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방학처럼 방학을 방학답게(?) 보낸 적이 있을까 싶다. 말 그대로 방학(放學)했다.
애나 어른이나 모두 배움을 놓은 채 띵가띵가 보냈으니 방학을 그대로 실천한 셈이다.
放 學 두 글자를 그대로 실천하는 동안은 참 행복했는데
개학이 코앞에 다가오니 불안한 마음이 슬금슬금 고개를 쳐들긴 한다.
그래서 예습 같은 거 하나도 안 했으니 학교 가서 열공하라고 아이들을 협박중.
생산적인 일은 하나도 안 하면서 열심히 놀고 있는 모습 별로 안 아름다울 텐데 또 놀다 온 이야기다.
*****
원주로 오면서(강원도에 스키장이 많은 관계로) 남편이 아이들에게 스키장에 한번 데려 가겠다고 약속을 했고
한 해 두 해 보내다가 이번 방학에 약속을 실천하기로 했는지
설에 제주 다녀오자마자 또 여행 계획을 세워놓은 남편...
설휴유증으로 한동안 꼼짝도 하고 싶지 않았거늘 모두 예약이 끝나 있어서 안 따라나설 수가 없는 상황.
더구나 동생네 식구들도 같이 가기로 했고.
우리가 간 곳은 강원도가 아닌 덕유산에 있는 스키장.
그곳으로 간 이유는 딱 하나, 국립공원 내에 있어서 싸게 이용할 수 있다는 것.
숙박은 직원용 숙소에서 해결.
옛날부터 무주 구천동은 두메산골의 대명사였다는데 지금도 덕유산은 굽이굽이 산이 깊었다.
한라산(1,950미터) 지리산(1,915미터) 설악산(1,708미터) 다음으로 높은 산이 덕유산(1,614미터).
*****
스키장에 가면서 우리처럼 아무 준비도 없이 가는 가족도 드물 것이다.
당일 아침에 게으르게 일어나서 달랑 장갑하고 모자 하나씩만 준비랍시고 하고는 무작정 갔다.
가서 다 빌리면 된대~ 이러면서.
일요일 오후였는데도 사람들이 어찌나 많은지 주변에서 놀다가
스키장이 처음인 동생네 가족을 위해 강습 받은 후 야간 스키를 타면서 적응 훈련 좀 하고
본격적인 스키 타기는 다음 날 하루 종일~~
동생네 가족과 함께. 초등 1학년짜리도 엄마들보다는 훨~ 잘 타더라는.
옷이랑 스키는 아는 대여점에서 무료로 빌려주었음.
밖에 나가서 5분만 서 있어도 얼어 죽을 것 같다는 아이들이 하루 종일 눈 위에서 노는데도 춥다는 말 한마디 없더군.
아빠 말에 의하면 우리 딸은 중급 코스에서도 바람처럼 날아다녔다고.
겁없는 아들은 스키가 자기랑 맞는 스포츠 같대나...
아빠들이 아이들 데리고 스키 타는 동안
동생이랑 곤돌라를 타고 덕유산 정상인 향적봉에 올라갔는데
난 스키보다 눈 쌓인 산을 뽀득뽀득 걷는 것이 더 좋았다.
곤돌라 타고 와서 내려가는 고급자 코스. 내려다 보기만 해도 아찔~
걸어서 내려가면 서너 시간 족히 걸리지만 스키를 타고 가면 10분도 안 걸린다고 한다.
1614미터 정상에서 바라본 덕유산의 모습.
눈 쌓인 산이 아름답다는 걸 새삼 느끼고 왔다.
덕유산 국립공원, 안 추울 때 꼭 다시 가서 등산을 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