서도 밝게 그리는 사랑 이야기 하나 엿볼까? 아니면 이 배우, 사랑스러운데 어떻게 나오나 한번 볼까? 그 정도다. 이 영화는 셋 모두의 조건에 걸려든 영화다. 올랜드 블룸의 미모?에 보고 싶은 생각이 먼저 일었고 대략의 이야기를 보니 밝고 희망적인 이야기일 거란 생각에 보고 나면 기분이 좋아질 것 같기도 했다. 어~ 그런데 초반부터 이 영화 나레이션이 좀 많다. 그러면서 대사에 잔뜩 집중해야했다. 제리 맥과이어를 만든 감독이라는데 눈물과 감동과 기쁨을 함께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실패, 아니 참패에서부터 한 남자 드류의 이야기는 시작한다. 오래곤주에서 좀 잘 나가보려는 주인공은 자신이 시도한 신발디자인의 참패로 회사를 그만두고 자살을 기도한다. 사랑하던 여인과의 관계도 흐지부지해진다. 자살을 기도하는 장면이 웃긴다. 헬스기구를 이용하는데 기발하다. 그 때 마침 셀폰이 심하게 울리고 드류의 인생은 죽음의 목전에서 삶의 희망을 향해 자신도 모르는 방향으로 무작정 달려간다.

비행기에서 내려 자동차를 운전하고 켄터키주의 엘리자베스타운으로 가는 길이 정겹게 펼쳐진다. 길, 이정표, 나무들, 거리의 아이들, 이웃들, 아버지 미치 베일러의 죽음을 애도하는 문구들.. 작은 마을 전체가 아담하고 정스럽다. 여기서부터 그에게 사랑을 가르쳐주는 사람은 아메리칸 항공 스튜어디스(커스틴 던스트 분)다. 밝고 힘찬 기운이 자연스레 온 몸에 배여있고 늘상 경쾌한 그녀를 따라 다니며 드류는 자신도 모르게 사람의 매력에 빠져든다.



흔히, 말하고자 하는 것과 반대쪽에 있는 것을 건드리는 화법은 아주 설득력이 있다. 이 영화는 삶에 대한 끊임없는 희망과 에너지를 이야기하는데 그 도구로 아버지의 죽음과 장례식을 쓰고 있다. 그 과정에서 드류는 많은 사람들의 진심을 알게 되고 무엇보다, 어머니(수잔 새런든 분)의 분출하는 정력에 매혹을 느낀다. 어머니에게 품는 아들로서의 고마움 정도가 아니라 한 인간이 한 인간을 바라보며 갖게 되는 거부할 수 없는 사랑의 감정 같은 것이다. 그렇게 그 어머니는 사랑스러웠다.



다소 진부하게 흘러가던 영화에 잠이 확 달아날 정도로 기운을 불어넣어준 장면은 아버지의 추도식이다. 우리네 장례문화와 비교되면서 특이한 간접경험의 볼거리를 제공한다. 볼룸에서 많은 지인들을 모아놓고 성대하고 밝고 화려하게 벌이는 추도식. 먼저 지인들이 한 명씩 무대로 올라와 고인에 대한 추억 한 자락씩을 풀어놓는다. 고인은, 추억하건데, 아름답고 멋진 친구이자 동료이며, 어느 여인에게는  첫사랑이었다.



마지막으로 미망인이 올라온다. 검정색 수트를 입은 수잔 새런든의 허리가 잘록하다. 큰 눈을 굴리며 다소 불안정하게 그녀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도쿄의 한 엘리베이터에서 그를 처음 만났을 때 멋진 장교복을 입고 있었다고. 그 때 둘은 모두 약혼을 한 상태였다고, 그 후 어느 순간 둘은 사랑하고 있었다고. 홀몸이 된 후 달라진 것은, 죽은 남편친구의 거시기도 안면을 바꾸더라고... 이 대사에서 하객들은 모두 넘어가고 자빠진다. 그녀는 남편이 죽은 후 그동안 왜 이렇게 웃지 않고 살았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며 그래서 좀더 많이 웃기 위해 개그학원에 등록했다. 유기농요리를 배우고 자동차수리하는 걸 배우고 탭댄스 학원에도 다니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한다. 변기도 처음으로 손수 고쳐보았다고. 아, 멋지다, 이 여인! 시종일관 무대를 누비며 털어놓는 그녀의 이야기에는 따뜻한 유머가 담겨있고 구질구질하지 않고 자신감에 찬 삶에 대한 애정이 엿보인다. 자신은 구태의연하게 살면서 남을 조롱하는 일에는 서슴치 않는 세상 사람들을 살짝 꼬집고도 있다.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이곳 사람들의 의식에도 강타를 하는 셈이다. 연로한 몇몇 분들의 그 난감해하는 표정이란 ^^



