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쟁이 빌리 비룡소의 그림동화 166
앤서니 브라운 지음, 김경미 옮김 / 비룡소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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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에서 걱정이 제일 많은 사람은 나고, 다음은 우리 딸이랍니다. 사실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까지 걱정을 미리 하다 보니 남편의 핀잔을 받을 때도 많지요. 그래서 항상 걱정 없이 즐겁게 사는 우리 아들이 부럽기만 하답니다. 내게도 빌리처럼 대신 걱정해줄 걱정 인형이 필요한 것 같아요. 

빌리는 침대에 눕기만 하면 걱정거리들이 떠올랐어요. 모자가 날아와 방안을 가득 채울까 봐 걱정, 침대 밑에서 기어나온 신발이 발자국을 남기고 창밖으로 빠져나갈까 봐 걱정, 구름이 날아와 얼굴을 덮을까 봐 걱정, 비가 방까지 넘쳐 흐를까 봐 걱정, 커다란 새가 날아와 빌리를 물고 갈까 봐 걱정이랍니다. 온갖 걱정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었지요. 별 걱정을 다 한다고, 그런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고 엄마 아빠가 다독여주었지만 여전히 빌리는 걱정을 합니다.

어느 날 할머니댁에서 자게 된 빌리는 할머니로부터 걱정 인형을 받게 됩니다. 자기 전에 걱정을 말해주고 베개 밑에 넣어두면 대신 걱정을 해주는 인형이래요. 빌리는 걱정 인형에게 걱정을 말하고 깊이깊이 잠이 들었답니다. 그리고 걱정 인형을 위한 걱정 인형까지 잔뜩 만들었지요. 그 후론 아무 걱정 없이 빌리랑 걱정 인형들이 함께 잠을 자게 되었대요.

걱정 인형은 걱정 없이 잠을 푹 자고 개운한 기분으로 아침을 맞을 수 있도록 해주는 심리적인 안정제 역할을 합니다. 걱정 인형은 과테말라에서 처음 생겨난 풍습이래요. 걱정 없이 아이들을 재우려는 그들의 지혜가 돋보이네요. 걱정 많은 우리 딸에게도 하나 만들어주어야겠어요.

제목이 <겁쟁이 빌리>가 아닌 <걱정쟁이 빌리>로 바뀌었으면 좋겠네요. 빌리는 겁이 많은 게 아니라 걱정이 많은 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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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핀다 - 자연에서 찾은 우리 색 보림 창작 그림책
백지혜 글.그림 / 보림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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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 동백꽃 핀다

노랑, 민들레꽃 핀다

분홍, 진달래꽃 핀다

연파랑, 꽃마리 핀다

자주, 모란꽃 핀다

연두, 버들잎 돋는다

파랑, 달개비꽃 핀다

보라, 도라지꽃 핀다

주황, 나리꽃 핀다

갈색, 밤이 여문다

하양, 찔레꽃 핀다

검정, 송악 열매 알알이 익는다




사진 찍으면서 빛이 반사되어 안타깝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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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핀다 - 자연에서 찾은 우리 색 보림 창작 그림책
백지혜 글.그림 / 보림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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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근무지를 따라 내려온 완도, 이곳에서 가장 눈에 띈 색깔은 단연 빨강이었다. 2월이었건만 아파트나 학교 주변 등 내 눈길이 머무는 곳엔 어김없이 빨강 동백이 피어 있었다. 서울 살 때는 동백꽃을 보기 위해 일부러 여행 계획을 세우곤 했는데 원없이 그 꽃을 보게 된 것이다. 처음엔 그 빨강이 너무 강렬해서 외롭기까지 했다.

낯선 동네로 이사 와서 마음을 붙이지 못하고 있던 차에 그나마 위로가 된 건 서둘러 피어난 봄꽃들이었다. 날씨가 따뜻한 남쪽 지방이라 도시보다 먼저 꽃들이 피었기 때문이다. 초등 학생이 된 아들 녀석과 학교 가는 길에 피어난 작은 들꽃들을 바라보며 얼마나 즐거워했는지 모른다. 어떤 날은 사진을 찍어오기도 하고 어떤 날은 꽃잎을 따서 책갈피에 끼워 말리기도 했다.

