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연휴를 친정에 가서 보내고 왔다. 완도에서 태안까지 가려면 6시간 가까이 걸려서 늘 목포에서 밥을 먹고 쉬면서 다녀야 했는데, 원주에서는 반 정도의 시간이면 다녀올 수 있었다. 친정이 무지 가까워진 느낌이다. 그래도 세 시간 거린데 무지 가깝게 느껴지더란 말이지...
어제는 남편이 써놓고 간 연하장과 달력들을 보내느라 우체국에 다녀왔다. 낯선 길을 혼자 걷기 싫어 아들 녀석을 꼬여서는 함께 다녔더니 동네도 좀 알겠고, 원주 사람들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우체국 다녀오는 길... 박경리 선생님이 18년간 살면서 <토지> 4부와 5부를 완성한 단구동 옛집이 보였다. 아담한 공원으로 꾸며놓아 잠깐 들렀다. 이사하기 전 아파트를 계약할 때부터 근처에 박경리 선생님의 옛집이 있다는 걸 알고는 무조건 이 아파트가 마음에 들었더랬다.

입구에 선생님의 옛집을 공원으로 조성한 배경을 써놓았다.

선생님이 살았던 옛집. 너무 춥고 썰렁해서 집안에는 안 들어가보았다. 나중에 날 풀리면 다시 가볼 생각.

집 앞마당에 이렇게 선생님의 동상을 만들어놓았다. 실제로 선생님이 나와 앉아 있는 듯하다. 고양이와 책 한 권, 호미도 보이고.

공원을 <토지>의 배경을 축소해서 꾸며놓았는데, 집 위쪽에 있는 홍이동산에 올라갔더니 건너편에 우리가 사는 아파트가 보였다.

지금은 동네가 아파트랑 상가로 정신이 없는데 기념관 안에 있는 사진을 보니 택지가 조성되기 전에는 이런 모습이었던가 보다. 외딴 집에서 방해받지 않고 글을 쓰셨던 것 같다.

공원 곳곳에 선생님이 쓴 시가 보였다. 선생님도 처음 원주로 이사 와서 많이 외롭고 힘드셨던가 보다. 이 시를 읽다가 내 마음이 싸해진다.