수잔 새런든의 진짜 감동적인 연기는 지금부터다. 마지막 그녀의 말, "당신, 사랑해요. 이 노래를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어요. 달빛이 빛나던 밤이면 우리는 이 노래를 부르곤 했죠."  무대 뒤에선 Moon River가 달빛처럼 교교히 흘러나오고 그녀는 슬프도록 아름다운 율동으로 춤을 추기 시작한다. 탭댄스를 곁들여 음악에 도취되어 움직이는 그녀의 팔다리와 허리 그리고 금발의 긴 단발머리가 달빛 같은 조명을 받아 어찌 아름다운지. 모두들 기립 박수를 보내고 엄마의 모습을 바라보던 아들 드류와 딸은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내 가슴도 알 수 없는 무엇으로 점점 벅차올랐다.



<아버지의 유골을 뿌리면서 여행을 하는 드류>

그 이후의 이야기는 역시 로맨틱 코미디의 결말답게 해피앤딩이다. 조금 다르다면 드류가 서로 사랑하게 되는 그 스튜어디스의 제안으로 대륙횡단 자동차 여행을 하며 바람처럼 물처럼 풍광 속에서 자신을 바로 세운다는 점이다. 참패라고 여겼던 일이 재기의 기회로 다가오고 강물을 거슬러오르는 연어떼처럼 그들의 사랑도 '목적은 생식이다. 하지만 그 열매는 생명이다'~ 호~ 마지막 나레이션까지 괜찮았다. 고향과 가족의 의미가 남녀의 사랑보다 진하다. 이야기의 방식, 그 방식의 미덕을 얻을 수 있는 영화다.



덧붙이는 말 : 이 영화, 음악을 빼놓을 수 없는데 빠뜨려서 추가해요. 컨트리풍 같기도 하고 이지 리스닝 같기도 한 음악이 내내 흘러나오는데 길위의 풍광과 어울렸어요. 귀도 즐거웠구요.. 주로 엘튼존의 노래라고 하더군요.  다 보고 나서 알았어요. 추도식에서의 노래는 Free Bird 였구요. 시끄러운 락밴드의 가락에 맞춰 특별히 만든 하얀 새의 날개에 불을 붙여 공중을 날아가게 하며 하객들의 머리 위를 스쳐가게 하는  이벤트도 참 독특했어요. ^^  여기서 실내에 불이 나는데 사람들은 그것마저도 특별함으로 받아들이죠. 스프링쿨러에서 쏟아져내리는 물을 흠뻑 받으며 딸(드류의 여동생)은 무척이나 행복해합니다. 새사람이 되는 세례식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에요..^^  유쾌한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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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무엇이 똑같을까 아기 그림책 나비잠
이미애 글, 한병호 그림 / 보림 / 199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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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보림의 나비잠 시리즈가 페이퍼북일 때 아이들을 키웠다. 우리 아이들을 키울 때 보여준 페이퍼북은 몇 번 넘기다 보면 쉽게 찢어져서 늘 안타까운 마음이 들곤 했다. 찢어진 책 붙이느라고 들어간 테이프가 몇 개인지 셀 수가 없다. 이젠 아가들이 물고 뜯어도 엄마들은 걱정 없을 것 같다.

흉내 내기를 좋아하는 아가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 잘 찢어지지 않는 보드북으로 나왔다. 그림을 그린 한병호 님의 아들이 실제 모델이란다. 그래서인지 더 정이 간다. 아이를 바라보는 아빠의 따뜻함이 그림 구석구석에서 배어 나온다. 가는 펜으로 그린 그림 위에 약간만 살짝살짝 덧칠을 해서 칼라풀한 그림에서 느낄 수 없는 잔잔함이 배어 나온다.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동요 <똑같아요>를 기본으로 글을 써서 책을 읽는 순간 바로 노래가 되어 나온다. 무엇이 무엇이 똑같을까? 깨끗이 이닦기 똑같아요. 악어는 악어새가 콕콕콕, 나는 혼자서 치카치카.  이렇게 동물의 행동과 아기의 행동을 비교하면서 어떤 점이 똑같은지 말해 준다. 재미있고 쉬운 의성어를 써서 아기들도 금방 따라 부를 수 있다. 