이 책은 내가 들에서 만났던 꽃보다 더 실감이 나게 색깔을 표현했다. 하루는 동백꽃 한 송이를 따다 그림 옆에 올려놓아 보았다. 생화가 오히려 빛을 잃을 정도로 생생함이 느껴졌다. 비단 위에 그림을 그려서 그런지 꽃잎의 조직이 아주 자연스럽다.

내가 가장 오랫동안 들여다본 꽃은 주변에 너무도 흔한 진달래다. 처음엔 꽃색이 좀 흐리다 싶었는데 자꾸 들여다보니 이게 진짜 꽃잎 색깔이구나 싶었다. 내가 그동안 알고 있던 진달래는 무더기로 피어 있는 모습을 멀리서 바라본 색이었다. 앞산에 올라 꽃잎 한 장 한 장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아주 연한 분홍색이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내가 얼마나 사물을 대충 스치면서 보았는지 반성하기도 했다.

어린 시절 나는 모란꽃을 싫어했다. 화단 한구석에 큼직큼직 피어 있는 모란에게 눈길을 준 적이 거의 없다. 색깔 때문이다. 나는 그 짙은 자줏빛이 싫었다. 모란 옆에 피어 있는 붉은 장미나 노란 매화가 더 좋았다. 하지만 오랜만에 이 책 속에서 만난 모란은 내 눈길을 확 잡아끌었다. 자꾸만 들여다보게 하는 매력이 있었다. 얼마전 해남 대흥사에서 마주쳤던 모란꽃도 어린 시절의 그 모란은 아니었다. 아마 나이 탓이리라. 아주 밝고 선명한 색보다 중후한 느낌의 자줏빛이 좋아진 걸 보니.

달개비꽃의 파랑, 도라지꽃의 보라, 나리꽃의 주황을 보고 있으면 당장 꽃을 만나러 가고 싶어진다. 갈색 밤을 보고 있으면 금방이라도 잘 여문 밤이 내 앞에 또르르 굴러떨어질 것만 같다. 옛사람들이 색깔을 내듯 작가도 흙이나 돌, 풀뿌리, 조개껍데기, 그을음 등에서 얻은 천연 재료로 물감을 만들어냈다니 놀랍기만 하다. 색깔 하나하나에서 느껴지는 자연스러움이 예사 노력으로 얻어진 것이 아님을 알겠다.

자연 속에 깃들어 있는 이렇게 고운 색들을 다 뒷전으로 놓고 크레파스 상자 속에 든 색이 색의 전부인 줄 아는 아이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우리  딸아이 말처럼 유아들에겐 큰 글씨만 읽어줘도 좋겠고, 초등 학생들에겐 작은 글씨의 설명까지 읽으면 더 유익할 것 같다. 정말 곱고 고운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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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물고기 - 지구사랑 환경이야기 4
킴 미셀 토프트.앨런 시더 지음, 킴 미셀 토프트 그림, 윤나래 옮김 / 다섯수레 / 2006년 1월
품절


바닷속에 사는 식물과 동물들을
몇백 년 동안 보듬어준
산호초를 보호하지 않으면
생태계의 균형이 깨지게 된대요.
이 이야기는 만약 산호초를 보호하지 않았을 때
생길 수 있는 이야기랍니다.

열두 마리 멋쟁이 나비고기들은
천국에 살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어느 날 잠수부가 나타나...

한 마리씩 물고기가 사라집니다.

열한마리 퉁돔들이 경주를 해요.
한 마리가 낚싯바늘에...

열 마리 아름다운 흰동가리들이
어디서 저녁밥을 먹을지 고민하고 있어요.
사람들이 석유를 얻기 위해 유전을 파자...

아홉 마리 고맹이 파랑쥐치들이
알록달록 멋지게 차려 입었어요.
물에 떠다니는 비닐 봉투를
해파리인 줄 알고 삼켜서...