이제 말을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한 아이들이 의성어를 접하면서 좀더 다양한 우리말 표현을 배울 수 있다. 엄마와 함께 실제 행동을 하면서 책을 읽으면 더 재미있다. 엄마가 곰처럼 쩝쩝쩝 물고기 먹는 흉내를 내거나 거북이처럼 등딱지에 목만 쏘옥 집어넣는 흉내를 내면 아이도 금방 이 놀이에 동참하게 된다. 구성 자체가 아주 단순해서 아이들이 더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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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6-09-14 0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도 그림도 믿음이 가는 분이 담당했네요. 참 재미있을 것 같은 책이에요. 이런 책으로 아이랑 같이 보던 시절이 갑자기 그리워지는 건... ^^

하늘바람 2006-09-14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한병호 선생님 그림으로만 만났는데 제대로 봐야겠네요

소나무집 2006-09-15 0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 아기도 아주 좋아할 거예요.
 
어떤 느낌일까?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65
나카야마 치나츠 지음, 장지현 옮김, 와다 마코토 그림 / 보림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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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제목만 보고는 무슨 감각에 관한 책인 줄 알았다. 책장을 한장 한장 넘기던 나는 그만 숙연해질 수밖에 없었다. 신체 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이들에 대해 생각해 보는 책이었기 때문이다.

안 보인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나는 한참 동안 눈을 감아 보았다. 풀벌레 소리, 헬리콥터 지나가는 소리, 계단 올라가는 소리, 멀리서 공사하는 소리 등 신경 쓰지 않으면 무심코 지나치고 마는 소리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눈을 뜨면 그런 소리들은 어느새 또다시 멀어진다. 그래, 안 보인다는 건 정말 대단하다. 그렇게 많은 것을 들을 수 있게 해주니까. 보인다는 건 조금밖에 들을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눈 뜬 나는 내가 얼마나 많은 것을 듣지 못하고 사는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안 들린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잠시 귀마개로 귀를 막아보자. 그러면 다 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다시 눈에 들어온다. 생전 눈에 띄지 않던 책제목도 보이고, 어제 찾다 찾다 못 찾은 손톱깎이도 보인다. 이 책의 주인공 히로도 귀를 막아 보고서야  너무나 익숙한 엄마 얼굴에 점이 일곱 개라는 사실을 알아낸다. 귀가 안 들린다는 것은 대단하다. 그렇게 많은 것을 볼 수 있게 해주니까. 더구나 들리지 않는 친구는 수화도 할 줄 알고 입모양만 보고도 무슨 말을 하는지 다 알아내니 정말 대단하다.

엄마 아빠가 없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히로는 무척 쓸쓸할 거라고 생각한다. 엄마 아빠가 없는 키미에게 물어 보지만 꼭 쓸쓸하지만은 않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있는 엄마 아빠를 없애 볼 수는 없으니까 어떤 느낌일지 계속 생각해 보는 히로. 어제 우리 딸아이가 그랬다. 자기 반에 엄마 아빠가 없어서 할머니랑 사는 친구가 있다고. 그런데 1학기 동안은 그런 사실을 전혀 몰랐단다. 개구쟁이 같을 때도 있지만 숙제도 잘해 오고 준비물도 잘 가져와서 엄마 아빠가 없는 줄은 몰랐다나. 이 책을 읽은 때문인지 그 친구가 좀 쓸쓸할 것 같다고 말해서 등를 두드려 주었다.

움직일 수 없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엄마 아빠는 없지만 보고 듣고 움직일 수 있는 키미가 히로에게 해준 말. "온종일 움직이지 않고 있어 보니 다른 때보다 백 배는 많은 생각이 떠올라. 움직일 수 없다는 건 정말 대단해." 이때까지 나는 궁금한 게 많은 히로가  휠체어에 몸을 의지해 살아가는 아이라는 사실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우주라든가 고대, 분자에 대한 그림이 나온 다음 쪽의 그림은 약간 충격적이었다. 신체 장애가 없는 아이가 주인공인 줄 알았기 때문이다. 휠체어에 꼼짝 못하고 앉아 있는 히로의 모습에 코끝이 시큰해졌다.

이 책은 장애를 단점으로만 바라보지 않는다. 장애로 인해 새로운 장점이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을 부각시켜 준다. 그래서 보이지 않지만 더 많은 것을 들을 수 있고, 들리지 않지만 더 많을 것을 볼 수 있고, 움직일 수 없지만 더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그 속에서 아이들은 장애아도 나와 똑같은 장점과 단점을 가진 친구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많은 아이들이 읽고 장애아에 대해 혹은 나와 다른 친구들에 대해 편견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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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골에 이사 왔어요 신나는 책읽기 12
양혜원 지음, 최정인 그림 / 창비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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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학교 4학년 채운이네 집은 산속 외딴집이다. 어디 먼데 여행 가는 기분으로 엄마 아빠를 따라 동생과 함께 서울에서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담장도 없고 대문도 없고 방문 밖으로 쪽마루가 나 있는 허름한 집들이 있는 동네를 지나 한참을 더 들어가야 채운이네 집이 나온다. 서울에 살 때는 보지도 듣지도 못했던 그런 집이다.

종일 바람 소리 물소리만 들리는 깊은 산속에서 다시 이사 가자고 조르던 채운이 남매에게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무언가가 마음속으로 파고 들어온 것이다. 처음엔 아무것도 아니었던 시냇물, 달님, 봄바람, 솔향기, 산새 소리....

아이들은 똥이 더럽다고 하면서도 똥이야기는 무지 좋아한다. 더러운 것만 보면 경기를 일으키는 우리 딸아이가 '똥탑'을 읽으면서 내내 종알거렸다. 엄마 어렸을 때도 그랬냐고. 겨울 내내 꽁꽁 얼면서 차곡차곡 쌓인 똥탑 이야기는 어른이 읽어도 정말 재미있다. 특히 어린 시절 이런 재래식 화장실을 사용하면서 자란 내겐 더 실감이 났다. 사실 요즘은 시골에 가도 이런 재래식 화장실은 보기 힘든데 채운이네 집은 진짜 깊은 산속인 모양이다.

내가 어렸을 적에도 어쩌다 도시에서 전학을 오는 아이가 있었다. 뭔지 시골 아이들과는 다른 듯한 그 아이는 선생님과 모든 아이들의 주목을 받았다. 피부도 새하얗고 공부도 잘하고 예쁜 구두도 신고 심지어는 촌스럽지 않은 이름까지도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채운이는 시골 학교로 전학 와서도 정말 씩씩하다. 채운이가 새로 산 구두 한 짝을 재래식 화장실에 빠뜨리고 아이들의 놀림을 받지만 기 죽지 않고 복수까지 하면서 학교 생활을 잘 해 나간다. 아마 채운이의 부모님이 딸아이의 이런 면을 믿고 귀농을 결정할 수 있었던 건 아닐까 싶다.

시골에서는 나만 잘 한다고 잘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웃과 잘 살아야 진짜 잘 살 수 있다. 호미 할매는 어느 마을에나 있는 이웃이다. 아이들이 냇가에 만들어놓은 수영장으로 가기 위해 밭고랑으로 드나들자 화가 난 호미 할매는 출입 금지를 시킨다. 채운 엄마의 사과와 호미 할매의 용서에 슬그머니 웃음이 나왔다.

채운이네 가족이 산속에서 겪는 사계절 이야기, 사람들과 살아가는 이야기에 빠져 당장이라도 여우골로 달려가고 싶어졌다. 동네 이름처럼 진짜 여우가 나올지도 모르지만 채운이랑 같이 냇가에 나가 물장구도 치고 싶고, 호미 할매랑 부침개라도 부쳐놓고 앉아 종알종알 수다를 떨고 싶다. 아이들도 여우가 나와서 '여우골'이라는 말에 더 호기심을 보이며 가보고 싶댄다. 울진 통고산이 어딘가 궁금하다.

나도 가끔은 귀농을 꿈꾸기도 한다. 하지만 이미 난 너무 많은 것을 안다. 시골살이가 얼마나 힘들고 불편한지, 손보고 마음을 써야 할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래서 나는 문 꼭 닫아 걸면 아무도 간섭을 하지 않는 도시를 감히 벗어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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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06-09-04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휴우~~~ 꼬리 아홉개 달린 여우는 없는 것 같아 다행이다.

소나무집 2006-09-04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꼬리 아홉 개 달린 여우는 없는데 노루는 진짜 있대요.

씩씩하니 2006-09-11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귀농을 꿈꾼다,,,,,,,,,저두요..
전 진짜 땅도 보러 다녔잖어요,,,근대 이상하게 농촌에서 자란 울신랑은 농촌을 안꿈꾸고,,제가 꿈꿔요...뭣몰라서 용감한거라든걸요???

소나무집 2006-09-13 0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편분은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다 알기 때문에 절대로 꿈 안 꿀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