여덟 마리 기진맥진한 놀래기들에게
말썽꾸러기 소년이 먹이를 마구 주었어요.
아무 먹이나 주면 안 되는데...

일곱 마리 어여쁜 비늘돔들이
장난을 치고 있어요.
어부들이 쳐놓은 그물에 걸려...

여섯 마리 매력 넘치는 호박돔들이
삼아남은 걸 기뻐하고 있어요.
땅에 뿌린 살충제가 흘러들어...

다섯 마리 호기심 많은 깃대돔들이
새로운 곳을 찾아 떠나고 싶어해요.
바닷가 수풀을 깍아내자 흙탕물이 흘러들어...

네 마리 씩씩한 구실우럭들이
산호 가지 사이에 숨었어요.
배에서 흘러나온 기름 때문에...

세 마리 겁많은 로얄그라미들이
바깥을 내다보려고 헤엄쳐 올라와요.
배가 닻을 산호초 위에 잘못 내려서...

두 마리 배고픈 쥐돔들은
이젠 아무런 재미가 없어요.
산호초가 파괴되자 먹이가 없어져서...

한 마리 외로운 쏠배감펭이
혼자 남아 대장이 되었어요.
잡아 먹을 물고기가 하나도 없게 되자
이제는...

바다는 텅 비어버렸습니다.
꾸준히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원을 잃게 됩니다.
기억해 주세요.
물고기가 한 마리 한 마리 사라질 때마다
우리 곁에 있는 것들도 하나씩 하나씩 줄어든다는 걸요.
우리 사람들은 바닷속을 아름답게 만들 수도 있고
텅 비게 만들 수도 있답니다.

어떤 선택을 하시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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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맘 2007-04-20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그림에 감탄, 그리고 마지막 님의 물음에 반성하고 갑니다.
 
아장아장 걸음마 아기 그림책 나비잠
조 신타 글.그림, 이선아 옮김 / 보림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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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날은 장맛비가 내리던 한여름 밤이었다. 창밖엔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남편은 숙직중이었다. 그런데 텔레비전을 짚고 일어서 있던 딸아이가 손을 떼고 한 걸음을 내딛은 것이다. 너무 신기해서 "어머! 어머!" 소리밖엔 내지 못했다. 내가 한 발씩 뒤로 물러서며 "걸음마, 걸음마!"를 얼마나 외쳤는지 모른다. 남편에게 전화로 첫 걸음마를 중계하며 수선을 떨었던 그날도 이젠 모두 추억이 되어버렸다.

육아책들을 들여다보며 아이를 키우던 나는 늘 조바심을 내곤 했다. 뒤집을 때가 된 것 같은데, 길 때가 된 것 같은데, 걸을 때가 된 것 같은데 아이는 엄마 마음을 도통 몰라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는 어느 날 갑자기 보란듯이 뒤집고 기어다니고 걸음마를 떼었다. 

돌 전에 아이가 한 행동 중 가장 놀랍고 반가운 행동이 바로 걸음마였다. 누군가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서서 걸었으니 이젠 사람 구실을 할 수 있겠구나 싶어 그렇게 기뻤던 걸까? 아무튼 그날 쓴 일기에는 '드디어'라는 단어가 여러 번 나왔을 정도로 첫 걸음마는 흥분된 사건이었다.

걸음마 걸음마 앙금앙금 걸음마

걸음마 걸음마 삐악삐악 걸음마

걸음마 걸음마 주르르르걸음마

걸음마 걸음마 둥둥 걸음마

 걸음마 걸음마 사뿐싸뿐 걸음마

 걸음마 걸음마 햄버거 걸음마

걸음마 걸음마 되똥뙤똥 걸음마

걸음마 걸음마 우리 아기 걸음마

걸을 때가 된 아가들에게 이 책을 읽어주면 금방이라도 일어서 걸음마를 떼어놓을 것 같다. 보드북이라 찢어질 염려가 없고, 펼친 면이 한 장의 그림이라서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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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7-04-13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태은이에게 필요한 책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